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소결 및 논의

문서에서 비영리-변경금지 2.0 - S-Space (페이지 147-154)

셋째, 소극적 형태의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소극적 형태의 학대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지 못 하거나, 다수의 하급심 판결에서는 대법원 2011도6015를 인용하며 신체 학대 금지 위반만을 인정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2011도6015와 정서학대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2014헌바266의 결정을 참 고하여 신체학대가 발생한 경우에 정서학대도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관 련한 판결의 비일관성에 대해 종합해 심층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신체학대 사건에서 정서학대를 별도로 인정하지 아니한 대법원 2011도6015가 다루고 있는 범죄사실은 부모와 같은 주양육자가 아닌 어린 이집 보육교사에 의해 일어난 구체적 사실관계상 일회성 혹은 단발성 폭 행행위였기 때문에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의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 에 해’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지법 2015고 단15**, W지법 2016고단1**과 같은 사례는 부모에 의해 지속적으로 신체 학대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위 대법원 판례의 학대행위의 배경과 동일하다 고 볼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인다. 둘째, 정서학대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게 된 이유는 헌법재 판소 결정문에서 판시하는바와 같이 피해아동에게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 으로 정신건강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 범주를 객관적으로 유형화시 키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형 력’ 여부를 기준으로 정서적 학대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동복지법 의 입법목적과 배치될 수 있다. 또한, 신체학대가 발생한 경우 정서학대 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의 경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처럼 피해자의 신체 등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신체학대를 정서학대보다 더 심각한 학대로 보아, 아직도 ‘아동학대 = 흔적이 남는 학대(신체학대, 성학대)’로 인식하는 진일보하지 못한 재판부의 시각이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학대의 유형이 세분화

되었으나 이것은 구 아동복지법에서 학대의 개념을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조치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하나의 학대 유형(예: 신체학 대)에 포섭되기 때문에 나머지 학대 유형(예: 정서학대)을 배제하는 근거 로 사용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법원 2011도6015에서는 유형력 행사가 없는 학대 사건에만 정서학대 금지 위반의 법령을 적용하고 유형력 행사 가 있되 신체적 손상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와 신체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신체학대 금지 위반의 법령만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림 4-3-1의 상단).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과 아동복지법의 입법목적 등을 고려할 때 부모에 의한 학대 중 유형력 행사가 있되 신체적 손상까 지 이르지 않은 경우와 신체손상이 있는 경우에는 신체학대와 더불어 정 서학대를 인정하는 것이 아동복지 차원에서 더 적절한 판단일 것으로 보 인다(그림 4-3-1의 하단).

[그림 4-3-1] 정서학대와 신체학대의 인정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대안

또한 가정폭력 목격에 대해서도 정서학대를 인정하는 판결은 소수에 불과하였는데, 이러한 재판부의 태도를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 선행 연구들에서는 아동을 가정폭력의 목격자로(Jouriles & Norwood, 1995;

Jouriles et al, 1997; Chan, 2012) 보아, 아동을 가정폭력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동에 대한 학대이자 아동의 발달적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Moylan, 2010; Richards, 2011; 공계

순 외, 2013). 둘째, C지법 2015고합1**에서는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학 대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추행으로 보이는 듯한 행위 가 피해자에게 정서적 학대행위가 될 수 있다며 학대의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해석하였다. 또한, 대법원 2015도13488 판결에서는 학대의 의도와 정서학대라는 결과에 대해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 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69) 셋째, 아동복지법의 학대는 형법 상의 학대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는 판례의 경향(S지법 2014고단66**, C 지법 2014노6**, D지법 2015고단2** 등)을 참고할 때, 아동이 보는 곳에 서 배우자를 폭행하였더라면 그 객관적인 행위만으로도 피해 아동의 정 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학대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넷째, 우리나라보다 아동학대의 정의를 더 세부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본의 ‘아동 학대 방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한 것을 정서학대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70)

그렇기 때문에 가정폭력 사례에서 ‘자녀를 학대할 의도로 배우자를 때 렸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피고인의 범의 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학대아동의 정서학대를 인정하지 않

69)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 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 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며,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70) 아동 학대 방지 등에 관한 법률(児童虐待の防止等に関する法律) (아동학대의 정의)

제2조. 이 법률에서 “아동 학대”는 보호자(친권을 행하는 자, 미성년 후견인 기타의 사람 으로, 아동을 실제로 감호하는 것을 말한다. 이하 동일)가 그 감호하는 학생(18세에 못 미친 자를 말한다. 이하 동일)에 대하여 다음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4. 아동에 대해 현저하게 욕설 또는 현저하게 거부적인 대응을 하는 것, 아동이 동거하는 가정의 배우자(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혼인 관계와 비슷한 사정에 있는 자 를 포함)에 대해 폭력(배우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적 공격이 있어서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미칠 것 및 이에 준하는 심신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언동을 말함.), 기타 아 동에 현저한 심리적 외상을 주는 언동을 하는 것.

는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아동학대로 규정함에 있어 학 대가해자의 학대할 의도에 초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학대피해아동에게 미치는 결과에게 미치는 결과를 초점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점으로 생 각해 볼 때, C지법 2015고합1**, 대법원 2015도13488 등에서는 피해 아 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 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히 아동학대의 죄가 성립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넷째, 피학대아동의 사망 사건에 있어 아동학대범죄로 인한 사망의 특 수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였다. 본 장의 제2절 연구 결과 중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판정의 논의와 덧붙여 심층 논의하자면 다음과 같다.

피학대아동이 사망한 사건 중 사체은닉과 사체유기로까지 이어졌던 두 건을 제외하고는 2014년 이전에는 모두 형법상 치사죄로만 인정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아동학대치사죄가 없었기 때문에 ‘입 법의 부재’ 탓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동학대 사례에 있어서는 피고인 의 살해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살인죄가 아닌 치사죄를 일률 적용해 왔 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살인의 범의는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불확정적으로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인정된 다’는 대법원 2006도734 판결이 있었지만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서는 이러 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관행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울산계모 사건 항소심에서는 살인의 범의를 확대하여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살인의 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피고인이 반드시 학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 라도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해자에게는 학대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 시한 사례 등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 은 피해 아동의 방어능력이 전무하여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 며 폭력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아동학대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고 판단된다.

이세원(2014b)은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 논리와 피고인에게 살인죄

를 적용한 울산계모 사건 항소심의 판단 기준으로 치사죄가 선고된 19건 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판단한 결과, 11건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피학대아동의 사망 사건에 대해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살인죄를 인 정하고 있음을 참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 치사죄가 선고된 소위 ‘소금밥 학대 사건’과 유사한 영국의 Daniel Pelka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2013년 친부와 계모가 공모해서 4세인 Daniel Pelka를 굶기고 감금하고 소금을 억지로 먹이고 구타하던 중 머리 상해로 사망한 사건으 로 재판부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Wekipedia, 2017년 4월 2 일 검색). 또한 2007년 독일 판례로, 계부가 3세 아동 Karolina를 구타하 여 피해아동에게 뇌손상이 가해져 사망한 사건 역시 살인죄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울산지방검찰청, 2015). 미국의 경우에도 2013년 계부가 3세인 아동 Eli Johnson에게 수차례 폭력을 행사하고 바닥에 집 어 던져 사망케 한 사건에 대해 1급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하였다(울산지방검찰청, 2015).

따라서 2014년 이전 아동학대 사망에 대한 관련 입법의 부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판단과 인식이 미비한 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에서 ‘아동학대치사죄’를 규정하 게 되면서 살인죄가 선고되어야 하는 사례에도 아동학대치사죄로 선고되 고 있는 점은 여전히 한계점이다. 피학대아동의 사망에 대해서 관행적으 로 폭행치사·상해치사 등으로만 선고하던 시절, 과도기적인 입법으로 아 동학대특례법 제정시 ‘아동학대치사’ 조항을 마련하여 피학대아동 사망을 형법상의 폭행치사·상해치사 등과는 차별성을 두고, 그에 따라 양형도 강화한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보통 동기 살인의 양형기준에 비 해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절반에 가까워 선고형에 큰 차이가 있 음에도 아동학대치사죄를 살인죄에 갈음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여 지를 두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조항은

문서에서 비영리-변경금지 2.0 - S-Space (페이지 147-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