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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기업집단의 구조조정과 연구개발 변화

1. 문제 제기

외환위기이후 국내기업들은 불확실한 거시경제적 환경과 도산의 위험 속에서 사업・재무・의사결정체제 등 경영구조 전반에 걸친 급격한 구 조조정을 경험하였다. 특히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은 IMF가 요구하는 구조개혁 프로그램과 정부의 대기업정책이라는 외적변수가 제약조건으 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의 기업구조조정과 차별화된다. 구조조정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 보다는 정부의 구조개혁 일 정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에 부채비율 200%, 계열사 수 축소, 사외이사 선임 등 정부가 설정한 정책목표변수의 달성 여부가 곧 구조조정의 성과 로 간주되는 경향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의 건전성 및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가 구조조정의 일차적인 목표가 되었고 혁신능 력의 제고나 생산성 향상 등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동태적 효율성의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었다.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여 외환위기이후 국내기업의 기술개발투자 여 건은 크게 위축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오 던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1998년에 전년대비 약 10% 감소하였고, 절대 액 규모로는 2000년 들어서야 외환위기이전(97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 었다. 기업체의 연구개발인력 역시 98년에 크게 축소된 후 2000년 들어 서야 다시 증가하였다. 연구개발인력의 감소는 연구개발활동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혁신역량을 감소시킬 수도 있 다. 연구개발활동의 전반적인 위축 현상은 구조조정과정에서도 기술혁신 능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미국은 물론 스웨덴・핀란드 등 정보통신 신흥강국들과 비교되며 향후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부 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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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Ⅴ- 1 > 기업의 연구개발비 및 연구인력 변화 추이

자료:과학기술부(2001) 및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R&D통계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연구개발활동 위축 현 상에 대해서는 두가지의 상반된 시각이 공존한다. 첫째는 구조조정과정 에서의 경제정책이 사실상 그동안 국내의 연구개발투자를 주도해 왔던 기업집단의 해체 작업에 중점을 두고 추진된만큼 향후 상당기간 대기업 들의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체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로 97년부터 4년간 30대 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던 44개 기업집단 중 1/ 3 을 넘는 16개 기업집단이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 절차에 들어갈 정 도로 경영이 악화되었고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을 제외 하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에 치중한 결과 기존의 연구개발체계를 복원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1) 둘째는 기업구 조조정을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고 개별기업 단위 의 경쟁압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기업의 연구개발투자는 더욱 증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1) 연구개발비 상위20개사는 포항종합제철과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집단소 속 계열사가 차지하고 있다. 상위 20개사의 연구개발비증가율은 98년 - 0.16%, 99년 0.43%이 며, 2000년에도 기업전체의 평균 증가율에 못 미치는 7.8%에 그쳤다. 과학기술부 (2001)

연구기반의 축소 현상을 일시적으로 것으로 간주한다. 더 나아가 일부에 서는 정부의 벤처육성정책과 코스닥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증가한 중소 벤처기업의 연구개발투자 급증 현상을 구조적인 변화로 파악하고 향후 연구개발의 중심축이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평 가하기도 한다.2)

<표 Ⅴ- 1 >기업규모별 연구개발투자비 증가율

1996 1997 1998 1999 2000

기업전체 15.4 11.1 - 9.9 6.8 20.5

대기업 13.8 11.4 - 11.2 5.8 11.9

중소기업 27.7 8.5 - 0.2 13.1 71.1

자료:과학기술부(2001)

그러나 이러한 두가지 가설은 모두 구체적인 이론적 매개고리나 실증 적 검토가 부족하다. 이글에서는 위와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연구개발 및 혁신활동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외환위기이후 기업집단의 구조 조정이 연구개발체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살펴본 후 몇 가지 정책적 시사 점을 제시한다.3)

2 . 기업구조 조정과 연구개발투자 :이론적, 실증적 분석

이하에서는 기업구조조정을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구조 측면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영역에서 대표적인 이론들과 경험적인 연구결과들을

2) Youn - Suk Kim and Hyeng Keun Koo(2001)는 실물옵션이론에 근거해 향후 연구개발투자 가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3) 기업구조조정이 연구개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배적인 일반이론이 사실상 부재 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대변수와 통제변수를 사용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 감하는 가설을 행태방정식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자료의 정확성과 통제 변수들의 동원이 연구의 질을 좌우한다. 이글은 기업집단의 구조조정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분석범위가 광범위하고 이에 대응하는 개별기업의 일관된 자료도 부족하기 때문에 정형화될 수 있는 사실들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둔다. 보다 미시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은 추 후의 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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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한 후 외환위기이후의 구조조정이 기업집단의 연구개발체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살펴본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기존의 이론과 연구결과들을 종합하기 위한 편의에 따른 것이며 실제로 기업에서 위의 3가지 영역은 상호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그리고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구조 변화와 연 구개발변화에 대한 개략적인 개념적 설명은 앞서 2장에서 한 바 있다. 하 지만 아래에서 일부 2장의 설명과 중복되는 이론적 설명도 있지만 지배 구조, 재무구조, 사업구조와 연구개발변화에 대해 보다 상세한 이론적 관 계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실증분석을 진행한다.

가 . 기 업 지 배 구 조 와 연 구 개 발

1 ) 주 주 주 권 론 對 진 화 론

지배구조는 기업 내의 자원과 수익을 배분하는 일련의 제도를 의미한 다. 누가 투자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 장・단기 투자비율은 어떻게 유지 할 것인가, 투자수익은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와 같은 기업경영상 의 주요 경영판단이 모두 지배구조에 의해 결정된다.이러한 의미에서 지 배구조는 기업의 연구개발 및 혁신체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 러나 이제까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의의 대부분은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대리인 관계(agency problem )에 입각한 감독기능의 문제에만 집 중되어 왔기 때문에 기업지배구조와 혁신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매우 희소하다.

전통적인 주주주권론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연구개발 및 혁신능력 제고에 가장 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는 주주이익 극대화의 원리에 충실 한 기업지배구조이다. 이러한 명제는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가설이 전제 될 때 성립된다. 우선 주주수익의 원천은 다른 경제주체가 부담하지 않 으려고 하는 시간 및 위험 감수 행위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주주는 다른 경제주체들과 달리 위험을 부담하고자 하는 유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연구개발 및 혁신활동에 대해서도 가장 적극적이다.

둘째 주주주권론에서는 주주를 기업의 잔여이익에 대한 우선적인 청구 권자로 간주한다. 주주를 제외한 경영자・근로자 등 기업내의 다른 경제 주체들은 계약관계를 통해 위험감수와 관계없이 수익을 보장받고 있는 반면, 자금공급을 통해 기업과 전속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주주는 상대 적으로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수익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주 주가 기업의 잔여청구권자가 되어야 하며 이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만 해당기업과 경제전체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4) 따라서 주주 주권론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연구개발투자를 실행하는 길은 소유와 경 영의 분리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경영자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통제하는 방안과 완전히 일치한다. 즉 주주와 경영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줄 수 있는 소유집중, 경영자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 경영활동 감독을 위한 사외이사제도, 기업지배권 시장의 활성화 등이 기업의 혁신활동에 긍정 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에 따라 Bay singer (1991) 등은 포 천 500대기업 중 176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관투자가의 소유집중도가 높 을수록 그리고 이사회내에 사내이사의 비중이 높을수록 R&D지출이 증 가함을 보였다.5)

진화론적 관점은 주로 Lazonick & O 'Sullivan (1998)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데, 이들은 기존의 주주주권론이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의 구체적인 과정을 생략하고 있으며 실제 수익이 창출되는 과정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O 'Sullivan (2000)은 주주들이 다른 경제주체에 비해 위 험을 감수한다는 가설의 이론적・경험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다. 오히 려 주주들은 유한책임하에 있고 주식매각을 통해 언제든지 기업의 불확 실성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및 혁신활동에 따르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주주들이 공급하는 고정 자산도 기업내 다른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본과 결합하지 않 으면 누적적이고 집단적인 학습활동으로 규정되는 기술혁신으로 연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가 연구개발 및 혁신활동에 미 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관점이

4) Williams on (1988) 및 Zing ales (1998) 참조

5) 유사한 연구결과로는 Hansen and Hill(1991)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