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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교육 방식에 대하여 처음에는 비판적이던 수습기자들은 정 식기자가 된 이후에는 변화한 견해를 보인다. 수습기자 제도의 적절성이 나 효과성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와 같은 교육의 형 태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재 언론사 구조에서 단기간에 기자를 길러내는 데에는 현재의 수습기자 제도가 가장 적합하며,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박재영, 2014; 이재섭 외, 2014). 실제로 정론일보의 고참 기자들 중에는 여전히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비교적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효 과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수습기자 제도가 많은 비판을 받 으면서도 수십년 간 존속되어 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6개월 간의 수습기자 경험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수습기자들을 변화 시킨다. 처음 그의 눈에 비친 동기들은 서로가 다들 달랐다. 신문학과 대 학원까지 나온 준비된 이도 있는가 하면, 왜 기자가 됐는지 모를 정도로 문제의식이 없는 이도 있었고, 문학청년 같은 이도 있었다. 살아온 집안 배경이나, 출신 대학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6개월 후, “그 전까지는 그

렇게 다르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모두 비슷한 기자가 되어 있었다. 서 로 같은 것들을 보고 찾고 생각하다 보니 그것이 내재화되어서 “언론사 기자로서 비슷”한 “획일적인 기자가 되는 것”(이원진 기자)이다. 사안에 대해서 ‘기자’로서 생각하는 훈련을 하다 보니 그것이 내재화되어서 점차 기자로서의 정체성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그걸 (수습기자를) 하고 나면, 언론사 기자로서 비슷해지는 것 같 아. 더 비판적으로 보게 되고, 그담에 뭔가 찾아낼 게 없는지 계속 질문거리를 생각하게 되고, 이걸 어떻게 하면 언어로 빨리 정리할 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일단 기사 패턴, 문장을 암기하잖아.

스트레이트 기사 같은 거를. 일단 기사체를 암기해둔 자체가 스키 마(schema)가 돼서 그런 식으로 (...)

수습기자 기간을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像)으로 탈바꿈”(박재영, 2014: 96)하는 때로 보는 분석처럼, 모두 달랐던 개인이 수습기자 교육을 마친 후 정론일보에 소속감을 가진 전형적인 기자가 된다. 수습기자 초 기에는 무섭게 윽박지르기만 했던 선배들도 이제 그들을 동료로 인정하 고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해 나간다.

(수습기자 제도가) 난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게 있 어. 그러니까 이게 단기간에 사회화시키는 거지. 기자로서 사회화.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조직에. 특히나 지금 들어서는 ○○일보 기 자와 우리 신문 기자가 완전 다르잖아. 그런 것까지 해서 어떤 거 기에 대한 우리 조직의 로열티도 심고...

수습기자들은 6개월의 압축된 기간 동안 집단의 업무방식, 전문지식 을 학습하면 문화와 정체성을 함께 학습한다. 집단 내에서 쓰는 언어, 규 범, 행동 및 사고 방식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수습기자 제

원들의 사고방식을 습득하게 되면서 수습기자 제도가 조직의 유지에 필 요하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은 이원진 기자뿐만이 아니라 고참 기자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회사에 소속감을 만들어주는 절차랄까. (...) (수습기자 경험이) 정론일보의 기자로서 (...) 신문기자의 위상이랄까 그런걸... 이제 정 통성이랄까. (...) 그런 과정을 밟았던 거 같고. (박재훈 국장)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1980년대의 수습교육과 2010년의 수습교육이 크게 변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다. 학습을 통하여 정론일보 구성원들 의 정체성이나 소속감이 유지될 수 있었고 이는 기존의 구성원이 겪은 학습경험을 존속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 이원진 기자는 정론일보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이제, 자신의 정체성이 ‘정론일보 기자’라는 타이틀을 떼어버리면 얼마 남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행동이나 태도, 특정한 이슈에 대한 가치관도 정론일보 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 다.

내가 되게 잘난 것 같지만 정론일보 이름을 떼버리고, ‘이원진 기 자’로 나가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한 20%밖에 안 될 거 같아.

(...) 벌써 20년도 넘게 있었으니까. 정론일보의 울타리가 생각보다 큰 거지. 자기 앞에 붙는 접두어로서의 정론일보가 여러 가지가 정 말. (...) 사실 나를 규정하는 거고 나는 정론일보 기자니까 훨씬 행 동거지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일보 기자보다 훨씬. (웃음)

그에게 정론일보는 단순히 직장이 아니라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으 로서 기능하였다.

3. 소결

이 장에서는 정론일보 기자공동체에서 이루어져 왔던 학습의 양상과 학습이 일어나는 방식을 탐색하였다. 이 학습은 집단이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후대에 전수하는 집단재생산의 과정이었으며, 이러한 학습의 양 상과 방식은 집단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규정되었다.

기자학습은 실천의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기자들이 직무를 배우기 위 하여 강의실에 앉아 연단의 강사 말을 경청하는 일은 거의 없다. 현장에 서 직접 취재하고 여러 상황에 부딪치면서 기자로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 을 키워나가게 된다. 즉, 기자들의 학습은 제도 학습이 아닌 실제 세계에 서 상황 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 언론사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학습 과정인 수습기자 교육은 이처럼 참여와 실천을 통하여 이루어지며, 고참 과의 상호작용을 거쳐 집단이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전달받는 과정이 다. 폭행 혐의로 경찰서에 입건된 사건은 어떤 것들을 취재해야 하고, 화 재가 났을 때는 무슨 내용을 알아봐야 하고, 도심에서 큰 집회가 있을 때는 어떻게 취재를 해야 기사를 쓸 때 필수적인 사실 및 새로운 사실, 의견 등을 찾아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맥락에서 선배와의 상호작용을 통 해 학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고참으로부터 전달받는 것은 지식뿐만이 아니다. 단기간의 압축적인 학습과정을 통하여 집단의 언어, 문화, 사고방식 등 집단이 가진 자산이 그대로 전수된다. 이러한 기자학 습의 특징은 지식뿐 아니라, 집단의 역사를 공유하며 실천공동체의 역사 를 공유하는 상황학습의 특징을 가진다(Lave & Wenger, 1991).

수습기자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학습방식은 억압적으로 이루어진다.

수습기자의 공식 일정을 따라가면 하루 수면시간이 2-3시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집이 아닌 경찰서 기자실에서 묵는 것이 공식화되어 있다. 이 러한 생활은 주 6일 간 계속된다. 밥을 먹거나, 세면을 하는 등 인간으로 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며, 무슨 상황에서도 선배의 지시가

대우한다.

따라서, 수습기자 교육 기간은 기자공동체에 갓 진입한 신입이 집단 에서 인정받는 전임참여자의 단계로 이동해 나가는 관문이자 통과제의로 서의 성격을 가진다. ‘수습’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언론 사에 입사는 했으나 아직 기자로서 자격을 갖추었다는 내·외부적인 인정 을 받지 못했으며, 집단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자산을 공유하지 못한 단 계이기 때문에 완전한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기자라는 명 칭을 부여받은 합법적 구성원이지만, 실상으로는 전적인 참여에 이르지 못하는 주변성을 가지고 있다. 주변성을 버리고 합법적 지위를 획득한 전임참여자가 된다는 의미는 곧 공동체가 요구하는 총체적인 학습이 이 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즉, 신입들이 전임참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 들을 집단의 일원으로 탈바꿈하며 집단을 유지하고, 또 재생산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집단재생산의 과정에는 집단의 학습 맥락에 작용하는 강한 권 력과 위계가 효과적인 기제로 작용한다. 신입과 전임참여자인 고참이 가 지는 힘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은 동등하게 이 루어지지 않으며, 학습과정에도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Lave, 1988;

Niewolny & Wilson, 2009). 보통 막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수습기자 들에게 이는 매우 낯설고 두려운 권력이다. 이에 따라 수습기자들을 힘 들게 하는 살인적인 일정도 수용되며, 비합리적인 처우도 용인된다. 수습 기자들이 집단에 통용되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지 식과 문화가 빠르게 전수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수습기자 제도가 과도하 게 강한 위계를 가지고, 비인간적인 업무일정 등을 유지하는 이유도 6개 월이라는 단기간에 가장 높은 교육 효과를 통하여 집단의 한 일원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의도된 기제일 수 있다.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정식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기 전인 수습기자 시절에 탈락함으로써 집단의 순수성은 이어진다. 실제로 상당 수의 기자들은 비인간적인 수습기자 교육제도 자체도 교육적 효과를 위 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하여 신입기자가 업무뿐만

아니라, 조직과 융화하는 내부의 문화를 함께 습득할 수 있게 된다고 보 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정론일보 기자공동체의 학습 양상과 방식은 곧 학습이 이루어지는 집단으로부터 규정되었다. 정론일보 기자공동체의 특 징은 그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이 되는 배경으로서 수십 년간 지속된 권 위주의적인 사회·정치체계와 맞닿아 있었다. 언론사는 비즈니스 사업체 이지만,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 공공적 권위를 가진 뉴스 생산을 목적으 로 모인 조직이다. 기자들 스스로도 그들 자신을 일반 회사원과 분리하 여, 공익성을 구현하는 뉴스의 생산에 필요한 개인적인 자질이나 규범, 직무 역량 등을 부각시킨다(박진우, 송현주, 2012).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설립된 정론일보를 비롯한 전통 미디어 언론은 우리나라의 권위주의 체 제를 거쳐오면서 관제언론으로서 작동하였던 시기를 겪었으며 이 과정에 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고착화되었다. 이처럼 집단이 터한 세계가 수십 년간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집단에 요구되는 지식과 역량도 변화하지 않았으며, 집단은 이러 한 구조를 재생산하며 유지시킬 필요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기존의 지식을 후대에 전수하는 집단학습의 과정은 위계적인 조직문화의 지지 하에 효과적으로 집단을 재생산하였다. 이 과정을 통하여 집단은 완벽하 게 작동되었고, 1990년대에 입사한 고참이 2010년에 입사한 신입을 가르 칠 수 있었으며, 고참이 가진 우월적 힘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상황학습 이론은 실천공동체에서 신입과 고참사이에 이루어지는 학습 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특정한 학습의 양상과 방식이 어떻게 나타났고, 집단을 재생산하는 학습이 어떠한 구조에 따라 일어날 수 있었는지, 집단의 성격 및 구조와 학습, 지식, 집단의 재생산의 관계 에 대하여 규명하지 않는다. 상황학습은 도제교육에서 출발하여 신입이 실천공동체에 진입하면서 이루어지는 학습에 대하여 이론적인 틀을 세우 는 데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에서 이루어진 정론일보 기자공 동체에서의 경험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집단학습에서 집단의 성격과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