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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도시가 지향하는 핵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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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친화도시가 지향하는 핵심가치

홍미희|인천발전연구원 인천여성정책센터장

머리말

여성가족부(2010)는 여성친화도시를 지역정책의 공간적, 물리적, 사회적 측면 에서의 안전과 편의, 참여와 성장에 대한 여성과 일상의 요구를 반영하고, 그 혜 택이 모든 주민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삶의 질이 구현되도록 하는 종합적인 지역여성정책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정의와 함께 기존 여성정책의 전통적인 이슈라 할 수 있는 성별 격차불평등의 문제를 넘어서서 여성들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도로 및 공간의 편리함, 쾌적함, 안전의 문제를 제기 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여성들의 요구를 정책의 이슈로 삼으면서 여성정책의 범 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 글은 새로운 지역여성정책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여성친화도시가 지향하 는 가치적인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삶의 질을 살피는 지역정 책, 여성이 참여하는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궁극적으로 지향하면서(여성가족부.

2010), 형평성, 돌봄, 친환경 및 소통을 핵심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 가치들을 기존의 여성운동이나 여성정책이 제기한 이슈 및 가치들과의 연속성을 고려하면서 성찰해보고자 한다.

여성친화도시의 형성맥락: 사업에서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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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이슈였고, 이러한 이슈의 기저에는 평등한 분배라는 가치가 놓여 있었다. 정치는 이러한 이슈를 기성정치의 틀 안으로 수용하여, 고전적인 여성정 책의 이슈가 되었다.

사회적 자원의 공평한 분배 이슈를 넘어 여성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 것을 1960년대 후반부터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제2의 페 미니즘 물결이라고 한다. 이때 여성들은 당시까지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되어온

가족관계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나 억압의 문제를 제기하였고, 가장 전 형적인 이슈는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것이었다. 여성들은 공적인 영역에서의 불 평등과 소위 사적인 영역에서의 불평등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사적인 영역을 정치화하였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제 2의 페미니즘 물결이 지향하는 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여성들이 일상에 서 느끼는 차별이나 억압 등을 문제 삼고, 사적인 영역에서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 가치로 주장하였다. 대상영역은 사적인 영역으로 확장되었으나, 권력관계 혹 은 불평등관계는 제1세대 페미니즘과 제2세대 페미니즘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 는 문제의식이었다. 의제는 분명 차이가 있으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비판하고, 권력의 형평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연속성이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정치는 서구의 나라들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고 전개 되었는데, 여성들은 친밀한 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관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건강한 먹거리, 환경보존이나 자녀교육 등 여성의 삶의 질과 관계가 있는 영역의 이슈들을 제기하였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부터 특히 여성민우회를 중심 으로 이러한 영역이야말로 여성운동이나 여성정책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임을 분명히 하고 이 영역의 이슈를 제기하였다.

일상의 정치영역을 더욱 확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여성정책의 핵 심기조가 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정책으로 모든 정치영역을 젠더 (gender)라는 관점으로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기존에 여성정책의 영 역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거주공간, 보행로,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 데서 오는 편 리함, 쾌적함, 안전성 등이 여성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처 음에는 도시를 이용하는 데 있어 정의와 형평성을 요구하였고, 이러한 요구는 다 시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 공평한 참여의 요구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성친화도시가 추구하는 형평성은 사회경제적 성평등이라는 고전적인 여성정 책 의제에서뿐만 아니라 도시의 이용 및 도시를 만드는 데 있어서의 참여라는 새로 운 의제에도 일관되게 함축되어 있는 핵심가치다.

2. 윤리이자 노동으로서의 배려와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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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돌봄노동의 평가

이미 1970년대부터 서구 몇몇 나라에서 주부들이 집에서 수행하는 가사노동의 사회적 의미를 밝히고, 그 가치를 산정하려는 학문적 분석이 이루어졌고, 여성 운동에서는 여성이 수행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을 요구 하였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부터 가사노동에 대한 학문적 접근과 가사노동의 가치 인정을 요구하는 여성단체의 활동이 있었다. 정책적으로 육아휴직의 확대나 무 상보육의 점진적 확대 등은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를 요구한 결과이기도 하 다. 1990년 가족법 개정으로 부부 재산분할제도가 정착되고, 이를 근거로 부부 가 이혼할 경우, 각각 증식재산의 50%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수행하는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 제 도적 변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요양보험제도의 도입 또한 평가절하되었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으로서의 돌봄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행해진다는 점에서 상품을 만들어내 는 노동과는 차이가 있다. 돌봄노동은 필연적으로 감정을 수반하게 되고, 배려 의 윤리에 기초하지 않으면 돌봄을 받는 자가 학대당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돌봄은 사회가 재생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았고, 여성들이 주로 하는 노동이라고 인식되어왔기 때문에, 여성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기제로 작동하였다.

이는 여성친화도시가 돌봄을 하나의 핵심가치로 추구할 때,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돌봄노동의 공평한 분배를 전제로 하여야만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3. 친환경성

여성친화도시가 추구하는 친환경성은 인간과 자연이 공생의 철학에 기반하여 정 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생태적이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삶의 전환을 촉진하는 지역발전을 의미한다(여성가족부. 2010).

기존의 여성정책이 주로 남성과 여성 혹은 다양한 여성그룹들 사이의 형평에 맞는 관계를 문제로 삼았다면, 친환경 가치는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인간사 회의 조화로운 관계를 문제로 삼는다. 울리히 벡(1997)이 진단한 대로 현대사

회는 환경파괴로 인해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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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와 남성의 요구가 다르다는 데서 출발했다. 즉 이는 무엇보다도 도시 이용에 있 어서의 형평에 관한 요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여성들 사이에서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여성을 어머니와 등치시켜서 여성의 역할을 어머니 역할 로 고정해버릴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 을 신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조치는 자칫 가부장적 온정주의로 흘러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인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 험성 또한 지적되어왔다(김영화. 2010). 이러한 위험성은 형평이라는 여성친화 도시의 가치를 도시 이용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에 가두어두지 않고, 도시를 계 획하고 만드는 데 있어서의 의사결정에 평등한 참여와 같은 또 다른 지평으로 확 장해나갈 때,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친화도시의 또 다른 가치인 돌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돌봄을 현재 여 성이 처해 있는 현실과 연결시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보살핌의 윤리 를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돌 봄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를 요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 그친다면, 돌봄은 여성에게만 배타적으로 적용되는 가치가 되어, 사회의 보 편적 가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성별 분업을 고정시키는 결 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돌봄의 가치를 남성들도 지향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요구로까지 확장시켜나갈 때, 돌봄의 가치가 보편적 사회가치로서의 의미 를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여성친화도시의 가치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해석되고 구체적인 현실 과 연계되어 형성되어온 것이지만, 동시에 특정 가치가 특정 이슈에 갇히지 않도 록 이슈를 확장해나가고 새로운 이슈와 연관시켜 가치를 성찰해야만 여성친화도 시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들이 진정한 사회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영화. 2010. “여성친화도시를 위한 성찰과 전망: 공간의 정치에서 복지의 공간으로”. 사회과학 담론과 정책 제3권 1호.

pp91-121.

여성부. 2009. 여성친화도시 조성기준과 원칙.

울리히 벡. 1997. 위험사회. 홍성태 역. 서울 : 새물결.

위르겐 하버마스. 2006. 의사소통행위 이론. 장춘익 역. 서울 : 나남.

위르겐 하버마스. 2006. 의사소통행위 이론. 장춘익 역. 서울 : 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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