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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행(女幸)프로젝트의 성과와 시사점

문서에서 여성친화도시 (페이지 43-52)

서울시 여행(女幸)프로젝트의 성과와 시사점

이재림|지담건축사사무소 대표

머리말: 여성이 만드는 행복한 도시

여성이면 누구나 햇살 가득한 곳에서 마시는 모닝커피 한잔의 여유를 꿈꾼다. 주 방 한쪽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 여성들 은 잠이 덜 깬 상태로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고단함에 익숙하고 주방에 들 어서면 나만의 공간 대신 냉장고 문짝에 붙어 있는 메모장들이 그날 해야 할 일 을 알려준다.

우아한 점심 나들이를 상상해본다. 쾌적하고 편리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 을 걸으면 꽃들이 활짝 핀 유쾌한 거리가 펼쳐지며 삼삼오오 무리 지은 사람들이 서로의 사연을 쏟아내느라 분주하다. 인근 공원의 화장실에서 보는 작은 정원은 조금 낯설지만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나 상상과 달리 차를 타고 집을 나서면 주차 할 일부터 걱정된다. 옆에 실은 물건이 많다면 더욱 난감해진다. 길을 걸으면 울 퉁불퉁한 바닥 때문인지 금세 피로감이 몰려온다. 잠시 쉬고 싶은데 쉴 곳이 마땅 치 않으니 집에 빨리 들어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한다.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시간에 썬큰(Sunken) 옆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미 홈시스템(홈오토메이션)이 저녁식사를 준비했을 것이고 내일 스케줄도 알려줄 것이다. 집 안 공기가 상쾌하여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TV광고에서 본 장면일 뿐이며 귀가길이 마음 편하 지만은 않다. 오후 늦게 골목길을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스산한 느낌이 든다. 컴 컴한 지하주차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도 성공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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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주차를 마쳤으니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집 안에 들어선다. 그런데 홈시스템과 상쾌한 공기 대신 설거지통에 가득 쌓인 그릇들이 눈에 띈다.

일부 과장된 면이 있지만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 러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이 만드는 행복한 도시가 필요한 것이다.

여행(女幸)프로젝트의 개념 및 개요

1. 여행프로젝트의 개념

여성행복프로젝트(이하 여행(女幸)프로젝트)는 여성친화도시의 개념을 구체적으 로 적용하기 위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도입한 실험적 제도로, 이를 여행으로 명명하 기까지 새로운 여성정책의 명칭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결국 살기 좋음(livability)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면서도 일반인들 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었고 여성이 살기 좋은 서울에서 출발하여

여성이 행복한 서울로, 이후 여성이 행복한을 줄여 여행이란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행의 기본 이론은 기존의 양성평등 이론에 ① 시정에 여성의 시각 과 경험을 반영, ② 도시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3不(불편, 불안, 불쾌) 요인 해 소, ③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 정책 구현 등 세 가지 항목이 추가되어 완 성되었다.

이렇게 생성된 여행정책은 정책 목표나 추진체계 등에서 기존 여성정책과 차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여행(女幸)과 기존 여성정책의 차이점

구분 기존 여성정책 여행프로젝트

정책목표 성차별 제거 및 양성평등 도시생활에서 여성의 불편 해소 정책영역 가족, 복지, 노동영역 위주 기존의 여성정책에 더하여 여성의 일상적인

도시생활 전반

정책대상 보호 여성 중심 다양한 집단의 모든 여성

관점 시혜적 대상으로서의 여성 정책참여 주체로서의 여성

추진체계 여성정책담당부서 전 부서

정책단위 중앙정부 중심 지방정부 중심

여성참여 - 동반자 등 여행거버넌스 체계 구축

2. 여행프로젝트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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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하는 일차적인 대상이 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도시가 대부분 남성 중심의 생활환경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여성이 도시공간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고 불안한 부분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행프로젝트는 여성의 일상적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도시 여성정책 을 수립하고 도시공간 활용에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하였다는 의의를 갖는다. 아 울러 여행프로젝트는 기존 여성정책의 영역을 사용권 제고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도시정책 참여권(right to participate)으로 확대하여 보다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여 성친화 도시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4. 여행프로젝트와 도시 공공시설

서울시가 여성들이 도시 생활에서 느끼는 불만 사항을 조사한 결과 공중화장실 이용, 대중교통과 운전, 주차를 가장 불만족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도로, 공공화장실, 주차장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시설관리 기준을 마련 하여 여성의 관점에서 불안, 불쾌, 불편한 요소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여성친화적 도시시설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성친화적 요소 를 가진 시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친화 의 도를 가지고 여러 부서나 기관에서 단편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에 대하여 일정기준 을 제시할 필요성도 있다. 이를 위하여 새로운 시설을 마련하는 경우나 기존 시설 을 개·보수할 때 지침이 될 수 있는 기준을 여성친화적 측면에서 제안할 필요성 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목적하에 여성친화적인 화장실과 주차장시설 가이드라인 에 대한 연구와 시설인증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다.

여행(女幸)프로젝트 시설가이드라인과 인증프로그램

1. 여행프로젝트 시설 가이드라인

여행 시설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은 여행프로젝트 취지에 따라 여성친화적 인 도시환경의 조성과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정착을 목표로 설정되었다. 그리 고 이와 같은 기본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세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여성 친화적 이슈를 모색하였는데 이미 여행프로젝트의 개념에서 언급한 바와 같 이 시민거버넌스 활동을 통하여 도시 속 여성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지

적된 3不, 즉 불편, 불안, 불쾌 요소의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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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위하여 바닥의 마감재를 규정하며, 친환경적인 재료선 택이나 미적인 디자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항목들이 새로운 공공시설 의 설계지침 역할을 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도시민을 고려하는 설계기법이 공공시 설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 여행주차장 가이드라인

여행주차장에도 5가지의 필수항목이 선정되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여성을 위한 주차구획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안전하게 관리되고 출 입이 용이한 곳에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주차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다. 이 외 에도 지하주차장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 등을 감안하여 주로 안전과 관련된 항목이 필수로 지정되어 있다.

여행주차장의 선택항목에는 여성우선주차장의 설치는 물론 고령운전자나 노 유자 동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임시 정차시설과 접근로 확보 등, 사용자 측면

<표 4> 여행(女幸)화장실 가이드라인(필수항목)

구분 가이드라인 평가항목

편의 여성편의화장실의 양적 확보 단위부스의 설치 개수

어린이를 위한 시설 설치 남성과 여성 화장실 내 어린이용 시설 확보

배려

여성편의화장실 공간 계획 휴게공간 확보(간이 화장대 공간)

여성편의시설 설치 세면기 주변 선반이나 걸이, 여성용품 비치대 설치

안전

방범 및 경보시스템 화장실 내부 비상벨 설치

주·야간 적정 조도 유지 화장실의 위치별 주야간 적정 조도 확보 안전한 단위부스 출입문 설치 바닥에서 적절한 틈새 확보

<표 5> 여행(女幸)주차장 가이드라인(필수항목)

구분 가이드라인 평가항목

편의 여성우선주차장제 도입 여성우선 주차구역의 설치대수

주차장 출입의 용이성 및 주차구역의 접근성

안전

방범 및 경보시설 설치 지하층 주차구역 내 CCTV 및 비상벨의 설치

지하층 여성우선 주차구역의 음성전송장치장착 CCTV 설치 주야간 적정 조도 유지 주차장의 조도 및 야간조명 확보

여성우선 주차구역의 조도 및 야간조명 확보 지하주차장의 시야 확보 지하주차구역 내의 시야 확보

여성우선 주차구역 주변의 시야 확보 쾌적 쾌적한 지하주차장 조성 충분한 채광, 환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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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여행시설의 인증은 그 특성상 공공이 제공하는 공용시설을 대상으로 시작되 었으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민간이 운영하는 도시시설 전반으로 자발적인 확대 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맺음말

지난 수세기를 거치며 여성들은 역사의 부침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다. 변 화된 내용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며, 여성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다분히 남성들에 의해 주도된 변화의 부산물이기에 여 성들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여성친화 개념의 도입이 남성 에 대한 역차별로 오해되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즉 여성의 자기주도적 역할 이 없는 변화이기에 결과에 대한 만족도나 체감도는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여 성이라는 구호만 지나치게 강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때에 서울시에서 여성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다분히 남성들에 의해 주도된 변화의 부산물이기에 여 성들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여성친화 개념의 도입이 남성 에 대한 역차별로 오해되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즉 여성의 자기주도적 역할 이 없는 변화이기에 결과에 대한 만족도나 체감도는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여 성이라는 구호만 지나치게 강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때에 서울시에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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