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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가족(家族)이 변화한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라 하면 떠오르는 구조는 미혼인 남성과 여성이 만나 법적 부부가 되고 그 둘이 낳은 자녀, 결국 생 물학적 부모와 자녀, 거기에 가끔은 조부모가 더해진 구조가 가장 흔히 생각하는 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이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만으로는 더 이 상 가족을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변화는 결혼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져 왔다.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개념에서는 ‘결혼(엄격하게는 혼인신고를 통한 법적 혼인)’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결혼은 가족 을 이루는 첫 번째 단계인 동시에 일생 동안 한 번만 경험해야 하는 것이 고 결혼 후에는 그 틀을 깨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그 후의 행복과 관계없이 가족을 위해, 특히 자녀를 위해 평 생을 함께 하는 것이 바른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가족 을 유지해야만 옳다고 여겨지기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 하게 되면서 과거와 달리 이혼이 전보다 거부감이 덜한 선택지가 되었고 그에 따라 가족의 모습도 달라졌다. 이에 더해 결혼하지 않고 가족생활을 해 나가는 생활 방식까지 결혼의 모습, 가족의 모습은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와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유교적 가치가 중시 되었고, 그에 따라 가족에 대한 전통적 관념들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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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하다. 전통가족 이데올로기, 가족중심주의, 가족책임주의 등 가족을 둘러싼 전통 이념 속에서 우리의 가족은 구조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이해 되기 일쑤였다. 즉 출산, 양육, 교육, 사회화, 경제적 안정, 정서적 지지 등 가족의 기능이라 여겨지던 많은 기능들을 모든 가족이 각각 무리 없이 수행할 때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잘 흘러간다고 보는 관점에서 가족의 순기능이 매우 중시되었다. 그러면서 핵가족 안에서 남성은 생계를 책임 지고 여성은 가정과 자녀를 돌보는 주체로 제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 실히 수행하는 구조가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그 외의 구조를 가진 가족들은 잠재적으로 병리적이거나 일탈한 가족 혹은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보인 것이다. 그런데 제도나 정책은 한 사회의 역 사·문화적 배경 안에서 논의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제도나 정책들이 순기능을 자동 수행하는 가족의 모습을 전제하고 기대하고 있 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다양화되는 동시에 가족 내 개인화가 이루어지면서 가 족의 기능, 가족구성원 간의 관계, 가족 구조 등의 변화로 전통적 가족규 범은 점차 약화되어 가는 현상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지금, 과연 우리 사회 제도나 정책은 변화하는 가족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본 연구는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가족을 규정함에 있어 법적 혼인, 혈연, 친족 관계가 중요한 만큼 사회 제도 또한 그 기조와 문화를 담은 채 로 형성되어 온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법이나 정책이 현대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반영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전통적인 틀을 유지해간다면 가족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일부 가족만을 위한 제도로 남을 것이다. 따 라서 가족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점에서 현재의 제도를 들여다볼 필요 가 있다. 제도가 변화하는 사회에 눈을 뜨고 존재하는 가족 형태를 최대 한 담으려 노력할 때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가족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제도가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얼마나 포괄하고 있는지 정리 및 점검을 통해 분석해 보고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이 본 연구의 기본 목적이다.

다양한 가족이 우리 사회의 제도에서 배제되거나 인식적으로 편견이 존재하는 것은 부부 가족에게도 문제이지만 가족 내에 아동이 존재할 때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아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동 등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내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다양한 가족을 수용하려는 노력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성 제고’라는 정책과제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 동안 비(非)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었다는 인정인 동시에 이렇게 정책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만큼 한 걸음 또 발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책과제에서도 다양한 형태 의 가족이 늘어나고 있으나 사회적 수용성이 높지 않은 상황을 인지하고, 생계 및 양육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가족 유형에 대한 지원 체계와 사회·제도적 차별 개선, 포용적 가족관 형성 등 다양한 가족에 대 한 지지 강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제도나 정책에서 전 제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족의 모습이 각 기 다르게 다양해졌고, 축소되거나 약화된 가족의 기능들이 있지만 여전 히 가족이 기능을 하고 있는 부분은 자녀 출산 및 양육 기능일 것이다. 그 리고 출산과 양육은 전통가족만의 기능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가족 안에 서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소식에서는 미혼모나 한부모가족의 양육 사각지대에 대한 뉴스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고운맘카

드’(현 국민행복카드)는 건강보험료가 미납되면 신청할 수 없다. 미혼모 등 사회적 편견 속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유지하기 힘든 경우는 건강보험 료 미납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고 그에 따라 임신·출산에 도움이 되는 국가적 지원마저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연합뉴스, 2015). 임신이나 출산과 같이 긴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의 지원을 일 단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족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 하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경험하는 시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 지 않아도 되는 문제로 간과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의 모습은 지속적으 로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현재는 소수만 경험할 수 있는 일도 계속해 서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부터 나타나는 문제 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에 대 응하는 정책뿐 아니라 가족의 기본적 생활을 지지하는 가족정책은 이제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가족의 안정적인 기본 생활과 출산 및 양육 과정 에 관련된 제도 및 정책들에 녹아 있는 가족에 대한 관점을 검토해 현 제 도 및 정책이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가족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또한 이러한 검토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형태 외로 간주되는 형태의 가족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거나 이러한 가족들 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측면 등 현 제도의 한계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 와 함께 제도 및 정책은 사회적 합의하에서 발전하는 만큼 가족의 관념과 관련된 인식 및 가치관 등 문화적인 차원에서 일반국민의 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 정도를 파악해 현 수준에 적합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