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기억은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기억의 형상을 정하여 이를 물리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보 고자 한다.

기억의 형상이 있다면 그 모양은 다양할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 속 존재했던 상황의 조각들이 덩어리처럼 붙어있으며 전·후 관계 혹은 인과관계가 얽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는 모양을 상상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일부는 훼손되어 사라지고, 앞뒤가 바뀌며 왜곡되고, 중첩되기도 한다. 그 기억의 형상은 한 사람에 대한 기억 덩 어리가 될 수도 있고 그 덩어리에서 일부 기억 조각이 빠져나와 특정 장 소에 대한 기억 덩어리에 붙을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 공간, 시간, 물 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기억 조각들이 묶여있을 수 있다. 기억의 형상 은 멀리서 바라봤을 때 추상적인 형상을 띄고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사건과 상황들이 조각조각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 이다.

첫 번째로 기억을 형상화하기 위해서 간직하고 싶은 기억과 관 련된 대상들을 일부분 추출한 뒤 배열하고 중첩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겹친 부분의 일부는 형태가 사라지거나 색상이 달라지는 등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포토샵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병 합, 결합, 교차, 빼기 또는 조각으로 나누는 것처럼 기억 이미지들도 여 러 가지 이미지들과 겹쳐지면서 이러한 가공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 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온전하고 새로운 형상이 다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생일의 기억을 이미지화하고자 할 때 생일 케이크 위에 장식되어 있는 초콜렛, 폭죽의 플라스틱 콘, 리본 등의 이미지에서 질감이나 재미 있는 형태를 가지고 와 이를 이어붙이고 중첩하면서 새로운 형상을 만들 어내는 것이다. 외곽을 보면 추상적인 형상이지만 그 안에는 구체적인 사물이 보이기에 반 구상적 추상화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응축된 기 억의 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의한 기억의 형상은 고정된 형태가 아닌 기억에 따 라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추상적 형상을 띄고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는 만약 기억에게 통일된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다. 낱개의 기억들이 일정한 규칙과 공식에 맞춰 응축되고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면 마치 결정체처럼 다각형의 입체 모양을 갖게 될 것이 다. 먼저 일정한 형태를 부여하여 모양의 통일성을 준다면 레고처럼 어 디에 갖다 붙여도 조립이 되는 모양이 나올 것이다. 그리하여 조립이 가 능한 조각을 만들었는데 조각 하나의 모습은 세 개의 뿔이 위로 솟은 왕 관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 조각은 서로의 홈으로 맞물려 삼차원의 입체 모양을 만들어낸다. <Emotional StarⅡ>(【작품도판 16】)은 그 여섯 개의 조각들이 모여 다각형의 별 모양을 만들어낸 것이다. 앞서 설명한

<Emotional Star>처럼 기억의 모양도 각도마다 다른 내용을 보이며 각 요소들은 해체와 조합이 가능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나만의 통 일된 기억의 형상으로 정하였다.

기억을 형상화하는 과정 두 종류를 탐구해보았다. 하나는 기억을 이미지화하여 가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을 조립할 수 있도록 기억의 조각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기억에게 형상이 있다

면 이를 시각적으로 보관하는 것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다음 항을 통 해 형상화된 기억을 어떻게 포장하여 보관할 것인지 고찰해보도록 하겠 다.

【참고도판 14】【작품도판 18】

<Emotional StarⅡ>의 조립 전 조각 하나

【작품도판 18】<Emotional StarⅡ>, 2020, 장지에 연필 수묵, 가변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