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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족 부양 가치관은 점차 약화되어 왔으며, 부모 부양에 대 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김혜경, 박천만, 2010; 석재은, 2009;

유계숙, 김제희, 2017, 김유경, 2016). 특히 부양의 사회화 의식이 강해 지면서, 경제적 부양 외에 신체적, 정서적 부양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김혜경, 박천만(2010, pp.187-188)이 대학생 및 부모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부양의 사회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정 서적 부양 의식(부모 상담, 교류, 건강에 신경 등)이 수단적 부양 의식(경 제적 지원, 부양 요구 등)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년층 부모 세대에서는 정서적 지원을 가장 좋은 노부모 부양 방식이라고 인식 하였으며(박영신, 김정희, 전성숙, 2016, pp.471-472), 베이비붐 부모 세대의 부양 기대는 정서적 부양, 신체적 부양, 경제적 부양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김종남, 2014).

통계청(2016, p. 8)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또한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은 가족이 져야 한다는 응답이 2006년 67.3%에서 2014년 23.8%로 크게 감소하였다. 반면에 가족과 정부, 사회가 부모 부양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이 같은 기간 14.9%에서 35.7%로 증가하였다. 생활비를 부 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비율은 2008년 46.6%에서 2016년 52.6%로 상승한 반면, 자녀가 제공해야 한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52.9%에서 47.4%로 감소하였다. 최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2017)가 부모를 직

접 부양하거나 경제적으로 지원한 경험이 있는 4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중년층의 부모 의료비 부담에 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의 의료비에 대한 높은 책임 의식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본인의 노후 의료비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73.9%), 싫다(61.6%), 당연 하지 않다(60.2%) 등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이는 현재의 중년층이 ‘부 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 준다.

이처럼 노인 부양에 대한 가족의 책임과 역할은 점점 더 정부와 사회 로 이전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적 소득 이전은 자녀로부터의 사적 소득 이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정부의 노후 보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자녀의 부모에 대한 순소득 이전이 감소하 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김희삼, 2006; Kim, 2010). 황남희, 이상협, 양찬 미(2014, pp. 95-101)에 의하면, 청장년층은 공적·사적 부양 체계를 통 해 유소년층(자녀)과 노년층(노부모)을 부양하는 세대이며, 특히 유소년 층은 사적 부양 체계, 노년층은 공적 부양 체계에서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노부모 부양 역할 강화는 가족의 기능 약화를 가속화하여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복지 수요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는 우려도 존재한다(김희삼, 2015). 이에 따라 노인 부양에서 정서적 역 할을 수행하는 가족 기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정책 이 요구되고 있다(김혜경, 박천만, 2010; 김유경, 2016).

한편 노부모 부양 가구의 소득·소비지출 구조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생 애 과정에서 비독립적 또는 독립적 자녀를 지원하면서 동거 또는 비동거 부모를 부양하는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며, 외국에도 유사한 연구들(Ingersoll-Dayton, Neal, Hammer, 2001; Taylor, 2013)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서구와 비교해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노후 준비 수준이 높을수록 부양 의식이 높 은 것으로 나타난다(전혜성, 김미영, 2012; 박근수, 김태일, 2016). 베이 비붐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 준비 수준이 높을수록 부모 부양 의식이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주거 생활, 여가 생활과 관련한 노후 준비 수준이 부양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박근수, 김태일, 2016). 이는 자신의 노후 준비 수준이 높을수록 부모를 부양할 경제적, 정서적 여유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심층적으로 행태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비동거 부모에 대 한 경제적 지원과 자녀 사교육비 지출의 상호 영향과 이중 부담에 대해 분석한 연구도 있다(김지경, 2010, p. 24). 이에 따르면, 현금 또는 현물 의 형태로 가구주 또는 배우자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55.3%였고, 해당 가구의 연평균 지원금은 159만 4000원 정도였다. 그러 나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 금액은 연평균 소득의 평균 4.7%인 반면 월 생활비의 17.5%(고등학생 이하 자녀)와 14.5%(대학생 자녀)를 차지하는 자녀 사교육비는 가족 부양의 경제적 부담 수준을 높이는 주요 요인인 것 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가구에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놓고 경제적인 우선순위를 매기게 된다면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삼식 등(2013)에 따르면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 중 노후 준비가 없는 경우가 37.0%로 높게 나타났으며, 현대경제연구원 (2007)에서 사교육비로 인해 줄어든 지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노후 대비 (저축, 재테크)가 52.7%로 가장 크게 나타나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 이 도출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