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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적 상상력 함양을 위한 사운드스케이프 관점

문서에서 [자료집] 2019년 추계 전국학술대회 (페이지 127-133)

포스트휴먼의 상상력과 공감교육으로서의 음악

2.3. 공감적 상상력 함양을 위한 사운드스케이프 관점

앞서 살펴본 것처럼, 포스트휴먼 사회에서는 기존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또 다 른 차원의 인간과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포스트휴먼 사회로 접어들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조건들, 공감 의 내용들, 그 의미들은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다. 이제까지 음악은 공감적 상상력을 배양하는데 있어서 중심 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그 동안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인간중심적, 주체중심적 공감이라는 불균형적 공감들 은 반성되어야 한다. 즉 음악을 통한 공감적 상상력 개발에 있어서 지리, 계급, 인종, 성의 구분을 넘어서려는

2) Rosi Braidotti(2013), The Posthuman, Polity Press.

3)  Donna Haraway(2003), The Companion Species Manifesto: Dogs, People, and Significant Otherness, Prickly Paradigm Press.

4)  F. Chiew(2014), “Posthuman Ethics with Cary Wolfe and Karen Barad: Animal Compassion as Trans-Species Entanglement”, Theory, Culture & Society 31(4), 51-69.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공감을 위한 음악교육은 새로운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고민 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화나 오페라 뮤지컬 등에서 재연되는 포스트휴먼의 상상력이 작품 안에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 지 읽어내고, 타자를 이해하는 다양한 내면의 시선들을 기존과는 다른 관점으로 인지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 다. 음악은 “감각 내용의 논리화와 더불어 사유 내용의 감각화라는 사유와 감각의 호환성”(한국교양기초교육원, http://konige.kr/sub02_08.php)이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는 분야로, 포스트휴먼이라는 새로운 사회와 문화적 환경 하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자신을 형성해 가는 힘을 습득케 하는 실천학으로서 교육되고 활용될 수 있 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놀이가 벌어지는 공간을 통해 타인의 경험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상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왔 다면, 대학교육에서는 예술, 특히 음악적 상상공간을 통해 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마사 누스바움, 우석영 역, 2016:168-169). 인간의 삶에서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깊은 공감 능력을 배양하고 확대해야 하는 소임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의 놀이를 대신하여 학교생활 이후의 삶에 대해 음악이 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기여는 인성의 감정적, 상상적 원천의 강화라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기존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시공간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육체성과 새로운 정체성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사운드스케이프(소리환경)를 마련하고자 한 다(이수진, 2012:213). 이미 음악이라는 분야에는 다른 학문과의 융·복합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성격을 더욱 부각시켜 음악교육이 포스트휴먼 교양교육에서 가지는 의미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한 포스트휴먼 음악교육의 한 예로써 ‘공감적 상상력 함양을 위한 사운드스케이프 관점’을 제안하고 자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의 음악교양 수업은 ‘음악에 내포되어 있는 서사적 상상력 개발을 통한 공감 능력의 함양’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교육방향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첫째 타인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활성화하는 교육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음악이라는 관점을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세계 형성 과정을 조망케 한다. 또한 음악, 영화, 회화, 조각, 문 학, 정원 등 모든 예술 작품을 횡단적으로 조망케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음악에서 소음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미지의 소리와 조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음악이 사고와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음악에 서 어떤 스토리를 찾아 낼 수 있는지를 배우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능 력을 배양시킬 수 있다.

둘째, 음악을 통한 공감적 상상공간을 체득케 한다. 작곡가의 대담한 발상과 섬세한 표현력을 배우면서, 기 존 개념을 타파하고 상상적 공간에서 과거와 미래를, 이 지역과 저 지역을 넘나들며 사유하는 방식을 체득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표현했을까,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생각하며 타 인의 삶에 접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킨다.

포스트휴먼 음악교양교육이 다양한 주제로 새롭게 개발된다면, 단순한 기량교육의 차원에서 벗어나 타자를 이해하는 관점, 포스트휴먼적인 마인드를 갖는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삶의 양식에서 보다 깊은 공감능력과 정서적 감응능력을 발현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음악‘을’ 배운다 는 것은 음악 그 자체를 어떻게 배울까 하는 개념이지만, 음악‘으로’ 배운다는 것은 음악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어떻게 배울까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음악이 갖는 문화적 자원을 보다 폭넓게 활용하여 교육에 적용한다 면 그만큼 사회에 다양성과 창조성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3. 결론

음악에는 자연과 인간의 모든 지혜와 사고, 감정, 체험의 역사가 결정체로 깃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음악은 다른 예술분야와 수많은 소재들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목 개발의 보다 더 다양하고 역 동적인 접근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아직 새로운 인간의 형태와 대안적 삶의 양식에 관한 논의에 바 탕을 준, 즉 포스트휴먼 관점에서의 음악교육에 대한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래의 타고르의 표현처럼 교 양교육, 특히 음악을 통한 정서적 감응능력의 개발은 인간을 구성하는 근본원리의 일부로서 강조되어야만 함 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지식을 통해 힘 있는 이가 될지도 모르지만, 공감을 통해 온전함을 얻는다. … 그러나 우리는 공감 교육이 그저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무시될 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억압되고 있음을 본다.

- 타고르, 『나의 학교』, 19165)

교양교육은 예부터 전문지식이나 직업 교육이 아닌 인간 형성의 문제였다. 그럼에도 인간다움은 각 시대의 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져 왔다. 즉 고대의 인문주의, 근대의 종교개혁, 르네상스, 계몽주의, 산업혁명은 기존 의 인간 개념을 비판하고 그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간의 내용을 구성해 왔다. 많은 학자들이 2010년 이후 를 정보화 사회의 뒤를 이은 ‘스마트 사회’, ‘4차 산업혁명시대’로 명명하고 있는 만큼, 또한 인간과 기술의 공진 화 관계에 기초한 포스트휴먼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이 시대를 ‘포스트휴먼 사회’로 진단하고 있는 만큼, 이 시 대에 부합하는 교양교육으로서 새로운 음악교양수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음악교양수업에 자주 등장하는 서양의 예술음악사의 작품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영속적인 가치를 지닌 정전 으로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지역과, 문화에 따라서 다른 차원에서 향유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직시해야 한다. 그리하여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방식에 있어서 한 방향으로 치우 친 특정한 법칙이 아닌, 관계적 주체성을 바탕으로 탈중심적이고, 탈경계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는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역동적이고 초극적인 음악문화의 향유를 가능케 할 음악교양교육을 통해 인간, 자연, 기술의 연결망 안에서 인간의 새로운 위상, 책임, 그리고 그 가치가 새롭게 규명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휴먼 조건을 고려한 음악교육이 시행되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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