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크기의 왜곡과 이미지의 중첩

원들의 옆모습을 한 사람씩 추출하여 다시 조합하고 구성하였다. <다나 쇼>와 마찬가지로 각 대상들이 서로 중첩되며, 나열되고 있다. 이 부분 에서 인물의 구조적인 부피를 무시한 채 중첩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형태 의 평면화와 왜곡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중첩에 의해 인물 의 일부분이 사라지기도 한다. 인물의 팔이나 등, 머리 부분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빨간색 표시) 어떠한 대상이 갑자기 등장하기도 한다. (노란색 표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피를 고려한 채 인물을 배치 했다면 각 인물이 일정한 간격만큼 떨어져 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이 하 나의 덩어리로 보이는 구도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파란색 표시) 또한 각 인물은 앞, 뒤의 거리감이 표현되면서 서로에게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묘사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각 인물들이 빛과 그림자의 표현이 통일 되지 않은 채 따로 존재하면서 이어붙인 스티커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 은 대상의 평면화와 중첩, 삭제와 같은 왜곡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중에 맞추어 크기를 조절한다. 공간감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크기 를 조절하는 것은 그동안 배워온 원근법이나 과학적인 비율에 맞춰 그리 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적인 표현에서 틀렸다고 볼 수도 있다. 서구 의 예를 보면, “르네상스 이후 가까운 것은 크게 그리고 먼 것은 작게 그려 직선적인 일관성을 부여”58) 하였으며 화가와 수학자들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투시법을 확립하였고 이는 널리 보급되었다. 나의 작업에서 는 이러한 원근법의 원리를 무시하고 작가의 주관이 반영된 규칙에 의해 대상의 크기와 거리감이 조절된다. 이진경의 저서에 나와 있듯이 이러한 모습은 “인상주의에서 과학주의를 극한으로 밀고 나아감으로써 회화적 재현에 내재하는 이율배반을 드러내는 경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59) 특히 반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와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투시법의 와해를 통해 창조적인 예술과 함께 직선적 투시법에서 벗어나 그림으로 전혀 다른 종 류의 공간을 구성하였다

58) 이진경, 위의 책, 181.

【참고도판 19】 폴 세잔, <생트 빅 투아르 산>, 1885, 캔버스에 유채, 73×92cm

또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참고도판 19】)을 보면 전통 적인 투시법이나 정화한 소묘를 과감히 포기하고 정지된 면들이 새로 결 합되어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나의 작업도 결합과 중첩의 과정을 거친다. 먼저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이나 대상을 선택한 뒤 그 형상의 외곽선을 따라 오린다. 오린 이미지들을 서로 중첩시키고 외곽을 맞물리 게 나열하기도 하며 대상의 회전을 통해 새로운 화면을 구상한다. 기억 이미지를 조합하고 이어붙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면서 크기의 왜곡을 통한 다시점의 표현, 공간감의 재조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나의 그림 속에서 이와 같은 크기의 왜곡이 이루어진 부 분을 찾아보고 각 이미지들이 어떻게 중첩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참고도판 20】【작품도판 10】<환영 1>의 설명도

<환영1>(【참고도판 20】)에 등장하는 이미지는 전등과 꽃의 형 상들이 조합되고 편집되어 새롭게 구성된 형식을 갖추고 있다. 파란색 원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은 꽃의 이미지이며 빨간색 원으로 표시되어 있 는 것은 전등의 이미지이다. 화면 안에서 꽃의 크기를 전등보다 더 크게 배치하여 꽃 위로 전등을 중첩시켰다. 전등에 비해 꽃의 실제 크기는 상 대적으로 많이 작으며 내가 그림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은 꽃의 얇은 잎 들이 겹겹이 뭉쳐져 있는 것이었기에 꽃의 크기를 크게 키웠다. 동시에 전등이 주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 살리고자 전등의 동그란 형

상이 드러나도록 꽃의 위치를 조정하여 화면에서 비어있는 부분만 그 형 태를 드러내고 나머지 부분은 뒷배경으로 흐리게 배치하였다. 이러한 구 도를 통해 앞에 전등의 매끄러운 질감을 부각하였다. 각 이미지는 마치 셀로판지가 겹쳐졌을 때 색깔이 중첩되면서도 겹쳐지지 않은 부분은 자 신의 색이 드러나는 것처럼 각자의 형태를 드러내면서도 합쳐지기도 한 다. 결과적으로 크기의 변형과 더불어 투명하게 겹치는 효과를 주어 본 래의 이미지와 다르게 가공된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참고도판 21】【작품도판 5】<지하철>의 설명도

<지하철>(【참고도판 21】)에서도 각 이미지 조각들이 조합되어

나타난다. 그랜드 캐니언의 가로 결 무늬(노란색 표시)와 지하철의 창문 과 칸(빨간색 표시), 벽에 붙어있던 실물크기의 사람 스티커(파란색 표 시)가 중첩되어 있다. 이때 그랜드 캐니언의 결을 확대하여 지하철의 창 문과 동등한 크기로 그려 넣은 것은 크기의 왜곡기법이 사용으로 볼 수 있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뒷모습의 사람과 지하철, 그랜드 캐니언 의 결, 정면의 사람 스티커와 뒤로 보이는 타일 등 각 요소는 서로의 상 대적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각 요소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합쳐졌을 때는 왜곡의 효과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각 대상 사이의 크기는 내 마음속에 그 이미지가 얼마나 큰 비중으로 차지 하는지에 따라 변화한다. 또 각 이미지가 차곡차곡 겹쳐짐과 동시에 일 부 명암이 밝아져 형태가 안 보이거나 반대로 어두워져 형태의 윤곽만 남기도 하는데 이는 빛의 삼원색을 혼합하면 하얀색이 나오고 색의 삼원 색을 혼합하면 검은색이 나오는 원리를 선택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상과 받은 인상의 정도에 따라 화면 안에서 자유로운 크기로 서로 조합되며 이 과정속에서 명암이 실제보다 더 밝게 나타나거나 혹은 더 어둡게 나타나는 효과가 생긴다.

【참고도판 22】【작품도판 4】<틈> 의 설명도

<틈>(【참고도판 22】)은 크리스마스 상점에 진열된 반짝이는

장식품들의 이미지와(빨간색 표시) 거리의 건물과 거리 기둥(파란색 표 시) 그리고 반짝이는 조명 사이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황홀함에 대한 추 상적인 감정(노란색 표시)이 중첩되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화면을 바 닥에 눕혀놓고 그 위에 각 이미지를 쌓아 올리듯이 겹쳐지고 있으며 겹 쳐진 부분은 서로 모양이 결합 되기도 하며 때로는 전면에 올라간 형태 대로 아래의 이미지가 삭제가 되거나 아니면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선 적인 요소와 면적인 요소가 함께 뒤엉키며 중첩된 화면의 표현 방식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빨간색 표시 안에 있는 솔방울의 크 기는 건물의 크기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려진 각 개체들은 크기의 상대적인 비율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 황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