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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문서에서 <요 약> (페이지 30-34)

1. 에너지 정의 관련 기존 담론들

1.2. 기후정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정의 담론은 기후 문제와 에너지 문제 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왔다. 국내에서는 확장적 환 경정의 개념이 기후, 에너지 등의 세부 학술적 담론을 포괄하는 양상 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환경정의론의 이론적, 방 법론적 성장과 함께 진화해 독보적 담론으로서 자리매김한 기후정의, 에너지 정의 담론의 등장 배경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 등의 기후변화 관련 이슈가 최근 글로벌 쟁점으로 대두됨에 따라, 기후정의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본 절에서는 에너지 정의를 논하기에 앞서, 에너지 정의와 마찬가지로 환경정의론으로부터 유래 하였으나 독보적 영역과 관점을 구축하고 있는 기후정의의 등장 배경 과 개념을 살펴본다.

1.2.1. 환경정의에서 기후정의로

기후정의는 환경정의운동과 지구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합 한 ‘기후변화 행동주의(climate change activism)’로부터 처음 진화했다 (Jenkins, 2018). 기후정의 담론은 1990년대 형성되기 시작하였는데, 국 제사회의 논의로 확장된 것은 2001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하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제 6차 당사국회의(COP6; the 6th Conference of Parties)에서 ‘환경정의 및 기후변화 이니셔티브(The Environmental Justice and Climate Change Initiative)’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다. 이를 계기로 2002년 ‘기후정의 10대 원칙’(Bali Principles of Climate Justice)7)이 마련되었다. 이후 미국에서 는 2005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내 환경정의와 기후정의 간의 교차점 형성에 중요한 계기가 되 었다(Schlosberg and Collins, 2014). ‘카트리나’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피 해 수준뿐 아니라 재난 이후의 대응에도 빈곤층과 소수인종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불의(injustice)가 존재함을 여실히 드러냈다(Bullard and Wright, 2009). 이후 기후변화는 미국에서 환경정의 담론의 중심이 되었다.

기후정의와 환경정의의 가장 명백한 차별점은 두 담론에서 집중하 는 이슈의 시공간적 차원이다(Jenkins, 2018). 즉, 주류 환경정의 담론 은 세대 내 및 지역적 차원의 환경문제에 대해 주된 관심이 놓여있다 면, 기후정의의 초점은 세대 간 및 국가 차원, 더 나아가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된 양상을 보인다. 환경정의운동이 미국 내 유색인종과

7) Principles of Climate Justice 자세한 내용은

https://www.corpwatch.org/article/bali-principles-climate-justic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소득층 등 지역사회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불균형적 환경 영향 에 대한 반향으로서 형성된 움직임이라면, 기후정의 움직임은 기후변 화 유발에 책임이 가장 작은 지구 남반구의 개도국들과 군소도서국들 이 – 국제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 -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기후불의(Climate Injustice)에 대한 인식에 기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정의는 환경정의의 풀뿌리 운동(grassroots movement)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기후정의 운동의 주요 사상은 화 석연료의 생산·분배에서 기후 영향까지의 모든 단계에 걸친 불공평의 해소와 탄소 배출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원인의 제거에 초점이 맞춰 져 있다. 초기 기후정의 담론은 기후변화의 ‘완화’(mitigation)와 ‘예 방’(prevention)에 집중하였으나, 점차 지리적, 경제적, 사회구조적으로 기후 위기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지역, 사회, 계층의 기 후변화 ‘적응’(adaptation)의 개념을 포괄하는 형태로 진화하였다 (Schlosberg and Collins, 2014).

1.2.2. 기후정의의 개념

초기 기후정의에 관한 논의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불평등 문 제, 특히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로 구분된 지역 간 기후불평등 문제 로부터 촉발되었다. 주로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들은 일찍이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해왔으며, 동시에 경제적·기술적 차원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왔다. 그에 반해, 주로 지구의 남반구에 위치하는 개발도상국이나 군소도서국, 세계 최 빈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기여도와 책임은 미미하지만, 기후

변화로 야기된 극한기후 현상과 기후 재해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피해 를 겪는 대상이 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선진국에 비해 기후변화로 인 한 부정적 영향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회·경제·기술적 차원의 국가 적 역량이 부족함에 따라,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재난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후정의는 이렇게 기후변화를 유발한 주체와 기후변화 피해 부담 주체의 불일치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역사적 책임, 혹은 형평 성, 개발·인권·환경권에 기반한 접근법들을 적용해 이론적 논리를 구 축해 왔다. Goodman(2009)은 기후정의 개념은 기후변화 완화 (mitigation), 책임(responsibility), 취약성(vulnerability)이라는 ‘삼중의 불 평등(Triple Inequality)’의 해소를 위한 중요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CO2 배출로 혜택을 보는 자가 누구이며 감축 부담을 누가 얼마나 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기후변화 대응 역 량의 광범위한 격차에 대해 인식하며, 세계 빈곤층에 불공평한 부담 이 지워지는 기후변화 적응의 문제를 다루는데 이론적 프레임을 제공 한다.

기후정의를 구성하는 가치 요소를 살펴보면, 환경정의론의 중심 가 치인 분배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에 더해, 인정적 정의가 세 번째 가치 요소로서 부각되었다(Ciplet and Harrison, 2019). 기후정의에서의 인정 적 정의는 기후불의의 영향을 받는 대상, 예를 들어 사회·문화·경제적 약자와 소수자, 인간과 비인간(생태계), 현세대와 미래세대 등이 모두 평등하게 대표되고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가져 야 함을 의미한다. 인정적 정의는 다음 장에서 논의될 에너지 정의의 개념에서도 핵심 가치 요소에 해당한다.

국내에서의 기후정의 담론의 형성과 확장, 관련 쟁점들에 관한 학 술적 논의는 홍덕화(2020)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기후정의가 가 시적인 기후불의를 비판하며 시작되었으나, 급진적 기후운동과 함께 담론이 확장되며 기후변화에 대한 잠재적 취약성과 사회불평등 문제 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안적 사회 체제와 전환적 방향을 탐색하는 체제비판적 담론이자 정부 정책에 대한 규범적 가치로서 작용하는 개 념이라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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