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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식품위험관리와 개선방향

1. 식품위험에 대한 법적 규제와 행정적 제재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식 품위험의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사전 규제제도(ex ante regulation)에 의존하 고 있다. 즉 오염ㆍ유해물질에의 노출 가능성을 줄이거나 혹은 노출이 되었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차원의 규제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 이 직접규제에 의존하는 근거로는, 앞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규제기구인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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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관련 위험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에 공공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민간부문(식품제조업자와 소비자를 다 포함하여)에 비해 식 품위험에 대해 더 나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효율적인 위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식품으로 인한 건강위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식품영향의 질적 향상을 도모 하기 위하여 식품위생법8)이 1962년에 제정되었다. 이러한 취지를 가진 식품위생법 은 소비자보호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권오승, 1994). 사실 소비자보호법의 제3 조에서는 소비자는 스스로의 안전과 권익을 위하여 모든 물품 및 용역으로 인한 생명, 신체 및 재산상의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고 규정하여 안전의 권리를 소비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유해식품으로부터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식품위생법은 우선 식품 그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과, 간접적으로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 할 수 있 는 조건을 정비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먼저 식품 그 자체에 대한 안전성을 확 보하기 위하여 식품위생법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또는 첨가물의 채취ㆍ제조 ㆍ가공ㆍ사용ㆍ조리ㆍ저장ㆍ운반 및 진열은 깨끗이 위생적으로 행하여야 하며(식품 위생법 제3조 1항), 썩었거나 상하였거나 설익은 것, 유독ㆍ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병원 미생물에 의하여 오염된 것 또는 불결한 것, 병육 등 기타 보건사회부장관의 허가나 인가를 받지 않은 것은 이를 제조하거나 판매해서는 안된다(동법 제4조, 제5 조)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관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대해서는 그 제조ㆍ가공ㆍ사용ㆍ조리 및 보존의 방법에 관한 기준과 성분에 관한 규격을 정 하여 고시하거나, 그 제조 가공업자로 하여금 자가기준 및 규격을 정하여 이를 검 사ㆍ승인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규격이나 기준에 맞지 않는 식품이나 첨가물은 이 를 제조ㆍ판매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동법 제7조). 특히 보건 사회부장관이 기준이나 규격을 고시하지 아니한 화학적 합성품에 대해서는 그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동법 제 6조).

이와 같이 명시된 식품위험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식품위생

8)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일반에 관한 위생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일반법에 해당되 고, 그밖에 우유와 식육에 대해서는 축산물위생처리법, 수산물에 대해서는 수산물검사법 등 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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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일정한 행정적 제재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시ㆍ도지사,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동법 제 3조에 의한 식 품 등의 위생적 취급에 관한 기준과 기타 동법의 규정을 거치지 않는 자에 대하여 그 시정을 명할 수 있고 (동법 제55조), 사업자가 동법을 위반하여 비위생적인 식품 을 제조ㆍ판매하거나, 필요한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 가공 또 는 조리한 경우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당해 식품, 첨가물, 기구 또는 용기포장 을 압류 또는 폐기하게 할 수 있으며, 식품위생상의 위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 사업자에 대하여 필요한 지도를 하거나 그 식품, 첨가물, 기 구 또는 용기 포장의 원료, 제조방법, 성분 또는 그 배합비율을 변경하도록 명할 수 있다. 그리고 식품위생상 위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제조업자에게 그 사실을 일반에게 공표 하도록 명하고 있다. (동법 제56조).

2. 우리나라 식품위험 관리법규의 문제점

위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의 골자는 식품의 안전기준을 확정하고, 사전 식품검사제를 명시하여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식품만 시장에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었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의 안전성 확보라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시 행되는 식품행정과 식품정책의 법률상의 근거로서 현행 식품관련 법규에 대한 논의 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그 원인중의 하나로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 이 식품위험의 성격에서 유래한 식품법의 복합적인 특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식품관련법은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식품으로부터 국민건강의 방어라는 면에서 경 찰법적인 성질을 가지고, 또 한편으로 식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측면에서 보면 소 비자 보호법 분야에 속하고, 식품에 사용이 금지되는 첨가물이나 잔류물 등을 고려 하면 이는 과학기술법 분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과학기술법 분야도 이론적으로 정치화 되어감에 따라 식품 관련법 분야에 대한 논의와 연구도 활발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비추어 우 리나라의 현행 식품관련법이 내포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9)

1) 획일적 규제를 피하고 다양한 소비자 그룹의 선호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9) 이 부분의 논의는 이종영(1996)을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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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본 사전규제 방식은 소비자 그룹의 이질성이나 소비자들의 위험선호 에 대한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워 자칫 획일적인 규제가 이루어지 기 쉽다. 일례로 현행 식품위생법 제4조의 유해식품의 판매금지에 관한 규정은 건 강한 성인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섭취하는 단순한 음식의 종류에 제한하지 않고 성인에 기준을 둠으로써 국민의 건강이 보다 폭넓게 보장되 도록 하는 법취지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유아나 소아는 외관상 식품으로 보이 는 물건에 대하여 건강상의 위해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사탕으로 보이거나 사탕냄새를 함유하고 있는 장난감이나 지우개를 유아나 소아는 입에 넣을 수 있다.

또는 삼퓨나 자동차 오일 등을 음료수와 혼동하여 마실 수 있다. 이와 같이 외관상 (형태, 맛, 냄새, 색깔, 포장, 크기 등) 식품과 혼동될 수 있어서 유아나 소아가 입에 넣는 사례가 흔히 있는 제품에 대한 규제의 보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식품위생법, 동법시행령, 그리고 시행규칙에서도 오염ㆍ유해물질이나 농약잔 류물 등의 허용기준치를 결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사람의 집단에 대하여 아무런 언 급이 없다. 최근의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여 볼 때, 유아나 노인, 임산부, 모유를 먹 이는 산모 등은 이러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건강위해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건강한 평균성인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이들 취약집단에 대한 고려도 명시적으로 하여 잔류물질의 허용기준치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

2) 식품위생법상 잔류물 규제를 위한 법적인 근거규정이 필요하다.

농약이나 화학물질의 안전기준(safety standards)을 정하거나 식품첨가물이나 항 생물질 등의 잔류허용기준치를 정하는 명백한 규정들이 식품위생법에 포함되어 있 어야 할 것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4조 제2항에서 유독ㆍ유해물질이 들어 있을 가 능성이 있는 식품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 근거하여 유 해하거나 유독성이 있는 식품에 대한 법규명령을 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 한다. 그 결과 식품위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단지 식 품공전 속에서 항생물질의 잔류허용기준, 농산물과 식육의 농약잔류 허용기준 등을 기재하고 있다. 식품공전에 최대한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여 법규명령으로서의 성질 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반드시 식품위생법의 관련된 규정에 근거를 두어야 하나, 그 렇지 않기 때문에 식품공전상의 잔류물에 관한 모든 규정은 법률상의 근거를 가지 지 않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되어 사실상의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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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므로 잔류물의 허용과 규제에 관한 법률적 근거조항이 식품위생법 내에 규 정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대부분의 식품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식품과 동물을 원료로 하여 제 조, 가공, 조리 등의 과정을 거쳐서 유통된다. 식품의 안전을 위하여 완성된 식품에 대한 규제와 제조나 가공에 대한 규제만으로 식품위생법은 건강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유통되는 식품의 원료인 식물, 곡물 또는 과일이 농약이나 중금 속과 같은 환경오염의 영향에 의하여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면, 식품의 제조나 가공과정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한 특수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유해물질은 사라지 지 않고 완성된 식품 속에 남아 있게 된다.

3) 환경오염으로 인한 식품의 중금속 오염의 방지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이 가속화 되어감에 따라 환경오염으로 표시되는 중금 속 등의 성분의 종류가 증가하고 있다. 환경오염에 의한 식품의 오염성분은 식품원 료인 농작물이나 식육동물의 사육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투여되는 성분이 아니라, 공기, 물 그리고 토양에서 먹이연쇄에 도달하거나 직접 식품 속에 도달되는 성분이 다. 물론 환경오염에 의한 수많은 성분의 식품도달경로를 조사하여 이에 적절한 규 제를 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이 요망되고 있으나 현행 식품위생법이나 동시행령 또는 동시 행규칙에도 나아가서 식품공전에서도 환경오염에 의한 식품오염의 규제를 원칙적으 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현행 식품위생법에서는 환경이 오염된 지역에서 재배되거나 자생하는 농작물이나 수산물의 유통을 금지시킬 수 있는 명백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