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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확산적으로 배치한 그림은 등고선 그래프에서 시선이 오 래 머문 빨간색의 부분이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시선이 이동한 각 지점 또한 화면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음을 알 수 있다. 주제를 확산하여 흩 트려 배치하는 방법을 사용한 작업은 <벌꿀집과 식물집> <정원>, <환영 1>, <환영2>, <폭발한 꽃>이 있다. 이는 화면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방향 성을 잘 나타내기 위함으로 대상의 질감표현 또는 선적인 요소의 운동감 표현에 집중하였다.

【참고도판 37】【작품도판 6】의 시선 시간 추적

<벌꿀집과 식물집>(【참고도판 37】,【참고도판 38】)은 제목처 럼 두 가지 소재가 등장한다. 캐릭터 스티커와 육각형 무늬의 얇은 창살 위에 올라가 있는 화분들이 있다. 이 대상들은 화면을 수평으로 가로지 르고 있으며 화면 전반적으로 고르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 분이 주제로서 자리를 차지하기 보다는 각 소재들을 번갈아가며 볼 수 있도록 산발적인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화분의 밑면 4개가 보인다. 이 4개의 지점을 중심으로 시선이 크게 이동하고 있으며 그 안 에 자잘하게 그려진 스티커의 모양은 시선의 흐름을 불규칙적으로 분산 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참고도판 38】에서 시선이 이동하는 순서를 보면 한 방향에서 차례대로 시선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숨은그림찾기 하듯 재미있는 모양을 찾아 뒤죽박죽으로 이동하고 있다. 화면의 각 요 소들은 배치뿐만 아니라 명암이나 묘사의 정도도 불규칙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산발적 시선의 흐름을 더 극대화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일정한 규칙없이 뒤죽박죽 나열되어 시선의 흐름이 예측 불가능하게 이동되는 구도를 ‘불규칙적인 나열 구도’로 정했다. 이 의미는 그림을 감상하는 시선을 추적하여 일정한 패턴이나 규칙을 찾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있으며 대상의 주와 객이 정해지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게 놓여있기에‘나열’되 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참고도판 38】【작품도판 6】의 시선 이동 추적

소재들을 확산적으로 배치시킨 구도의 또 다른 특징은 시선이 중앙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불안함, 포위감, 혼란함 등의 감정을 유발시켜 시선의 동적인 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어느 일정 부분만 주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화면 골고루 같은 비중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각 요소가 주제로서 동등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참고도판 39】【작품도판 12】의 시선 시간 추적

【참고도판 40】【작품도판 12】의 시선 이동 추적

<정원>(【참고도판 39】,【참고도판 40】)은 식당 내부 인테리어 이미지와 정육점에 걸려있는 고기 이미지를 함께 가공하여 새로운 화면 을 구성해 본 것이다. 같은 무게감으로 각 이미지들이 빼곡하게 나열되 어 있으며 연필 선의 밀도와 질감의 묘사도 어느 한 곳에 몰려있지 않고 전반적으로 표현이 되어있다. 시선이 한군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 러 이미지들과 연필의 표현 방식에 따라 화면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 다.

최주현이 분류해 놓은 구도 중 다시점의 나열형 구도는 민화나 일부 산수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불규칙한 나열 구도와 유사점을 확인 할 수 있다. “민화 산수도에서는 특정 시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림 속 주·객의 크기 역시 원근에 의해서 보다는 그리는 사람의 의도에 따 라 결정된다.”61) 그렇기에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구도 보다는 특정한

61) 최주현, 「조선 후기 산수화 구도의 유형별 특징 연구」(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기준 없이 대상이 나열되어 표현된다.

이로 인하여 시점이 무시되거나 대상의 각 부분들이 연관성 없이 나열 되는 화면 구성방법이 주로 쓰인다.··· 이러한 화면구성 방법은 세 계 도처의 고대미술과 아동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여기에 서 주로 나열형의 구도가 사용된 이유는 그 민중이 지니고 있는 통속 적인 시각적 완전성의 관념에 합치하는 호소력을 지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축적된 민중의 조형미를 반 영하는 특징으로 이러한 표현방식을 미숙한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중이 원하는 작품 을 제작했던 당시 서민 화가들의 창작 자세와 수요계층의 조형관을 함 께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회화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62)

최주현의 연구논문에서는 이와 같이 나열식의 구도를 민중의 조 형미로 해석하였으며 화면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특정한 미적, 조형적 법 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상을 한 번에 감상하고자 한 화면에 나 열 혹은 확산적으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무계획적이며 우연적 조형 원리 는 나의 작업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화면구성이다.

【참고도판 40】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나열되어 있는 각 요 소를 따라 시선이 화면 중앙 아래부터 시작하여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 다. 화면에 기준이 되는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구도이며 이러한

62) 최주현, 위 논문 ,63.

구도는 그림을 눈으로 한 바퀴 산책하듯이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참고도판 41】【작품도판 10】의 시선 시간 추적

【참고도판 42】【작품도판 10】의 시선 이동 추적

<환영 1>(【참고도판 41】,【참고도판 42】)은 그림 안에 다양한 질감과 형태가 일정한 규칙 없이 배치되어 있으며 주제가 되는 소재인 동그란 형상의 전등은 중앙과 양 옆, 뒤에 배치되어 화면의 전반적인 균 형을 맞추고 있다. 밝은 색의 둥근 형상 위로 검은 색의 막대기가 세워 져 있고 화면 아래에는 어두운 구멍과 그 위로 솟아올라오는 꽃들이 있 다. 각 대상들은 넓은 면적의 부드러운 톤으로 명암이 입혀져 있지만 꽃 의 표현에 있어서는 섬세한 묘사가 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꽃의 표 현에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 꽃은 화면 중앙을 포함한 양 옆과 위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시선 또한 각 요소들을 고르게 훑어보며 이동하게 된다. 이어서 두 번째로 시선이 가는 부분은 포근하고 큰 구의 형상이다. 이 형상은 화면의 네 지점에 각각 배치되어있으며 이어서 아 래 부분의 검은 타원 역시 밀집되어 있다기보다는 화면 안에서 흩어져있

다. 이렇게 시선을 사로잡는 두 요소는 거리감을 무시하고 모두 동일한 밀도로 표현이 되어있다. 이는 화면을 평면적으로 만들어 시선을 한 곳 에 머무르게 하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동일하게 이동시킨다.

【참고도판 43】<환영 2>, 2019, 장지 에 연필 수묵, 97x130cm의 시선 시간 추적

【참고도판 44】<환영 2>, 2019, 장지 에 연필 수묵, 97x130cm의 시선 이동 추적

<환영 2>(【참고도판 43】,【참고도판 44】)는 자잘한 점과 선의 표현들이 화면에 전반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이는 꽃에 대한 묘사이다.

꽃과 문자, 점과 선의 표현이 규칙 없이 나열되어 있으며 화면에 골고루 퍼져있는 자유로운 구성을 하고 있다. 다만 주제로 보이는 부분이 화면 우측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나름 주제부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자 잘한 묘사보다는 큰 형태로 구분되며 어두운 명도와 밝은 명도가 극적으 로 대비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부터 시선이 머물기 시작하 여 자연스럽게 화면 중앙으로 이동된다. 꽃의 형상과 꽃의 질감, 그 사 이에 숨어있는 문자들을 감상하면서 화면 좌측으로 갈수록 낱개로 흩어

지는 선들을 보게 된다. 이어서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거친 질감을 확인 할 수 있으며 화면 아래쪽에는 흐리고 가는 무수한 선들이 얼기설기 그 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은 화면 우측 중앙부터 반시계방향 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명도 대비와 질감의 표현은 겹 쳐지고 나열되며 규칙 없이 엉켜있는데 ‘시선 이동 순서 추적’을 통해 감상자의 시선 또한 화면 내에서 폭넓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도판 45】【작품도판 33】의 시선 시간 추적

【참고도판 46】【작품도판 33】의 시선 이동 추적

<폭발한 꽃>(【참고도판 45】,【참고도판 46】)은 중앙을 걸쳐

좌측에 배치된 꽃의 형상이 퍼지면서 화면에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기하 학적 모양의 조각들이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화면 좌측 에 주제가 배치되어 무게가 실리는 한편 우측 또한 명도가 어두운 다각 형과 타이포그라피가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양쪽에 동일한 힘으로 균형이 잡히게 된다. 그렇기에 한 곳에 시선이 머물지 않고 점, 선, 면의 방향에 따라 고르게 분산된다. 앞뒤의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고 평면화되어 각 요소들이 산발적으로 위치하고 있으며 이런 평면성이 시선을 여러 방향 으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참고도판 45】의 등고선을 보면 그림의 방 향에 따라 등고선의 모양도 세로로 길게 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어 느 특정 지점에 오래 머물렀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그림의 재미있는 요 소를 찾아 이곳저곳 관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참고도판 46】에서는 시선이 거침없이 이동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화면의 중앙 부분 에서 시선이 시작하여 화면 하단으로 갔다가 바로 상단으로 이동하고 자 연스럽게 우측을 감상한 뒤 다시 좌측 하단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일정한 규칙을 파악할 수 없을만큼 시선이 복잡하게 이동하였 고 이러한 결과를 통해 이 그림을 불규칙한 나열 구도로 분류할 수 있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