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교육적 함의 및 제언
3.1. 교육 내용 측면: 교수·학습 문법항목의 범위 확대
첫 번째로 재미동포 학습자의 통사 복잡성 향상을 위한 교육 내용과 관련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문장의 확장은 이 확장 기능을 담당하는 문법항목을 사용함으로써 일어나는데 재미동포 학습자들은 모어 화자에 비하여 이러한 문 법항목을 낮은 빈도로 사용하거나 특정 문법항목들만을 지나치게 집중적으로 사용110)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지적하였다. 극단적으로는 일부 학습자들은 한 편의 작문 전체에서 1-2개의 문법항목에만 의존하여 문장들을 확장시킨 것을 (22)의 학습자 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2) 가. 십일월 22 금요일에, 내 형 친구 생일이에요. 나 따뜻하게 입어서 파사디 나 가서 우리 아이스스케이트 타요. 너무 추웠어요. 내 친구들도 있었어 요. 우리 다 아이스스케이트 타고 하고 우리 다 넘어졌어요. 우리 다 힘 들었어요. 우리 다 앉아서 따뜻한 초콜릿 마셨어요. 하고 우리 올라가서 내 형 친구 생일 축하해야 돼요. 우리 다 생일 축하하고 다 먹었어요. 우 리도 먹어서 아이스스케이트 더 타고 하고 따뜻한 초콜릿 더 마셨어요.
우리 아이스스케이트 신발 뺐어요. 너무 시원했어요. 우리 다 형 친구 집 에 가서 우리 다 거기에 잤어요. 너무 재밌어요. 아침 일어나서 우리 다 바깥에 가서 트램플린 갔어요. 하고 개임도 놀았어요. 우리 아침 먹었어 요. 우리 다 차에서 가고 우리 교회 갔어요. 나 좋은 타임 가졌어요. (3급 /010406)
나. 어저께 저는 선물 만들기 했어요. 저는 선물 만들기 너무 재미있었어요.
학교에서 했었어요. 나는 귀걸이도 만들었어요. 하고 베개도 만들었어요.
나는 친구랑 갔어요. 나는 가방 만들고, 머니 파우치, 주얼리 케이스 하고 등 긁는 것을 만들었어요. 선물 다 만들 때 나 친구 아빠가 왔어요. 나는 친구랑 갔어요. 차 탈 때 친구 아빠가 집에 데려다줬어요. 집에 갈 때 엄 마하고 아빠 있었어요. 언니는 학원에 있었어요. 나는 엄마하고 아빠 선 물 보여 줬어요. 언니 집에 올 때 밥을 먹었어요. 카레라이스 먹었어요.
110) 이러한 문제는 비단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 다. 이효정(2001:243-245)은 고급 일반 외국인 학습자의 언어 산출에도 동일한 의미 기능을 가진 여러 어미 중 대표적인 한 가지만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존재 함을 지적하였다.
다 먹을 때 텔레비전 봤었어요. (3급/010409)
다. 나는 바닷가를 너무 좋아해요. 바닷가에서 우리가 파도 안에 놀았습니다.
우리가 모래 안에 샌드크랩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모래성을 만들었습니 다. 우리가 배고프면 라면도 먹고 타코도 먹었어요. 물이 너무 차가우면, 나는 책을 읽었습니다. 해가 너무 따뜻하면, 우리가 자요. 바닷가에서 많 이 할 수 있어요. 나는 바닷가를 가면, 맨날 재밌게 놀 거예요. (3급 /010410)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재미동포 학습자들이 그 쓰임 을 충분히 알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문장 확장 관련 문법항목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한 문법항목별 사용 양상 분석에서 5-6급에 올라 가서도 전혀 사용되지 않거나 모어 화자에 비해 사용 빈도가 매우 낮은 문법항 목들이 다수 발견되었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문법항목들 이외에 모어 화자들이 빈번히 활용하는 추가적인 문법항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학습자들이 문장을 구성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다양화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재미동포 학습자의 통사 복잡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교육을 강화 하여야 할 문법항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앞에서 상세히 기술한 각 문법항 목의 숙달도별 사용 양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유사한 사용 양상을 보이는 문법 항목끼리 묶어 그 발달 유형에 따라 몇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러한 방법을 통해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한 문법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숙달 도별 사용 빈도, 사용 맥락, 오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사 복잡성 관련 문법항목들을 [그룹1], [그룹2], [그룹3], [그룹4]로 구분해 보도록 한다.
우선 [그룹1]에 속하는 문법항목은 재미동포 3급에서부터 이미 꽤 높은 빈도 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류도 거의 발견되지 않으나, 재미동포 5-6급 혹은 모어 화자 집단에서는 그 사용이 감소하는 문법항목이다. 구어에서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되고 무표(無標)적인 경우가 많아 학습자들의 체감 난이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숙달도가 낮은 학습자 입장에서는 [그룹1]의 문법항목들이 해당 범주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법항목들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사용 하지만,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사용 가능한 문법항목의 대안이 많아지고 사용 맥 락에 더욱 적합한 문법항목(혹은 다른 표현 방식)들을 선택하게 되면서 절대적
인 사용 빈도나 상대적인 의존도가 낮아진다. ‘-어서1(선후), -니까1(이유·원인), -고3(수단), -러(목적‧의도)’등이 [그룹1]에 해당한다.
[그룹2]로 분류되는 문법항목은 재미동포 3-4급에서부터 사용되고 숙달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 사용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증가하거나 높은 사용 빈도가 유 지되는 문법항목이다. 오류는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3-4급에서 종종 발견되더라 도 5-6급에 이르러서는 비교적 쉽게 습득하여 오류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6 급에서는 이미 모어 화자 수준의 빈도를 보이거나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현저한 수준은 아니다. ‘-고1(순접), -지만(역접), -ㄴ/는 것, -ㄴ/는지, -면서2(동 시), -고2(선후), -어서2(이유‧원인), -어서3(수단), -ㄴ/는데(배경), -려(고)(목적‧
의도), -면(조건‧가정), -어도2(양보)’ 등이 [그룹2]에 속한다.
[그룹3]에 해당하는 문법항목은 재미동포 학습자들로서는 일정 숙달 단계에 이르면 그 사용을 추가적으로 증가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문법항목들이다. 모어 화자의 사용과 비교했을 때 추가적인 발달의 여지가 충분 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5급 이상에서 그 발달이 정체되는 항목 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혹은, 양적 지표로는 모어 화자와 비교 가능할 정도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 사용된 맥락을 확인해 보면 그 사용이 질적 인 의미에서 모어 화자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거나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 는 경우에도 이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기, -ㄹ 것, -ㄴ/는, -을, -다(가)(선후), -게2(방식·정도), -게3(사역), -다고(간접인용), -라고2(간접인용)’ 등이 [그룹3]으 로 분류된다.
[그룹4]는 구어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아 재미동포 학습자들이 노출될 기회가 적거나, 사용상의 제약이 많거나, 혹은 단순히 난이도가 높아 재미동포 학습자 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문법항목들이다. 이 그룹에 속하는 문법항목들 중 일 부는 소수의 재미동포 학습자들의 작문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는데, 이 때 오류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문법항목들에 대해서는 완전한 습득이 이루어지 지 않는 이상 학습자들은 모험을 시도하지 않고 사용을 회피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111). 이 [그룹4]에 해당하는 문법항목으로는 ‘-ㅁ, -던 것, - 111) 환언(換言)하자면 재미동포 학습자들은 정확히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때에 이르 러서야 난이도가 높은 문법항목들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계승어 학습자 들에게 있어서 복잡성과 정확성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기보다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듈레이와 버트(Dulay &
ㄹ지, -던, -며2(동시), -어1(선후), -어2(이유‧원인), -어3(수단), -니(까)2(배경)’
등이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4개의 발달 유형 그룹에 속하는 문법항목들을 <표 37>에 정리하였다. 이 4개의 그룹은 서로 변별되는 발달 유형을 보이는 문법항목끼리 묶어 분류한 것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표 37>의 가장 좌측에 있는 [그룹1]
에 속한 문법항목들의 발달이 가장 먼저 이루어지고 [그룹4]에 속한 문법항목들 이 가장 나중에 발달한다는, 일종의 발달 순서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 도 가능하다.
Burt, 1974)가 정확성이 높은 문법항목이 먼저, 정확성이 낮은 문법항목이 나중에 습득된다고 보고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결과인데, 이것이 일반 제2 언어 혹은 외국어 학습자와는 다른 계승어 학습자의 일반적인 특성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구분 문법항목 발달 유형
그룹1 그룹2 그룹3 그룹4
접
속 대등절 순접 -고1 ◎
역접 -지만 ◎
내 포
명사절
전성어미 -ㅁ ◎
-기 ◎
의존명사
‘것’
-ㄴ/는 것 ◎
-ㄹ 것 ◎
-던 것 ◎
의문형 종결어미
-ㄴ/는지 ◎
-ㄹ지 ◎
관형사절 전성어미
-ㄴ/는 ◎
-ㄹ ◎
-던 ◎
부사절
동시 -면서2 ◎
-며2 ◎
선후
-고2 ◎
-어서1 ◎
-어1 ◎
-다(가) ◎
이유‧원인
-어서2 ◎
-어2 ◎
-니까1 ◎
수단
-고3 ◎
-어서3 ◎
-어3 ◎
배경 -ㄴ/는데 ◎
-니(까)2 ◎
목적‧의도 -러 ◎
-려(고) ◎
조건‧가정 -면 ◎
양보 -어도2 ◎
방식‧정도 -게2 ◎
사역 -게3 ◎
인용절
직접인용 “ ”라고/하고 ◎
간접인용 -다고/(이)라고 ◎
-라고2 ◎
<표 37> 발달 유형에 따른 문법항목 분류
<표 37>은 재미동포 청소년 학습자들의 통사 복잡성 관련 문법항목 사용 양 상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것이지만, 이 중 [그룹1]과 [그룹2]에 속하는 문법항목들 은 일반 외국인 학습자나 모어 화자 사이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급 수준의 일반 외국인 학습자의 구어 담화를 분석한 이효정 (2001:238)은 ‘-고(29.4%), -ㄴ/는데(19.9%), -면(17.2%), -어서(15.5%), -니까 (6.0%), -지만(4.3%)’ 등 6개 문법항목이 전체 부사형 어미 중 90% 이상을 차지 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만 3세 모어 화자의 언어를 연구한 장경희 외 (2015:63-64)에 따르면, ‘-고(36.0%), -면(25.2%), -어서(11.8%), -ㄴ/는데(6.1%), -니까(6.0%), -다가(4.0%)’는 유아 언어에서 등장하는 접속어미의 88.2%를 차지 한다. 이는 성인 모어 화자 언어의 빈도를 조사한 국립국어원(2002)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토론 텍스트를 분석한 안경화(2001)의 보고112)와도 거의 일치한다.
반면, 재미동포 학습자 사이에서 그 발달이 정체되거나 사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표 37>에서 [그룹3]과 [그룹4]에 해당하는 문법항목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법항목들에 대한 교육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 그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본고의 연구 범위에서 벗어나 있으나113) 학습자들의 산출 언어를 분석한 결과 해당 문법항목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최소한 학습자들이 표현 가능한 수준으로까지는 습득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법항목들과 관련한 추가적 인 교육적 처방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교육 내용 측면에서 짚어야 할 또 한 가지는 일부 문법항목들은 사용 빈도뿐만 아니라 사용 맥락의 범위나 깊이와 같은 질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되 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예문과 문장 쓰기 훈련을 통해 현재형 관형사형 전성어미 ‘ㄴ/는’의 미래형이 ‘-ㄹ’임을 명시적으로 교육하여 ‘-ㄹ’의 쓰
112) 국립국어원(2002)에 따르면, 성인 모어 화자의 언어에서 ‘-고(31.9%), -면(15.1%), - ㄴ/는데(13.1%), -어서(10.0%), -니까(5.3%) -어야(3.9%), -다가(4.0%)’ 등 7개 문법 항목이 전체 연결어미 중 82.8%를 차지한다(접속어미를 추출하여 자료를 재구성한 장경희 외(2015:63-64)를 참고하여 계산한 수치). 또한, 안경화(2001)에 따르면, ‘-고 (34.7%), -면(19.8%), -ㄴ/는데(13.2%), -어서(13.2%), -니까(3.8%)’ 등 5개 문법항목 이 29,880어절의 방송 토론 텍스트에 출현한 전체 연결어미 중 84.6%를 차지한다.
113) 단, 교재를 통한 교육 실태는 이어지는 교재 측면의 논의에서 간략히 살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