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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측면: 관련 문법항목의 조기 도입 및 나선형 배열

3. 교육적 함의 및 제언

3.2. 교재 측면: 관련 문법항목의 조기 도입 및 나선형 배열

교재 측면의 교육적 함의를 도출하기에 앞서 현재 활용되고 있는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에서 어떤 문법항목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재외동포 교육 지원의 일환으로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를 개발·보급하고 있는데, 최영환(2013:194-195)에 따르면 재미 한글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재가 바로 이 교육부 교재들이다114). 이 중 2010년 이후 편찬·사용되고 있는 『한글학교 한국어』 1∼6권(2008/2012)(이하

<한글학교>)115), 『맞춤 한국어 (영어권)』 1∼6권(2011)(이하 <맞춤>), 『재외 동포를 위한 한국어』 1-1∼6-1권(2015)(이하 <재미동포>) 등 3종의 교재와 교 사용 지도서를 검토하였고 이 내용을 토대로 재미동포의 통사 복잡성 향상과 관련한 교육적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 교재들에서의 통사 복잡성 관련 문법항목별 교육 시기116)를 <표 38>에 정리하였다.

114) 최영환(2013)은 2011-2012년 한글학교 운영 실태 보고서를 토대로 재미 한글학교 의 교재 사용 양상을 보고하였다. 이 자료에 의하면, 재미 한글학교에서 주로 사용 하는 교재는 교육부가 개발·보급하는 교재(37.7%), 학교 혹은 교사가 자체 제작하는 교재(24.1%), 상업용 교재(20.4%), 재미 한글학교 협의회 혹은 대규모 학교 제작 교 재(9.3%)의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115) 1-2권은 2008년에, 3-6권은 2012년에 출판되었다.

116) 『한글학교 한국어』와 『맞춤 한국어 (영어권)』는 재외동포 아동만을 대상으로 편찬되어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는 아동뿐만 아 니라 청소년까지 목표 학습자에 포함시켜 총 12권으로 구성되었다. 교재별로 각 문 법항목이 도입·교육되는 시기를 비교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각 교재의 ‘일러두기

(서문)’에 제시된 목표 학습자의 수준, 연령대, 단원별 권장 교육시수 등을 참고하여 본고의 ‘급’ 기준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변환하였고, 이를 <표 38>에 반영하도록 한 다.

본고 ‘급’ 개념 『한글학교 한국어』

『맞춤 한국어 (영어권)』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1급 전반 1 1 1-1

1급 후반 2 2 1-2

2급 전반 3 3 2-1

2급 후반 4 4 2-2

3급 전반 5 5 3-1

3급 후반 6 6 3-2

4급 전반

N/A N/A

4-1

4급 후반 4-2

5급 전반 5-1

5급 후반 5-2

6급 전반 6-1

6급 후반 6-2

발달

유형 문법항목

한글학교 한국어 (2008/2012)

맞춤 한국어 (영어권)

(2011)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2015)

[그룹1]

-어서1(선후) - 3급 후반 2급 후반

-니까1(이유) - 3급 후반 2급 전반

-고3(수단) - - -

-ㄴ/는데 - 3급 전반 2급 후반, 3급 후반

-러 3급 후반 3급 후반 2급 후반

[그룹2]

-고1(순접) 3급 후반 3급 전반 1급 후반

-지만 - - 1급 후반

-ㄴ/는 것 - - 3급 후반

ㄴ/는지 - - 6급 후반

-면서2(동시) 3급 후반 3급 후반 3급 후반

-고2(선후) - 3급 후반 1급 후반

-어서2(이유) 3급 후반 2급 후반 1급 후반

-어서3(수단) - - -

-려(고) - - 3급 전반

-면 3급 후반 3급 전반 2급 전반

-어도2(양보) - 3급 전반 3급 후반

[그룹3]

-기 - 2급 전반 -

-ㄹ 것 - - -

-ㄴ/는 3급 전반 3급 전반 2급 전반, 후반

-ㄹ 3급 후반 3급 후반 2급 후반

-다(가) - - 4급 전반

-게2(방식) - - 3급 전반

-게3(사역) - - 4급 후반

-다고/(이)라고 - - 4급 전반

-라고2 - - 4급 전반

[그룹4]

-ㅁ - - -

-던 것 - - -

-ㄹ지 - - -

-던 - - 6급 후반

-며2(동시) - - 4급 전반

-어1(선후) - - 6급 전반

-어2(이유) - - -

-어3(수단) - - -

-니(까)2(배경) - - -

“ ”라고/하고 - - -

<표 38> 교재별 문법항목 교육 시기

<표 38>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교재에 따라서는 문장의 확장과 관련된 문법 항목 중 다수가(일부 교재에서는 대다수가) 교육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재별로 살펴보면, <표 38>에서 제시된 총 35개의 문법항목 중 <한글 학교>에서는 단 7개, <맞춤>에서는 13개만을 다루고 있으며, <재외동포>에서 는 24개 문법항목을 포함시켰다117). 특히 <한글학교>와 <맞춤>에서는, 또래 모 어 화자 집단에서는 자주 등장하지만 재미동포 학습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룹4]에 속하는 문법항목은 물론이고, 사용 빈도가 높고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그룹1-3]에 해당하는 문법항목 중에서도 누락되어 있는 것이 상당 수 존재한 다. <한글학교>와 <맞춤> 교재는 재미동포 학습자 1-3급 정도에 해당하는 수 준만을 대상으로 편찬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그룹3-4]의 문 법항목이 교재 교육내용에서 제외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룹1]과 [그룹2]

의 문법항목들은 앞선 본고의 분석 결과 숙달도가 비교적 낮은 3급에서부터 빈 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118), 이러한 문법항목들이 교재 교육내용에서 애초에 제외되어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재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119).

교육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는 문법항목들도 그 교육 시기가 교재에 따라 상이 한데, 이는 재외동포 대상 문법 교육내용의 위계, 혹은 그 배열의 표준화가 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최영환, 2015:319-320). 그러나 교재별로 동일한 문법항목을 다른 시기에 교수한다는 사실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문장 확장 관련 문법항목들을 도입하여 교육하는 시기가 전반적으로 다소 늦다는 점

117) 통사 복잡성 관련 문법항목 중 다수를 교육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는 <재외동포>

에서 명사형 전성어미 ‘-기’가 누락되어 있는 것이 다소 특기할 만하다. 기본형 ‘-기’

에 대해서 별도로 교육하지 않고 2급 후반에 ‘-기 전에’, 3급 초반에 ‘-기 때문에’, 4 급 후반에 ‘-기(가) 쉽다’의 형태로 해당 문법항목이 출현한다. 그러나 민현식 (2009:100)의 논의처럼, ‘-기’는 시제성에서 자유롭고 적용 가능성이 높아 그 기본형 을 조기에 도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118) 재미동포 3-4급 학습자 작문에서 다수 발견된 문법항목들이 실제로 교재를 통해 명시적으로 교육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재미동포 학습자들이 가정이나 미디 어 등 교실 외의 환경에서 한국어에 노출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부분이 상 당함을 의미한다. 이는 다수의 재미동포 학습자들이 가정에서의 한국어 노출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내포절 사용에 익숙할 것이라는 추정(Ⅳ장 1절)을 뒷받침한다.

119) 3종의 교재 어디에서도 ‘-고3, -어서3, -어3’ 등 수단의 의미를 나타내는 문법항목을 문법항목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재미동포 3급 학습자들조차 (모어 화자와 사용 빈도에 서는 차이가 있으나) [그룹1-2]의 문법항목, 특히 ‘-고1(순접), -ㄴ/는 것, -ㄴ/는, -ㄹ, -고2(선후), -어서1(선후), -어서2(이유), -고3(수단), -ㄴ/는데, -면’ 등을 비 교적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다. 문법항목도 어휘의 일부라고 본다면 이러한 문법 항목들은 다수의 3급 학습자에게 있어서 이미 수용어휘를 넘어 표현어휘의 지 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학교>나 <맞춤>에서는 이러한 문법항목들의 대부분을 3급에 올라와서야 교육하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 기초적인 문법항목들에 대한 명시적이 고 직접적인 교육이 늦은 시기에 이루어질 경우, 부정확한 사용이 고착화되거 나120) 교실 밖에서의 한국어 노출이 적은 학습자들은 관련 문법항목에 대한 입 력이 동료 학습자에 비해 너무 늦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수동적 지 식을 가진’(이정희, 2013:210) 재미동포 학습자 대상 교재에서는 가정 내에서 쉽 게 접할 수 있는 구어적 성격의 문법항목들이 다소 이른 시기인 1-2급 수준에 서 교육될 필요가 있으며121), 이에 따라 문법항목의 배열 및 교육 시기가 일반 외국인 학습자와는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Ⅳ장 1장의 분석에서 재미동포 학습자의 통사 복잡성이 5급 이후에 유의미한 발달을 보이지 않고 정체된 것을 확인하였는데, 이 시기의 추가적인 통사 복잡 성 향상을 위하여 [그룹 3-4]의 문법항목을 교육내용에 포함시키는 것 이외에의 몇 가지 방안을 추가적으로 논의하도록 한다.

우선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교육내용의 나선형 배열122)이다. 재미동포 학습자 의 한국어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학습해야 할 문장 확장 관련 문법항목의 수가 급증하며 이 시기에 학습하는 문법항목들은 앞서 학습한 문법항목과 그 의미와 기능의 차이가 미묘한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나중에 입력되는 문법항목은 이 전에 학습하여 이미 높은 빈도로 사용하고 있는 문법항목의 존재로 인해 표현 120) Ⅳ장 2절의 문법항목 사용 양상 분석에서 난이도가 낮은 문법항목일지라도 통사적

제약에 대한 인식 실패 등으로 인한 오류가 종종 발견되었음을 언급하였다.

121) 가장 최근에 편찬된 <재미동포>에서는 [그룹1-2]의 문법항목들 중 다수가 1-2급 에서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122) 나선형 배열이란 동일한 문법항목을 교재의 여러 단계 혹은 단원에 걸쳐 단계적으 로 제시하는 것으로, 해당 문법항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실제 언어생활 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습득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김재욱, 2009:77-78).

어휘로까지 발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특정 문법항목의 기본형을 제 시한 후에는 해당 문법항목을 활용하는 관용 표현들을 추가적으로 교육함으로 써 넓은 범위에서의 나선형 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123). 앞선 분석 결과, 내포절 유형 중 관형사절의 사용에서 모어 화자와의 양상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났던 점을 고려할 때, <재미동포>에서 2급 후반에 관형사형 전성어미 ‘-ㄴ/는’

을 교육한 후 3급 전반에는 ‘-ㄴ 후에, ㄴ 다음에’, 4급에서는 ‘-ㄴ/는 바람에, - ㄴ/는 대신에’, 5급에서는 ‘-는 동시에, -ㄴ/ㄴ 편이다’, 6급에서는 ‘-ㄴ/는 한편’

등을 교육한 것은 이에 해당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124). 작문 자료 분석 결과, 실제로 모어 화자들은 문법항목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문장을 확장하 기도 하였지만 ‘-를 통해, -기 위해, -ㄴ 후(에), -기 전(에), -에 의해, -기 때문 에’ 등 다분히 관용적인 표현을 통해 통사 복잡성을 향상시키는 경우가 흔히 발 견되었다.

(24) 가. 여러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나는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했고, 나 스 스로도 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가장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NS/829901)

나. 그런데 가끔은 전학을 온 후, 시간이 좀 지나면 오기 전 친구와 연락하 기 힘들고 만나기 힘들어서 잊게 되는 건 좀 아쉬워요. (NS/929908) 다. 아마 그 이유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엄마의 강요에 의해 학원을 다니

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으리라. (NS/819911)

따라서, 활용도가 높은 문법항목의 결합 형태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확장시키 는 방식의 교재 구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125).

또한, 특정 문법항목을 교육할 때 기(旣) 학습했던 문법항목과의 차이를 명시 123) 최은규(2013)에서는 선수 학습한 표현과 비교하고 이를 확장시켜 교육하는 것을 나 선형 학습의 특징으로 보고(p.276), 나선형 교육이 교수법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교 수요목에도 반영되어야 체계적, 반복적인 교수·학습이 가능함을 강조하였다(p.305).

124)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문법항목의 결합형을 먼저 제시한 후 기본형을 교수하는 방 식도 가능하다.

125) 이때 지나치게 통제된 형태로 문법항목을 제시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최은 규(2013:295-296)는 일반 목적 외국인 학습자 대상의 한국어 교재들을 분석하면서 여러 문법 요소의 결합형을 새로운 항목으로 제시할 때 그 형태를 과도하게 통제하 면 해당 항목의 적용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