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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태도가 변화한 것은 집단 내부에 모순이 더욱 응집되고 변 화를 체감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기자들 스스로도 신문보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기사의 외연이 확대되었 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기자로서 추구하는 좋은 기사의 의미 또한 달라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좋은 기사가 신문지면에 쓰는 고정된 형식과 내용의 기사였다면, 신문기사 외에도 온라인 콘텐츠, 뉴콘텐츠, 영상물 등이 좋은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 퍼스트로) 가야 한다’가, (예전에는 구성원들이)

‘싫어요, 싫어요’하는 게 점점 많아져서 그게 고민이었다면, (지금 은) 그 부분이 소통이 된 부분이 있어. 옛날 같은 방식으로 고집하 고 있으면 지금은 업무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배척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정윤형 국장)

점차 기자들은 기존의 시스템에 존재하는 모순을 인식하고 또 인정하 게 되었다. 이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인식이나 불만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집단적인 질문의 지점에 와 있었다. 신문지면에서 온라인으로 변 화하는 객체에서 나타난 모순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은 온라인 퍼스트나 온라인 콘텐츠 강화와 같은 온라인 이슈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기자공동

체 집단의 모순은 집단을 둘러싼 맥락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내부적 괴 리가 깊어지면서 구조화된 것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강화와 같은 지엽적 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질문은 점차 집단 시스템 전반 으로 확산되어 결국 ‘구체제’라는 연결 고리를 가지고 모이기 시작했다.

과거에 형성되어 지금까지 존속되어 온 신문제작 중심의 내부 시스템과 위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의문의 대상이 되었고, 구성원 간의 소통을 통하여 집단의 질문이 되어 갔다.

이러한 인식은 10년 차 안팎의 중견기자들에게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 났다. 이들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따라 새로운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신문사 내부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문화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 였다. 그 중, 수습기자 교육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구체제의 대표격인 유 물로 인식되었다. 과거 저널리즘의 목표가 특종기사를 잘 쓰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른바 ‘민완(敏腕)기자’였다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있는 언 론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자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어긋남이 나타났 다. 이미 “기자들이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이 바뀌”고 있고,

“전달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기사의 형식도 다양한 실험들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오주현 기자)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추구하는 기자상이 달라지면서 기존의 수습기자 교육에도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수습기자 교육이 기자를 길러내는 첫 번째 학습 의 장임에도 새로운 저널리즘이 요구하는 기자를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 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회가 인권 및 노동 이슈에 민감해지고 보다 진보적이 된 것도 한 몫했다. 2006년에 입사한 임경원 기자는 입사 초반 에 비해 “문화적으로 진보적”이 되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입사하는 후배들이 달라졌다. 과거 그가 기자 초년생이었던 시절에는 선배들이 술을 마시자고 하면 싫어도 마시 고, 악습이라고 해도 관행을 따라 분위기를 맞췄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오는 후배들은 확실히 생각과 행동이 달랐다. 훨씬 유연하고 자유로웠다.

싫으면 싫다는 것을 확실하게 표시했고, 인권 이슈에도 민감했다. 바뀐

했다.

요즘 젊은 기자들도, 여자도 마찬가지인데 남자들도 보면 확실히 달라, 생각들이. 훨씬 더 유연하고, 자유스럽고. 정통적 의미의 자 유주의스럽고, 정말로. 우리 때만 해도 회식하고 소폭(폭탄주)먹고 하면 싫어도 있잖아. 대충 마셔주잖아, 남자들은. 요즘은 남자기자 들도 그거는 아니라고, 싫다고 그래. (임경원 기자)

새벽 4-5시에 출근해서 그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집에 귀가하지 못 한 채 경찰서 내 구석진 수습기자실에서 새우잠을 청하고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는 수습기자들의 생활이 더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는 목소리 가 높아졌다. 기사의 단골 주제로 인권, 노동권 등의 이슈를 제기하면서, 내부 제도는 예외로 보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날 선 지적도 피하기 어려 웠다. 3-4년 전 수습기자 교육을 받은 신입기자들은 수습기간이 끝나고 이를 집단적인 논의에 부쳤다. 정론일보의 노동조합 신문에 ‘우리 신문은 기사에서 8시간 노동, 주 52시간 노동을 주장하면서 왜 수습기자들에게 는 예외를 적용하느냐. 수습기자들은 아파도 말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는 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기고를 하였다. 교 육의 측면에서도 경찰서에서만 6개월 간 머물며 취재하게 하는 방식은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는 다른 기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점차 전체 구성원이 더 이상 도 외시할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이제 수습교육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거지, 지금 상황부터는 인권침해적이고 무슨 요구가 있기 때문에 바꾸는 게 아니잖아요. 이 단계부터는. 교육을 위해서 바꿔야 한다 는 차원이죠. (...) (바꿔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견을 제시 할 수가 없잖아요. 그게 벌써 몇 년 전부터 ‘우리 이거 바꿔야지’라 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고... (오주현 기자)

저널리즘 및 기사 트랜드에 대한 계속적인 전문교육의 필요성도 제기 되었다. 세상은 급격하게 바뀌는데 언론사에는 수습기자 교육 외에 뚜렷 한 재교육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언론재단 등에서는 언론인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뉴미디어 트렌드에 따른 보도경향이 늘어나고, 탐사보도에 대한 중요도 역시 높아 지면서 현직 기자들도 재교육을 받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 었다. 기자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수습교육이 더 이상 유 용하지 않다는 인식과도 함께 한다.

질문의 연장선에 언론사의 악명높은 회식문화도 존재한다. 정론일보 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부서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일주 일에 한두 번은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고, 그 외 한두 번은 비정기적인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술자리는 보통 새벽 1-2시를 넘겨서도 계 속되었으며 폭탄주 돌리기 등의 폭음이 당연시되었다. 술을 잘 못하는 이들도 술잔을 거절할 수 없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존재했다. 이제 언론 사에 진입한 젊은 신입 기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 견기자들도 점차 본인의 가치관과 괴리되는 회식 문화에 대하여 큰 의문 을 가지게 되었다.

온라인 환경에 맞추어 신문제작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은 집단의 위계 구조와 연결되었다. 기존의 신문제작 시스템은 온라인과 지면제작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시스템이 변화하면 기존의 의사결정 체계와 이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 조직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 였다. 출입처별로 기자를 배정해서 업무를 하는 시스템에도 질문이 던져 졌다. 과거처럼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처 인사들과 ‘공생관계’로 지내며 출입처에서 정보를 주고 받는 형태(김동규, 김경호, 2005)는 앞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탐사보도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대안이 있어 야 신문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 개인을 여러 출입

연계적인 문제이고, “로테이션을 포기하는 거는 출입처를 버리는 일인데, 출입처를 버리려면 기사 쓰는 방식 자체가 바”(김윤주 기자)뀌어야 한다 는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나온다.

또한, 출입처 제도에서는 연공 서열에 따라 보직을 맡은 부서의 부장 이 업무를 지휘한다. 그런데, 부장이나 국장과 같은 보직은 기자 집단에 서 이른바 ‘출세’의 마지막 코스로 여겨지기 때문에 내부적 위계를 강화 시키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및 업무의 상하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팀(team) 제도는 기자들이 출입처와 같은 고정 틀을 갖지 않고 주요 주 제나 이슈별로 취재를 하는 제도로, 환경이나 이슈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김관규, 김충식, 2009). 이외에도 팀제에서 는 출입처 제도보다 위계나 의사결정에 자유로울 수 있다. 부서장이 있 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번갈아 가며 팀장을 맡 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개인이 출입처를 나눠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팀 내에서 업무를 분담해서 소화 하기 때문에 유연한 업무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견 기자들 사이에서 는 “10년 차가 팀장을 해야 하고 2-3년 간 관리직을 하다 다시 내려가”

는 “팀제를 해야”(김윤주 기자)된다는 목소리도 생기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질문들은 표면적으로 모두 다른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그러나 온라인 강화, 수습교육제도 개편, 조직문화 및 관행 개편 등의 이슈를 불러일으킨 모순의 기저에는 독점적 미디어 환경과 이에 걸 맞은 권위주의적인 구체제라는 집단의 맥락이 존재하였다. 온라인 퍼스 트 정책 시행이 구성원의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렀 던 것은 문화와 관행, 그리고 구성원들의 인식이 아직 변화할 준비가 되 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변화는 구성원들이 모순을 인식하는 첫 단계에 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2) 인식의 기반으로서 정서의 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