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소비자보호법에서 소비자기본법으로 명칭이 변경된 배경에는 소비자 정책의 변화에 있었다. 즉, 단편적인 소비자 보호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행 동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소비자 주권으로 전환이 필요했다.94) 따라서 소비자기본법은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소비자상을 전제로 하여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거래의 당사자로서 시장경제에서 경제적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95) 하지만 소비자의 특성상 여전히 사업자와 대등한 관계라고 볼 수 없어서, 소비자 주권이라는 개념에 경도 되어 소비자의 자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소비자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96)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하고 있는 ‘일반적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과 ‘품목별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은 기본적으로 품질보증에 관한 사적 자치의 한 계를 드러나게 한다. 더욱이 이에 대하여 사업자에게는 지나친 규제여서 시급히 폐지되어 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97)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에 의한 사적 권리실현이 어려워, 오히려 공적 집행에 힘입어 피 해를 예방하거나 피해 발생 및 확대를 막고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다음과 같은 판례의 경향에서도 품질보증법제의 미비로 인한 소비자의 권리 확보와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합성 교감신경흥분제인 페닐프로판올아민 함유 일반의약품인 감기약 콘택600의 포장 지에 제조자가 기재한 보상 관련 문구인 “본 제품은 재정경제부 고시에 이거 보상을
93) 공정거래위원회, 앞의 보도자료.
94) 이병준, 현대 시민사회와 소비자계약법, 집문당, 2013, 46쪽.
95) 송오식, 소비자법,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iii쪽.
96) 위의 책.
97) 김진우, “소비재매매계약에서의 품질보증제도의 입법론”, 홍익법학 제17권 제4호(2016), 308~309쪽.
받을 수 있습니다”는 위 감기약의 소비자와 제조자 사이에 보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 을 경우, [옛] 소비자보호법 및 그 하위 법령 등에서 정한 절차와 보상기준에 따라 피해 구제를 청구할 수 있음을 안내하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제조자가 소비자들에게 위 감 기약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하고 사고 발생 시 무과실책임을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 52287 판결).98)
관련법제 사이의 역할 정립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공적 집행 중심의 규제 체계가 사적 집행의 역할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99) 숙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제2절 민법상 품질보증의 현황과 과제
민법은 기본적으로 소비자 자신이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민 법 중에서도 계약상 재산관계를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채권편에 대하여 현재 2009년 2월 출범한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에 의해 2013년 8월 1일에 최종적인 개정시안이 공개 적으로 출판되었다. 특히, 그 사이에 보증계약에 관한 부분은 공청회를 거쳐 입법이 예고 되었고, 2015년 2월 3일에 관련조항이 신설 또는 삭제되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보증은 일반적인 채권채무 관계에서 인적담보수단에 의한 보증인의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 고, 품질보증에 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소비자 물품에 대한 품질보증의 내용은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는 이상, 우선 사업자(품질보증인)의 의사표시 또는 관련광고의 해석에 의하여 정해져야 한다. 앞에 소 비자기본법 등의 법제적 과제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음의 타당한 판례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사적 집행에 의한 소비자의 권리 확보와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
98) 박수영, 소비자법해설, fides, 2016, 40쪽 재인용.
99) 신영수, 표시․광고의 규제: 이은영 편저, 소비자법, 박영사, 2013, 146쪽.
매수인이 외국제조자가 만든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매도인으로부터 자동차를 매수 하여 인도받은 지 5일 만에 계기판의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는 하자가 발생하였음을 이 유로 매도인 및 제조사를 상대로 신차 교환을 구한 사안이다. 원심은 제조자가 매수인 에게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의 이행을 묵시적으로 보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조자가 품질보증서에서 정한 구체적 내용을 넘어서 매도인이 부담하는 민 법상의 완전물급부의무를 보증하려는 의사로 이 사건 품질보증서를 작성․교부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72582 판결>100)
위의 판례에서는 문제된 품질보증서에 부품을 무상으로 수리 또는 교환해 준다는 언급 이 있을 뿐, 신차 교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또한 사실관계에서 제조자가 매도인의 법정하자담보책임을 인수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러한 하자담보책 임에 따른 완전물급부청구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효하게 제조자에 의한 품질보증이 있었다고 판단되었다.
현행 민법에서는 품질보증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사례에 서 소비자의 권익은 법률행위의 해석과 판례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제조자에 의한 품질보증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조자에게 제3자를 위한 계 약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고, 소비자에게 계약상 성립된 품질보증에 따른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적합성 원칙과 연계하여 기본적으로 완전물급부의 실현 가능성도 검토가 요구된다.
100) 김진우, “소비재매매계약에서의 품질보증제도의 입법론”, 홍익법학 제17권 제4호(2016), 305~306쪽 편집 및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