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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사 복잡성 발달 양상 분석

1.5. 논의 및 소결론

Ⅳ장 1절에서는 숙달도와 연령을 독립변인으로 설정하여 재미동포 청소년의 통사 복잡성 발달에 대한 양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본고에서 사용한 통사 복잡성 측정 지표들 중 대등접속 지수를 제외한 모든 지표(문장 당 형태소 수, 문장 당 절 수, 문장 당 유형별 내포절 수)에서 재미동포 학습자의 숙달도 (3-6급)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 반면, 연령에 따른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습자가 동일한 연령일 경우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문장 당 더 많은 형태소를 사용하여 긴 문장을 만들어 내고 더 많은 절을 사용 하여 문장을 확장시켜 나갔으나, 동일한 숙달도의 학습자들 사이에서는 연령 변 인이 그들의 통사 복잡성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를 바꾸어 표현하면 연 령이 높아지더라도 한국어 숙달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통사 복잡성이 향상되 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재미동포 청소년의 주요 한국어 교육기관인 한 글학교 중 다수에서 숙달도가 아닌 연령을 기준으로 반을 편성하는 현 상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며, 숙달도에 따른 반 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보라 미(2009:108)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편성 과정에서 학습자의 인지적‧정서적 발달을 고려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계승어 교육이 일반 성인 학습자 대상의 외국어 교육과는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대 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98).

98) 이러한 이유로 남가주한국학원을 비롯한 일정 규모 이상의 일부 한글학교에서는 숙 달도가 낮은 중‧고등학생들이 동일한 숙달도의 초등학생과는 다른 학급에서 교육받 을 수 있도록 별도의 반을 편성하기도 한다.

반면, 숙달도와 연령은 학습자 작문에 나타난 [지표4] 대등접속 지수에 유의미 한 차이를 일으키는 변인이 아니었다. 재미동포 학습자에게서 숙달도나 연령에 따른 대등접속 지수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숙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대등접속보다는 내포에 의한 문장 확장이 더욱 높은 비율로 일어날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과는 일치하지 않는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숙달도가 낮은 프랑 스어 L2 학습자들이 내포절보다 대등절 사용을 선호하였다는 먼로(Monroe, 1975:1026)의 연구 결과나 성인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내포절을 더 많이 사용하였다는 남주연(2015:147)의 보고와도 차이가 있다. 선행 연구 결과와의 이러한 차이는 본고 연구 대상 중 대등절의 사용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3급 학습자의 48.0%, 4급 학습자의 33.6%가 내포절은 1회 이상 사용하였으나 대등절은 단 1회도 사용하지 않아 3-4급의 대등접속 지수 평균을 5-6급의 대등접속 지수 수준으로, 혹은 심지어 그 이하로 낮춘 것에 기 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수의 재미동포 학습자들은 숙달도가 낮더라도 가정 에서의 한국어 사용으로 간단한 내포절 사용이 익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 다99). 이들은 내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등에 의한 확장은 상대적으로 덜 일으키며, 이것이 일반 외국인 학습자에게서 나타나는 ‘숙달도에 따른 대등 접속 지수의 감소 경향’이 본고의 연구 대상인 재미동포 학습자 집단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은 주된 원인이었다고 해석된다.

숙달도에 따른 통사 복잡성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느 숙달도 사이에서 나타 났는지에 대한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3급에서 5급까지는 숙달도가 높아짐에 따 라 문장의 길이와 문장 확장의 양이 비교적 뚜렷이 증가하였으나, 5급과 6급 사 이에서는 [지표1] 문장 당 형태소 수와 [지표2] 문장 당 절의 수의 차이가 통계 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5급 이상에서 통사 복잡성 향상이 정체 되는 모습을 보였다. 내포절의 유형별로 살펴보면 명사절의 사용은 3-6급 전체에 걸쳐 꾸준히 증가하나, 관형사절과 사용은 4-5급 사이에서만, 부사절은 3-4급 사 이와 5-6급 사이에서만 유의미한 증가가 있음이 관찰되었다. 반면, 인용절의 사 용은 어떠한 숙달도 사이에서도 1개 급 간 뚜렷한 증가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99) 이에 대한 근거는 이어지는 Ⅳ장 2절 분석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4급 학습 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포절을 많이 사용했는지와 관련해서도 이어지는 논의 에서 다루도록 한다.

숙달도가 2개 급 이상 증가하여야만 유의미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동포 학습자들은 숙달도가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통사 복잡성 측정 지표 가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나, 재미동포 학습자 중 숙달도가 가장 높 은 6급 학습자조차 청소년 모어 화자와 비교 시 그 차이가 매우 컸다(1.7-3.9 배). 청소년 모어 화자의 [지표2] 문장 당 절 수(2.84개)는 재미동포 학습자 6급 (1.26개)의 2.2배였는데, 재미동포 최상급 학습자의 복잡성 정도가 서세정(2009) 에서 보고한 외국인 초급 학습자의 수치(1.4개)보다도 낮은 수준100)이라는 점은 성인과 청소년의 인지 능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문장의 확대와 관련하여 추가 적인 교육적 처치가 필요함을 확인시켜 준다101)(<그림 19> 참고).

100) 서세정(2009)에서는 유형별 절 인정 기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으므로 절 인정 기준이 본고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연구 결과를 수치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이와 관련하여 김자성‧

김정미(2011:550)는 연구 결과를 논의하면서 내포절과 관련된 일관된 분석 기준이 없어 선행 연구와 비교하여 고찰하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함을 언급하였다. 언어 발 달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관련 논의를 더욱 의미있게 진행하기 위하여 구문 분석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한 김자성‧김정미(2011)의 주장에 동의하 는 바이다.

101) 서세정(2009)에서의 학습자 수준 구분은 TOPIK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초급 학습 자는 수업 시수 측면에서는 약 200-400시간을 수학한 학습자들이다. 반면, 한글학교 교육과정상 재미동포 학습자 6급은 900시간 이상 한국어를 교육 받았다고 볼 수 있 다.

<그림 19> 선행 연구와의 ‘문장 당 절 수’ 결과 비교

마지막으로, 유형별 내포절 사용 측면에서 재미동포 최상급 학습자인 6급 학 습자와 모어 화자 사이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관형사절(3.9배)이었다(<그 림 20> 참고).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재미동포 학습자의 관형사절의 사용은 4급 과 5급 사이에서만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 숙달도가 높아지더라도 크게 증가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림 20>에 나타나듯이 관형사절은 모어 화자 집단이 부사절(문장 당 0.97개)과 함께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내포절 인 만큼(문장 당 0.91개), 재미동포 학습자 집단에서 관형사절의 발달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이들의 전체적인 통사 복잡성 발달을 저해하고 모어 화자 집단과의 복잡성 정도의 차이를 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20> 문장 당 유형별 내포절 수 비교 (HS 6급 vs 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