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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가족의 실제

제2절 주요 가족 관련법과 다양한 가족

3. 법과 가족의 실제

지금까지 가족, 혼인, 가족 기능 등 가족과 관련된 규정을 담고 있는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을 살펴보았다. 한 가지 법에서는 그 법에 적 절하게 가족을 정의하고 범위를 말하고 있을 것이다. 「헌법」은 가족에 대 해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가족과 관련한 조항을 보면, ‘혼인 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 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헌법」 제36조). 우선

‘혼인과 가족생활’이라는 부분에서 혼인이 가족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볼 수 있고, 가족 내에서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 이외에 가족의 범위를 찾아볼 수 있는 법들에 대해 정리한 성미 애(2009)는 「헌법」에서는 개인의 존엄을 유지하는 데 가족이 중요한 역

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양성평등에 바탕을 둔 가정생활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가족에 대해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헌법」 이외의 여러 법들에서는 「헌법」보다 좀 더 구체적인 가족 의 범위를 찾아볼 수 있고 법마다 가족에 대한 범위 규정이 각기 상이한 것을 보여주었다(성미애, 2009).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민법」에서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 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민법」 제779조)로 가족의 범위를 규 정하고 있고,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문서인 가족관계증명서에 나타나는 가족은 본인, 부모 ‧ 양부모, 배우자, 자녀 등 부모와 생식가족이 등록된 가족의 범위로 나타난다(「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또한

「소득세법」 50조(기본공제)에 따르면, ‘거주자와 배우자, 60세 이상의 거 주자의 직계존속, 20세 이하의 거주자의 직계비속, 20세 이하 또는 60세 이상의 거주자의 형제자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위탁아동’을 가족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가족에 대한 다양한 규정은 법의 목적에 따라 그에 맞는 가 족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일관성이 매우 부족 해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에 나타난 가족을 들여다보면 가족의 범위 를 정하는 기본은 혼인과 혈연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주의가 우리의 제도 안에 묻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법에서 정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현실에서 가족을 생각해 보면 가족의 정의와 구분이 쉽지만은 않다. 가족은 무엇이며 한마디로 ‘가족 은 무엇이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어디까지가 나의 가족일까에 대해 ‘누구까지 나의 가족이다’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과거의 개념과 현재의 개념이 다를 수 있고, 우리 문화 속에서 이해되는 가족이나 그 범

위와 다른 국가나 문화에서 이해되는 가족의 개념이나 범위는 다를 수 있 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사업가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Social Workers, NASW)는 “가족은 우리(미국) 문화에서 기본적인 사회 화 주체인 동시에 기본 경제적 단위”(NASW, 1999; Leung, Erich &

Kanenberg, 2005에서 재인용)라고 그 문화 안에서 이해되는 가족을 개 념화하기도 하였다. 또한 과거보다 가족이 변화한 현대에는 가족의 의미 와 범위가 생각하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가족이란 하나의 정의에 모두가 동의하기에는 어려운 개념이다(Trost, 1988).

그만큼 가족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족은 “서로에 대해 특정 임무를 가지고 주거를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모인 기본적인 집 합체”(Barker, 1995), 또는 “자신들 스스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형 적인 가족의 임무를 수행하는 2인 이상의 사람들”(NASW, 1990:1995;

서병숙, 이정숙, 김혜경, 이신숙, 왕석순, 이현, 2002에서 재인용)이라고 기능적인 측면에서 넓게 이해되기도 하고, 다른 학자는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관계의 이성인 성인 두 명을 포함하고, 그 성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함 께 생활하는 두 성인 사이의 한 명 이상의 자녀 또는 입양자녀”(Murdock, 1949)의 구성으로 생물학적 관계를 포함하여 구조적으로 구체화된 가족, 특히 핵가족을 정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Murdock(1949)의 가족에 대 한 개념은 가족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편협한 시각으로 Lévis- Strauss(1966) 등의 학자들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가정, 가구, 가문, 가족 등 가족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 이러한 단어들에 들어 있는 요소들을 이용해 가족을 정리해 보면, ‘혼인, 혈연, 입양, 또는 특수 한 관계에 기반을 두어 상호유대와 정서적 융합의 성격을 가지고 공동생 활을 하는 단위’(이효재, 1983)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를 포함 하는 가족에 대한 개념을 들여다보면, 혼인과 혈연이 기본적인 관계이고

한 가지 관계를 추가한다면 입양 관계까지 더해 혼인, 혈연, 입양 관계가 가족의 개념에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족의 유형이 많았던 과거에서 조금 더 최근으 로 와서 생각해 보면 핵가족이라는 형태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흔한 유 형의 가족일지 모른다.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생각되어 온 핵 가족이라 하면 아마도 Murdock(1949)이 정의한 가족과 아주 흡사한

‘혼인한 부부와 그들의 미성년 자녀’로 이루어진 구성을 떠올릴 것이다.

이 구성 안에서 애정을 바탕으로 자녀 양육을 해나가는 가족을 보편적으 로 전통적인 가족이라 생각해 왔다면, 전통가족이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 은 현재는 ‘가족은 무엇이다’라는 단일화된 정의나 개념화를 시도하기 보 다는 사회 변화와 가족의 생활양식 등을 고려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이해 가 보다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