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복지국가들은 경제사회환경의 변화라는 공통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으 나, 각국 제도의 경로의존성, 사회세력간의 힘 관계 등에 의해 상이한 선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각국 사회적 기업이 어떠한 형태로 대별되는지 살 펴보고자 한다.
1. 사회적 기업의 창출주체
사회적 기업은 누가 설립하는가. 서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 기업 설 립의 실질적 주체는 비영리민간단체(NPO 혹은 ASBL: Associations Sans But Lucratif)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사회적 일자리가 시장에서의 일자리나 공공 부문에서의 일자리와 변별력을 가진 ‘시민사회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강 조하는 이유는 설사 재정적으로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더라도, 그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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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각국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형태
사회적 기업이란 제3섹터 경제조직의 법적 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 서 각국의 사회적 기업은 그것을 규정하는 정책 또는 법률 속에 녹아있는 것으 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90년대 유럽 각국에서 제정된 사회적 기업 관 련 법률을 살펴보고, 그 특징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 이태리는 1991년 유럽에서 최초로 사회적 기업을 법제화하였으며, 구체 적인 법적 형태는 사회적 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법으로 나타나고 있다.
— 벨기에는 1995년 사회적 기업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며, 그 골자는 사회적 목적기업(Société à Finalité Sociale)과 자활지원기업(Entreprise d'Insertion)을 포괄하는 방식, 즉, 본래의 사회적 기업과 노동통합기업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 프랑스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서 2001년 공동체협동조합(SCIC)으로 법 제화하였다. 하지만 이미 자활지원기업(Entreprise d'Insertion)에 대해서도 근거규정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점에서 벨기에와 유사한 형 태라고 말할 수 있다.
— 영국은 산자부(DTI)가 중심이 되어 지역공동체기업(Community Interest Companies: CIC)에 대한 법제화 방안을 마련하고, 2005년 여름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 있다.
위에 언급한 네 국가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경로란 무엇을 의미 하는지 설명하면, 그것은 사회적 협동조합 중심의 복지혼합인가, 시민단체 중심 의 복지혼합인가로 설명할 수 있다. 아래 표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사회적 기업은 국가에 따라 사회적 협동조합이 사회적 기업의 주축을 형성하는 이태리 와 같은 사례, 영국과 같이 시민단체들이 주축을 형성하는 사례, 프랑스나 벨기 에처럼 사회적 협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서로 경합하는 사례로 대별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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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나 벨기에처럼, 노동통합기업(Work Integration Enterprise)과 같이 근로빈곤층이나 취약계층의 취업을 촉진하는 기업들이 사회 적 기업과 함께 법제화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협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비중은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지위에도 영 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공공부문의 역할이 약한 국가(이태리)에서는 이들이 사회서비스 공급의 상당부 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영국과 같이, 시민단체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영리공급자와의 경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국은 1990년대 사회서비스 공급확대 과정에서 상당수의 서비스를 민간의 경쟁에 맡기는 방식을 택하였으며, 사회적 기업이란 이 과정 에서 ‘상대적으로 우호적 지원을 받으나’ 영리기업과의 경쟁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표 4-2〉 각국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형태
유 형 해당국가 특징
협동조합 중심형 이태리 - 사회적 협동조합 중심의 지원법률 제정 -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 우월적 지위
시민단체 중심형 영국
- 시민단체 중심의 사회적 기업 지원법률 (CIC) 제정
-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약한 지위. 이 는 영리공급자와의 경합에 노출되어 있 음을 의미
절 충 형 프랑스, 벨기에
- 사회적 협동조합과 노동통합기업 지원 법률의 별도 제정
-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중간적 지위
3. 서구 사회적 기업의 수렴(?)
서구 복지국가의 사회적 기업이 다양한 경로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에 서 발견되는 또 다른 중요한 경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협동조합과 시민 단체가 독자적 발전경로를 넘어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서 Jacques Defourny는 매우 흥미로운 설명을 하고 있다. 그에 따 르면, 최근 서구 복지국가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정책적 또는 운동적 변화 는 시민단체와 협동조합의 융합 또는 연대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영미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던 시민단체 중심의 관점과 유럽대륙 국 가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던 협동조합 중심의 관점이 교집합을 찾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Defourny, 2006). 아래 그림은 이러한 변화가 199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림 4-1〕 사회적 기업을 향한 수렴 현상
1990년대 이전
1990년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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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수렴현상에 대한 비판 또한 존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들 두 조직은 서로 수렴한다기보다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 경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국에서 협동조합과 비영리민간단체의 힘의 비중이 상이한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을 예단하기는 힘 들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이러한 현상은 협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서로 힘의 균 형을 이룬 경우에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