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개도국, 특히 아시아 지역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조하는 명분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 다.4) 첫째, 아시아권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에너지수요를 억제하며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 서는 에너지효율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
해 아시아의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이 지역에 서의 에너지 원단위나 에너지 탄성치를 절감하고, NOx, SOx, CO2와 같은 환경부하를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이다. 둘째,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향상을 위해 석유의 안정적 공급확보와 석 유 이외의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와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속적 경제성장과 에너 지안보 확보차원에서 에너지절약은 가장 효율적인 해 결책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에너지분야에서의 일반적인 국 제협력 명분과는 달리, 일본 정부는 에너지절약분야 에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을 잠재시장으 로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아직도 이들 개도국 시장에는 첫째 제도적인 측면에 서 리스크가 엄연하고, 둘째 현지기업의 에너지절약 의식이 부족하며, 셋째 현지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도 남아 있는 등 자국의 에너지절약 관련 제품과 기술이
‘비즈니스’로서 이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 하고 있다.
나. 시장지향적 국제협력으로의 방향 전환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5년 발표한 보고서5)를 통 해, 에너지·환경정책 관점에서 바람직한‘아시아像’
3) 일본정부는 에너지절약분야의 협력국가 선정 시 첫째 에너지수요, 둘째 일본의 에너지정책상 차지하는 비중, 셋째 일본과의 경제 관계, 넷째 상대국의 에너지절약 추진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있음. (2007)에 의하면, 중점 협력국 후보 중 중국은‘최중점국’으로 선정되었고, 인도는 협력을 시작해 야 할 대상, 그리고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산업중심의 에너지절약 관련 제도운영을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선정되었음.
4) 일본 자원에너지청이 설치한‘에너지절약과 에너지절약산업의 전개에 관한 연구회’가 2009년 2월 발표한‘에너지절약산업의 국제적 전개에 관한 논점’이라는 자 료(http://www.meti.go.jp/committee/materials2/downloadfiles/g90219a03j.pdf)에 의거한 것임.
5)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직한‘에너지관련산업의 아시아전개에 관한 연구회’는 에너지분야에서의 기존 국제협력 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민간의 참여를 촉구하 는 취지의 보고서를 2005년 3월에 발표하였는데, 이하는 (2005)를 참고하여 정리한 것임.
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3대 협력 틀인 ODA, GAP6), NEDO의 모델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천명하였다.
첫째, 기본적으로 ODA는 개도국의 요청주의에 입 각하고 있어 수원국이 원하는 협력프로젝트나 협력 의향 여하에 따라 협력 정도가 결정됨에 따라,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요구와 그다지 부합하지 못하는 한 계를 안고 있다. 나아가 그간 일본의 가장 큰 ODA 수 원국이었던 중국이 2000년 이후 급성장함에 따라 ODA 축소·폐지론이 비등하였고, 이에 따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개도국을 물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둘째, 일본 정부는 지난 1991년 ODA의 요청주의 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원국과의 정책대화 (Policy dialogue)를 통해 상대방의 수요를 파악한 후 실증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GAP이라는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의 아시아 다자간협력 프로그램을 도 입·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에너지안전 보장과 Clean Coal 기술, 코크스 건식소화설비, 발전 소용 탈황기술 등과 같은 에너지절약 관련 일본 기술 을 아시아에 이전하였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 고, NEDO가 추진하고 있는 모델사업은 신규 안건의 발굴에 한계를 느끼고 있고, 기존 사업도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등 협력사업이‘点’에 머물고 있다 는 비판을 받았다. 다시 말해, GAP 프로그램은 모델 사업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본기술의 현지 보급에 실 패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절약분야에서 일본의 모델사업이 실 패하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프로젝트 실시 이전 의 시장성 평가가 충분하지 못한 점과 당초 예상과 달 리 수원국 국가들의 환경규제가 약하여 수원국 기업 들이 에너지절약 기술을 수용할 만한 인센티브가 적 었다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이 안고 있는 에너 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일본의 에너지 관련 산업이 그간 에너지 이용의 고도화·다양화·클린화 분야에 서 축적해 온 기술과 노하우가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잠재적 능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이 주체가 되어 아시아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정부는 필 요한 사업 환경 정비와 지원을 수행하는‘Market- Orientation’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시장지향적 국제협력을 통해 일본과 아시아국가들은 상호 win-win 관계를 구축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민간기업이야말로 에너 지·환경 관련 기술이나 노하우를 해외에 이전하는 데 최적격자이고, 시장을 통한 기술이전은 효과 측면 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点’에 머 물고 있는 기술협력의 지평을‘面’으로 확대할 수 있 는 메카니즘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장지향적 국제협력은 일본기업의 경쟁체질 강화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양한 기술 이‘아시아표준’으로 인정을 받아 아시아지역으로의 진출과 기술·노하우 이전에도 크게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이미 사업기회가 적고 기술인 력도 고령화됨에 따라 사업현장에서 기술(예. 고전압
6) GAP(Green Aid Plan)은 경제산업성이 1991년 8월 채택한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협력 프로그램으로서, 대상국은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시아, 인 도, 베트남 7개국임.
송전, 원자력 등) 승계라는 관점에서도 아시아 지역 진출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시장지향 적 국제협력은 상대국에게도 에너지 인프라 정비가 사업을 통해 추진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양국이 합 의 가능한 윈-윈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지향적 국제협력에는 민관연계와 역할 분담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일본 정부는 우선 민 관연계의 전제조건으로서 ASEAN +3 포럼을 활용하 여 아시아 지역에서의 에너지·환경정책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부측에서는 지식재산권보호 등 상대국의 관련 제도를 정비7)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고, 국내 금융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상대국에서의 제도설계 나 F/S(타당성조사) 단계, 혹은 프로젝트 설계 단계에 서부터 일본 기업이 참여하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고, 기술개발전략과 관련해서는 기술개발단계에서 일본 민간기업의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부문의 역할에 대해서는 첫째, 프 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상사, 엔지 니어링회사, 유틸리티기업, 금융회사 등이 수직적으 로 팀을 형성하는 것이 유익하고, 둘째 아시아 비즈니 스에 정통한 인재를 육성하고, 셋째 기술 승계 관점에 서 핵심인재의 정년 후 재고용이나 젊은 인재의 육성 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 에너지절약산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표준화
일본 정부는 지구온난화 대책이라는 관점에서 APP8)와 같은 국제협력을 섹터별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러한 움직임을 보다 구체적인 비즈니스로 확대·발 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9). 특히, 일본이 강점을 갖는 에너지절약제품이나 기술이 비즈니스로 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래 와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 양자 간 대화나 다자간 정책대화의 장을 활용 하여 민관일체가 되어, 제품·기술의 특성에 맞춰 향 후 진출 분야와 국가를 선정하고, 다른 경쟁 제품·기 술과의 비교우위를 검토하며, 상대국에서 에너지절약 시장이 형성되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절약기준 을 책정하도록 독려하자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일본의 에너지분야에서의 ODA는 발전소건설 등 에너지공급 측면에서의 협력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향후에는 기기·설비나 주택·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사업자의 에너지관리 추진 등 수요측면 에 대한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이다.
셋째, 제품 판매 못지않게 지혜를 판매하는 발상이 중요한데, 비즈니스로서 에너지절약 기기나 계측기 와 같은 하드 측면에서의 해외진출과 아울러, 일본 제 조업이 갖는 제어나 튜닝과 같은 소프트 측면에서의
7) 이와 관련하여 (2005)은 ①지식재산권보호제도의 정비, ②무역장벽 제거, ③투자자본의 회수에 관한 제도 정비, ④CDM 제도설계, ⑤에너지관련 사업 의 경제성을 담보하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음.
8) APP(Asia-Pacific Partnership for Clean Development and Climate)는 2005년 7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미국, 호주, 중국, 인도 및 일본이 참가 하여 발족시킨 협력기구로서 교토의정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나, 실제는 미국 부시정권이 주도한 포스트 교토의정서를 노린 실험적 협정이라는 지적도 있음.
APP는 기술이전에 주목하여 온실가스삭감을 촉구하는‘보텀업’방식의 협정, 즉 새로운 투자기회를 창출하고, 지역협력을 추진하며, 보다 효율적인 클린 기술을 도입하는데 장벽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대화의 장이라 할 수 있음.
9) (200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