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산업론의 기반으로서 坤道의 재해석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61-67)

1) 義와 仁術로서의 산업

일수에 있어 ‘산업’은 땅의 도리를 상징하는 곤도(坤道)를 이론적 배경으 로 한다. 당시 일반적으로 땅 보다는 하늘을, 곤도보다는 건도를 중시하던 경향30)과는 다른 것이다. 일수는 인륜에 대해 산업의 가치, 특히 ‘산’의 중 요성을 재인식한 것처럼, 건도에 대한 곤도의 중요성을 재해석해낸다. 그에 있어 인륜은 건에, 산업은 곤에 속한다. 곤도는 건도의 계승이자 완성이며, 건의 자연한 인정(仁情)을 가다듬어 바르게 실현하는 인술(仁術)이다. 역 학적 관점에서 천지가 만물을 살리려는 생의(生意)를 인(仁)으로, 이를 구 체적으로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과 행위를 의(義)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일수 는 이러한 인(仁)을 천도(天道)로, 의(義)를 지도(地道)로 파악한다. 「계사 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천지의 큰 덕을 생(生)이라 하고, 성인(聖人)의 큰 보물을 지위[位]라 한다.

무엇으로 지위[位]를 지키는가? 인(仁)이다. 무엇으로 사람을 모으는가? 재물이 다. 재물을 다스리고[理財] 말씀을 바로 잡으며[正辭] 백성이 그릇된 일을 함을 금하는 것[禁民爲非]을 의(義)라고 한다.

일수는 위 「계사전」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사람을 모으는 것은 권(眷)이요, 재물을 다스리는 것은 교토(敎土)요, 말씀을 바로 잡는 것은 예위(禮威)요, 백성이 그릇된 일을 함을 금하는 것은 법(法)이니 모두 삶을 보호하는 일이다[衛生之事]. 그러므로 육장(六掌)은 산업육사에 해 당한다.31)

30) 「계사전」 상 1장에서는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건과 곤이 정해지고, 낮음과 높음으 로 진열되니 귀함과 천함이 자리한다.[天尊地卑, 乾坤定矣, 卑高以陳, 貴賤位矣]”라 하여 하늘과 땅의 물리적 높낮이를 귀천의 가치와 연결해 서술함을 볼 수 있다. 이 구절 은 건도를 높은 것으로 숭상하는 근거가 된다.

「계사전」에서는 ‘재물을 다스리는 것’ ‘말씀을 바로잡는 것’ 백성이 그릇된 일을 함을 금하는 것’을 의(義)라 하였고, 일수는 이러한 의(義)를‘산업육사’

로 풀어낸다.32)산업육사는 인륜구도의 인(仁)에 대하여 의(義)로 규정되는 것이다. 일수는 “인(仁)은 인륜이요, 의(義)는 산업이다. 인륜과 산업은 천지 와 더불어 함께 병립된다.”33)라 한다. 의(義)는 인(仁)과 단순히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인을 행하는 방법[所以爲仁], 인을 돕는 방법[所以輔仁]이 라는 뜻을 지닌다.34) 일수는 인륜과 산업을 인의(仁義)로 파악한다.

(인륜)구도는 곧 솔성(率性)의 도로서 이른바 ‘인이란 사람다움이다[仁者仁 也]’에 해당하고, 육사의 사(事)는 곧 도(道) 가운데의 사(事)로서 이른바 ‘의란 알맞음이다[義者宜也]’에 해당한다.35)

인과 의는 근원이 다른 것이 아니며, 의가 인을 적절히 조절하고 완성하 는 의미를 지닌다. 뺷중용뺸에서는 “의는 알맞음이다[義者宜也]”라 하여 의 (義)의 본질이 ‘알맞게 함, 마땅하게 함’에 있음을 말한다. 즉, 산업은 인륜 인 인정(仁情)을 적절히 조절하여 중도를 구현함으로써 알맞고 마땅하게 실현하는 것이다. 사업을 완수하는 의(義)로서 곤도는 다시 인술(仁術)의

31) 뺷心性錄뺸 第一上部, 8面 : 繫辭傳曰 天地之大德曰生, 聖人之大寶曰位. 何以守位 曰仁, 何以聚人曰財. 理財正辭禁民爲非曰義. 聚人者眷也, 理財者敎土也, 正辭者 禮威也, 禁民爲非者法也. 四節皆衛生之事, 故 六掌當産業六事.

32) 「계사전」과 일수의 주장을 표로 비교해 보면 그 특징이 보다 명확해진다.

繫辭傳 理財 正辭 禁民爲非

心性錄眷敎土 禮威

養民 敎學 法制

33) 뺷心性錄뺸 第二中部, 93~94面 : 仁是人倫, 義是産業, 人倫産業, 與天地幷立.

34) 송대의 王宗傳은 “仁은 덕의 작용이고, 義는 仁을 돕는 것이다[仁, 德之用也; 義, 所 以輔仁也.]”라 하고, 朱震은 “義는 仁을 이루는 방법이니 근본이 둘이 아니다[ 不仁不 足以參天地, 義所以爲仁非二本也]”라 함을 볼 수 있다.

35) 뺷心性錄뺸 第一上部, 44面 : 蓋九道之道, 卽率性之道 而都是仁情, 所謂仁者人也.

六事之事, 卽道中之事, 而都是仁術, 所謂義者宜也.

九道 六事

導生之道 衛生之事

仁情 仁術

生氣․自然 造化․敎養

人倫 産業

개념으로 정립된다.

동하고 발하여 인정(仁情)이 되는 것은 양(陽)이 하는 것이요, 고요히 생각하 여 인술(仁術)이 되는 것은 음이 하는 것이다. 양은 낳고[生] 음(陰)은 이루어서 [成] 만물이 결실하게 되며, 정(情)은 낳고[生], 술(術)이 이루어서[成] 일[事]이 결과를 거둔다.36)

인정(仁情)이란 어떤 일을 하려는 욕구이며, 인술(仁術)은 그 욕구를 이 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이루어가는 행위이다. 예컨대, 어떤 물건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인정’이고 이를 위해 순서를 짓는 것은 ‘인술’이다. 또한 먹고 마시려는 마음,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것을 위한 순서를 짓게 된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은 ‘인정’으로서 양(陽)이 되고, 순서짓는 것은 ‘인술’로서 음(陰)이 하는 일이니, 이것이 바로 조화(造化)이다. 일수는

‘인정’이 ‘생기(生氣)’와 ‘자연(自然)’이라면, 인술(仁術)37)은 ‘조화(造化)’와

‘교양(敎養)’이라고 정의한다.38)

‘구도’의 생기는 반드시 ‘육사’의 조화작용을 통하여 구체화된다 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수의 인 정인술론은 역의 생생지도로 귀 결된다. 일수는 인정(仁情)이란

36) 뺷心性錄뺸 第四右翼, 180~181面 : 動發而仁情者, 陽之爲也; 靜思而仁術者, 陰之爲 也. 陽生陰成而物實, 情生術成而事果矣.

37) ‘仁術’이란 용어의 연원을 살펴보면 뺷孟子뺸에서 언급이 있다. 맹자는 梁惠王이 釁鐘 을 위해 소 대신 양으로 바꾸도록 한 처리법을 ‘仁術’이라 명명하고 있다. (뺷孟子뺸 梁惠 王 上 : 曰無傷也 是乃仁術也 見牛未見羊也) 일수의 사유법에 따른다면 양혜왕이 일 으킨 측은지심은 自然한 生氣로서 仁情이 될 것이고, 그러한 측은지심이 구체적 행위 로 나타나 양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 ‘造化’의 작용으로서 仁術이 될 것이다.

38) 뺷心性錄뺸 第七本原 : 仁情者, 生氣也. 仁術者 造化也. 여기에서 敎養이란 敎學과 養民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나와 남을 살리는 정(情)이며, 인술(仁術)이란 나와 남을 살리는 술[仁情者, 生己生人之情, 仁術者, 生己生人之術]39)’이라 하는 것이다. 또 그는 인륜 을 ‘삶을 이끄는 큰 도[導生之大道]’로, 산업을 ‘삶을 가꾸는 큰 일[衛生之大 事]’이라 함을 볼 수 있다.40)이와 같이 일수가 그의 인륜산업, 인정인술론을 통하여 추구한 인(仁)의 실현이란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나와 남을 살림’

임을 알 수 있으며, 여기에 생생(生生)의 철학으로서 역학(易學)의 의의가 발휘되는 것이다.

2) 산업육사의 구조와 내용

산업육사라는 개념은 중층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먼저 ‘육사(六事)’라고 할 때 숫자 6은 노음수로서 곤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인륜이 9로 상징되 는 건도에 속하는 것이라면, 산업은 6으로 상징되는 곤도에 속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 육사는 산업에 해당하는 구체적 여섯 조목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여섯 조목이 권․교․토․예․위․법(眷敎土禮威法)으로 이는 뺷서경뺸 의‘주육장(周六掌)’을 본보기로 한 것이다. 일수는 「주서(周書)」<육관(六 官)>편의 체제에 따라 권․교․토․예․위․법을 천관(天官)․지관(地 官)․동관(冬官)․춘관(春官)․하관(下官)․추관(秋官)으로 설명한다. 이 는 <육관>편에 나오는 여섯 관직인 총재(冢宰)․사도(司徒)․종백(宗 伯)․사마(司馬)․사구(司寇)․사공(司空)을 말한다. 여기에서 ‘총재’는 모든 관리를 이끌어 국정의 전반을 관장하고, ‘사도’는 교육을 담당하며, ‘종 백’은 예(禮)를 맡는다. ‘사마’는 군사에 관한 일을 맡고, ‘사구’는 법제를 담 당하며, ‘사공’은 토지와 관련된 업무를 관장한다.41)이 여섯 부서의 책임자

39) 뺷心性錄뺸 第五左翼, 193面.

40) 일수가 말하는 ‘衛生’은 삶을 보호하고 가꾼다는 의미로 쓰인다.

41) 뺷書經뺸, 「周書․六官」 : 冢宰 掌邦治 統百官 均四海. 司徒 掌邦敎, 敷五典 擾兆民.

宗伯 掌邦禮 治神人 和上下. 司馬 掌邦政 統六師 平邦國. 司寇 掌邦禁 詰姦慝 形 暴亂. 司空 掌邦土 居四民 時地利. 六卿分職 各率其屬 以倡九牧 阜成兆民.

들이 그 소임을 다하여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일수가 제시한 육사(六事)의 각 조목은 이러한 육장(六掌)의 정신을 토대로 하여 발전시 킨 것이다. 일수의 ‘육사’와 ‘주육장’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産業六事周六掌 비교분석표

心性錄 書經

六事를 통솔, 아끼고

사랑하여 잊지 않음 率生 天官 冢宰 百官을 통솔, 천하를 균형있게 다스림 자연적 경제 생산의

모태(財貨산출) 植生

(敎土) 地官 司徒 교육을 관장 인공적 문물

(衣, 食, 성곽, 기계) 養生

(土器) 冬官 司空 땅을 관장, 地理를 때에 맞게 일으킴

分數를 지켜 天命을 기다림 定分 春官 宗伯 禮를 관장, 天神․地祗․人鬼를 화합 어느 자리에 처하든 本分을

지켜 仁義를 따르는 修身之術

行分 下官 司馬

軍事를 관장, 强者와 多者가 弱者와 소수를 억압하지 못하게 하여 공평을 얻음 分數에 넘는 일을 미리

禁하여 보임으로써 벗어나지 않게 함

明分 秋官 司寇 나라에서 禁하는 것을 관장, 형벌이전에 미연에 금함

육사는 다시 생산[生]에 관계되는 조목과 분한․법도[分]에 관계되는 조 목으로 나뉜다. ‘산’과 ‘업’은 양지(兩地)에 해당하기에, 육사 또한 생(生)과 분(分)이라는 두 부류의 성질로 구성되는 것이다. 생(生)에 관계된 조목이 셋이고, 분(分)에 관계된 조목이 셋이어서 육사는 ‘삼생’과 ‘삼분’의 양관(兩 關)구조를 지닌다. 관(關)이란 관문의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즉, 산업육 사는 삼생과 삼분이라는 두 관문을 통하여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생’

에 해당하는 것이 권(眷), 교(敎土), 토(土器)이고 ‘삼분’에 해당하는 것이 예(禮), 위(威), 법(法)이다.

<표 2> 六事三生三分表

六事 三生 眷․敎․土

三分 禮․威․法

[産業六事와 周六掌 비교분석표] 에서 알 수 있듯이 ‘삼생’은 경제적 생 산 및 물적 기반의 구축을 말하는 것이고, ‘삼분’은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예제와 법제의 문제이다. 삼생에서 관문이 되는 것은 ‘권’이고, 삼분에 서 관문이 되는 것은 ‘예’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주목할 것은 ‘권’의 위상 이다. 육사에 있어 ‘권’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삼생의 한 조목이고, 둘째, 삼생의 관문(關)이며, 셋째, 육사의 첫 번째 일로서 수위(首位)를 차 지한다. 먼저 ‘권’은 삶을 전체적으로 통섭하는 작용[率生]으로서 교․토 (敎土)의 머리가 된다. 일수는 ‘권’이란 뺷시경뺸에 “하늘이 아래 백성을 돌본 다[天眷下民]”고 할 때의 ‘권’으로, ‘돌보고 사랑하여 잊지 않음[眷然不忘]’

의 뜻이라 풀이한다. 또 돌보고 사랑함인 ‘권’의 구체적 내용을 “노인을 편 안케 하고, 젊은이를 품어주고, 친구들과 신의를 돈독히 하는 것”이라 한 다.42) 이는 뺷논어뺸에 근거하는데43), “노인들을 편안케 하고, 친구 사이를 미덥게 하고, 젊은이들을 품어주고 싶다”는 것은 천지가 만물을 화육하듯 이 그러한 공효가 인간사회에서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44)

42) 뺷心性錄뺸 第二中部, 71面 : 眷者 眷然不忘之義, 而九道十二人 率生之術也. … 故 曰 老者安之, 少者懷之 朋友信之.

43) 뺷論語뺸 「公冶長」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顔淵과 子路가 孔子를 모시고 앉아 있을 때, 孔子가 그들의 포부를 물었다. 그러자, 子路는 “좋은 수레와 좋은 옷을 친구와 함께 쓰다가 망가져도 개의치 않으려 합니다.”하였고, 顔淵은 “내 뛰어남을 자랑하지 않고, 수고로움을 공치사하지 않으려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子路가 孔子의 포부를 묻자, “노인들을 편안케 하고, 친구사이를 미덥게 하고, 젊은이들을 품어주고 싶다”라 답한다. 孔子와 顔淵과 子路의 포부는 모두 나 이외의 타자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그 氣象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자로는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안연은 자신을 사사로운 존재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修己를 중심으 로 말하였으나, 孔子의 경우는 자기 자신을 훌쩍 넘어서 있다.

44) 「公冶長」 25, 뺷論語뺸, 程子註 : 程子曰 夫子安仁, 顔淵不違仁, 子路求仁. 又曰子路

일수는 이러한 ‘만물을 살리는 마음[生物之心]’이 바로 권(眷)이라고 본 다. 이렇게 보았을 때 ‘권’은 다름 아닌 ‘인(仁)’이 구체적으로 발현한 것이 라 하겠다. 천지가 만물을 살리는 마음으로서의 ‘인’이 구체화된 작용이 ‘권’

인 것이다. 육사의 각 조목에는 이러한 ‘권’의 정신이 관류하고 있다. 일수는

‘권’을 인술(仁術)의 근원이라 하는데, 이는 인정(仁情)으로서 인륜구도가 육사의 ‘권’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 ‘권’은 건도의 인정과 곤도의 인술을 하나로 소통시키는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권 이 건곤의 매개점이 되는 까닭은 권’의 실질은 곤원(坤元)과 같기 때문이 다. ‘곤원’은 ‘건원’과 같은 하나의 ‘원(元)’으로서, ‘원’의 내용은 ‘인(仁)’일 뿐이다.45) 인륜을 인정(仁情)이라 하고 산업을 인술(仁術)이라 함에서도 보듯이, 양자는 ‘인(仁)’을 매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며 ‘권’이 그 접점이 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인륜과 산업은 ‘권’을 통해 인(仁)의 생의가 소통 됨으로써 천지합덕의 생생지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일음 일양’으로서 도의 내용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수가 산업을 강조한 궁극적 이유는 인륜과 산업을 함께 고양시킴으로서 전체로서의 생명을 발현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일수의 곤도중심의 산업론은 ‘구체적 삶 속에서 인 (仁)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것이다.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