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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노동과 자녀 돌봄노동시간의 부담

3. 간접 돌봄노동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데 쓰는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 내외라는 사실 에 수긍할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씻기고 가르치고 놀 아주는 등의 행동 이외에 일상생활 전반에서 자녀가 있기 때문에 시간 제 약을 경험한다. 자녀가 있기 때문에 외출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자녀가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요구하는 책을 보는 대신 TV를 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생활 전반의 돌봄노동 부담을 측정하기 위하여 ‘간접 돌봄 노동’을 분석했다. 부모가 행동을 ‘함께한 사람’이 10세 미만 자녀인 시간 사용을 간접 돌봄노동으로 정의하고 소득계층별로 분석했다. 즉 부모가 직접 돌봄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을 자녀와 함께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쓰는지 분석한 것이다.

먼저 맞벌이 가구를 살펴보자. 주중과 주말에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 을 보낸 간접 돌봄시간에 소득계층별 격차가 존재했다. 주중에는 맞벌이 가구 남성과 여성 모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자녀 와 함께해야 했다. 저소득층 남성은 49.8분, 중간소득층 남성은 41.2분, 고소득층 남성은 36.5분을 자녀와 함께했다. 이는 주중 고소득층의 유급 노동시간이 길어 부모가 가정에 부재하는 시간이 저소득층보다 더 길기 때문이거나, 주중에 자녀 사교육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장시간 이루어져 자녀가 가정에 부재하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주말에는 이 와 반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 남성과 여성은 저소득층이 고 소득층에 비해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주말에 저소득층 계층 의 유급노동과 직접 돌봄노동시간이 길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홑벌이 가 구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주중과 주말에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성격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에서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를 살펴보았다. 가구 형태와 상관없이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활동 영역은 식사하기나 목욕하기 등 ‘개인 유지’, ‘가사노 동’, ‘교제 및 여가’활동이다. 맞벌이 가구에서 각 소득계층은 주중이나 주말에 이러한 활동에 자녀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자녀와 함께 보내는 총 간접 돌봄시간이 길었다. 맞벌이 가구에서 저소득층은 고 소득층보다 주중에 이러한 활동에 자녀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고, 주말 에는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이 이러한 활동에 자녀와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았다. 앞서 분석에서 드러났듯이 주말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직접 돌봄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지만, 고소득층은 직접 돌봄노 동 대신 간접 돌봄노동의 형태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길게 나 타나고 있는 것이다.

<표 4-13> 자녀와 함께한 시간 교제여가 67.5 100.1 124.8 139.6 140.8 141.7 88.0 112.2 103.9 117.1 143.6 135.9 합계 151.0 240.6 221.3 263.0 269.0 286.9 186.7 253.1 234.6 290.9 285.8 309.5 자료: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2014년 원자료.

과 여성은 다른 계층보다 적지 않은 시간을 직접 돌봄노동을 했지만, 다 른 계층의 간접 돌봄노동이 더 길어서 총돌봄노동시간은 가장 적게 나타 났다. 간접 돌봄노동 가운데 교제와 여가는 부모의 시간과 금전 지출이 필요한 것이라고 볼 때, 저소득층의 소득빈곤 상황은 부모가 직접 수행해 야 하는 돌봄노동시간은 다른 계층보다 길지만, 소득지출이 동반되거나 부모에게 여가문화적 성격일 수 있는 간접 돌봄노동시간은 중간소득층이 나 고소득층에 비해 짧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남성 홑벌이 가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난다.

[그림 4-5] 자녀 1인 가구의 직접 및 간접 돌봄노동시간

부모가 어떠한 활동을 할 때 자녀를 동반하는 것은 다차원적 의미와 경 험을 가진다. 어떠한 활동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대체서비스 구입을 할 수 없어 전적으로 자신들이 보호해야 하는 ‘노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활동은 자녀와 함께해서 더욱 즐겁고 유의미한 여가 활동이나 양질의 가족시간(family time) 성격을 띨 수도 있다. 생활시간 조사 자료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의 성격을 명백히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소득계층별로 부모의 각 활동 가운데 자녀가 동반된 시간의 비 중을 살펴봄으로써 그 실태를 파악했다.

먼저 맞벌이 가구를 살펴보면 각 활동의 전체 시간 가운데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단연코 교제여가활동이다. 개인의 자유 시간이기 때문에 유급노동과 같이 상사나 동료의 눈치가 있거나 자녀를 동반하는 데 공간적 제약이 거의 없다. 특징적인 것은 맞벌이 가구에서 주중의 교제여가시간 가운데 저소득층 여성이 중간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여성보다 더 높은 비중인 24.3%를 자녀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다른 계층 여성에 비해 저소득층 여성은 자녀 없이 순수하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교 제나 여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면 주말에는 교제여가와 더불어 가사노동활동에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 비중이 대체로 높게 나 타나고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가사노동활동에 자녀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쇼핑과 같이 가족이 함께하는 활동에 남성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 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는 저소득층 여성이 다른 계층 여성에 비해 교제여가에 자녀를 동반하는 비중이 낮다. 중간소득층 이상에서 교제여 가시간을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 인다. 저소득층 남성의 경우 교제여가에 자녀를 동반하는 시간 비중이 낮 아,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단란한 가정의 문화적 실천에 서 저소득층은 다소 벗어나 있음을 시사한다.

<표 4-14> 시간 사용 범주별 시간 대비 자녀와 함께한 시간 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