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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의 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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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 김수영은 생전에 많은 비평적인 관심과 호명을 받은 시인은 아 니었다. 무엇보다 그가 60년대의 시적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전통적 서정파 와 참여파 그리고 현대감각파로부터 비켜서 있으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 적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14)시인에 대한 유의미한 비평적 호 명이 김수영 사후인 1968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 은 이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단속적인 인상평을 넘어 김수영의 시적 세계를 한국시사 안에 자리 매김 시키려는 시도들은 67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진된다. 이에 대한 최초의 사례 는 김현승이 뺷현대문학뺸에 쓴 「김수영의 시적 위치」라는 평문이다. 흥미롭 게도 김현승은 이 글에서 김수영의 시를 우선 순수 / 참여 논쟁 구도 위에 위치시키고, 다시 이를 참여문학의 담론 안에 배치시킨다. 그에 따르면 김 수영은 “다른 참여파 시인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참신한 표현 기술을 가지고 있”15)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시의 현실에 대한 관여 가능성 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른바, 형식적으로는 모더 니즘의 특성을 공유하면서 내용적으로는 현실 참여적인 지향성을 내면화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현승은 “그가 발표하는 어떤 시는 예술파에 속하는 양 보이고, 다른 어떤 시는 참여파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 고, 그러면서 그의 시론은 분명히 참여파를 옹호하고 있다고”16) 판단하면

14) 박수연, 「김수영 해석의 역사」, 뺷작가세계뺸 여름호, 2004, 134면. 물론 일각에서는 그를 참여파라고 일컫기도 하였지만 정작 김수영 자신은 이러한 평가로부터 거리를 취하려 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하였다. 예컨대 그의 대표적인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 뺷전 집2뺸, 399면에서는 그는 스스로가 “시단의 일부의 사람들로부터 참여시의 옹호자라는 달갑지 않은, 분에 넘치는 호칭을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는 단순한 참여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시를 증명하려는 “행동주의자들의 시”(「참여시의 정리」, 뺷전집2뺸, 389면.)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5) 김현승, 「김수영의 시적 위치」, 뺷현대문학뺸 8월호, 1967, 136면.

16) 위의 글, 139면.

서, 김수영의 시적 세계가 순수와 참여라는 양가적인 속성을 모두 내면화하 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무게 중심을 참여 쪽에 두는 방향으로 성장해 갔다 고 평가한다. 말하자면 “모더니스트 시절의 김수영과 그 후 15, 6년 동안의 김수영을 비교하면” 일종의 “시인의 성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 기서 그가 말하는 “그 후”는 다름 아닌 4․19이다. 시에 대한 구체적인 분 석은 누락되어 있으나, 4․19를 경험한 이후 김수영이 리얼리스트로 성장 했다는 김현승의 단평은 김수영에 대한 최초의 독해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 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모더니즘을 극복한 ‘리얼리스트 김수 영’이라는 초상의 초석이 처음으로 다져지는 순간이다.

이듬해 김수영의 갑작스러운 타계를 계기로 김수영 문학에 대한 비평적 애도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리얼리스트 김수영’의 표상은 본격적으로 시사 적인 맥락 위에서 구축된다. 이를테면 김수영이 문학적으로 오랜 친분 관계 를 맺고 있던 뺷현대문학뺸과 더불어 계간 뺷창작과비평뺸은 시인의 갑작스러 운 죽음을 비평적으로 애도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17)뺷창작과비평뺸이 마련한 김수영 특집란에서 김현승은 「김수영의 시사적 위치와 업적」이라 는 평론을 통해 앞서 언급한 김수영의 시적 위치를 한국시사 속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의미화 한다. 그는 한국시를 최재서, 김기림, 김광균 등을 주 축으로 하는 모더니즘 계열, 이상에 의해 처음 출현한 초현실주의 계열 그 리고 서정주와 박재삼 등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한국의 전통적인 시적 계 열로 유형화한다. 그에 따르면 ‘후반기 동인’에서 활동하고 있던 초기의 김 수영은 모더니즘의 계승자에 가까웠다.18)그런데 60년 4․19를 경험하면서

17) 김수영과 계간 뺷창작과비평뺸 사이의 유대 관계에 대해서는 일찍이 최하림에 의해 회고 된 바 있다. 「‘문예영화’ 붐에 대하여」, 뺷창작과비평뺸 여름호, 196; 「참여시의 정리」, 뺷창 작과비평뺸 겨울호, 1967이라는 시평과 영화평을 게재한 것은 물론이고, 시 부문에 있어 서는 간접적으로 잡지의 운용에도 관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백낙청 및 뺷창작과비평뺸 에 대한 김수영의 호감과 관심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최하림, 뺷김수 영 평전뺸, 실천문학사, 2001, 347~350면.

18) 김현승, 앞의 글, 56~57면.

김수영은 초기시에서 보여주었던 모더니즘으로의 경사로부터 점차적으로 벗어나 마침내 “한국시의 정신과 육체의 건전한 발육을, 그의 구체적인 작 품으로써 강조한 사려깊은 시인”19)으로 거듭난다. 김현승에 따르면 이러한 시적 성장은 김수영의 모더니즘적인 형식에 리얼리즘적인 “시의 사상성”20) 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다. 요컨대 모더니즘과 초현실 주의적인 언어 기교를 바탕(형식)으로 마침내 긍정적이고 역사적인 의식 (내용)을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같은 해 뺷현대문학뺸에서 마련한 김수영 특집 평론에서도 이와 비슷한 관 점이 제출된다. 김현승과 마찬가지로 백낙청은 「김수영의 시세계」에서 김 수영의 시적 변모의 행적을 모더니즘으로부터 리얼리즘으로의 전환이라는 틀로 이해한다.21)

뺷달나라의 장난뺸에 실린 서정시들에는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 언어 가, 다른 서정시인들의 그것에 비하면 일상어에 가깝고 복잡성을 포용하는 힘이 크기는 하지만, 아직도 너무 곱고 너무 약하다. 예컨대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로 끝나는 「달밤」만 해도 이것 은 시인의 일부 - 약하고 고운 일부 - 만 담고 있다. 그의 「모리배」하고까지 통하 는 일부, 「폭포」에도 비견할 만한 일부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물론 피로할 때 피로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정직한 것이요 그것을 「달밤」과 같은 달콤한 노래 로 들려주기도 쉽지 않은 것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런 달콤 함이 참을 수 없을 수가 있다. 김수영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중략) 김수영의 김수영의 김수영의 김수영의 시적 김수영의 시적 변모는 대체로 4․19를 계기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김수시적 시적 시적 변모는 변모는 변모는 변모는 대체로 대체로 대체로 대체로 44444․․1919191919를 를 계기로 계기로 계기로 계기로 일어난다고 일어난다고 일어난다고 일어난다고 볼 볼 수 수 있다있다있다있다. . . 김수김수김수김수 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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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위의 글, 62면.

20) 위의 글, 62면.

21) 백낙청, 「김수영의 시세계」, 뺷현대문학뺸 8월호, 1968.

연장선 연장선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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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선 위에 있다.22) (강조는 인용자)

백낙청이 김수영의 첫 시집 뺷달나라의 장난뺸에서 발견되는 설움과 서정성 자체의 현대적 감각을 인정하면서도(“현대에 와서 우리나라의 서정시들이 낡기 쉬운데도 뺷달나라의 장난뺸이 신선하게 읽히는 것도 그 때문”23) “뺷달나 라의 장난뺸에 실린 서정시들에는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 이유도 김수 영의 시 세계를 모더니즘의 극복이라는 맥락 하에서 파악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김수영이 그의 첫 시집에서 “모더니즘적 실험의 유산 과 자신의 서정적 자질을 하나의 독자적 스타일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24)했 다고 평하면서도 그의 서정성이 지나치게 나약하다고 말할 때, 백낙청이 염두 에 두고 있던 것은 4․19 이전부터 김수영에게 영향을 끼쳤던 “모더니즘의 실험을 통해 얻은 유산”이었다. 그리하여 “피로할 때 피로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정직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런 달콤함이 참을 수 없을 수가 있다. 김수영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음이 분명 하다.”라고 덧붙인 것 역시 김수영의 시에 내면화 되어 있는 설움과 소시민 의식을 해석자가 어떤 극복의 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상황’과 ‘어떤 사람들’이라는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비록 당시의 글에서는 상세하게 설명되지 않았지만, 이 표현에 백낙청이 곧 전개하게 될 문학론의 구체적 윤곽이 배태되어 있다 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백낙청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강조 하는 ‘역사적 인식’에 대응된다면,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시대적 조건 속에 서 실질적으로 역사 발전을 담당할 주체 즉 ‘민족’으로 구체화 되기에 이른 다. 이러한 시대 인식과 주체의 구체적 속성에 대해 백낙청은 분명하게 기술 하고 있는지는 않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최소한 김수영이라는 인물이 이러

22) 위의 글, 40~41면.

23) 위의 글, 40면.

24) 위의 글,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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