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소득계층별 주거분리가설과 가구책임가설

통근시간과 결정 요인 <<

1. 소득계층별 주거분리가설과 가구책임가설

수많은 해외 선행 연구들이 통근시간 결정 요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 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왔다. 일례로 Giuliano(1998)는 로스앤젤레 스(Los Angeles) 지역의 높은 수준의 통근시간이 남성, 고소득, 자가 소 유, 25-50세, 대중교통수단 이용, 종사상 지위(임금근로자 가운데에서는 풀타임, 취업자 가운데서는 임금근로자)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통근시간 결정 요인과 관련하여 그간의 선 행 연구가 특히 주목한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주거지 결정과 통근시간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가”이다.

Alonso(1964)는 ‘주거비용’과 ‘통근비용’을 중심으로 경제학의 효용 극대화 관점에서 주거지 결정 과정을 이론화하였다. 그에 따르면 도시 가 구는 주거지를 결정할 때 주거비용과 직장과 주거지 사이의 교통비용 간

상충관계(trade-off)를 고려하는 과정을 통해 가구 효용을 극대화하는 주거지를 선택한다고 주장하였다.

인구가 고정되어 있고 가구 소득이 동일한 단핵도시에서 모든 직장이 도심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상황에서 주거지가 도심에서 멀 어지면 통근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가구들은 도심 가까운 곳에 거주하 기를 선호하게 된다. 그 결과 도심 부근 토지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어 도 심 부근 토지의 지대가 상승한다. 이는 주택개발 사업자로 하여금 토지 공급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자본 투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게 함으로써, 도심 부근의 토지 단위 면적당 주택 밀도가 외곽 지 역보다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 가구는 통근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심 부근의 면적이 좁고 임대료가 비싼 주택에 거주할 것인가 아니면 교 외 지역의 넓고 싼 주택에 거주하면서 높은 통근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라 는 주거지 결정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도심 부근에 거주할 경우 발생하는 낮은 통근비용과 높은 주거비용, 교외 지역에 거주할 경우 발생 하는 높은 통근비용과 낮은 주거비용이라는 상충관계를 고려하여 가구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주거지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전명진, 안현주, 2016, p. 26).

Alonso(1964)의 주거입지론은 Muth(1969)에 의해 더욱더 정교하게 발전되었는데, 이러한 이론적 체계에 기초하여 상당수의 주거입지론자들 (Alonso, 1964; Muth, 1969; White, 1986; Benito & Oswald, 2000)은 Solow(1973)의 소득계층별 주거분리(income segregation) 가설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을 펴게 된다.

이들에 따르면 소득 증가는 두 가지 상반된 경로로 통근시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통근비용에 대한 (-)의 소득탄력성이 그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그러한 소득의 주 원천인 일자리에 가까이 위치하여 통근비용

을 줄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므로, 그러한 일자리에서 먼 곳보다는 가능 한 한 근접한 장소에 주거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반면 양질의 주거환경 소비에 대한 (+)의 소득탄력성도 작용한다. 소득의 증가는 양질의 주거환 경을 추구하는 소비욕구로 이어져 넓고, 쾌적하며, 지대가 낮은 도심 밖 으로 이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떠한 소득탄력성이 반대 방향의 소 득탄력성을 압도하느냐에 따라 주거 입지가 선택되고 이에 따라 통근시 간의 길이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부유한 계층(the rich)은 주거 소비 에 대한 소득탄력성이 통근시간에 대한 소득탄력성을 압도하여 주거비용 이 낮은 도심 밖(suburban)에 거주하는 반면, 통근시간에 대한 소득탄력 성이 주거비용에 대한 소득탄력성을 압도하는 빈곤계층(the poor)은 도 심 중심(urban centre)에 위치하는 소득계층별 주거분리(income seg-regation)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8)

통근시간 결정 요인과 관련하여 해외 선행 연구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 는 두 번째 주제는 ‘왜 여성은 남성보다 통근시간이 짧은가’이다.

가구책임가설(Household Responsibility Hypothesis)을 지지하는 연구들에 따르면 기혼여성은 기혼남성에 비해 가계생산 및 돌봄에 관한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통근시간이 짧은 일자리를 선택한다(Turner &

Niemeier, 1997). 더 나아가 ‘직장 일보다는 가정’을 우선하는 여성의 역할이 사회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직장 일’을 위 해 여성이 긴 통근시간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 통근 시간이 짧다는 주장도 존재한다(Tkocz & Kristensen, 1994).

이러한 가구책임가설에 기초하여 성별 통근시간 격차를 실증한 해외

8) 물론 이들 주거입지론자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연구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대표적으 로 Wheaton(1977)은 고소득계층이 저소득계층에 비해 넓은 토지를 소비하는 반면 높은 통근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넓은 토지 수요에 대한 소득탄력성과 통근비 용에 대한 소득탄력성이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소득에 따른 주거분리 현 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행 연구들은 상당수 존재한다. Ericksen(1977)은 자녀의 나이가 어릴 수록 기혼여성의 통근시간이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하였으며, Fagnani (1983)는 (아동) 자녀의 수가 많아질수록 파리(Paris) 기혼여성의 통근 거리가 짧아진다는 결과를 관찰하였다. (아동) 자녀의 수와 3살 이하의 자녀 존재 여부가 기혼여성의 통근시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Madden(1981)은 가구 내 가사노동 분업 구조가 임금이나 일자리 특성 보다 기혼여성의 짧은 통근시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하 였다. Preston, Mclafferty와 Hamilton(1993)은 (아동) 자녀의 나이와 존재 여부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 여성의 통근시간을 감소시킨다는 현상을 관찰하였고, Singell과 Lillydahl(1986) 역시 (아동) 자녀의 존재 여부가 여성의 통근시간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관찰하였다.

남성에 비해 짧은 여성의 통행시간을 가구책임가설 이외의 요인에 기 초하여 해석한 연구들도 존재한다. Madden(1981)은 비록 (아동) 자녀의 수나 3살 이하의 자녀 존재 여부보다 상대적인 영향력은 작지만 남성에 비해 적은 여성의 임금수준 역시 여성의 통근시간을 짧게 만드는 주요인 임을 관찰하였다. 즉 긴 통근시간을 보상할 만큼의 높은 임금수준이 여성 에게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은 낮은 임금수준으로 인내할 수 있는 (tolerable) 짧은 통행시간이 요구되는 직장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 다. 이러한 주장은 임금수준과 양질의 근로 조건 사이의 음(-)의 관계를 설명한 보상격차가설(compensating wage differential hypothesis:

Brown, 1980; Eberts & Stone, 1985)에 기초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Benson(2014)은 전통적인 산업인 제조업 일자리가 여성이 상대 적으로 선호하는 서비스업 일자리에 비해, 전통적인 직업인 장치·기계조 작·조립 직무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사무·서비스·판매 직무에 비해 도심 밖에 위치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특정 산업 혹

은 직업에 대한 선호의 성별 차이(gender difference in preference)에 의해 여성의 통근시간이 남성에 비해 짧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