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 개념 정의
가. 문화의 개념
1) 문화의 개념 정의
문화의 개념은 분석의 목적과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문화는 인간이 삶의 과정에서 습득하고 공유하며 전승되는 지식‧신념‧기술‧도구‧규 범과 관습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삶의 양식을 지칭한다. 이러한 광의의 문화 개념은 문화정책이나 문화 연구의 기본틀을 제시해 주지만, 다른 한편 실제 분석에 적용하기 에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좁은 의미의 문화는 창의적 재능을 바탕으로 심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산 물 내지 그러한 창작 행위로써, 흔히 말하는 예술과 유사한 의미를 갖게 된다. 창의성 과 심미성은 문화의 핵심가치임에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문화 영역을 모두 포괄하 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오늘날의 문화 현장에서는 기술적 대량 복제와 대중적 향유, 일상적 소비와 결합된 문화 산업 및 문화 상품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기 때 문이다.
최근 들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문화산업의 영역이다. 대중문화의 확산과 문화상 품의 대량 소비 확대를 배경으로 하여 이른바 굴뚝산업을 대체할 차세대 성장산업으 로서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이다. 문화산업과 관련하여 문화를 정의하자면, ‘창의성과 재능을 바탕으로 실용적 가치에 대비되는 미적‧인지적 가치를 제공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인간 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문화산업 역시 광의와 협의의 정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광의의 문화산업은 문화‧예 술 분야를 상품화한 모든 산업을 의미하는데, 이 때 산업화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수공 업적인 문화예술품에서 첨단 기술에 의한 대중문화의 소비까지를 모두 망라하게 된다.
협의의 문화산업은 문화와 예술을 상품의 소재로 하되 일부 특정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 의 정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대량으로 생산 또는 판매하는 모든 산업 영역을 의미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한국노동연구원, 2004: 7)
2) 문화정책에서의 문화 개념
문화정책은 실제 정책이 실행되는 영역, 정책 대상자나 실행 기구들을 포함하는 내 용으로 구체화되는데, 그 근저에는 문화의 개념이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
관련 법률에 나타난 문화개념을 살펴보면, 먼저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의 진흥 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 여 민족문화 창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문화예술’, ‘문화산업’, ‘문화시설’을 문화예술 진흥 정책의 기본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서 ‘문화예술’이란 미술 (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 (語文) 및 출판을 말하며, ‘문화산업’은 문화예술의 창작물 또는 문화예술 용품을 산업 수단에 의하여 기획·제작·공연·전시·판매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시설’은 공연, 전시, 문화 보급, 문화 전수 등 문화예술 활동에 지속적으로 이용되 는 시설을 말한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법인), 문화예술기금, 지방문화예술위 원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문화예술 전문인력의 양성, 전문예술법인이나 단체의 육성, 공공문화시설의 설치와 운영 등에 관한 내용을 주요 시책으로 담고 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문화산업의 지원 및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문화산 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 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문화산업’, ’문화상품‘, ’콘텐츠‘를 기본 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서 문화산업이란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생 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이며, 이에 해당하는 다양한 산 업분야들이 매우 광범위하게 나열되어 있다. 즉, 영화, 음반·비디오물·게임물, 출판·인 쇄물·정기간행물, 방송영상물, 문화재, 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에듀테인먼트·모바일 문화콘텐츠·디자인(산업디자인은 제외)·광고·공연·미술품·공예품과 관련된 산업, 디 지털문화콘텐츠 및 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의 수집·가공·개발·제작·생산·저장·검색·유 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 전통의상·식품 등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 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 등이 문화산업에 해당한다.
‘문화상품’은 예술성·창의성·오락성·여가성·대중성(이하 “문화적 요소”라 한다)이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재화(문화콘텐츠, 디지털문화콘텐 츠 및 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를 포함한다)와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를 말한다. ‘문 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콘텐츠로서 디지털문화콘텐츠, 멀티미디어 콘텐 츠, 공공문화콘텐츠, 에듀테인먼트 등이 다양한 콘텐츠의 정의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는 문화산업상의 중요한 주체들, 즉 제작자, 방송영상독립제작 자, 문화산업전문투자조합, 문화산업진흥시설, 문화산업단지 등에 대한 내용도 다루 고 있다.2)
2) 문화정책 관련 법률은 이외에도 다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문화의 개념 및 문화정책의 영역에
문화정책의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주요 시책3)을 간략히 살펴보면, 문화정책의 중장기 비전인 ｢문화강국(C-Korea) 2010｣, 즉 “창의성(Creativity)과 문화(Culture)를 바탕으로 문화‧관광‧레저스포츠의 다양한 콘텐츠의 산업적 활용을 통해 국민소득 3 만불 시대를 조기에 견인하는 중장기 비전과 전략”4)을 제시한 바 있다. 창의성과 다양 한 콘텐츠를 산업 경쟁력과 결합하고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시너지 효과를 극 대화하는 것을 중장기 전략으로 삼고 있다. 2007년 문화관광부 주요 시책에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설정되어 있다.
<그림 2-1> 창조․소통․나눔과 문화정책의 방향 문화행정의
가치와 방향 2007년도 전략목표
디지털화‧융합환경에 부응하는 콘텐츠산업의 핵심역량 강화
우리 문화의 보존‧활용, 전략적 세계화 추진 국민 문화향유 확대로 문화가치를 사회전반에 확산
기초예술의 창조적 다양성 제고 동북아 관광의 중심국으로
우뚝 서는 한국관광 실현 스포츠의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 창
조
◦ 미래를 여는 창조의 문화 행정
- 창의력, 상상력이 경쟁 력의 원천
소 통
◦경계를 넘는 소통의 문화 행정
- 정부부처간, 정부‧민간간, 전통과 현대, 국가간, 중 앙과 지방간 소통
나 눔
◦현장을 중시하는 나눔의 문화행정
- ‘문화나눔’, ‘균형발전’
중시
자료: 문화관광부, ｢2007년도 문화관광부 업무계획｣,2007. 1, p.12,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므로 문화예술진흥법 및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만을 고 찰하였다. 기타 문화관련 법률의 내용은 본 보고서의 5장에서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3) 정부조직법(제35조)에 따르면 “문화관광부장관은 문화·예술·영상·광고·출판·간행물·체육 및 관광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되어 있으나 여기에서는 체육 및 관광 분야를 제외하고 문화 정책 분야를 주로 다룬다. 여기에서는 문화관광부 정책의 방향성이나 전략 목표만을 간략하게 고찰하며, 보다 세부적인 분야별 정책은 본 보고서의 3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참조 할 것.
4) 문화관광부홈페이지 http://www.mct.go.kr/open_content/administrative/organization/vision_
view.jsp
지금까지 살펴본 문화정책 안에서의 문화 개념 및 정책 범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진흥법｣이나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는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개념 및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즉 기초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문화산업 역시 창작물이나 문화예술 용품, 문화상품, 문화 서비스에 이르는 넓은 범위 를 예시하고 있으며, 또한 신기술에 기반 한 디지털 콘텐츠,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도 포괄한다. 문화관광부의 업무 계획에서도 나타나듯이 한국의 문화 정책은 정책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이른바 전통적인 문화예술이나 문화 산업의 특정 영역 에 국한되지 않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전향적인 문화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둘째, 문화정책의 이념이나 목적에 있어서 문화예술진흥법은 전통문화예술의 계승 및 새로운 문화 창조를 통한 민족문화의 창달, 즉 문화의 자율적인 가치를 강조하는데 반해, 문화산업기본법은 문화산업 진흥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국민경 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차이를 보인다. 창의성과 같은 문화 자체의 가치, 그리고 문화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경제적 가치, 이 양자가 한국 문화정책의 핵심적 원리로 동시에 강조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결합시키고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강조하려는 경향은 문화관광부의 정책 내용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셋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주요 기관과 대상 집단, 추진체계의 구축이 문화정책 관련법에 포함된 시책의 주요 내용이며 중앙과 지자체의 위원회 및 재단, 기금, 문화 예술시설 및 문화산업진흥시설, 문화예술 전문단체, 문화산업과 관련된 전문회사나 전문투자조합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문화관광부 업무계획에서도 ‘소통’과 ‘나눔’을 강 조하며 정부-민간, 중앙-지방을 연결하는 협력관계 및 현장을 중시하는 나눔의 문화 행정을 기본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학문적인 문화의 개념정의는 문화정책에서 나타난 문화 개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세계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문화 민주화, 문화의 광범위한 상품화 등으로 인해 문화 개념은 전통적인 협의 의 문화예술을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문화정책은 정 부주도나 공급자 위주의 행정으로부터 수요자 중심의 민간자율성을 중시하는 가버넌 스로 전환해 가고 있다. 문화의 개념과 문화정책의 영역 간의 연관관계는 아래의 그림 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문화의 개념을 단순화하면 광의의 생활문화와 협의의 창의문화로 나누어지는데,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