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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험과 시장실패

1. 식품위험(Food Risk)

식품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들의 보호는 헌법이 추구 하는 인간존엄의 근원적인 바탕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입각하여 보면 식품 역시 인간의 건강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 안전한 식품(safe food)에 대한 법적 정 의를 살펴보면 부패 또는 변질되지 않은 것, 유독 또는 유해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것, 병원 미생물에 오염되어 있지 않은 것, 그리고 이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것(식품 위생법 제4조) 등이라고 요약된다. 요즈음에는 식품의 제조ㆍ가공이 기계화되고 과 학화됨에 따라 식품변질의 기회는 감소되었으나 식품첨가물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 고 공해로 인한 각종 오염물질 때문에 위해성이 커지고 또한, 제조공정이나 유통과 정의 분업화로 인해 유해요인의 증가가 초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식된 식품오염(food contamination)에 기인한 건강상 위해요인은 세 균, 곰팡이, 병원성 미생물,1) 기생충 등의 생물적 인자, 식품에 잔류된 농약,2) 항균 ㆍ항생물질,3) 색소나 방부제 같은 식품첨가물 등의 식품생산인자, 유기수은, 납 등

1) 건강상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세균이나 병원성 미생물로는 살모넬라균, 장염 비브리오 균, 병원대장균 등과 같이 음식물과 함께 섭취된 균이 체내에서 증식되어 식중독을 일으키 는 감염형과 포도상구균과 보틀리누스균 등과 같이 식품 중에서 균이 증식할 때 생기는 독 소에 의해 식중독을 유발하는 독소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2)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 살서제 그리고 훈증제를 포괄하는 농약의 사용은 농산물의 생산 성 증가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농약은 독성이 크고 인체에 유해 하다. 특히 적은 양이지만 인체에 흡수되었을 때 발암작용을 하거나 종양발생을 촉진한다.

DDT, 카바메이트계, 각종 수은제 농약은 돌연변이 유발물질로 확인되고 있다. 농약은 또한 먹이연쇄로 인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고 자연수계로 유입되어 수산물에 흘러 들어가거나 인간의 식수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농작물에 뿌려진 농약은 일정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분해되는데, 그 분해매체에 따라 광분 해, 화학적 분해, 생물학적 분해로 분류될 수 있다, 농약이 분해되면 아주 맹독성으로 변화 될 수도 있고, 보다 약한 독성을 가지는 물질로 분해될 수도 있다. 잔류성 농약은 먹이연쇄 에 따라 농축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어패류에서는 천배나 만배까지의 농축이 일어난다 (NAS, 1987).

3) 동물을 원료로 하여 제조, 가공 또는 조리되는 식품의 경우에 그 동물이 이미 항생물질 이나 성장호르몬제와 같은 약물이나 사료에 의하여 이미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면, 이들 역시 아주 적은 양이 식품 속에 잔존하여 인체에 흡수되어도 식품소비자의 건강을 해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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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환경오염에서 유래하는 인자 및 가공과오 등-의 우발사고에서 발생하는 인자로 구별할 수 있다.4) 이러한 식품오염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원래는 일시적인 설사나 고열, 구토, 혈변, 복통 등을 주증상으로 하는 급성식중독이 주를 이루었으 나 최근 들어 아토피성 피부염, 암, 기형아 출산과 신경세포의 손상 등 만성적인 건 강위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Roberts and Ravenswaay (1989), 한국식품공업 협회 (1996)).

식품오염에 따른 건강위해효과를 논할 때 구분해야 할 개념이 위해(hazard)와 위 험(risk)의 차이이다. 위험(risk)은 식품오염ㆍ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인체에 부정적 효과(adverse effects)를 미칠 확률(probability)을 의미하고, 위해(hazard)는 그 부정 적 효과의 심각성(severity)을 의미한다 (Henson and Traill, 1993). 살모넬라와 같 은 식중독은 인체에 미치는 효과가 복통, 설사 등에 그쳐 건강위해(hazard)가 낮은 것으로 분류되나 전체 인구 중 살모넬라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아 건강위험(risk) 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농약잔류물에 노출되어 암에 걸릴 위험은 매우 낮으 나 그 결과 사망에 이를 수가 있으므로 높은 위해를 나타낸다. 본 연구는 식품관련 질병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식품오염ㆍ유해물질에 노출되어 건강을 해칠 확률 을 나타내는 식품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규제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식품안전성(food safety)을 식품위험(food risk)에 대한 동전의 다른 한면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즉 건강위험이 높은 식품은 안전성이 낮은 식 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정에 의하면 유해물질에 의한 건강위험을 각 물질 에 대한 평생노출량(exposure)에 그 물질의 독성(potency)을 곱해서 계산한다 (risk

= exposure x potency). 여기서 유해물질의 노출량은 관련식품 단위당 각 물질의 잔류량에 몸무게에 따른 일일섭취량(mg/kg/day)의 단위로 표시된다. 유해물질의 독

능성이 있다. 특히 항생물질에 의하여 알레르기와 항생제 내구성을 형성하고, 호르몬제는 불 임을 유발할 수 있다.

4) 식품관련 건강위해 원인을 생성요인에 따라 분류하면 내인성, 외인성 및 유인성으로 분 류하기도 한다. 내인성은 식품의 원재료에 함유되어 있는 고유성분인 유독ㆍ유해물질이 위 해의 발생요인이 되는 것이고 외인성은 식품자체의 본래 함유성분이 아니고 그 식품의 생 산, 제조, 가공, 저장, 유통 또는 소비 등의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이 다. 또한 유인성은 식품의 제조, 가공, 저장, 유통 등의 과정에서 식품 중에 또는 식품의 섭 취에 의해 생체 내에서 유독ㆍ유해물질이 생김으로써 일어나는 위해를 말한다 (한국공업식 품협회,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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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력은 동물실험 (특히 쥐를 사용하여)을 결과를 인체에 외연(extrapolate)시켜 위해 효과발생 가능성을 측정하고 있는데, 현재수준의 과학으로는 상당한 범위의 오차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NAS, 1987).

2. 식품시장의 불완전성

식품과 관련한 건강위험은 식품이라는 재화의 구매와 소비행위의 결과 발생하기 때문에 시장에 기초한 위험(market-based risks)의 일종이다. 이러한 경우 소비자들 이 식품과 관련한 건강위험(health risks)에 대한 정확한 정보(complete information) 를 가지고 있다면, 위험수준에 대한 파레토적인 의미에서의 경제적 효율(Pareto efficient level of the risk)을 경쟁적 시장에서의 식품의 거래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식품소비에 따른 건강위험을 식품이 가지는 하나의 속성(attributes or characteristics)이라고 보아 소비자들은 그들의 기대효용을 극대화시키는 건강위 험과 가격의 결합을 선택함으로써 효율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속 성이 다 같다면, 건강상 위해가 적은 식품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자 할 것이며 위해식품에 대해서는 낮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구매를 회피할 것이다. 즉 소 비자들은 식품구매 행위시 이루어지는 식품위험과 그 가격과의 상호교환 (trade-offs)을 통하여 건강위험에 대한 선호를 현시하게 될 것이다 (Eom (1994), 엄 영 숙 (1996a)). 그리고 이렇게 시장에서 현시된 가격인상과 위험감소에 대한 균 형조건은 각 소비자들로 하여금 각자에게 맞는 수용할 만한(acceptable) 위험수 준을 결정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건강과 직결된 안전식품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 기 위하여 이와 같은 시장수요접근법(market demand approach)을 사용하고자 할 때 다음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로 식품위험에 관한 정확하고 객관적 인 정보를 시장을 통하여 공급받기가 매우 어렵다. 꾸준한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 고 식품오염ㆍ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과 그로 인한 건강효과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근거의 산출은 식품에 잔류하는 유해물질의 함유량을 포착하는 절차의 선진 성에 비해 매우 뒤떨어져 있다. 사실 과학자들도 유해물질의 복용과 인체의 반응의 관계, 그리고 유해물질이나 미생물 병원체가 몸안에서 일으키는 복잡한 생물학적, 생화학적, 그리고 독성학적 메카니즘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나아가서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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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경우에 식품오염ㆍ유해물질에 노출되었더라도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 니라 누적되어 몇 년 혹은 몇 십년 뒤에야 그 위해효과가 나타나는 지연효과 (latency effects)가 있어 인과관계의 규명이 어려워 위해식품에 의한 건강위험에 대 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그리하여 식품안전 전문가들이 측정하는 식품위험의 기술적 추정치(technical estimates of food risks)조차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객관적 자료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추정치 일 뿐이다 (Talcot, 1992).

둘째로 식품위험 관련정보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며 비대칭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 다.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식품위험정보는 그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에게 돌 아가는 사적편익 이외에도 사회전체의 정보수준을 높이는 외부경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외부경제효과가 시장에서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아 식품위험에 관한 정보시 장은 공급부족을 초래하기 쉽다. 또 한편으로 식품 제조업자나 도ㆍ소매업자들이 자사제품의 특질에 대해 개별 소비자들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가지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식품제조업자들은 식품위험 가능 성에 대한 정보의 명시(disclosure)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공급자와 수요자사이의 정 보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공급자들이 어느 정도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은 그대로 존속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공급자 들은 어느 제품이 더 안전한가를 알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 결과 안전식품은 생산비용이 더 들지만, 시장에서 위해식품과 똑같은 가격에 팔아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식품제조업자들은 위해식품만을 시장에 공급하게 되고 안전식품 은 시장으로부터 퇴출되는 상황이 야기 될 수 있다 (Akerlof, 1970). 이와는 반대로 식품의 안전성을 마케팅 전략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켜 식품위험정보가 시장에서 과대 공급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식품위험정보의 비대칭성은 최 적이하의 시장성과를 초래할 것이다.

셋째로 소비자들은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서 구매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설령 소비자들이 식품관련 건강위험에 대한 객관적 정 보를 접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매우 적은 건강위험의 확률(일례로 인구 10만명 중 몇 명의 발생확률)을 정확히 인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소비자들 이 인지하는 위험수준과 식품안전 전문가들의 기술적 위험 추정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실증분석이 늘어 가고 있다 (Slovic et al., (1985), Viscusi and Magat (1987), Roberts and van Ravenswaay (1989), Liechtenstein et al., (1990), Tal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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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식품안전 전문가들(미국 FDA 검사관들이나 혹은 독물학자들)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식품관련 건강위험을 1) 박테리아나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이 나 질병, 2) 아플라톡신(aflatoxin)과 같은 자연발생적 독소 3) 납이나 수은과 같은 환경오염물질, 4) 농약잔여물 5) 식품첨가물이나 방부제 등의 순서로 보고 있다 (Roberts and van Ravenswaay (1989), Kramer (1990), 전북일보 (1996년 12월)).

이와 같이 전문가들이 알려진(known) 식중독에 의한 건강위험이 중요하다고 보는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미미한 그리고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negligible and unknown) 농약잔여물과 같은 잔류화학물질에 의한 건강위험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Senauer, Asp and Kinsey (1991), Food Marketing Institute (1989-1992), Hammonds (1985)).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소비자 서베이 결과도 이와 같은 경향과 사뭇 일치한다. 엄영숙(1996b)이 전주시에 거주하는 675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식품오염 사례 5가지를 나열하고 응답자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가장 큰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것부터 순서대로 나열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응답자들의 반절 이 상이 식품 속의 농약잔여물에 의한 건강위험 가능성을 가장 염려하였다. 그 다음으 로는 가공식품에 사용된 방부제나 식품첨가물에 의한 위험을 우려하였으며, 그리고 박테리아나 미생물에 의한 식품오염은 마지막으로 열거하여 이들에 의한 건강위험 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였다. 즉 소비자들의 주관적 위험인지는 위해효과 가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고 발생빈도가 높은 식품오염은 과소평가를 하는 한편, 발 생빈도도 낮고 익숙하지 않은 식품위해는 과대평가 하는 양방향의 편의(bias)가 있 는 듯 하다.

넷째로 식품관련 건강위험은 식품제조업자들의 정상적인 생산활동과 시장거래활 동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환경적 외부효과(environmental externalities)의 일종이라 고 볼 수 있다. 즉 식품오염은 식품이나 첨가물의 채취, 제조, 가공, 조리, 저장, 운 반 등의 일상적인 생산활동의 결과가 잠재적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할 가능성 을 포함하므로 외부적 위험(externalized risks)의 일종이다. 일례로 최근에 물의를 일으킨 병원성 대장균인 0-157균은 햄버거의 재료가 되는 소의 성장촉진을 위한 항 생제 남용에 따라 대장균의 변이로 유발된 신종의 대장균이다. 그리고 햄버거 제품 의 소비자는 비자발적(involuntarily)으로 0-157균에 의한 건강위험에 직면하게 된 다. 이러한 건상상실(ill-health)은 유형 혹은 무형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유형 비용으로는 아파서 결근하게 됨으로 발생하는 소득상실, 의료비 지출, 다른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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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전염가능성, 그리고 감시 및 감독 비용 등을 들 수 있다. 무형비용은 인간 생명 의 가치, 여가 상실, 그리고 고통과 괴로움 등을 포함한다.

다섯째로 소비자들은 식품위험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식 품위험이라는 잠재적 외부효과에 직면하여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나름대로 자기 보호행동(self-protection)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뉴스미디어를 통한 식품위험 가능성에 대한 정보에 반응하여 관련된 식품의 구매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Swartz and Strand (1981), Johnson (1988), Forster and Just (1989), van Ravenswaay and Hoehn (1996)). 또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들은 식품위험의 가능성 이 있는 제품 대신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무공해 식품과 같은 안전한 식품 으로 전환할 의사를 표명하기도 한다 (van Ravenswaay and Hoehn (1991), Eom (1994), 엄영숙 (1996a)). 일례로 엄영숙(1996a)은 지난 1996년 화학간장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은 뒤, 건강위험과 가격에 있어서 차별화된 두 종류의 상품 을 제시한 가상시장을 설정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의도를 조사하였다. 대 부분의 응답자들이 평소에 익숙한 요소인 두 제품간의 가격차이 뿐만 아니라 암발 생률의 형태로 제시된 건강위험의 차이도 동시에 고려하는 듯 하였고, 결과적으로 건강위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받은 후에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들이 좀더 안전한 간장제품으로 교체할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와 같이 소비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 성은 식품오염에 의한 건강위험을 쌍방적 외부효과(bilateral externalities)로 분류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위험회피 의사결정과정에서 회피행위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적 건강위험의 일부가 내부화 (internalized)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