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자 한 교육의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정론일보 기자공동체의 변화 과정은 특별한 이벤트나 일정이 아니더라도 내부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모임에서 계속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의 자리에서 일반 기자 구성원들은 변화의 주체가 되었다.
한동현 기자가 교육을 이끌었으며, 오재근 국제부장과 김선우 사회부장, 박상욱 경제부 차장이 참여했다. 김윤주, 한동현 기자는 교육 시작 전에 편집국 안쪽 구석에 위치한 소회의실에 장비를 미리 설치해두었다. 이날 교육 참여자들을 전부 단체 카카오톡 방에 초대하여 화면에 띄우는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모바일 환경에서 바로바로 구현하여 직접 볼 수 있도 록 하였다. 무엇보다 뉴콘텐츠가 담당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라 집단 내 부에서 함께 뛰어드는 협업이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가 먼저 던져졌다.
아직은 낯선 협업형태에 대하여 일부 데스크진은 우려를 먼저 제시한다.
김윤주 기자: (기사를) 쓰기 전에 취재과정이나 이럴 때 본인들이 필요한 야마(주제) 같은 거를 뽑아서 ‘요 부분을 어떤 식으로 구현한다’는 아이디어를 주면 저희가 같이 (거 리를) 찾아 가지고 만들 수 있으니까. 사전에 같이 작 업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획단계부터.
오재근 부장: 일반적인 기획기사 이런 거는 같이 작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김윤주 기자: 데일리하게 하는거요?
오재근 부장: 일주일 준비해서 딱 하는 짧은 기획 같은 거.
김윤주 기자: 시작 단계부터만 알려주시면,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어요.
한동현 기자: 뭐든 걸 다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보여줬 을 때 ‘좋겠다’ 싶은 걸 하면...
오재근 부장: 작업시간이 워낙 많이 걸려서. 그 호흡을 따라갈라 그러면..
한동현 기자: 아무리 길어도 2주면 다 할 수 있어요. 빠른 거는 하 루만에도 하는데 그건 좀 별로 (퀄리티가 좋지 않다).
뉴콘텐츠 작업은 팀 내에서 기획부터, 시각화, 편집 및 가공까지 직접 진행하다보니 작업기간이 길게는 2-3주까지 걸려 새로운 이슈에 즉각적 으로 대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한번 제작해 두면 가공
하여 재생산할 수 있는 연대기 형태의 콘텐츠나, 특정 이슈 등에 대한 스토리, 요약 및 정리용으로 제작한 콘텐츠는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력이 부족할수록 좋은 기획 거리를 취재기자들과 협업하 며 데이터베이스화해두는 작업은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 작업한 뉴콘텐츠를 보여주며) 이런 걸 한번 공들여서 만들 어 놓으면 언제든지 또 쓰고 이슈가 생길 때마다 똑같이 손봐서 다시 유통하고. 이런 건 2-3주 걸려도 만들어 놓을만 한 콘텐츠죠.
또 써먹으면 되니까. 이런 거는 시간이 걸려도 계속 만들어 놓는 게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거 같애요. 이런 게 있으면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김윤주 기자)
이어, 회의실 화면에는 국내·외 언론사들이 어떻게 뉴콘텐츠를 활용하 고 다양한 소재를 콘텐츠로 만들어내는지 생생한 화면들이 전개되었다.
유려한 영상으로 제작된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이 화면을 채울 때는([그 림 Ⅳ-1] 참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 는 뉴콘텐츠 사례를 통하여 “이제까지는 저게 기사인가 싶었던 콘텐츠가 요즘 사람들한테 소구하고 있는 방법을 보여”(김윤주 기자)주면서, 기존 의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던 한계가 점차 사라져 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영상이나 다양한 기술을 통한 뉴콘텐츠 외에도 신문이라는 매체 자체가 메시지로 활용되는 사례들도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의 3대 일간지인 ‘리베라시옹(Liberation)’은 여성의 날을 맞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똑같은 일자의 신문을 2가지 버전으로 만들고 남 성용은 2.5유로, 여성용은 2유로로 분리 책정하여 지면 자체를 남녀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사회적인 메시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 기존의 시각에서는 기사라고 할 수 없는 기사들이 ‘왜 팔리는지’
고민이 시작된다. 김윤주 기자가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을 교육의 첫머 리에 보여주는 이유도, 품격 있는 ‘전통의 선진 신문’이라고 생각하는 언
몰입하여 듣고 있던 김선우 사회부장이 돌연히 말한다. “이제 승부는 내가 보면 저기다. (...) 그거 1면을 어떻게 할지, 온라인 콘텐츠는 어떻게 할지 거기에서 승부가 날 거 같은데.” 과거 데스크들이 큰 이슈가 되는 일정을 앞두고 1면 제목과 기획을 어떻게 쓸 지만 고민했다면, 이제 새 로운 지면 구성,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함께 고민하게 된 것이다. 박상욱 경제부 차장은 경제 관련 뉴콘텐츠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 내놓았다. 경 제부에서는 부동산, 증권 등에 복잡하고 어려운 기사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각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교육장 밖 에서도 조직의 변화를 위한 학습은 계속되었다. 여러 취재 부서와 디지 털뉴스국이 협업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방안을 고안하며 팀 간 치열한 논의 끝에 결과물이 나온다. 뉴콘텐츠는 기존과는 다른 제작 방식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사고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며 집단의 학습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2)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하는 생성적 집단학습
신문제작 중심의 기존 시스템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 현장에서 는 여러 가지 혼란이 나타난다. 기존의 규칙과 분업체계에 따라 발생하 는 어긋남과 비효율 때문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기존의 규칙에 따라 생 산하고 배포하는 경우 효율성과 효과성이 떨어졌고, 기존의 업무방식과 분업체계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업무부담을 가중시켰다.
일선의 불만과, 데스크진의 우려가 상존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필 요성은 커지게 되었다.
데스크진 뉴콘텐츠 교육에서는 집단변화의 과정에 요구되는 새로운 규칙에 대한 실제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새로운 콘텐츠 제작방식과 충 돌하는 기존의 규칙, 분업체계 등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제시되고 이 에 대하여 고참 기자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드러났다. 6년차 박인홍 기자 가 주재한 온라인 기본 교육 중에는 기사 출고 시점 조정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서 데스크진이 가진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
정론일보 비즈니스 섹션 관련해서 (...) PV(페이지뷰)가 많은 거(시 간대)는 (오후) 2시에서 5시에요. 근데 2시에서 5시도 (온라인에 출고되는) 우리 기사가 거의 없어요, 있는데 적죠. (...) 출고시점을 당기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PV) 분석을 보면 그렇게 생각이 드 는 거죠. (박인홍 기자)
상당수 데스크진은 출고시점 변경에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아래 대 화에서 이와 같은 데스크진의 의견이 잘 나타난다. 독자들이 온라인 기 사를 가장 많이 보는 시간에 맞춰 기사를 출고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모 두 받아들이고 있으나, 기사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은 것이 다. 박인홍 기자는 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
박인홍 기자: (...) 온라인으로 보내는 게 (퀄리티가) 나을 수 있잖 아요. 사진도 많고 기사 내용도 더 길고. 그러면 정책 사회 데스크가 와서 ‘이 기사의 지면용 기사는 (온라인 으로) 생성하지 마세요’ 말하거든요. ‘뭐 4매짜리 (지면 기사) 생성해서 뭐해’ 하면 안 만들어요. 아예 저희가.
(중략)
김선우 부장: 근데 그게 또 문제가 온라인으로 보낸 기사가 기사 의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되게 높아. 제목도 약간 정제 가 안 되고. 맞춤법이라든가. 그렇다고 데스크들이 전 부 다 올린 기사를 데스크를 다 볼 수 없고.
박인홍 기자: 그 경우엔 (정제한 기사로 처음에 보낸 온라인용 기 사를) 덮어쓰거나 아니면 두 개 다 유통되거나...
김선우 부장: 가능한 한 교열도 다 거치고 편집도 다 거쳐가지고 완성된 제목이 달린 기사가... (온라인에 유통되는 것이 좋다)
리되고 정제되는 것이 있어서 사실 가치는 다르게 판 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후배 기자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구조를 정착시키고 온라인 콘텐츠를 확장하는 측면에서도 우려는 제기되었다. 박상욱 차장은 새로운 아이디 어가 있더라도 부서에 이러한 일을 추진할 인력, 즉 “사람이 없”다는 것 을 온라인 중심 정책 실현에 가장 큰 장벽으로 느낀다. 데스크이지만, 직 접 현장에서도 뛰는 취재기자인 박상욱 차장은 현장에서의 고충을 생생 하게 전했다. 경제부의 여러 부문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주 제가 많지만 인력이 부족으로 인하여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는 실제로 현장 기자와 내근직 데스크를 겸하고 있는데 “지난주에도 데 스크 (보러 회사에) 들어 왔고, 이번주에는 여기에(교육) 있고, (출입 기 자가) 부동산도 없고, 증시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겨를 이 없다. 오히려, 신문사에서 소위 뉴콘텐츠를 만들거나, 온라인 중심으 로 전환하는 흐름이 거세지면서 현장에서의 업무강도나 압박이 심해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 고 있었다. 결국 좋은 의도에서 기획한 일들이라도, 한정된 인력 상황에 서 여러 가지 업무를 해야할 때 신문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가 장 우려하는 것이다.
박상욱 차장: (뉴욕타임즈의 시각화 콘텐츠를 보며) 저 정도 수준 의 VR이나 이런 거 같으면 차라리 우리나라처럼 종 편(종합편성채널) 만들어 가지고 하는 게 낫지.
김윤주 기자: 종편에선 이 투자를 못할 거 같은데요.
박상욱 차장: 언론사가 저 정도의 동영상을. 소위 텍스트회사에서 저렇게까지는 좀 오바처럼 보인다는 거지.
(중략)
박상욱 차장: 온라인 할 때 되게 아쉬운 게 회사에서 콘텐츠를 바 라보는 경향이... 예전에는 이런 거 하면 사진부기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