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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 수요

한국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변화, 안전한 농식품을 요구하는 소비 동향에 따라 여성농업인에 대한 인식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인구의 도시로의 유출은 농업인구의 감 소로 이어지고 농업 노동력과 후계자 부족 현상이 연달아 나타났다. 그에 따라 농업 보조자에 머물렀던 여성농업인을 농업 노동인력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아가 농업의 범위가 생산 이외 농산물 가공, 판매, 농업·

농촌 체험·관광으로 확대됨에 따라 농업 분야의 새로운 사업의 주체로 여 성농업인을 인식하고 농업 경영인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림 2-3. 농업 환경변화와 생산·소비의 현상

자료: 필자 작성.

2.1. 노동인력에서 경영인력으로 인식

1970년대 산업화 이후 농업·농촌 인구는 산업인력으로 대거 유출되며 농업 노동력 부족이 문제가 되었다. 부족한 농업노동력을 보완하는 측면에 서 그동안 농업 보조인력에 불과했던 여성농업인을 중요한 노동인력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980년대에도 농업인구의 유출이 계속됨에 따라 농업을 가업으로 이어 갈 후계자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1980년대는 벼농사 중심의 전통 농업에서 기계 및 시설을 이용한 고소득 작목으로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농 업소득의 불안정성이 크고 도시가계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으 로 인해 젊은 층일수록 농업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 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농촌생활을 기피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심했고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사회화되기까지 하였다. 그 당시 여성농 업인이 된다는 것은 힘든 육체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농업 노동인력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9년 GATT의 BOP조항 졸업, 1992년 UR협상 타결, 1994년 WTO 발족 등 농산물시장의 개방화로 농업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 운 농가경영체가 발생하며 탈농이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농업인구는 급속 한 고령화가 진행되었다. 그로 인해 1990년대는 농업 노동인력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농업경영을 유지할 경영인까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에 남아 있는 여성농업인을 단순한 농업 노동인력 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농업경영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영인력으로 보 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여성농업인이 가진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경 영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강구되기 시작하였다.

사실 농가경제에서 여성농업인의 경영 참여는 줄곧 증가하고 있었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고 1990년대 이후 농가경제의 존 립조차 위태로운 상황이 되자 농업경영을 유지하는 데 여성농업인의 경영 능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2.2. 농업의 6차산업화 주체로서 여성농업인

여성농업인에 대한 인식 변화의 두 번째 요인은 1990년대 이후 개방화 농정이다. 개방화 농정은 농업 생산에 시장 경쟁력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 응하기 위해 농가는 규모화, 전업농 등 효율성 추구 농업 경영으로 개편하 거나 고품질 추구 등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입농산물보다 경쟁력이 없는 작목은 생산을 포기하며 다른 작목으로 전 환하며 수익성을 추구하였지만 빈번한 가격폭락으로 생산비마저 보상받지 못한 농가가 속출하였다.

예를 들면 수입되지 않거나 국내산 품질 경쟁력이 우수한 채소, 과일, 축 산물 등은 자급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콩, 밀, 옥수수 등은 거의 전적 으로 수입에 의존하므로 2013년 곡물자급률은 22%에 불과하다. 효율성 추 구 농업경영이나 고부가가치 농업은 지역농업의 특성과 품목의 다양성을 잃게 한 요인이었고, 그 결과 농업 생산의 지역별 편차 및 작목별 불균형 은 심화되었고, 식량자급률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한편, 고소득 작목은 경쟁이 격화되어 가격불안정에 노출되고 2006년 이 후 농업투입재 가격상승과 국내외 농산물 가격파동의 영향으로 규모화, 전 업농의 경우도 농업경영은 점점 더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즉 농업 생산 만으로 안정적인 농업소득을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농업경영체는 농업 생산 이외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 안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방법이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 농산물 가공이나 교육농장·농업체험 등의 농업·농촌 관광 등 농업의 6차산업화 진출이다.

특히 농업의 6차산업화는 여성의 속성인 보살핌과 상호배려의 능력을 발휘하여 농산물 가공, 농촌관광, 교육 농장 등 농업과 관련된 연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농업의 6차산업은 여성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이고 그에 따라 여성농업인이 두각을 나타내어 농업생산의 부산물을 활용한 농산물 가공과 소비자와 교류활동 등 농업·농촌 자원의 재인식과 활용을 통해 농 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여성농업인의 활동은 농업생산의 보 조자에서 농업의 6차산업의 주체로 인식되고 농업관련 경영체의 여성 대

표로 활동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3. 윤리적 소비에 대응하는 여성농업인

농산물 소비 부문에서 소비자는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값싸고 다양한 수 입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한편, 농산물의 장기간 수송에 필요한 농약, 첨 가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에 노출되었고 사회문제화됨에 따라 먹을거리 의 안전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는 친환경농산물을 선 택하거나 식품 첨가물을 꼼꼼히 살피고 대량 생산된 가공식품보다 식재료 의 안전성을 믿을 수 있는 가공업체를 찾는 경향이 커지며 농업인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직거래가 증가하며 최근에는 로컬푸드를 추 구하는 직판장과 제철꾸러미 택배도 인기를 얻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농업과 농촌에 대해서도 새 로운 관점으로 접근하여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나 민족의 식문화 를 올바로 알고 싶어 하는 욕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이 농업·농촌 체험 이나 교육 농장 등에 수요 증가로 나타나고 농가에서 직접 가공한 가공식 품의 구입 등 농업의 6차산업화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최근 소비자는 안전한 먹을거리 추구에서 나아가 생산의 바람직한 모습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농업생산에서 아동노동 착취를 금지하거나 가 격의 공정성 외에도 생산자 수취가격이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정무역 등 생산자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를 추구 하는 경향이다.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는 산업화 시기에 소비자의 권리라고 했던 값싸고 질 좋은 품질이 허구였음을 깨닫고 식생활의 사용가치는 생명유지를 위한 안전성이 기본이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의 생활이 유지되어야 함을 인식 한 것이다. 이는 곧 생산자 개개인의 생활이 유지되어야 지역이 유지되고 지역농업이 지속되어야 먹을거리의 안전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는 우리 농업에도 나타나며 이에 대응할 농업의 주

체로 여성농업인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부터 다양한 도·농교류가 있지만 관계의 지속성이 문제인데, 지속적인 도·농교류가 있는 곳엔 여성농업인이 손님맞이에 정성을 들이고 지역 먹거리를 나누며 상거래 외에도 인격적인 교류가 있는 경우였다. 도·농교류에서 대다수 소비주체가 여성과 아동이므 로 이들에 대한 서비스가 가능한 여성농업인이 소비자 수요에 적합한 서비 스 제공도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여성농업인이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에 대 응할 여건을 갖추는 것이 과제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안전한 먹을거리와 경제성을 고려한 생산방법으로 인격을 교류하며 거래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질과 적정한 가격에 더해 소비자의 요구 를 적절히 파악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문성이 여성농업인에게 새로운 경영능력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림 2-4. 농업 생산·소비와 여성농업인 정책 수요의 변화

자료: 필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