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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시조 지도상의 문제점

문서에서 윤선도 시조의 지도 방안 연구 (페이지 74-82)

Ⅳ. 고산 시조의 지도 방안

3. 고산 시조 지도상의 문제점

이제까지 고산 시조를 지도해 온 방법은 주제 혹은 시기가 비슷한 다른 시조 들과 나란히 배열해 놓고 더불어 읽어 가는 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러나 고산의 시조는 그 양이나 질, 시조 문학사에서의 위치 등을 볼 때 그저 한두 편 남긴 다른 시인의 작품과 같이 놓고 논의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말하 자면 그는 본격 시조 작가로서 그를 통해 형식․주제․기법 창작배경 등 시조 문학의 여러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고산 시조의 교수-학습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점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 누어 볼 수 있다.

⑴ 고산으로 대표되는 조선조 유학자들의 세계관과 자연관

⑵ 고산 당시의 시대상과 시조 문학의 관련상

⑶ 시조 양식의 성장에서 고산 시조가 차지하는 위치

⑷ 연시조라는 독특한 장르가 지니는 문예미학적 특성

⑸ 고산의 시조와 한시, 고산의 시조와 여타 작가의 시조, 고산 시조와 전․후 대 시가 문학 등의 관련성

⑹ 고산의 언어 구사력과 그 시조의 형식 및 표현상의 특징

⑴,⑵ 및 ⑹과 관련된 문제는 기왕의 시조 교육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된 바이 나, (3),(4),(5)과 관련된 문제는 소홀하게 취급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창작 배경 의 문제, 시상 전개의 문제, 율격의 문제는 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고산의 시조를 지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75수에 달하는 고산의 시조 중 20여 수는 시어와 소재․주제․구 조․이미지 등 많은 요소가 한시와 동질성을 띠고 있다. 그런데 창작 연대를 대조해 보면 모두 시조보다 한시가 앞서 있으며, 이는 익숙한 양식인 한시를 먼저 짓고서 그 시상과 이미지를 살려 시조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고산과 같은 탁월한 시조 시인에게 있어서조차도 ‘은폐된’ 표현인 국문 문학보 다는 ‘공인된’ 표현인 한문문학이 한결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양식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7) 이는 고산의 문학 의식이 일상어/문학어가 유리되어 있던 사 대부 계급과 그들을 통합해 가던 신흥 계급의 중간에 서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 로, 조선조 후기 근대 문학의 발흥이라는 일반 과정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현 상이다.

아울러 4보격 3행시라는 정제된 형식미는 시조를 운위할 때 늘 거론되는 부 분이나, 그 때문에 극도로 제한 받는 시상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뚜렷한 지도 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시조의 시상 전개 방식은 작가가 시적 사 유를 언표화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에서 시조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요소가 된다. 학교 교육에서 다루는 가장 대표적인 시상 전개 방 식은 기․승․전․결의 4단 구성으로서 이 구성은 한시, 민요, 가사 등 여러 장 르에 두루 적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시조 또한 이러한 방식에 따라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예가 많으나, 3행시의 기본 구조와 4단 구성을 무리하게 짜맞추려 하다보면 무리가 생길 경우가 많다.

7) 원용문, ‘윤선도 문학연구’, 고려대 대학원, 1982, p.67.

시상 전개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조의 일반 원리로부터 접근해가기보 다 고산 시조를 세밀하게 읽고 그로부터 원리를 이끌어내는 귀납적 방법이 타 당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산 시조의 시상 전개 방식을 ⑴ 초장→중장→

종장 ⑵초장→중장+종장 ⑶ 초장+중장 →종장 ⑷ 초장+중장+종장으로 대변 할 수 있는데, 특기할 것은 <산중신곡> 등 35수에는 주로 ⑴,⑶유형이 사용되 고 <어부사시사> 40수에는 ⑵,⑷ 유형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어부사시 사>의 시상이 매 3행마다 매듭지어지지 않고 병렬식으로 전개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 다음 두 시를 비교해 보자.

구룸빗치 조타나 검기 로다

람소 다나 그칠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뉘업기 믈뿐인가 노라 <오우가 2>

믉결이 흐리거든 발을싯다 엇더리 이어라 이어라

吳오江강의 가쟈니 千쳔年년怒노濤도 슬플로다 至지菊국怱총 至지菊국怱총 於어思臥와

楚초江강의 가쟈니 魚어腹복忠튱魂혼 낟글셰라 <어부사시사․하사 4>

여기서 <오우가>는 초장과 중장이 짝이 되면서 시상을 이끌어낸 뒤 종장에서 매듭을 짓는 구조가 확연한 데 비해, <어부사시사>는 오히려 중장과 종장이 짝이 되며 3장이 병 렬형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구성상의 차이를 대비해 가면서 시상 전개 방식의 차이 를 지도한다면 가사를 지도하는 데도, 사설시조를 지도하는 데도 직접 연관을 지을 수 있다. 또 이러한 특성이 종장의 율격과 함께 <어부사시사>의 장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 게 되는 사실까지 일관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고산 시조 지도는 거의 <어부사 시사>의 지도로 수렴한다고 할 수 있는 현실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짚어 보고자 한다.

2) <어부사시사>

<어부사시사>는 작품의 스케일이나 미적 완성도 면에서 고산 만년의 대표적 작품이자, 고시조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상 윤선도 이후의 시조가 장르 해체의 길을 걸었음을 감안해 볼 때, <어부사시 사>는 한국 시조 문학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 못지 않게 시조로서의 <어부사시사>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 또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한 질문이 제기되는 배경은 무엇보다도 <어부사시 사>의 형식이 유별나기 때문인데, 그 형식의 독특성은 첫째, ‘여음구’라고 할 요 소가 매 텍스트마다 삽입되어 있다는 점, 둘째, 종장의 율격이 시조의 일반 율 격과 다르다는 점으로 압축된다.

먼저 여음구를 보면, 일반적인 논의는 중장-종장 사이의 여음구 ‘지국총 지 국총 어와’는 노 젓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처리하여 그냥 넘어가고, 초장 -중장 사이의 여음구들8)은 출항에서 회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묘사하면서 작품 전체의 통일성과 일관성, 계기성을 확보해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는 실제 작품을 다룰 때에는 여음구를 제거하고 ‘의미부’만을 가지고 논의한다.

그러나 음악적 기능을 상실한 현대 시조와 달리 고시조가 가창을 전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연 여음구를 임의로 제거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8) ① 떠라 떠라 ② 닫드러라 닫드러라 ③ 돋라라 돋라라 ④ 이어라 이어라 ⑤ 이어라 이어라 ⑥ 돋디여라 돋디여라 ⑦ 셰어라 셰어라 ⑧ 어라 어라 ⑨ 닫디여라 닫디 여라 ⑩ 브텨라 브텨라

東동風풍이 건듣부니 믉결이 고이닌다 (돋라라 돋라라)

東동湖호 도라보며 西셔湖호로 가쟈스라 (至지菊국怱총 至지菊국怱총 於어思臥와)

압뫼히 디나가고 뒫뫼히 나아온다 <어부사시사 춘사 3>

여기서 여음구를 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시적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는가? ‘동풍이 불기에 (돛을 달고) 서호로 가기 위해 (삐걱삐걱 노를 저으 니) 주변 산들이 차례로 지나간다.’는 진술에서 괄호 부분을 빼도 의미가 변하 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율격까지 고려하면 그 시적 의미의 차이는 매우 깊다 할 것이다. 즉, <어부사시사>를 논의하면서 여음구를 일괄적으로 제 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작품의 성격과 논의의 목적에 따라 여음구를 적 절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어부사시사>의 종장과 관련된 논쟁은 시조의 장르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논쟁의 쟁점은 과연 <어부사시사>가 시조인가 가사인가, 아니면 3행시 의 연장체로서 지금까지 없었던 다른 것인가로 집약되는데, 시조가 아니라는 주장의 핵심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종장 첫 구가 시조의 일반 유형에서 벗어 났다는 것이고, 시적 의미의 측면에서는 1~39연의 종장이 초․중장을 아울러 마감하지 않고 다음 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시조의 종장은 일반적으로 초장․중장과 다른 율격․통사적 정형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3행이라는 짧은 길이 안에서 종장이 초․중의 시상을 이어받 아 ‘서정적 전환과 완결’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어부사시사>의 경우 제 1~39까지의 종장이 평시조의 일반적 정형과 다르다는 점이 문제가 되

는데, 마지막 부분인 동사 10수의 종장만을 놓고 보자.

동 1 : 업슨 믉결이 깁편 여잇다 동 2 : 이때예 漁어釣됴기 이만 업도다 동 3 : 밋기 곧다오면 굴근고기 믄다다

동 4 : 仙션界계ㄴ가 佛불界계ㄴ가 人인間간이 아니로다 동 5 : 無무端단 된람이 혀아니 부러올까

동 6 : 鵝아鴨압池디 뉘텨서 草초木목慚참을 싣돋덛고 동 7 : 孤고舟쥬蓑사笠립에 興흥계워 안잣노라

동 8 : 波파浪랑聲셩을 厭염티마라 塵딘喧훤을 막또다 동 9 : 三삼千쳔六뉵百낙시질은 손고븐제 엇더턴고

동 10 : 雪셜月월이 西셔峯봉의 넘도록 松숑窓창을 비겨잇쟈

이를 같은 연시조인 <오우가>의 종장과 비교하여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오우가 1 : 두어라 이 다밧긔 또더야 머엇리 오우가 2 : 조코도 그츨뉘업기 믈뿐인가 노라 오우가 3 : 아마도 변티 아닐 바회뿐인가 노라 오우가 4 : 九구泉쳔의 블희고줄을 글로야 아노라 오우가 5 : 뎌러코 四時시예프르니 그를됴하 노라 오우가 6 : 보고도 말아니니 내벋인가 하노라

종장 첫 구와 둘째 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어부사시사>는 현저하게 평시조

종장 첫 구와 둘째 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어부사시사>는 현저하게 평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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