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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R I H S 보 고 서
한반도 기반시설 개발의 기본구상 연구(I )
Basic Design of Infrastructure Development in the Korean Peninsula( I )김원배∙이성수∙류재영∙박상우
지음다자간 협력을 통한 북한 인프라 개발 모색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서평)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남북관계에서 국제 적 변수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른바 한반도 문 제는 민족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 문제임은 주 지의 사실이다. 사실 현재에도 남북관계는 독립변 수로서의 색채는 약하고 국제정치적 여건에 종속 되어 있는 변수다. 동시에 지적해야 할 것은 지금 은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지구 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의 통일은 그 당 위성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남한 정부는 목적의식적으로 국제협력 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강하다. 특히 남한 의 대북경협은 국제적 관계 속에서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남북한 양측 의 노력만으로 남북경협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한 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경협의 본격적 추진을 위한 재원 조달의 측면에서도, 남북경협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의 측면에서도 국제협력 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세계에서 북한경제 를 둘러싼 국제협력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남한 정부 내에서도 국제협력에 대한 인식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 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인식을 배경으로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말 출간한「한반도 기반시설 개발의 기본구 상 연구(1)」의 문제의식이자 출발점에 대해 평자 개인은 충분한 공감을 보내는 바다. 아니, 같은 북 한연구자로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내용적으로 볼 때 이 보고서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북한 및 한반도의 기반시설 수요 및 공급의 면에서 주변국과의 경제교류를 구체적으로 고려한 점이다. 특히 30개 가까운 핵심 사업에 대해 주변 국과의 협력 가능성 여부를 포함해 사업의 우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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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정한 대목은 이 보고서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도 주장하고 있듯이 대부분의 선행연 구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주변국의 영향력 및 개입 이라는 현실적 상황이 간과되었다. 그러다 보니 논 의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 채 주변부만 맴돌 수밖 에 없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도 인식하고 있듯이 다자간 협 력은 양자 간 협력보다 더 많은 경제적, 경제외적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국제금융기구와 같은 일종의 초법적인 제3자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다자간 협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원 론적인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개별 사업에 대해 비용-편익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 요성이 도출된다. 물론 이러한 점에까지 이 보고서 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현실의 세계에서 북중 및 북러 접경지대 에서의 인프라 개발에 대해 수십 년 동안 논의만 무성했을 뿐,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 보고서가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 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북핵문제, 북한의 소극 적인 태도를 우선적으로 꼽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 는 사태의 절반밖에 설명해주지 못한다. 협력의 틀 자체, 나아가 남한 정부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 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국제협력의 방안도 그 구체성과 현실 성의 측면에서 보완의 여지가 있다. 기존 논의보다 한두 발자국 앞서고 있음은 인정되나 큰 틀로 보아 서는 여전히 원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 는 학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니, 북한 인프라 개발에 관한 현존하는 가장 체계적이
고 포괄적인 보고서임에 틀림없다고 평자는 보고 있다. 그리고 필진들은 이 분야에 관한 한 국내 최 고의 지식인프라를 축적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 보고서의 후속연구인「한반도 기반 시설 개발의 기본구상 연구(II)」의 발간을 학수고 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