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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주요 가족 관련법과 다양한 가족

2. 건강가정기본법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자본의 무한확장과 이동, 그리고 이와 연동된 노 동시장의 유연화는 실업과 강도 높은 글로벌 경쟁의 일상화로 이어지면 서 그동안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성별체계의 근간을 담당해 왔던 가족구 성의 원리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저출산 ‧ 고령화와 혼 인율 감소 및 이혼율 저하라는 인구학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독신 및 만혼 인구의 증가나 가족의 제도적 안정성 약화와 같은 가족 위험은 사회구조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며, 「건 강가정기본법」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김혜영, 2012).

「건강가정기본법」의 제정으로 보편적인 가족정책 추진이 선언되고, 이로 인한 가족정책의 추진체계가 마련될 수 있었다. 동시에 요보호 중심의 사 후치료적인 가족서비스에서 가정 중심의 통합적이고 사전예방적인 서비 스의 중요성이 인식되었음은 「건강가정기본법」으로 인한 긍정적 성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조희금, 박미석, 2004).

그러나 「건강가정기본법」은 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논란과 비판 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이는 주로 「건강가정기본법」이 상정하는 ‘건강가 정’의 개념과 가족의 정의 및 가족에 대한 국가의 개입 방식 등과 연관되 어 있다(안병철, 2009; 김혜영, 2012). 뿐만 아니라 가족이 새로운 사회 적 위험으로 구성되는 상황에서 가족정책은 ‘가족’이 제도와 구조로서 경 험하는 ‘사회적 위험들(social risks)’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음에 도 여러 가족 관련 법안 가운데 유독 「건강가정기본법」이 가족이 구조로 서 경험하는 위험보다는 ‘가정적 위험’에 대한 국가 개입에 초점을 맞추 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기본적인 관점과 역할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 게 되었다(김인숙, 2007).

가족정책은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개인들이 당면하는 다양한 사회적 위 험을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며 지원이어야 하는데, 「건 강가정기본법」은 사회적 노력보다는 개별 가족의 노력과 리질리언스 (resilience) 증진을 위한 개인 및 지역, 국가사회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가족위험은 개인과 개별 가족을 넘어 다양한 돌봄 노동의 연대와 분담체계 구축의 필요성, 즉 가족 돌봄의 사회적 분담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이와 관련된 청사진이 제시될 필요가 있지만, ‘건강 가정’의 담론은 사전적 예방서비스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가족 고유의

가치와 기능의 효과적 복원을 강조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 한 논란은 ‘건강가정’이라는 용어 사용으로 가족을 둘러싼 이념적 논란으 로까지 증폭된 바 있다. 당시 경합을 벌인 다른 가족(지원) 법안들에 비해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기능을 상실하지 않도록 사전적인 개입과 지원 을 통해 가족문제를 예방함으로써 가족의 건강성을 유지, 복원할 수 있다 는 점을 부각해온 측면에서 동법이 특정한 가족 형태, 즉 ‘건강가정’을 이 념형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김 혜영, 2012).

가. 건강가정기본법에 나타난 가족의 개념과 범주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제3조 1항)로 정의하고, ‘가정’을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 거를 함께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이 일상적인 부양, 양육, 보호, 교 육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제3조 2항)로 정의하면서 가족과 가정을 구 분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을 ‘건강가정’이라 정의하고(제3조 3항), “건강가정을 저 해하는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와 가족의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의 가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제3조 4항) 을 ‘건강가정사업’이라 명명하고 있다(이소영, 2012).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개념은 「민법」의 가족 개념에 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엄밀하게 말해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개 념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법」에서는 기본적 으로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가 가족인 것으로 하고,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하는

때’ 가족으로 간주하고 있음(「민법」 제779조)에 비해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르면, ‘가족’은 혼인 ‧ 혈연 ‧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하면서 친족관계의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건 강가정기본법」의 가족 개념은 정책의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법」의 가족 개념과 같은 위치에서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도 없지 않아

「건강가정기본법」이 「민법」보다 더 넓은 범주로 가족을 개념화하고 있다 고 보기는 어렵다(전경근, 2015).

전반적인 법조항을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에서 상정한 가족 개념은 가족 구성원들이 생계나 주거를 함께하면서 부양, 양육, 보호, 교육의 기 능이 이루어지는 생활공동체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민 법」이나 기타 법과는 달리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과 가정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다만 ‘가족’은 제도적인 가족의 개념을 그대 로 사용하고 있음에 비해 제도적 가족이 가지는 한계나 문제점의 해법으 로서 각기 다른 개개의 가족 구성원들이 생활하고 살아가고 있는 ‘생활공 동체’의 개념으로 ‘가정’이라는 용어를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두 용어 모두 정책의 대상이자 주체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법 내에서도 혼용되고 오용되는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건강가정기 본법」의 제4조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는 ‘모든 국민은 가정의 구성원으 로서’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제3조 정의에서 보면, ‘가정’이 ‘가족구성원 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라고 정의하고 있어 제4조에 서처럼 국민 모두가 가정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독신자, 독거노인가구는 생활공동체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조숙현, 2008; 김용화, 2008에서 재인용). 따라서 굳이 두 가지 용어를 구분하고 사용하는 것의 의미와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비단 용어 사용의 문제만은 아니다. 「건강가정기본법」을 비판하는 입

장에 따르면, 가족 정의가 ‘비현실적’이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비판에 따라 개 정안에는 1)혼인 ‧ 혈연 ‧ 입양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2)「아동복지법」에 따 라 아동을 위탁, 양육하는 공동체 3)후견인과 피후견인으로 이루어진 공 동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조항에서는 여전히 법률혼 중심의 전통적 가족가치관이 관통하고 있음이 확인되며, 사실혼이나 다 양한 이유로 동거나 대안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비제도적인 가족 구성 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강희경, 2005; 안병철, 2009).

또한, 동법에 따르면 가족은 또한 공동생활을 통해 부양과 양육, 보호 와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개념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가족 개념 의 토대는 이성애적 질서에 기반을 둔 결혼과 자녀 출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동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혼 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규정을 통해 이성애적인 관계에 기초한 제도적 결합으로서의 혼인과 자녀 출산을 모든 사회구성 원이 인식해야 하고, 암묵적으로 이것을 국민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혼인과 출산이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따른 것으로 변화해 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당 위론적 규정이 「건강가정기본법」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 적인 가족 개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저출산을 둘러싼 위기담론은 여성을 ‘출산하는 몸’의 이미지로 고착화하 는 부정적 효과를 갖고 있으며, 아울러 여성의 몸은 남성과 달리 출산율 이나 낙태 및 혼외 출생 발생 비율들과 뒤섞여 호명되면서 이른바 가족위 기 담론의 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있다 (조은, 2008; 이소영, 2012).

나. 건강가정과 가족의 형태적 다양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의 부양·양육·보호·교 육 등의 가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제3조 4항)을 ‘건강가정사업’이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가정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고, 본 3조 4항에 의거할 경우 가족의 부양과 양육 및 보호, 교육 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는 가족원들의 생활공동체는 곧 건강가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상 부모의 역할 수행이나 자녀부양에 어려움 을 겪는 취약계층이나 부모관계의 구성에 변화를 경험한 가족, 예를 들 면, 한부모가족, 무자녀가족, 재혼가족 혹은 독신가구 등은 건강가정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가족의 건강성은 가족의 형태나 구 조가 아닌 기능에 있다는 주장에도(송혜림, 성미애, 진미정, 이승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의 부양·양육·보호·교 육 등의 가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제3조 4항)을 ‘건강가정사업’이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가정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고, 본 3조 4항에 의거할 경우 가족의 부양과 양육 및 보호, 교육 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는 가족원들의 생활공동체는 곧 건강가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상 부모의 역할 수행이나 자녀부양에 어려움 을 겪는 취약계층이나 부모관계의 구성에 변화를 경험한 가족, 예를 들 면, 한부모가족, 무자녀가족, 재혼가족 혹은 독신가구 등은 건강가정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가족의 건강성은 가족의 형태나 구 조가 아닌 기능에 있다는 주장에도(송혜림, 성미애, 진미정, 이승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