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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s 精 神精 神 分 析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精 神精 神分 析分 析分 析 :: 第第 11 卷卷 第第 1 號 2 0 0 0 Vol. 11, No. 1, page 22~38, 2 0 0 0

美術과 心理

趙 斗 英*

Art and Psychology

Doo-Young Cho, M.D.*

응용정신분석의 일환인 미술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은 1910년 Freud의 다빈치 연구에서 시작되었으며, 1952년 Kris의 명저 미술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 근 으로 터전을 마 련하였지만 문학예술에 대한 접근 보다는 연구자의 수(數) 와 논문 편수에서 현저하게 열세에 있다. 이십 세기 초엽에 는 미술가로서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들이 만든 작품에 대한 분석이 주로 이루었고, 이십 세기 중엽에 들어 통상적 미술 작품과 정신질환자가 아닌 미술가들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십 세기 후반에 연구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화 가는 반 고호이고, 그 뒤를 피카소가 따른다.

한국에서는 미술분야에 대한 심리적, 정신분석적 접근이 1956년, 당시 수도육군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있던 前서울의 대 조교수 兪碩鎭이 정신과 집담회에서 화가 李仲燮의 정신 분석학적 연구를 구연한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불행히도 활 자로 남기지 못하였으며, 이 방면은 후속연구자가 없어 단 발(單發)로 끝났다. 그 뒤 근 30년이 흐르고 난 뒤 나온 것 이 같은 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고찰한 龍仁정신병원의 郭英 淑(1985)인데, 현재 그녀는 제주(濟州)대학교 정신과교수 로 있다. 곽영숙은 이 불운의 화가 이중섭이 1950년대 초 중반에 그린 그림 가운데서 소, 물고기, 어린이를 소재로 한 연작(連作)을 중심으로 하여 이 화가의 그림에 담겨 있는 심리적 동기와 의미를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곽영숙은 결론으로‘소(牛)’를 화가의 의식에서는 받아드릴 수 없는 무의식의 본능적 측면에 대한 자기각성을 인도하는 자기원형(自己原型)이라 하였고,‘물고기’ 그림은 화가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마음 속의 모성상(母性像)을 나타내 며 재생과 창조의 모티브를 지녔다 하였으며,‘어린이’ 그 림은 화가의 자아기능과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한편 정신의 전체성을 지향하는 원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리고 이 세 가지 주제는 상호연관이 있어, 대극(對極)의 합 일(合一), 즉 분열된 정신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공동의 뜻 을 담고 있다 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 이중섭의 그림은 절망 적인 현실상황에서 고통을 승화시키려는 의지와 인내이며, 내적인 자기치유의 힘이 실현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무렵부터 한국정신의학계는 미술을 이용한 치료분야에 관심을 돌려 회화요법에 관한 종설과 원저논문 십여 편을 생산하였다. 정신분석계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야 비로서 이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趙斗英(1997)은 흑백 단색화 화가 金麒麟의 그림을 분석한 짧막한 글을 미술전문 지에 올렸는데, 화가의 흑백단색화의 심리적 근원을 어머니 를 찾으려는, 그리고 어머니를 잊으려는 무의식적 양극감정 과 연결시켰었다. 전남대학 정신과교수 李武石(1997)은 반 고호 Van Gogh에 대한 정신분석적 조명을 본격적 학술논문 으로 발표하였는데, 그는 반 고호가 지녔던 가혹한 초자아와 이드 사이의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자살로 끝맺음을 하 였다고 소개하였다. 서울국립정신병원의 김혜남 등(1998)은 미술 전반에 걸친 정신분석적 이해와 한 사람의 미술가로 피카소 Picasso를 집어 그에 관한 여러 전문가의 분석적 연 구들의 종합을 시도하는 학술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서 저자들은 특히 피카소의 무의식적 공격성과 양성성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色 彩 心 理

1. 歷史면에서 본 色의 상징

고대 중국에서는 음양오행론이 있어 자연이 금(金), 목 (木), 수(水), 화(火), 토(土)로, 즉 광물, 나무, 물, 불, 흙으 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하나 하나는 각기 독 특한 색(色)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금은 백색, 목은 녹색, 수는 흑색, 화는 적색, 토는 황색으로 색채를 입혔다.

중국에서는 은(殷)나라가 백색을 숭상하였다. 청동기와 함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Professor of Psychiatry, Seoul National Unive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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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 斗 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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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흰 도자기가 이 은나라의 상징이어서 광물질을 잘 이용

했다는 말이고, 음양오행에서 광물질을 나타내는 쇠(金)의 상 징인 백색을 좋아했다는 뜻이다.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周) 나라는 은나라의 잔재를 일소하고자 그 상징되는 색을 적색 으로 하였다. 쇠를 녹이는 것이 불(火)이기에 불의 상징인 적색을 쓴 것이다. 주나라를 위시해 다른 모든 나라를 제압 해 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는 불을 이기는 것이 물(水)인 지라 물의 색인 흑색을 상징으로 썼다. 그리고 진을 멸망시 킨 한(漢)나라는 물을 이기는 흙(土)의 색인 황색을 상징으 로 삼았다. 그리하여 황색은 중국에서 가장 고귀한 중앙의 색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런 중국인의 색채관은 지금도 그대로 있어 중국음식점에 가 보면 기둥은 적색, 식탁과 의 자는 흑색, 용무늬 장식은 황색이다. 중국음식점의 간판은 대개 적색 바탕에 황색 글씨다.

인도에서는 일찍이 힌두교의 모체가 되는 브라만교에서 시 작해 황색을 신성시 하였다. 이 영향으로 그 뒤에 나온 불교 에서는 황색이 부처의 색이 되어서 지금까지 절에 있는 부 처의 몸은 황색이다. 그러나 부처가 인생무상(人生無常)의 도를 닦을 때 입는 옷은 적색이다.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예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어 그 네 계급이 각기 다른 색채로 상징되고 있다. 즉 조물주의 입에서 나왔다는 브라만은 백색으로 상징되며 이들은 성직 자 계급이다. 조물주의 팔에서 나왔다는 크샤트리아는 적색 으로 상징되며, 이들은 무사계급이다. 다음 바이샤는 조물주 의 허벅지에서 나왔다는데, 이들은 황색으로 상징되며 상인 계급이다. 그 중 아래인 수드라는 조물주의 발에서 나왔다 는 것으로, 이들은 흑색으로 상징되며 노예계급이다.

이스람교에서는 녹색이 최고의 색이며, 유대교에서는 적색, 청색, 자주색, 백색을 신성시 한다. 기독교에서는 청색을 주 여호와의 색으로 정했지만 그 보다는 녹색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카톨릭교에서는 주요한 색 마다 상징하고 의미하는 것이 다르다. 즉 백색은 빛의 상징이며, 무죄와 순결 그리고 기쁨 과 영광을 의미한다. 적색은 불의 상징이요, 예수가 흘린 피 의 상징으로, 박애와 고결한 희생을 의미한다. 자주색은 억 압당한 자의 울분을 상징하며, 고난과 음울을 의미한다. 녹 색은 자연을 상징하고, 영생구원을 의미한다. 그리고 흑색은 죽음의 슬픔과 무덤 속 어둠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쓰는 문장(紋章)의 색도 각기 그 강조하는 바가 다르다. 적색문장은 용기와 열망, 청색은 경건과 신의, 황색 은 명예와 충성, 녹색은 발전과 희망, 백색은 믿음과 순결, 흑색은 슬픔과 회개, 자주색은 충성과 높은 지위를 나타낸 다. 옛 서양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동 서양 모든 대학에서 그

전공학부를 나타낼 때 쓰는 독특한 색채가 있다. 즉 주홍색 은 신학, 청색은 철학, 백색은 미학과 문학, 녹색은 의학, 자 주색은 법학, 황색은 자연과학, 주황색은 공학, 분홍색은 음 악을 각기 상징하며, 따라서 학위수여식에 나온 사람들은 그 고유한 색이 있는 가운과 모자를 쓴다.

2. 色彩選好

연령별로 사람은 어떤 색을 좋아하는가를 연구한 심리학 자들의 논문이 더러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첫 달은 시각이 덜 발달되어 있고, 또 거의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많다. 대 개 두 달째 들어서야 아이 시각이 그런대로 좀 발달되어 있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후 2~3개월된 아이들에게 여러 가 지 단색을 칠한 원판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눈길이 지속하는 시간을 측정하고 그것을 잡으려고 애쓰는 정도를 비교한 연 구는 아이들이 적색과 황색 같은 밝은 색을 선호함을 보여 주었다. 생후 3~6개월된 아이들은 황색, 백색, 분홍색, 적색 순서로 선호하며, 흑색, 녹색, 청색, 보라색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6개월 이후 아이들은 원색(原色)들을 구 별하며, 3~5세 어린이들은 형태 보다 색채에 더 민감하다.

6세가 넘어야 아이들은 형태감각과 색채감각의 발달이 비 슷해진다.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차차 황색에 대한 선호 도가 떨어진다. 초등학생 나이 때의 아이들은 보통 적색과 청색을 좋아한다. 좀 더 엄밀하게는 적색, 청색, 녹색, 자주 색, 주황색, 황색 순으로 좋아한다.

성인이 되면 파장이 짧은 색인 청색, 녹색을 파장이 긴 색 인 적색과 황색 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된다. 따라서 성인은 보통 청, 적, 녹, 자주, 주황, 황색 순서로 선호한다. 성인을 남녀로 나누어 볼 때 남자들은 그 선호도가 성인 일반과 일 치하나 여자들은 끝 순서인 주황과 황색의 순서가 바뀐다. 이 상은 영국 심리학자 Eyesenck(1941)가 서양사람 총 2만 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들을 종합해서 발표한 것이다.

색채와 소리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심리학자 Zietz는 1931 년 발표하기를 사람은 낮은 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는 사람 의 눈이 어두운 색 쪽에 더 관심을 보이며, 높은 음의 소리 가 나는 속에서는 사람의 눈이 밝은 색 쪽으로 더 간다고 하였다(Birren, 金化中역 p.203).

햇볕과 색채선호를 연관시켜 조사한 연구도 있다. 일반적 으로 햇볕이 풍부한 지역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 눈빛, 머리 칼, 살 색이 모두 짙고 가무잡잡하며, 그 예가 유럽 남부에 사는 라틴족인데, 이들은 적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즉 따뜻하고 생생한 색을 선호하는데, 이는 파장이 긴 빛에 오 랫동안 적응하다보니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적응되었다고 하 겠다. 반면 햇볕을 적게 쪼이고 살아 온 북구인들은 청색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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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같은 차갑고 부드러운 색을 선호한다.

3. 技能面에서 본 색채

이는 광고 선전물이나 주의를 끄는 글씨와 그림의 도안에 서 어떤 색채가 좋으냐를 고려할 때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색채의 가시도(可視度)다. 인간의 눈 은 백색, 황색, 녹색 빛 속에서 사물이 잘 보이며, 청색 빛 속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색안경을 고를 때는 황색 이나 녹색이 좋다. 또 불빛 신호를 할 때, 같은 밝기라면 적 색이 가장 잘 보이고, 다음이 녹색, 황색, 백색 순으로 잘 보 인다. 청색이나 자주색 빛은 눈에 초점이 잘 잡히지 않아 흐 릿하게 보인다. 크기가 같은 물건을 놓고 볼 때는 황색과 백 색 물건이 가장 크게 보이고, 다음이 적색, 녹색, 청색 순이 다. 가시도가 가장 높은 색은 황색으로, 황색은 직접 빛을 낼 경우 뿐만 아니라 페인트를 칠 했을 때도 잘 보인다.

가시도가 높은 색채배합(色彩配合)은 황색 바탕에 흑색으 로 썼을 때다. 그래서 낭떠러지를 알리는 도로변 말뚝을 위 시한 많은 위험신호에 쓰인다. 다음으로 가시도가 높은 색 채배합은 백색 바탕에 녹색, 백색 바탕에 적색, 백색 바탕에 청색, 청색 바탕에 백색, 백색 바탕에 흑색 순이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색은 부드럽고 약간 회색을 띤 색채가 가장 좋다. 공격적이지 않고, 덜 산만하고, 먼지와 얼룩을 숨 겨주는 이점 때문이다. 지겹지 않게 하려면 청색이나 황색 이 조금씩 섞여 있게 하면 된다. 그래서 푸르스름한 녹색이 나 복숭아 색은 쾌적한 느낌을 준다. 작업장이 고온(高溫) 인 경우는 서늘한 색으로 초록이나 청색으로 칠하는 것이 좋 다. 상아색, 크림색, 복숭아 색은 천정이 높거나 썰렁하게 느 끼는 곳을 부드럽게 해주며, 자연광선 부족을 보상해준다. 목 욕실, 휴게실, 간이식당 같이 고객에게 부담감을 덜 주려는 곳이라면 맑고 깨끗한 색이 좋다. 예컨대 남자용에는 청색, 여자용에는 장미색이다. 계단이나 복도 처럼 자연광선이 차 단되는 장소에는 황색계통의 밝은 색을 쓴다. 창고라면 백 색이 좋은데, 조명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기 때문이다. 주의 집중을 요하는 작업실은 초록색, 회색, 청색이 좋다. 이상은 미국 색채심리학자 Birren(金化中역 1985)의 말이다.

4. 色彩와 心理效果

적색은 가장 눈에 띠는 역동적인 색이다. 적색은 자극적이 고, 불안과 긴장을 야기하며,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물체를 무겁게 느껴지게 만든다. 적색은 강한 빛에서 가장 잘 드러 난다. 순 적색은 너무 강렬해서 보통 잘 쓰지 않고, 대신 그 변색인 장미색, 적갈색, 분홍색이 아름답고 표현이 풍부해 사람을 끈다. 적색은 내면세계의 주의집중을 분산시켜 주의 를 밖으로 쏠리게 만든다. 한국 축구 선수복장이 적색을 고

수하고, 응원단 복장도‘붉은 악마’라는 이름까지 붙여 순 적색 유니폼을 입는 것도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어 기를 죽 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하겠다.

주황색은 가정집, 공장, 병원, 학교의 내벽에 알맞다. 그 여 린 색인 복숭아 색이나 짙은 색인 갈색은 부드러운 분위기 를 만들고, 입맛을 돋궈주는 효과가 있어 식당 같은 장소에 제격이다.

녹색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근육과 신경의 긴장을 풀 어주며, 심리적 자극을 주지 않는고로 앉아서 작업하거나 주 의집중을 요하는 작업을 하는 장소로 좋다. 청색은 적색과 반대작용을 하여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으로 느끼도록 하고, 물체를 가볍게 느끼게 한다. 백색은 균형을 이룬 색으로, 깨 끗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흑색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며, 회색은 수동적 느낌을 준다.

색채는 극적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비극(悲劇) 에는 회색, 청색, 자주색이 어울리고, 희극(喜劇)에는 적색, 주황색, 황색이 어울린다. 또 적색은 정력의 색이요, 황색은 온정과 기쁨의 색이요, 녹색은 풍요와 건강의 색이요, 갈색 은 슬픔의 색이요, 회색은 노령의 색이요, 백색은 열의와 자 각의 색이요, 흑색은 음울의 색이라고 Birren(金化中역 1985) 은 말한다.

東洋畵 읽는 법

전통적인 동양화(東洋畵)는 근래에 들어 부쩍 쇠퇴해 간 다. 주거형태가 서양화되어가기 때문에도 그렇고, 글씨가 한 자(漢字)로 써 있어서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사람 수가 적어 져서 그렇고, 또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리는 동양화가 자 신도 한문실력이 모자라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요사이 궁 여지책으로 전통적 동양화에 한글글씨를 적어넣고 한국화 (韓國畵)라고 우기는 경우까지 생겨난다.

우리는 동양화를 감상하면서 갖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 이 많다. 동양화에는 이치에도 맞지않고, 현실적으로도 타당 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 피는 시기가 다른 꽃들이 한 자리에 활짝 핀 상태로 그려있다든가, 별로 멋있지도 아 름답지도 않은 소재가 자주 주제로 선택된다든가, 그리고 일정한 양식으로 수백 년 동안 같은 그림을 그린다든가 하 는 것들이 그것이다. 대가(大家)에게 물어보아도 단편적인 사실만 말할 뿐 원리에 대해서는 단지“그런 것이 있어!” 고만 하지 뾰죽한 대답을 듣지 못한다. 책을 찾아보아도 대 개는‘동양화가들의 관념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거나‘초연 한 도가적 심의의 세계’라는 식의 말 뿐이다.

이러한 우리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 수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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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 斗 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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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교육대학교 미술과 교수 趙鏞珍(1989)의 노고에 힘

입어 나왔기에 소개코자 한다. 趙교수에 의하건대, 동양화의 대다수는 그 그림을 받는 사람의 개인적 행복을 비는‘기복 적(祈福的)’ 의미를 담은 것이라 어떤 관점에서는 실망스럽 다는 것이다. [동양화 읽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저 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그림의 내용을 읽 을 수 있다 하였다.

1. 漢文 同音異字로 읽는 법

한문(漢文)글자는 다르나 중국어 발음으로 같은 발음이 되는 글자를 의미해서 그림의 알짜 내용을 전하는 방식인데, 그 몇 가지 흔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일로연과(一路連科)’라는 속 내용을 담은 그림이 있 다. 동양화에서 흔한 것 하나가 해오라기 한 마리가 연꽃 열 매가 강조되어 눈에 확 들어오는 시든 연밭에 앉아 있는 그 림이다. 한문으로 해오라기는‘로(鷺)’이고, 연 열매는 한문 으로‘연과(蓮菓)’다. 따라서 이 그림에는 일로(一鷺)와 연 과가 있어 이를 부쳐서 읽으면‘일로연과’이고, 이를 발음 이 같은 다른 한문글자로 바꾼다면 그 하나가‘一路連科’ 된다. 즉‘한달음에 연속해서 두 과거(科擧)에 붙다’라는 뜻 이다. 그러니 이 그림을 받는 사람에게‘부디 한달음에 소과 (小科)와 대과(大科)에 급제하소서!’라는 기원이나 축복을 전한다는 뜻이다.

2)‘공명도(功名圖)’라는 것이 있다. 동양화에서 또 흔한 것 하나가 숫탉 한 마리가 울고 서 있거나 그냥 서 있는 그 림인데, 이를 공명도라 부른다. 숫탉은 한문으로 공계(公鷄) 라 쓰며, 이것은‘꼬끼요!’하고 우는 동물이다. 이때‘운다’

의 한자는 명(鳴)이니, 따라서 이 그림은‘공계가 운다’의 줄어든 약자인‘공명(公鳴)’이 되고, 이를 다시 같은 발음의 다른 한자인‘공명(功名)’을 가르키는 그림이 된다. 즉‘부 디 공명을 세우소서!’라는 축원이나‘귀하의 공명은 천하에 빛나리!’라는 찬사가 깃든 그림인 것이다.

3) 소나무, 표범, 까치가 함께 나오는 그림은‘신년보희 (新年報喜)’의 뜻이다. 소나무는 한자로‘신(薪)’으로, 같은 발음인‘신(新)’자를 말한다. 화투놀이에서도 소나무는 정월 을 뜻한다. 표범의 한자는‘표(豹)’로서, 발음이‘Pao’여서 같은 발음인‘보(報)’와 통한다. 까치는 한자로‘작(鵲)’ 며, 이는 같은 발음인 참새‘작(雀)’과 통하고, 참새는 재잘 거리는 모습이 기뻐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까치 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인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새 해에는 기쁜 소식이 있으시다죠!’라는 덕담이나‘새해에는 좋은 일이 있기를!’이라는 축원이 담긴 그림이다. 이 그림 이 동양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나 신년인사 카드로 잘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한국에서는 그림 의 표범이 호랑이로 바뀐 것이 많다. 이는 한국에는 표범이 없어 옛 화가들이 호랑이를 그렸다는 것인데, 엄밀하게는 이 는 원래 의도와는 어긋난 그림이다. 김홍도(金弘道)의‘송 하맹호도(松下猛虎圖)’가 그 한 예이다.

4) 대나무에 바위를 그린 것도 흔하다. 이를 축수도(祝壽 圖)라 하는데, 대나무의‘죽(竹)’자는 발음이‘축(祝)’과 같 고, 바위는‘오래 간다’는 뜻이기에 요컨대‘오래 오래 사 시기를 축원하나이다’라는 의미다.

2. 隱喩로 읽는 법

그림에 나오는 소재가 품고 있는 숨은 의미를 잘 생각하 면 해답이 나오는 그림들이 있는 데, 그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1)‘연생귀자(連生貴子)’라는 뜻을 전하는 그림들이 있다.

귀한 아들을 연거푸 낳으시라는 축원이 깃든 그림으로, 그 림 속에는 생생(生生)한 연(蓮)꽃 위를 원앙새가 노니는 장 면이 들어 있다.‘연(蓮)’은 연(連)이요, 원앙새는 한자로‘귀 자(貴子)’다.‘자식을 많이 낳으시라’는 뜻으로 어떤 그림 에서는 석류(石榴), 또는 넝쿨에 주렁주렁 달린 포도나 호리 병박이 나오는데, 이것들은 모두가 씨가 많아‘자식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일품당조(一品當朝)’, 즉 조정(朝庭)에서 제일가는 벼 슬에 오르시기를 기원한다, 또는 그런 벼슬에 오르셨음을 축 하한다는 뜻의 그림들이 있다. 그림에는 한 마리의 학(一鶴) 이 조수(潮水)가 넘나드는 바닷가를 노니는 장면이 나온다.

학 한 마리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있듯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다는 의미이며, 오래 산다는 의 미의 천수(千壽)를 말한다. 여기서는 최고라는 의미로‘일품 (一品)’을 뜻한다. 넘나드는 조수를 맞는다는 한자의‘당조 (當潮)’는 같은 발음인‘당조(當朝)’로 바꾸어 본다면 이 그 림의 숨은 내용은‘조정에 나아가 영의정이 된다’는 것이다.

3) 금붕어 여러 마리를 그려놓은 그림은‘금어만당(金漁 滿堂)’, 또는‘금옥만당(金玉滿堂)’의 뜻이 되기에‘부자가 되소서!’이거나‘자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말이다.

4) 신선(神仙) 여러 명이 어울려 있는 그림은‘공수도(供 壽圖)’라 하여‘부디 이렇게 오래 사십시오’라는 뜻을 전하 는 것이다.

3. 東洋古典 名句와 逸話를 상기하면서 읽는 법

동양고전의 명구(名句)나 일화를 상징하는 그림들도 많다.

그 몇몇 예를 들어보겠다.

1)‘세한삼우도(歲寒三友圖)’라는 것이 있다. 겨울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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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견뎌내는 세 친구를 그렸다는 말인데, 그림에 나오는 소 재는 소나무(松), 대나무(竹), 매화(梅)다. 이는 [논어]의 [계씨(季氏)편]에 나오는 일화로, 공자가 제자에게 사귈만 한 친구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강직한 자, 아량이 넓은 자, 박식한 자가 그들이며, 반대로 사귀지 말아야 할 친구에도 세 종류가 있어 편협한 자, 아부 잘 하는 자, 줏대가 없는 자를 꼽더라는 데서 나온 그림이다. 즉 모름지기 사귀어 볼 만한 세 종류의 친구가 송, 죽, 매로 표현되었고,‘좋은 친 구들과 우의를 돈독히 한다’는 뜻을 지닌 이 그림은 그래서 남자주인이 쓰는 사랑방에 거는 그림이다.

2)‘사시군방도(四時群芳圖)’라 하여 갖가지 꽃들이 각 기 피는 계절과는 관계없이 한 자리에 활짝 핀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 이는 [주역(周易)] 속에‘군자(君子)의 인품 에서는 향기가 풍긴다’는 구절에서 연유된 것으로, 꽃들에 서 나는 향기를 강조한 그림이다. 즉‘선생의 인품은 진정 군자요’라는 뜻으로 이 그림을 주고, 받아 거는 사람은‘나 는 군자를 지향하는 사람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3)‘탁족도(濯足圖)’라 하여 노인 하나가 강가에 앉아 발 을 씻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다. 이는 [맹자(孟子)]의‘이 루(離婁)편’에 나오는‘창랑(滄浪)에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에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구절에서 나온 의 미인데, 풀어 말하면‘때와 장소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거 라. 주어진 여건이 나쁘다고 원망만 하지말라. 매사가 너 하 기에 달려 있나니!’라는 뜻이다.

4)‘삼여도(三餘圖)’라 하여 물고기 세 마리가 나오는 그 림이 있는데, 이는 서재용 이다. [위지(韋誌)] 속‘왕숙전 (王肅傳)’에 나오는 말로‘배움에는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충분하나니, 그 셋이란 밤, 겨울, 그리고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다’라는 데서 연유된 그림이다. 물고기 세 마리를 세 가 지 여유에 비유했는데, 이는 물고기‘어(魚)’와 여유의‘여 (餘)’의 중국어 발음이 같은‘yu’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그림은 아이들 공부 방에 걸어 놓는 것이 맞다.

옛 西洋畵 읽는 법

서양화를 감상하려면 자꾸 그림들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 지만 이는 근래의 서양화를 두고 말하는 것이고, 그 이전의 서양화는 그림 마다 뜻이 있는 것으로‘느끼는 그림’이 아 니라‘읽는 그림’이었다. 서양화는 19세기 말에 시작한 인 상파의 그림부터, 즉 쎄잔느의 그림부터 읽기 보다 느끼는 그림이 되었다. 그 이전의 서양화는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렸거나 기독교와 예수 일생에 관한 것을 주로 그렸기에 그에 대한 이해가 없고서는 그림

의 뜻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런 까닭에 서양에서는 오 래 전부터‘도상학(圖像學)iconology’이라 하여 그림을 읽 는 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이미 15세기에는 책으로 출 판되기 시작하였다. 도상학을 일명‘미술소재학’이라 부르 기도 한다. 한국에도 서울교육대학교 미술과교수 趙鏞珍이 [서양화 읽는 법](1997)이라는 책으로 이 도상학 원리가 상세히 소개된 것을 시초로 다수의 이 방면 서적이 번역 출 판되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상기 趙鏞珍의 저서와 일본인 긴시로(銀四郞)의 저서 [명화의 수수께끼](1998)에 나오 는 옛 서양화가 지닌 의미를 읽어내는 과정을 예로 소개하 겠다.

첫 번째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궁정화가 아 뇰로 브론찌노 Agnolo Bronzino가 그린 [은유(진실, 비너 스, 큐피드와 거짓)](1540~1545)(Fig. 1)이다.

이 그림의 오른쪽 윗부분에‘시간’의 신(神)인 크로누스 가 나온다. 이 신은 늙은 남자로, 날개를 달았고 큰 낫이나 모래시계를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신이 오른 팔로 장막을 걷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시간의 신 반 대편에는 오른쪽 얼굴만 보이는 젊은 여자인‘진리’의 신이 자기 몸을 덮고 있는 장막을 빼앗기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 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 두 남녀 신은 부녀관계인데, 진리의 신은 자기를 감추려든다. 이 둘은 늘 싸우는데, 언제나 끝에 가서는 시간의 신인 아버지가 승리한다. 진리의 신이 항상 오른쪽 얼굴만 보이는 것은‘옳다’right라는 뜻의 정의(正 義)를 말한다.

그림 왼쪽 진리의 신 아래로 고통에 차 일그러진 얼굴을 한 노파가 보인다. 이는 질투다. 그림 중앙에는 요염한 젊은 나체여인이 몸을 비틀고 앉아 있다. 이 여인이 왼손에 금사 과를 들고 있고 그 오른 무릎 근처에 흰 비둘기가 있는 것 으로 보아 그녀는 비너스다. 비너스는 육체의 미를 상징하 는 여신이고, 평소에 장미꽃을 좋아 한다. 그녀를 얼싸안듯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그녀 아들인 큐피드다. 육체적 사랑의 신인 이 큐피드는 평소 금화살과 납화살을 넣은 화 살통을 지니고 있고, 그가 쏘는 금화살에 맞는 상대는 그 즉 시 이 큐피드와 사랑에 빠진다. 비너스와 큐피드는 모자관 계이지만 이 그림에서는 서로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모습을 보인다. 큐피드 무릎 아래에 놓인 분홍색 베개는 색정적 분 위기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림 오른쪽 아래에는 두 개의 가면이 있는데, 하나는 늙 은 남자의 형상이고 다른 하나는 젊은 여자 형상이다. 두 개 의 가면, 특히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가면이 나란히 있는 것은‘색’욕이요‘기만’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원조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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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키는 것이라 하겠다. 그림 오른쪽 가운데에 어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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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분홍장미를 들고 서 있는데, 비너스가 좋아하는 이 장미는 역시 색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소년 뒤 에는 무표정한 소녀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그녀 몸통은 비늘로 덮혀있고 꽁지가 있으며, 날카로운 발톱도 보인다.

즉 소녀는 반인반수의 무서운 괴물이다. 이 소녀의 두 손 위 치가 서로 반대로 그려져 있고, 앞으로 뻗은 왼손에 쥔 것은 벌꿀과 전갈이다. 벌꿀은‘유혹’을, 전갈은‘덫’을 상징한 다. 그리고 왼손은 정의와 반대인‘불의’를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이 그림의 주인공은 비너스, 큐피드, 시간, 진리이며, 특히 그림 중앙에 있는 비너스와 큐피드가 더 큰 주인공이다. 그러니 이 그림의 의미는 이러하다.‘세속적 사 랑, 육체적 사랑에는 함정이 있다. 거기에는 기만, 질투, 음 욕이 있다. 이런 사랑도 시간이 그 장막을 걷우면 그 허망의 진실이 나온다. 그러니 인간들아, 젊은 날의 세속적 사랑과 그 쾌락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시간이 가면 너희는 저 아래 보이는 추한 해골같은 형상을 하리니!’라는 뜻도 되겠다.

다음 그림은 17세기 네델란드 화가 피터 폴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파리스의 심판](1635~38)(Fig. 2)이다.

그림에는 나체의 세 여자가 서 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두 젊

은 목동같은 청년이 앉아 있는데 그 중 앞에 앉은 청년이 금사과를 쥐고 있다. 이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그림 제목이 그리스 신화와 서사시에 나오는 트로 이의 왕자 파리스가 무슨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해주고 있 고, 그 앞에 세 벌거벗은 여자가 미인경연대회에라도 나온 듯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어떤 옛날 이야기의 한 장면을 연상하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런 그리스 신화다. 어느 신 들의 결혼식 잔치에 불화의 신 에리스가 초대를 받지 못했 다. 화가 난 에리스는 연회석에 금 사과 하나를 깽판 놓으려 고 던졌는데, 그 금사과에는‘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어 있었다. 이 금사과의 주인을 정하려고 의견을 모아보 니 결선에서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 지혜의 신 아테나, 미의 신 비너스가 만나게 되었다. 미인을 가리는 최후의 판정은 당연히 신들의 우두머리인 제우스가 해야겠지만 제우스는 이를 남에게 밀었다. 자기가 부인인 헤라를 뽑으면 정실인 사라는 오해를 받게 되고, 다른 여신을 뽑는다 해도 부인에 게서 평생 바가지를 긁힐 것을 걱정해서 였다. 이래서 제우 스는 그 심판을 양치기로 잠시 와 있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 에게 부탁하였다. 그때 제우스의 전령으로 파리스에게 달려 간 것이 헤르메스다. 헤르메스는 제우스가 본부인 헤라 몰 래 다른 데서 낳은 아들인데, 언변이 좋기로 유명하였다. 그 러니 이 그림은 헤르메스에게 금사과를 넘겨받은 파리스가 앞에 앉아 세 여신을 차근 차근 보면서 누구를 최고미인으 로 뽑을까 생각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러면 이 세 여신들 가운데 누가 누구냐도 알 필요가 있 다. 먼저 누가 헤라인지를 알아보자.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 이기에 부(富)와 권력을 관장한다. 그녀가 그림으로 나올 때는 반드시 고귀하다는 의미에서 모피코트를 걸치고 공작 새를 데리고 나온다. 그러니 셋 중 가장 오른 쪽의 여자다.

Fig. 1. 브론치노의브론치노의브론치노의브론치노의‘은유은유은유은유(진실진실진실진실, 비너스비너스비너스비너스, 큐피드와큐피드와큐피드와 거짓큐피드와거짓거짓거짓)’.

Fig. 2. 루벤스의루벤스의루벤스의‘파리스의루벤스의 파리스의파리스의파리스의 심판심판심판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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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가 아테나인가를 알아보자. 아테나는 지혜와 전승 (戰勝)의 여신으로, 늘 갑옷으로 무장하고 방패를 들고 나 온다. 그리고 방패에는 메두사의 머리가 장식되어 있다. 그 러니 아테나는 그림에서 왼쪽에 있는 여인이다. 비너스는 색정적 사랑의 여신으로, 비둘기와 백조를 총애하고, 아들 큐피드를 데리고 있다. 그래서 그림의 가운데가 비너스다.

신화는 여기서 더 나간다. 세 여신은 각자가 심판관 파리 스를 구어삶는다. 헤라는 자기를 뽑아주면 그 대가로 파리 스에게 부와 권력을 주겠다 하고, 아테나는 전쟁에서 이길 지혜를 주겠다 했으며, 비너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총각이던 파리스는 마침내 비너스의 말에 끌려 비너스를 뽑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두 여신의 노여움을 샀으며, 이 선택으로 비너스는 두 고두고‘미의 여신’으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비너스는 약 속을 지켜 다른 왕의 부인으로 있던 헬레나를 파리스에게 주었지만 뒤에 본국 트로이로 돌아간 파리스는 그리스군에 게 전쟁에서 패망해 목이 달아났고, 아내 헬레나는 남편을 배신하고 그리스로 돌아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고로 이 그림의 숨은 뜻은‘파리스같은 왕자라면 모 름지기 자기 자신을 위해 일개 여인을 택할 것이 아니라 국 민과 나라를 위해 부, 권력, 지혜나 전승을 도모하여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다. 즉‘지도자는 여색을 멀리하고, 큰 일을 도모하라’라는 뜻이라 하겠다.

고대신화나 종교적인 것을 그린 옛 서양그림에서는 나체 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신성함이나 순수함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옷 입은 사람의 그림은‘인간적’임을 나타내려 함 이다. 적색은 예수가 흘린 피를 상징하며, 예수는 대개 붉은 옷을 입고 있다. 서양종교화에서는 그래서 적색은 또한 자 애와 사랑을 상징한다. 반대로 유다는 황색 옷을 입고 있을 때가 많다. 황색은 그래서 부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으며, 허 무를 뜻하기도 한다.

Freud의 다빈치 연구

위에서 언급한 것은 근대심리학 이전에 있었던 미술작품 에 대한 연구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나온 정신분 석이론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에 대한 무의식 차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고 있는데, 역사상 이런 최초의 접근을 Freud 가 한 것이기에 간단히 소개코자 한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에 호기 심을 갖고 있던 차 마침 재주는 전혀 없으나 여러모로 이 천재를 닮은 환자 하나를 치료하고 나서 그 경험을 토대로

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어린시절의 한 기억](1910) 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렇듯 예술가의 생활사를 통 틀어 분석한 논문은 당시는 물론 그 30년 뒤까지도 유례가 없던 것이었다.

1. 다빈치의 人間史

서구 근대사회를 이룩하는 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손꼽 히는 동시에 이탈리아가 배출한 문예부흥의 거장 다빈치는 1452년에 출생하여 1519년에 죽었다. 그는 화가요, 과학 자요, 건축가요, 병기(兵器)발명가요, 악기(樂器)발명가로서 만능의 천재였다. 큰 키에 균형잡힌 몸매, 멋진 외모, 출중 한 체력에다 뛰어난 화술을 지닌 그는 쾌활한 성격에다 넘 치는 인간미에 멋들어진 복장을 하고 향락생활을 즐겼다 한다. 후원자였던 밀라노의 로도비꼬 스포르자 Lodovico Sforza공(公)이 실각하기 직전 다빈치는 프랑스로 떠나 그 곳에 은거하고 말았다. 그는 평소에 그림을 함부로 그리지 도 않고 돈에 응해 그리지도 않았다. 그린 그림도‘미완성’

이라 하여 좀처럼 공개치 않았는데, 이런 그림 중의 하나가 모나리자 Mona Lisa다. 이 모나리자의 주인공은 피렌체에 살던 프란체스꼬 델 지오꼰다 Francesco del Gioconda부 인이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리는데 4년을 소요하고도 미완성 이라 하여 프랑스에 갈 때 가져가고 말았기 때문에 뒤에 이 것이 결국 루브르박물관에 남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그 리는 것이 느렸는데, 이는 그 자신 내부에서 억압inhibition 받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는 여러가지 면에서 성격상 모순점을 보였다. 첫째, 어 느 시기에는 아무 활동 않고 무관심 속에 싸여 지냈는가 하 면 반대로 온갖 분야에 걸쳐 두루 활동을 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평화를 사랑하고 남과의 적대관계를 애써 피했는가 하면 반대로 원기왕성하고 적극성 공격성이 넘쳐 흘렀었다 는 점이다. 셋째, 육식을 마다 하고 잡은 새를 날려 보내며 전쟁을 부인하는가 하면 반대로 처형장에 찾아가서 사형수 의 일그러진 얼굴을 스켓치하고, 최신병기를 발명하기도 하 였다는 점이다. 넷째, 즐겨 여성미를 화필로 옮겼으나 그 자 신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일이 없던 것 같고 오히려 미모 의 남자 제자들을 뽑아 같이 지냈다는 점이다.

그의 어린시절이 어떠했는지는 아무 기록도 없어 모른다.

다만 메레즈코프스키 Merezhkovsky의 추적 연구결과로 나 온 1457년의 피렌체 거주인들의 징세대장에 다빈치가 5세 의 사생아로 기록되어 있는 사실뿐이다. 그러니까 그는 1452 년 피렌체와 엠폴리 Empoli 중간에 있는 빈치 Vinci촌에서 출생한 사생아였는데, 당시의 사생아란 사회에서 심하게 천 대받는 위치였다. 아버지 삐에로 Piero는 자기 마을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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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따서 다빈치라는 성을 썼는데 조상은 농부와 공증인이었

고 아버지도 공증인이었다. 어머니 까타리나 Catarina는 농 부의 딸로서 뒤에 빈치촌에 사는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갔 다. 아버지는 다빈치가 출생한 뒤에 다른 여자인 알비에라 Albiera 부인과 결혼하였는데 이들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몇 년을 기다렸다가 아버지가 그를 데려왔을 터이니 5세가 되기 전, 아마도 3~5세쯤이 아닐까 한다.

2. 다빈치의 어린시절 記憶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기 어릴 적 이야기를 쓴 것이 없 다. 다만 하나, 그가 쓴 과학논문에서 어린시절에 관한 한 토막 기억이 나오는데, 이런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 독수리는 깊은 관계가 있는 듯하 다. 왜냐하면 내 아주 어려서에 대해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서이다. 그것은 내가 요람 속에 있을 때 한마리의 독수리 vulture가 내려와 그 꼬리로 내 입을 연 다음 다시 여러 번 입술을 툭툭 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일은 실제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어려 서 갖고 있던 환상이었을 것이다. 좌우간 이 기억을 분석해 보자.

우선 꼬리다.‘꼬리’coda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나 기타 다 른 몇 나라 말에서 음경penis을 상징한다. 그리고 음경이 상대의 입에 들어가는 행위는 음경빨기fellatio이다. 그러니 이로 볼 때 그의 이런 환상은 여자라든지 수동형 동성애자 passive homosexual의 환상 속에 있을 법한 수동성을 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무의식적 환상이 아닌 현 실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났음직한 일로서는 어머니의 젖을 빤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다음은 독수리에 관한 분석이다. 이집트 고대신화 속에는 독수리 머리를 가진 뭇트Mut라는 모성신(母性神)이 있으며, 또 이집트 상형문자에서는 어머니를 독수리로 표시했었다.

그러니 독수리란 어머니와 여성의 상징이다. 또 1400년 당 시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읽었던 호라뽈로 Horapollo가 쓴 책에서는 독수리는 모두 암컷만 있어 이들이 허공을 날 르다가 질(膣)을 열면 바람이 그리로 들어가 임신이 된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러니 다빈치는 어려서부터 이런 독수리에 관한 말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거기다가 당시는 신부(神 父)들이 성모 마리아와 관계된 처녀수태를 설명하는데 즐겨 이 내용을 인용하였을 터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집트인이 그 린 그림에서는 뭇트 신(神)이 발기된 음경을 갖고 있는 것 으로 나와 있다. 그렇다고 이를 터무니없게 여겨서는 안 된 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어려서 자기 어머니와 다른 여자들

모두가 음경을 지닌 것으로 알며, 조금 자란 다음에 여자들 에게 음경이 없다는 것을 몇 번 눈으로 확인해 알기는 하지 만 그래도 원래부터 음경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거세당한 줄로 여기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즉 다빈치의 이 기억은 그가 아버지 없이 어머니하고 지 내던 시절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어머니를 사랑했던 기억인 것이다. 그는 이 사랑 때문에 동성애자가 되었으며, 그래서 인지 병든 남자 제자들을 친어머니처럼 보살폈었다.

3. 다빈치 作品의 分析

그가 남겨놓은 금전출납부 어느 한 구석 지출란에는 이런 것이 적혀 있다.

까타리나 죽은 뒤 장례비 27플로린, 양초 2파운드 18플 로린, 십자가 운반, 건립비용 12플로린, 관값 4플로린, 운구 인 8플로린, 승려4명과 서기 4명 20플로린, 종치는 값 2플 로린, 무덤파는 일꾼 16플로린, 매장허가 공무원 1플로린, 합계 108플로린.

여기서 나오는 까타리나란 1493년, 당시 41세의 아들을 찾아 밀라노에 왔던 다 빈치의 생모를 말한다. 이때 그녀가 병이 나서 그가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죽었기 때문에 정중히 장례를 치렀던 것인데, 바로 그때의 지출을 말하는 것이다.

즉 그는 이렇듯 강박적으로 적어놓았는데, 이런 강박신경증 환자란 자신의 정서affect를 자기가 느낄 수 없도록 하는 방 어기제를 쓰는 사람이다.

즉 그의 독수리 공상은‘어머니와의 色情的인 관계 때문 에 나는 동성애자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또 그 공상은 입술과 연관해서 볼 때‘어머니는 내게 열렬한 키스 를 해 주었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그는 그림에서 입술을 띤 신비스런 미소를 그렸던 것이니, 그 좋은 예가 정숙과 유 혹이 뒤섞인 모나리자의 미소인 것이다. 그는 지오꼰다 부 인을 4년이나 모델로 앉히고 즐겁게 해주면서도 자기 자신 은 끝내 만족을 얻지 못해서‘미완성’이라면서 이 그림을 그녀에게 주지 않았다. 이때 이 부인의 미소는 그의 마음 깊 이 잠재한 어떤 미소를 일깨웠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생모 의 미소다.

그가 그린 다른 그림 하나를 보자. 성모 마리아, 아기 예 수, 마리아의 어머니가 나오는 한 아이와 聖 안나와 같이 있는 마돈나 라는 그림이다. 그는 이것을 그리는데 수년이 걸렸다 하는데, 아마도 모나리자와 같은 시기에 그렸을 것 이다. 여기서 나오는 두 여자의 미소는 그 기분 나쁜 수수 께끼 같은 것이 아니라 진실한 친밀감과 평온감을 나타내 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도 그의 유년기 역사의 종합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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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즉 친절한 계모 돈나 알비에로는 마리아로, 할머니 돈나 루치아는 성 안나로, 그 자신은 아기 예수로 나와 있 는 것이다.

좀 더 심층에서는 이와 약간 달리 성 안나가 생모를 상징 한다 하겠다. 성 안나는 늙었을 터인데 그림에서는 젊고 예 쁘게 그려져 있는고로 이는 멀리 떨어져서 그를 그리워하고 귀여워해 주던 생모인 것이다. 실제에서의 생모는 질투에 차 있었겠지만 그림에서는 다빈치가 이를 부정deny하려고 그 렇게 그렸을 것이다. 또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마리아의 옷 자락 펼쳐진 모습이 꼭 독수리 모양인데, 이야말로 무의식 에서 우러난 구도이다. 독수리의 꽁지가 정말로 아기 예수 의 입근처에 가 있는 것이다.

지금 대영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의 또 다른 그림 동정녀, 아기 예수, 성 안나 그리고 아기 성 요한에서는 두 여인의 다리가 합쳐 있어 어느 것이 누구것인지 분간키 어려운데, 이 두 여인 역시 그의 생모와 계모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그가 3~5세 시절 생모는 남편없는 외로움, 자식에 대한 사랑, 애비없는 자식에게 애비 몫의 사랑도 주자는 마음, 그 리고 언젠가는 빼앗길 아들이라는 네 가지 이유에서 그에게 크나큰 사랑을 퍼부었을 것이다. 때로는 또 어린 그를 성적 으로 과도하게 자극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들을 입술 로 애무했을는지도 모른다. 이는 그녀의 모성애적인 소망과 여인으로서의 육체적 욕구도 다 함께 만족시켜 주는 길이었 기 때문이리라. 어머니의 입술가에 맴도는 행복과 황홀로 가득찬 그 미소를 다시 만난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릴 때 에 붓끝 놀림이 억압inhibition 당했을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다빈치는 성적 욕구가 억압을 당했고, 그러니 모 든 호기심은 자연히 자연과 학문에로 쏠렸을 것이고, 성적 충동은 예술로 승화되면서 그 자신은 동성애자로 되어 나갔 던 것이다 라고 Freud는 말하였다.

여담이지만 다빈치 만이 아니라 미켈란젤로 Michelangelo 에게서도 동성애자로서의 면모가 있었다면서 이렇게 근거를 대는 미국 심리학교수 Besdine(1970)이 있다.

① 다른 동성애자 어머니들이 보이는 특징 그대로 그의 어머니 역시 자신이 어려서 사랑에 굶주렸던 관계로 자식을 놓지 않고 줄곧 사랑하였었다.

②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③ 12세 때부터 6년 위인 그라나찌와 밀접한 우정을 나 눴다.

④ 로렌조와 뽈리찌아노 은 거장과도 열정적인 관계를 가 졌었다.

⑤ 57세가 된 때부터 토마쏘 Thomasso라는 소년과 애

착관계를 가졌고, 이 소년에게 선사한 가니데메의 강간 이 라는 그의 그림은 화가의 수동성 공격성을 나타내는 것이 었다.

⑥ 수많은 남자 나체작품을 남겼다.

⑦ 그가 그린 여성은 성적인 것이 가려진 마돈나 비슷한 여인들이었다.

⑧ 그가 59세에 제작한 승리자라는 조각은 그와 토마쏘 와의 동성애적 관계를 묘사한 것으로서, 죄책감과 피학적 응징 그리고 파괴가 작가의 정신성적psychosexual 현실임 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Kris의 畵家傳記 연구

화가(畵家)에 따라 각기 독특한 점이 있어 남의 눈에 뜨 인다. 누구는 왜 그 무엇 하나를 연작(連作)했는지, 누구는 왜 그런 류(流)의 그림만을 그렸는지 등등의 의문에서 나오 는 특징은 도처에 있다. Freud는 다빈치의 어린시절 기억 하나에서 출발해 생모에 대한 이 화가의 그리움과 기억이 모나리자의 미소로 표출되었음과, 다빈치가 그렸던 몇몇 일 련의 종교화의 특징이 이에 관련된 심리에서 나왔음을 밝힌 바 있었다.

의사(醫師)가 아닌 미술사학도에서 출발하여 정신분석가 가 된 Ernst Kris는 일찍이 사회학적 견지에서 화가들의 전기(傳記)를 연구하여 Freud가 다빈치 연구를 펴 낸지 24년뒤인 1934년 비엔나에서 동료 Otto Kurz와 공저로 [화가(畵家)의 전설(傳說)]이라는 단행본을 내었고, 미국 에 건너 가 1952년 [미술에의 정신분석적 접근]이란 책의 제2장에서 같은 내용을 재정리해 출판하였다. 그의 이 책 은 출판 이후 미술사학도와 정신분석가들에게는 거의 필독 서에 가까울 정도로 중요한 책이 되었기에 여기 소개코자 한다.

미술가의 일대기는 기원 전 3세기 즈음의 그리스시대에 좀 있다가 그 뒤 사라져 버렸고, 다시 르네상스 직후에 봇물 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Kris는 이 르네상스 이후에 나 온 화가전기(畵家傳記)는 상당부분이 허구인‘전설(傳說)’

이기 때문에 무조건 믿지 말라는 것 이었다. Kris는 문제는 화가들이 아니라 뒤에 그런 이야기를 엮은 전기작가(傳記作 家)들에 있었다고 하면서, 르네상스 이후 나온 화가전기들 이 거의 공통적으로 나열한 내용들을 나열하고 그렇게 쓰게 된 심리적 동기를 이렇게 설명하였다(Kris와 Kurz 1934;

Kris 1952).

첫째, 옛 화가들 전기에서는 이들이 상류층이 아닌 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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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태어났으며, 어린시절 목동(牧童)으로 지냈다는 내용

이 많다. 그런데 목동이었다는 일화는 14세기 이탈리아 화 가 지오또Giotto 전기에서 비롯되어 그 뒤 나오는 다른 여 러 화가의 전기마다 베끼기라도 한듯 똑같이 나오는데, 이 는 신빙성이 없다. 이는 아마도 옛 그리스의 화가로 그 전기 가 남아있는 제욱시스Zeuxis의 일대기에 나오는 어린 목동 시절 이야기를 르네상스시대 전기작가들이 따 온 것일 것이 다. 또 이 제욱시스 이야기 또한 그 보다 먼저 시대의 그리 스 조각가 다에다루스Daedalus의 이야기가 구전되어 온 것 에서 따 왔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이런 목동이 천부적인 미술가 자질을 타고 나서 어 려서부터 혼자 그리기를 일 삼았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옆을 지나던 예술적 식견이 높은 귀한 어른의 눈에 띠어 발 탁되고 키워지는 행운이 뒤 따랐다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 다. 이 내용 또한 따져 보면 그 시초가 화가 지오또의 전기 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지오또가 날리던 시기 보다 좀 전에 시마부에 Cimabue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는데, 그의 생애 에 대해서는 알려져 내려오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뒷날의 전기작가들이 이 둘을 한데 묶어 선배격인 시마부에가 우연 히 지나가다 어린 지오또의 재간을 발견하고서 후원자 겸 스승으로 나섰다고 없는 말을 지어냈던 것이다. 그래서 두 화가 모두를 한데 묶어 그럴듯하게 살려낸 것이다.

셋째, 화가들은 어린시절부터 이미 미술적 천재성을 지니 고 있었다는 천편일률적 내용이다. 이것 역시 허구다. 모든 미술가가 다 그렇지는 않다. 청년기나 장년기에 미술재간을 발견해 키운 화가가 현재 우리 주위에 많은 것을 보면 옛날 화가들이라고 그렇지 않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 화가들이 어찌나 절묘하게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잘 묘사했던지 동물은 물론 구경꾼들도 그림을 실제의 것으로 착각했었다는 내용이 거의 다 끼어 있다. 심지어는 다른 화 가들 마져 그렇게 속아 넘어갔다는 일화까지 적어 넣은 전 기가 있다. 이는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아무려면 그렇게 까 지 속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또 묘사를 잘 해야만 좋은 화가로 인정받았을 것 같지도 않다. 여기에는 한국의 신라 시대 화가 솔거의 일화도 끼인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재간을 과장한‘화가의 전설’이 생겨난 것이다. 따 라서 우리가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미술과 미술가를 이해하 려면 우선 그들 미술가의 전기를 그대로 믿지 말자. 그랬다 가는 실수한다. 전기작가들이 자기들 개개인의 심리갈등에 매달려 실제의 예술가들을 객관적이 아닌 자기 식으로 이해 하고 강조해서 묘사했을 공산이 크지 않겠는가. 그러니 화 가와 그림들을 함부로 분석하지 말자는 것이 Kris의 주장이 다. 즉 예술가가 살았던 사회를 잘 알고 나서 그 사회의 시

각에 맞추어 예술가와 그 작품들을 분석하는 것이 정도(正 道)라는 것이다.

피카소와 그 아버지 이겨내기

한 남자에게서 그 아버지를 마음속에서 이겨내고 독자적 으로 서는 일이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는 이겨 낸 것 같은데 속으로는 그렇지가 못해 이겨낼 것 같다가 쓰 러지고 또 쓰러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많은 남자에게서는 자기 아버지의 극복이 평생작업이 되기까지 한다. 그래서 남자의 정신분석치료에서 오래 끄는 분석과제가 바로 이 극 복작업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아버지를 일찍 여윈 사람 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아버지의 흔적을 보고 듣는 것 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아이의 머리 속에서는 때로 실제보 다 아버지를 부풀려 생각하는 수가 많아서 이다.

피카소의 심리연구와 그 예술작품에 대한 심리면의 연구 는 그의 친구들, 비서와 동거여인, 미술사가, 전기작가가 해 놓은 것이 꽤 있기는 하나 정신분석가나 정신분석학자가 본 격적으로 정신분석 입장에서 연구한 것은 몇 편 뿐이고, 그 나마 전체적 접근이 아닌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접근에 지나 지 않는다. 필자는 이 글에서 예술가로서 피카소가 지녔던 아버지와의 심리관계와 그것이 그의 예술로 어떻게 표현되 었는가를 연구한 서너 사람의 의견을 참고로 하여 소개코자 한다.

예술가에게 흔히 보듯이 피카소도 그 성품이 괴팍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콧대 높은 이기주의자요,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요, 변덕이 심하고, 사무적인 데 에는 냉정하고, 찬사만 들으려 하고, 고집불통 이었다. 그는 모델을 짐짝처럼 대하고, 여자들에게 잔인하고 냉정했으며, 특히 여자가 약하다면 더 모질게 짓밟으려 하였다. 그래서 그와 십여 년을 동거하면서 자식까지 낳은 여비서 프랑소 아 지로도 늘 피카소의 눈치를 보며 긴장 속에서 살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애완동물도 냉혹하게 다루었다. 또 투 정이 심했고, 무엇을 골돌히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으며, 자 주 불안해 하고, 강박의식에 사로잡힐 때가 간간이 있고, 대인관계가 그의 변덕으로 인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 는 평생을 두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 려 하였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를 늘 좋지않게 평하고, 어린 시절 자기가 얼마나 독재적 분위기에서 이용만 당하고 살 았나를 주위사람에게 수백 번 되풀이하여 이야기하였다는 것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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