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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이론: 전환관리와 전략적 틈새

1990년대 초 네덜란드 학자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사회 기술체계를 전환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네덜란드 정부가 이를 국 가정책에 활용하면서 전환이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전환이

론은 전환정책설계와 운영을 위한 분석틀을 제시하는 연구(이영석·김병 근, 2014), 지속가능한 사회기술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연구(박동오·

송위진, 2008; 송위진, 2013), 혁신정책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송위진·성 지은 외, 2008) 등을 통해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전환이론은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를 기술, 사회구조와 제도, 문화적 인식, 사회관계, 이해당사자 간의 상호작용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사회기 술체계로 본다. 사회에서 지속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사회기술체계를 재구성해야 하며, 사회기술체계를 재구성 하는 과정이 바로 ‘전환’이다. 전환은 다양한 규모에서의 경제, 문화, 기 술, 생태, 제도적 발전이 공진화(co-evolution)한 결과로 사회시스템이 구 조적 급진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이다(Rotmans and Loorbach, 2009).

전환이론은 사회기술체계를 분석하기 위해 다단계국면, 다층적 관점, 다 행위자 관점을 제시한다(Loorbach, 2007; 김병윤, 2008; 정병걸, 2015).

전환의 단계는 S자 형의 비선형적인 변화로 4단계로 구성되는데 발전전 단계, 시작, 가속화, 안정화를 통해 진행된다(김병윤, 2008). 사회기술체계 가 바뀌기 위해서는 전환 계획과 실행이 20∼50년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 되어야 한다(정병걸, 2015). 기존 체계는 이미 형성된 사회, 문화, 경제, 행위자간 관계망이 있어 경로의존적인 관성과 잠김 효과로 쉽게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환을 분석하는 주요방법으로서 다층적 관점(multi-level perspective)은 사회기술체계 전환에 있어 기술과 기술이 작동하는 사회 제반구조와 제도, 문화적 인식과 관계를 다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Geels, 2002, 2005, 2011). 다층적 관점은 사회기술체계를 <그림 2>와 같이 석유가격, 경제성장, 전쟁, 이민, 정치적 연합, 문화와 규범적인 가 치, 환경문제와 같은 외생적 요소들의 조합인 ‘사회기술경관 (socio-technical landscape)', 사회구성원들의 행위를 촉진하거나 제약하 는 규칙으로 작동하는 ‘사회기술 레짐(socio-technical regime)', 혁신적

인 활동이나 기술로 구성된 '틈새(niche)'로 구성된 것으로 본다(Geels, 2002). 다층적 관점은 세 가지 수준 간, 수준 내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 과 공진화를 통해 전환이 진행되는 것을 설명한다. 사회기술체계 전환은 거시경관의 변화가 기존 레짐에 압력을 가하면서 ‘기회의 창’이 열리고, 틈새의 급진적 혁신이 안정화 되면서 ‘기회의 창’을 만나 새로운 배열이 나타나 기존 레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의 창’은 레짐에 압 력을 가하는 경관의 변화나 레짐 안의 모순과 갈등, 긴장에 의해 틈새혁 신이 주목받으면서도 형성된다(Geels, 2002, 2011). 사회기술체계 전환은 레짐의 변화를 의미하며, 거시경관-레짐-틈새가 각각의 수준들과 상호작 용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한재각, 2016).

출처: Geels, 2011: 5을 윤순진·심혜영, 2015 재인용

<그림 2> 사회기술체계의 전환에 관한 다층적 관점

틈새는 혁신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기술로 육성되는 보호공 간을 의미한다. 틈새는 기술만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이나 문화, 주체가 될 수도 있고, 공급망, 사용자-생산자의 관계 등과 같이 혁신에 필요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Kemp, Schot and Hoogma, 1998; 박동오·송위진, 2008). 틈새의 축적과 확산은 레짐 형성 요소가 되며, 레짐은 사회기술시스템에 지배적인 특성을 부여해 안정화 시키는 구조이다(Geels, 2002). 레짐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인도하는 원리, 선호되는 기술, 산업구조, 사용자 관계와 시장, 정책과 규제, 레짐을 위한 지식기반, 실행을 뒷받침하는 문화와 같은 다양한 차원을 포함하고 있다 (Geels, 2002; Smith, 2010).

전환관리는 주로 전환의 필요성을 인지한 정부에 의해 수행되는 것 으로 사회 및 하위시스템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 조정, 촉진하는 것이다(Loorbach, 2007). 전환관리는 1) 비전 형성(문제의 구조 화와 전환장(transition arena) 구성), 2) 연합체 구성과 전환 아젠다 설 정, 3) 행위자 조직과 프로젝트-전환실험 실행, 4) 평가, 모니터링, 학습 과정이 순환하는 것이다. 전환실험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틈새를 위한 공간, 즉 전환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환장은 실험이 이뤄지는 공간으 로, 새로운 연합을 형성하고, 참여자들이 합의한 실험을 진행함으로써 사 회적 학습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Rotmans and Loorbach, 2009). 정부는 전환관리를 위해 전환장을 구성하면서 틈새 행 위자나 변화를 지향하는 레짐 행위자와 같은 선도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 련하고, 전환장을 둘러싼 새로운 연합체를 형성하며, 전환실험을 진행함 으로써 기존 정책에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활동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Rotmans and Loorbach, 2009).

전략적 틈새관리는 다양한 혁신 이해당사자들이 정보와 지식, 경험 을 교환하는 전환실험을 통해 상호학습을 이끌어냄으로써 새로운 기술이 자리 잡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Kemp, Schot and Hoogma, 1998; Kemp,

Rip and Schot, 2001; Caniëls and Romijn, 2008). 이처럼 전략적 틈새관 리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전환실험이나 시범사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성지은·조예진, 2013). 틈새가 작동하는 과정은 1) 기대와 비전 형성을 통해 혁신활동에 대한 방향과 지침의 구체화, 2) 다양한 행위자 들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3) 사회기술체계에 대한 다차 원적인 학습을 통한 혁신의 확산과 레짐과의 경쟁으로 구성된다(Schot and Geels, 2008; Geels, 2011). 이러한 활동이 선순환하면 사회기술시스 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틈새로부터 사회기술시스템의 전환이 일 어나는 과정은 틈새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는 복제(replication), 틈새 규모가 증가하는 확대(scaling up), 틈새와 레짐간의 상호작용으로 서로 가 수용·변형하는 번역(translation)의 과정으로 구성된다(박동오·송위진, 2008; 송위진, 2013; 성지은·조예진 2013; Seyfang and Smith, 2007;

Seyfang and Haxeltine, 2012).

전략적 틈새관리는 정부나 지자체가 전기차, 바이오가스, 새로운 교 통수단과 같은 기술에 대해 보호하는 공간을 만들고, 확장시키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네덜란드는 정부 가 전환이론을 바탕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전환관리와 전략적 틈새관리 의 주체로 역할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비전과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어 기존의 레짐과 는 다른 방식의 에너지소비와 생산방식을 실험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운동 을 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자립마을과 같은 지역공동체기반의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시민성을 갖춘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열정이 중요한 틈새작동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틈새 운영의 주체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주민이기 때문에 주체의 형성과 지속성이 틈새로서 작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전환이론을 수정 하여 에너지자립마을이 전략적 틈새로 작동하는 과정을 1) 비전형성, 2) 주체 형성, 3) 네트워크 형성, 4) 학습으로, 기존 전략적 틈새이론에 틈새 운영의 주체에 대한 분석을 추가해서 진행했다.

전환이론에서는 전환실험이 벌어지는 공간으로서 도시·지역·마을의 전략적 틈새 역할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Cooke, 2009; 성지은·조예진, 2013; 이정필·한재각, 2014). 에너지자립마을은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략 적 틈새의 가능성을 담은 공간으로, 에너지시민성을 함양해가는 시민들 이 전환실험을 펼치는 공간이다. 따라서 자립마을에서 진행되는 새로운 기술시도는 전환실험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자립마을을 전략적 틈새로 전환경로를 가정해보면 에너지자립마을 실험이 복제되고, 확대되고, 지자 체나 정부와 상호작용을 통해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번역의 과정이 축 적되면서 지역에너지 레짐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