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적인 문제이고, “로테이션을 포기하는 거는 출입처를 버리는 일인데, 출입처를 버리려면 기사 쓰는 방식 자체가 바”(김윤주 기자)뀌어야 한다 는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나온다.
또한, 출입처 제도에서는 연공 서열에 따라 보직을 맡은 부서의 부장 이 업무를 지휘한다. 그런데, 부장이나 국장과 같은 보직은 기자 집단에 서 이른바 ‘출세’의 마지막 코스로 여겨지기 때문에 내부적 위계를 강화 시키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및 업무의 상하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팀(team) 제도는 기자들이 출입처와 같은 고정 틀을 갖지 않고 주요 주 제나 이슈별로 취재를 하는 제도로, 환경이나 이슈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김관규, 김충식, 2009). 이외에도 팀제에서 는 출입처 제도보다 위계나 의사결정에 자유로울 수 있다. 부서장이 있 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번갈아 가며 팀장을 맡 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개인이 출입처를 나눠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팀 내에서 업무를 분담해서 소화 하기 때문에 유연한 업무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견 기자들 사이에서 는 “10년 차가 팀장을 해야 하고 2-3년 간 관리직을 하다 다시 내려가”
는 “팀제를 해야”(김윤주 기자)된다는 목소리도 생기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질문들은 표면적으로 모두 다른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그러나 온라인 강화, 수습교육제도 개편, 조직문화 및 관행 개편 등의 이슈를 불러일으킨 모순의 기저에는 독점적 미디어 환경과 이에 걸 맞은 권위주의적인 구체제라는 집단의 맥락이 존재하였다. 온라인 퍼스 트 정책 시행이 구성원의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렀 던 것은 문화와 관행, 그리고 구성원들의 인식이 아직 변화할 준비가 되 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변화는 구성원들이 모순을 인식하는 첫 단계에 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2) 인식의 기반으로서 정서의 공명
은퇴를 앞두고 있는 박재훈 국장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좋은 기사를 더 쓰지 못한 것이다. 큰 아쉬움이 남았던 기획기사, 열심히 준비했지만 세상에 내놓지 못했던 기사,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가 시도하지 못했던 기사들이 아직도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내가 역량이 부족했던 거 같애. (...) 할 수 있었을 텐데, 근데 (다 른 부서) 와 가지고 ○○○(기획)시리즈 한다고 그건 못했어. 지금 얘기 꺼내니까 갑자기 죄책감이 드네. (...) ○○○(기획) 그것도 생 각만큼 안됐어. (...) 내가 좀 미흡해서 잘 못했던 거 같아. 괜찮은 거였는데, 상당한 의미가 있는 거였고. 사회에는 아직 준비가 안됐 더라도 우리가 메시지를 던지면 되는 거니까. 메시지 던지는 걸 우 리가 잘 할 수 있었지만...(그렇지 못해 아쉽다) (박재훈 국장)
기자들은 ‘좋은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자부심과 열망을 가 지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직업적 목표는 신문지면에 좋은 기 사를 쓰는 것이었고, 다른 신문보다 먼저, 사회적 의미를 가진 기사를 써 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감이 있었다. 이는 변화의 시기에 오히려 부정적 인 동력으로 작용하였는데, 집단변화의 시도들이 기자들의 직업적 역할 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여기는 경향 때문이었다. 따라서 온라인 퍼스트 정책 시행 초기에 기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을 느끼거나, 애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신문에 게재하기도 전에 온라인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 뚜렷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취재원에게 신문에 게재하는 것을 약속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왜 온라인 기사로 배포를 했느냐”, 왜 자신의 출입처에서 나온 기사를 “허락 안 받고 (온라인 기사로) 배포했 느냐”(정윤형 국장)는 등의 항의도 부지기수였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지면보다 가치가 떨어지고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자들이 내부적 모순을 인식하게 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
기 시작하였다. 외부적 압력이나, 경제적인 보상 등 외재적 요인이 아니 라, 기자로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의식이 집단변화를 이끌 어 내는 자발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변화의 동인이) 그게 단 발, 단 건의 기사 많이 썼다고 성과급 주 거나, 블로그하니 뭐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맘 편하게 쓸 수 있는. (...) 자발적인 열의라고 할까. (...) 사람 평균 생산력이라고 해야 할까, 자발적인 의지이지... (정윤형 국장)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단계에서 기자들은 여러 차원의 논의를 시작 했다. 2018년에 실시한 데스크진 뉴콘텐츠 교육의 사례는 데스크진과 뉴 콘텐츠팀의 젊은 평기자들이 소통하는 자리였다. 데스크진들은 뉴콘텐츠 동향이나 사례에 대하여 교육을 받지만, 그 과정에서 자유롭게 토론이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정론일보가 변화해나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논의 하는 집단학습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신입급 기자에서 고참까 지 다양한 연차의 기자들이 함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며 집단의 변화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학습을 가능케 한 기반 중 하나 가 결국 쓰고 싶은 기사를 쓰고 싶은 욕구, 좋은 객체-기사,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싶은 집단 공통의 목표였다.
집단변화를 추동하는 이와 같은 인식적 기반은 특히 고참세대들에게 는 평생 동안 쌓아 온 그들의 경험과 역량, 그로 인하여 획득한 집단에 서의 인정과 권력을 어느 정도 내려 놓아야 하는 자기극복 의식을 통하 여 이루어졌다.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 집단변화는 곧 기존 권력의 분산을 뜻하기 때문에, 이미 권력을 가진 이들이 변화에 자발성을 가지 고 임하려면 정량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식적인 영역에서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였다. 이는 새로운 도전의식과 자기극복의 의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정론일보보다 규모가 큰 언론사들에서는 투자와 보상을 통한 위 로부터의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이들은 회사 측의 주도로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뉴콘텐츠를 개발하고 인력을 육성하며, 인센티브를 도
입하여 기존 구성원들을 독려하였다. 즉, 사주(社主) 또는 발행인이 주도 하는 혁신 방침에 따라 하향식으로 집단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자발적이 아닌 타율적, 관행적으로 움직였고 집단변 화를 위한 정책은 업무부담 가중과 같은 말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이 들 언론사에서 집단변화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뭐가 제일 어렵”냐고 물 으면 “아무리 (혁신의 필요성을) 브리핑 해도 실무 부서장들이 부원들에 게 가서 ‘얘들아, 내일부터 일이 더 많아진대’라고 밖에 얘기를 안한다 는”(정윤형 국장) 점이 거론되었다. 정론일보와 유사한 규모의 한 일간지 에서는 ‘각 부서마다 1개씩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생산하라’는 지시를 내 려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정론일보 기자들이 가지는 자발성은 언론계에서는 매우 독특 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언론사에서 정론일보 기자들이 특별한 인센티브 없이도 온라인용 기사나 콘텐츠를 열심히 생산하는 이유를 직 접 물어온 적도 있었다. 다른 보상 없이 절대적인 일의 양은 늘어나는데 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인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윤형 국장: 그것을(온라인 기사 송고) 버릇을 들이고 체화를 한 것은 그 뭐지, ‘해야 되겠구나’, 더하기 ‘왜 해야 되고 어떻 게 해야 되는구나’를 체감하는 거지. (...) ‘뭐 이렇게 하면 인센티브를 많이 주고 상을 줄게’가 아니라...
김윤주 기자: 그냥 필요성에 공감대가 있어서...
정윤형 국장: 그리고 이쪽(온라인)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또 다르잖아. 즉각적이고... (여기에 기자들이) 재미를 느낀 다면.
김윤주 기자: 리버럴한 조직 분위기? 애초에 그 기반이 아주...(큰 영향을 미쳤다)
정론일보 기자들은 이제 좋은 객체를 생산하려면, 신문지면 외에도
각하고 있다. 좋은 기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구와 공통 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집단변화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러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보상이나 고과반영같은 상벌이 없더라 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용 콘텐츠를 생산하고 뉴콘텐츠를 기 획, 개발하며 변화에 동참한다. 모두가 아직 낯선 길이기도 하며 심지어 절대 업무량이 늘어나는 일이지만 정론일보 기자들은 이것을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곧 변화를 이루어내는 동력이 되었다.
(2) 구성원의 연대의식
정론일보 편집국은 제왕적 사주의 영향력보다는 구성원들이 이끌어가 는 집단이다. 확고한 편집방향이 존재하는 언론사에 비하여 기자의 기사 작성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과거에는 “기본적으로 기사가 결정되는 것 이 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훨씬 많”았고, 왜 기사를 써야 하는지 “설득이 안돼도 무조건 쓰라면 써”야 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이원진 기자) 만큼 게이트키핑 측면에서 의견의 합일을 이루고 있다.
(우리 회사는 기자들이 회사를) 잘 안나가잖아요. ○○이나 이런 데 옆에서 들으면 얼마나 열악하고 극악해. 돈은 좀 벌어도. 최소 한 여기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안 할 수도 있잖아. (김영동 부 장)
이 같은 특징은 정론일보 구성원 및 선·후배 사이의 신뢰를 두텁게 만들었다. 신뢰는 공동체 내부의 안정감을 형성하였고, 명확한 상벌체계 로 경쟁구도를 만들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조화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형 성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태도를 유연하게 만들 었으며, 변화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 사례로, 정론일보는 2010년대 초반에 이미 취재현장에서 기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