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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 습득 연구자들은 L2 학습자의 목표 언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달하는지 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왔다. L2 습득 과정이 L1 습득 과정과 과연 동

일한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나, L2 발달도 L1 발달과 마찬가지로 특 정한 체계를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Cazden et al., 1975:3).

코더(Corder, 1967:164)는 L1과 L2 학습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과정으로 이루 어진다는 가정 하에 L2 학습자의 오류를 아동의 L1 오류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 하고, L2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L2 관련 오류를 종단적인 방법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셀린커(Selinker, 1972:214)는 학습자가 목표 언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중간언어 (interlanguage)’라고 명명하였다. 오류분석이 학습자의 오류 현상에 집중한다면, 중간언어적 관점에서는 학습자의 오류 그 자체보다는 학습자의 언어 체계를 연 구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학습자의 오류는 이 언어 체계의 일부를 보여준다는 입장이다(이해영, 2011:311). 학습자의 오류 분석만으로는 비(比)오류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학습자가 회피 전략을 사용한 경우에는 이를 함께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 ‘중간언어’는 L2 습득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특히, 본고에서 재미동포 학습자의 통사 복잡성 관련 문법항목 사용 양상을 살피는 데에 이 중간언어 이론은 필수적이다.

이때부터 학습자 오류를 대하는 연구자들의 관점은 크게 변화하였고, 이러한 관점에서 학습자의 언어 산출을 통해 발달 양상을 연구하는 여러 방법들이 고 안‧활용되어 왔다. 엘리스(Ellis, 1994:68-69)는 이 중 필수 문맥 공급 분석, 목표 언어적 사용 분석, 함축적 평가, 빈도 분석 등을 대표적인 발달 양상 연구 방법 이라고 소개하였다.

우선 필수 문맥 공급(Suppliance in Obligatory Contexts; SOC) 분석53)은 브 라운(Brown, 1973)이 모어 화자의 언어 습득 연구를 위해 고안한 방법으로, 곧 이어 듈레이와 버트(Dulay & Burt, 1974)가 L2 습득 연구에 적용하였다. 이는 특정 문법항목이 요구되는 문맥에서 해당 문법항목을 사용했는지, 사용했다면 그 형태가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방법인데, 계산하는 공식은 (3)과 같다.

53) 혹은 ‘필수 경우 분석(Obligatory Occasion Analysis)’로 불리기도 한다.

(3) 필수 문맥 공급 비율 

필수 문맥의 수× 

필수 문맥에서의 정확한 사용 수×   필수 문맥에서의 부정확한 사용 수× 

(3)의 공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 문법항목이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경우에 학습자가 정확히 사용한 것에는 2점, 사용하였으나 부정확한 것에는 1 점,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에는 0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Pica, 1983:70). 정확히 사용한 경우에는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부정확하더라도 사용을 시도한 경우에는 부분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미(未)사용의 경우보다는 해 당 문법항목의 습득에 좀 더 가까운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때 약 80-90%의 정확성을 보이면 해당 문법항목이 ‘습득’되었다고 간주하는 것이 일반 적이다(Ellis, 1994:68)54).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필수 문맥 공급 분석 방법은 특정 문법항목 이 부적절한 맥락에서까지 과잉 사용(over-suppliance)되는 것에 대해서는 고려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되었다(Hakuta, 1976; Rosansky 1976). L2 학습자는 특정 문법항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문맥에서 해당 문법항목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 문법항목을 필수적인 맥락 이외에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는 않는지, 즉 ‘적절한 분포 패턴(appropriate distributional patterns)’을 보이는 지에 대해서도 포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된 것이 목표 언어적 사용(Target-Like Use; TLU) 분석 방법으로, 특정 문법항목이 사 용되지 말아야 할 곳에 과잉 공급된 경우를 분모에 포함하여 (4)의 방법으로 계 산된다(Pica, 1983:71).

(4) 목표 언어적 사용 비율

필수 문맥의 수  불필요한 문맥에서의 사용 수

필수 문맥에서의 정확한 사용 수

이러한 계산 방식은 특정 문법항목의 형태적 정확성뿐만 아니라 분포적 정확성

54) 이 지표를 고안한 브라운(Brown, 1973)은 필수 문맥의 90%에서 정확히 사용되고, 이러한 90% 이상의 정확성을 최소 3회의 연속된 세션(session)에서 유지하여야 해 당 문법항목을 습득한 것으로 인정하는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였다.

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필수 문맥 공급(SOC) 분석과는 달 리,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형태에 오류가 있는 것(오(誤)형태 사용)과 아예 사용 하지 않은 것(무공급)을 구분하지 않는 만큼, 학습자가 완전한 습득이 이루어지 지 않은 문법항목을 사용하려고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 는 분석 방법이다.

필수 문맥 공급 분석과 목표 언어적 사용 분석은 학습자의 오류를 찾아 그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치 방안을 강구하려는 기존의 오류 분석과 달리, 사 용과 오류를 동시에 고려하고 습득 여부를 밝히고자 했다는 점에서 언어 발달 연구에서 한 걸음 진보한 관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성이 높을수록 이른 시기에 습득한 문법항목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 문법항목 사용 의 정확성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문법항목 간 습득의 순서를 확인할 수 없다 는 한계가 있다.55)

특정 문법 범주(예를 들어, 부정, 시제, 높임법 등)에 속하는 문법항목들의 발 달 혹은 습득 순서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함축적 평가 (implicational scaling)이다. 이는 학습자 말뭉치에서 특정 문법 범주에 속하는 다수의 문법항목들의 학습자 간 변이(variability)를 확인하고, 어느 하나의 문법 항목 습득 여부가 동일 범주에 있는 다른 문법항목의 습득 혹은 미습득을 함축 (imply)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문법항목들이 습득되는 위계(hierarchy)를 함축 적 도표(implicational table)를 통해 나타내는 분석 방법이다(Ellis, 1994:69). 사 회심리 연구를 위해 고안된 이 함축적 평가가 언어 발달 연구에 처음 사용된 것은 드캠프(DeCamp, 1971)의 연구였는데,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이해영 (2003)이 시제 표현 문법항목 발달 패턴 연구를 위해 최초로 도입하여 최근까지 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함축적 평가 방법은 습득 순서를 밝히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관심을 갖는 문법항목 을 연구 참여자가 반드시 산출해 내도록 목적형 자료를 실험 형태로 수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해영(2003:280)은 기존의 비커튼(Bickerton, 1973)의 연구

55) 듈레이와 버트(Dulay & Burt, 1974)를 비롯한 일부 연구자들은 문법항목들의 정확 성 순서가 습득 순서와 일치한다(즉, 특정 시점에서 볼 때 정확성이 높은 문법항목 일수록 먼저 습득된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에서 관심을 갖는 문법항목 중 연구 참여자들의 산출 언어에 출현하지 않은 문 법항목이 지나치게 많아 그 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문제시하였다. 그리고 이같이 학습자가 연구자의 관심 문 법항목 중 일부의 사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문법항목들을 유도하는 질문지를 만들고 목적형 자료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강남욱(2013:48)의 주장처럼 L2 학습자의 회피는 학습자 언어의 한 양상이며, 따라서 학습자의 중 간언어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 한 견지에서 질문지를 통한 목적형 자료 구축은 학습자의 자연스러운 언어 산 출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L2 발달 양상 연구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빈도 분석(Frequency Analysis)이 다. 앞서 언급한 방법들이 학습자의 언어를 목표어 사용과 비교하여 정답률(혹 은 오류율)을 계산하는 것56)과는 달리, 학습자가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생성한 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발달 단계에 따라 더 우세하게 사용하는 문법항목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다. 환언하자면, 다른 분석 방법들이 궁극적으로는 각 문법항목을 얼마나 정확하게 사용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빈도 분석 방 법은 얼마나 자주 사용하였는가, 즉 그 빈도가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엘 리스(Ellis, 1994:69)는 이러한 대표적인 연구로 캐즈딘 외(Cazden et al., 1975)를 언급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아동, 청소년, 성인 등 연령 단계에 따른 L2 발달 양 상을 분석하기 위하여 전체 사용 가능한 맥락 중 해당 문법항목이 차지하는 비 중을 계산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택한 분석 방법을 (5)와 같이 소개하였다(p.27).

(5) 우리가 우리의 자료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브라운의 기준처럼 고상 하거나 가중치 방법처럼 정교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의 방법은 단순명료 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료의 어떠한 부분도 숨기거나 매장시키지 않고 언어 발달과 변이형에 대한 정확한 척도를 제공한다.57)

56) 함축적 평가 방법은 정답률을 측정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지는 않으나, 함축 적 도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각 학습자가 특정 문법항목을 사용함에 있어서 나타 난 정답률을 계산하여 반영하게 된다.

57) ‘The method we have opted to use in describing our data is not as elegant as Brown’s criteria nor as sophisticated as a weighting system. Our method has t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