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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童話에 대한 분석적(分析的) 논평(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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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 精 神 分 析 :第 15 卷 第 2 號 2 0 0 4

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Vol.15, No. 2, Page 210~218, 2 0 0 4

안데르센의 童話에 대한 분석적(分析的) 논평(論評)

李 炳 郁

*

A Psychoanalytic Comment on Andersen ’s Fairy Tales

Byung-Wook Lee, M.D.*

序 論

동화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 과 소망을 심어준 원동력이 되어왔다. 동화라는 매개를 통 하여 아동들은 부모와의 긍정적인 경험을 강화시켜 나갈 수 있으며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경험의 승화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화는 역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순기능 적 역할이 돋보이는 흔치 않은 문화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 러나 이 자리에서 저자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동화가 지니 는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화작가 자신의 창작 과정을 통한 자기치유의 기능에 있다. 동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한 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은 실로 불행한 삶을 살다간 천재작 가였다. 평생동안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이루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속에 살면서도 항상 낙천적인 세계관을 유지하 며 창작에 몰두했던 그는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통하 여 자신의 갈등을 해소하고 승화시키며 고달픈 삶을 유지 해나갔던 것이다. 따라서 안데르센의 동화들은 아름답다기 보다 차라리 매우 비극적이며 슬픈 사연을 담고있는 경우 가 많다. 그 자신의 비극적인 삶의 배경이 작품속에도 스며 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영화 매체를 통해 더욱 잘 알려 진 그의 원작들이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 그 어떤 감흥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차 원이 아니라 아동기에 겪어나가야될 다양한 심리적 갈등과 아픔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안데르 센의 동화는 작가 자신이 겪었던 성장기 아픔을 반영하는 자 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 에 주목하고 그의 고뇌와 슬픔에 가득찬 삶의 여정을 살펴

보고 그가 남긴 작품들과의 관련성을 분석적 시각에서 탐색 해보고자 한다.

안데르센의 생애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

1875)은 북유럽 유틀란드 반도에 자리잡은 작은나라 덴마 아크의 오랜 도시 오덴세에서 가난한 제화공의 외아들로 태 어났다. 생활이 너무 쪼달린 나머지 어머니는 유모생활로 살 림을 보태야만 될 정도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5년 이나 연상이었으며 글조차 제대로 읽을줄 모르는 무학에다 교양도 없고 아주 천박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구걸 을 하며 살아야할 정도로 가난한 빈민 출신이었기에 적절 한 인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였으며 성적으로도 난잡하 여 안데르센을 낳기 6년 전에 이미 떠돌이 행상과의 사이에서 사생아를 낳기도 했다. 안데르센은 평생을 통해 자신의 사생 아 누이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야만 되었다. 안데르센이 일곱 살이 되던 1812년 평소 나폴레옹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아버 지는 당시 독일과 전쟁중이던 프랑스군에 지원하여 전장에 나 갔다가 나폴레옹 군이 패배하자 귀향하고 말았지만 너무도 상 심한 나머지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으며 얼마 뒤에 사망하였다.

남편이 사망한지 2년 후에 어머니는 곧바로 다른 젊은 남자 와 재혼했지만 그 역시 사망하자 생활고에 허덕이던 어머니는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그곳에 서 죽었다. 특히 안데르센에게 고통스런 짐이 된 것은 외가 쪽 사람들이었다. 그의 외할머니는 사생아를 셋이나 낳은 죄 로 감옥생활을 했던 인물이며 숙모도 매춘업에 종사했던 여 성이었다. 친가쪽은 성적으로 난잡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가난 한 소작농 출신들이었다. 친할아버지는 가난한 제화공으로 여러 마을을 전전하며 행상노릇도 하면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는데 안데르센은 그런 할아버지가 창피하여 가까이 하지 않았다. 친할머니는 안데르센을 귀여워했지만 병적인

*翰林大學校 醫科大學 精神科學敎室

Department of Psychiatry,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 cine,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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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로 자신이 독일의 부유한 귀족의 딸이었다고 손자

에게 말하곤 했다(安奈泉 1999). 이처럼 안데르센의 부모와 친척들은 정상적인 일상에서 매우 일탈된 인물들이었으며 그 때문에 안데르센은 평생동안 자신의 혈육에 대한 편집 증적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았으며 자신의 가족 배경이 드러나 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지내야만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안 데르센은 그의 자서전에서조차 자신의 부끄러운 가족 배경 을 철저히 감추고 있다(Andersen 2000). 이는 [나의 삶의 동화 이야기]라고 붙인 자서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자서전조차도 동화를 창작하는 기분으로 재구성했음 을 암시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의 삶을 연구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인용하기에는 부정확한 사실들이 많다는 점에서 상당한 어 려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그의 전기 영화(Vidor 1952)에서 대니 케이가 보여준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고정된 이미지가 안데르센의 고뇌에 찬 실제적인 삶의 모습을 전달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던 환상이나 고정된 이미지 가 크게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신역동(情神力動)

안데르센은 편집증, 우울증, 불안증에 시달렸다. 열등감, 시기심, 경쟁심, 고독감, 소외감, 상실감, 거절감, 애정에 대 한 갈구와 굶주림, 인정받고자하는 욕구, 삶에 대한 확신의 결여, 가진자들에 대한 적개심 등은 안데르센을 괴롭힌 주된 감정들이었다. 그는 특히 매우 소심하고 내성적이어서 자신 의 주장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으며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에게 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인 불신감을 지닌 듯하였으며 항상 애정에 굶주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는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애정의 교류에 자신감의 결여를 보였다.

안데르센은 따뜻한 모성애의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성적으로 난잡한 여성이었으며 무지한데다 교양도 없는 천박한 인물이었다. 자상한 인품이라고는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어머니였다. 이토록 일찍부터 정에 굶주렸 던 안데르센이었기에 어머니를 대신할 이성을 좇아서 쉬지 않고 방황을 거듭해야만 되었다. 그러나 사랑을 주고받은 경 험이 부족하였기에 그는 자신이 이끌려 추구하는 이성마다 거절과 배신을 당하는 좌절과 수모를 반복적으로 당해야만 되었다. 그의 끈질긴 애정추구는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결 국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속에 가정에 대한 잠재적인 증오심과 환멸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에 게 고통만 안겨준 부모형제의 존재는 이성을 열심히 추구 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단계로 그를 이끌어 갔을 수도 있다. 가족 간에 오고가는 따스한 애정경험이 부재한 그로서 는 한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낳아 양육시킨다는 과제가 너무도 힘겹고 자신없는 부분이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데르센 자신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악마적인 타락적 요소에 대해 병적인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마 음속 깊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내적인 악마성에 대한 두 려움은 실제로 그 자신의 현실생활에서 지속적인 대인관계 를 맺어나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많다. 성인들 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의혹은 그들보다 덜 방어적인 순 진무구한 어린이들의 세계로 그를 이끌었으며 일생동안 독 신으로 일관하면서 결혼과 양육에 대한 부담과 책임에서 벗 어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족이란 마치 악몽과도 같은 존재 였기 때문이다.

Beredsdorff(1994)는 안데르센이 비록 의식적으로는 결

혼과 가정을 원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뿌리 깊은 그의 열등감

및 불신감 때문에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지 못한 것으로 보았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

냈다는 점 때문에 혹시 그가 동성애자가 아니었겠는가 의

심하는 점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소문으로 일축하면서 그는

항상 이성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만 아

니라 일생동안 남녀를 불문하고 어느 누구와도 성적 접촉을

가진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또한 안데르센이 자위행위에 중

독된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일부 견해에 대해서도 그러한 사

실을 증명할 방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

다. 그러나 실제로 안데르센은 자신의 내부에서 치솟아 오르

는 성적인 욕망에 대해 심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으며 어머

니를 포함한 외가 쪽의 도덕적 타락에 대해서도 항상 괴로워

하였다. 그런 점 때문에 안데르센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끌기 위해 무던히 애쓰기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이 사람

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회피하는 이율배반적

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타인들에 대한 깊은 불

신과 의혹 때문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ndersen

(2000)은 그의 자서전 곳곳에서 자신이 얼마나 사람들을

잘 믿고 따르는지 그리고 세상과 주변사람들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했을까.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 성적으로 난잡했던

어머니, 아버지가 다른 숨겨진 누이의 존재, 가난에 찌들은

비천한 신분의 친가, 부도덕한 타락집단이었던 외가, 정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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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폐인이 된 부모, 이 모든 점들이 안데르센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치유되기 어려운 상흔으로 남아 자리 잡고 있 었다. 가난과 명성, 선과 악, 천사와 악마, 성과 죽음은 항상 그를 괴롭힌 화두처럼 되었다. 이처럼 그는 세상에 대한 근 원적인 불신감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안데르센 자신은 항상 하느님의 축복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고식적인 태도로 일 관하고 있다. 안데르센이 그러한 역설적 갈등상황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도피하 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자신의 안식처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화의 세계는 마법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 았다. 그는 전지전능한 창조자로 군림하면서 새로운 신세계 안에서 자신의 은밀한 욕망과 환상을 충족시킬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안데르센은 천부적인 상상력과 재능, 그리고 현실적인 고통이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뛰어난 창작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안데르센의 작품세계(作品世界)

안데르센의 생애는 가난과 어둠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 그 자신은 비록 세상을 사랑했지만 세상은 그를 돌보지 않았다.

그의 부모가 그러했고 세상의 여인들이 그러했다. 적어도 그 의 곁을 보살피고 지켜주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 만 그가 얻은 것은 국제적인 명성뿐이었다. 그가 남긴 주옥 같은 명작들은 사실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너무도 어둡고 비 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그의 동화에는 항상 천사와 요정들, 마귀할멈과 계모, 왕자와 공주, 왕과 왕비, 선과 악의 대결구 도가 등장한다. 그가 보여주는 흑백의 선명한 대비는 다분 히 이분법적이다. 그러나 복잡한 사고나 논리 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아동들에게는 이처럼 미숙하고 원초적 단계 의 단순구도가 오히려 강한 호소력을 지니기 쉽다. 분리, 투 사적 동일시 등의 기제는 가장 원시적 단계의 방어기제에 속하는 것이지만 아동들은 성인에 비해 그러한 기제에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야만 되었던 안 데르센으로서는 특히 아동들의 심리세계에 정통했던 것 같 다. 꿈과 환상의 세계야말로 안데르센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 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1. 미운 오리새끼

미운 오리새끼의 입지전적 성공담은 다름 아닌 안데르센 자신의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백조의 새끼임에도 백조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오리들의 무지함과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 지 않았던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은유적인 방식

으로 비난하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원망하 거나 자만에 빠지지 않는다는 교훈적인 설정으로 끝을 맺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안데르센의 현실은 백조뿐 아니라 오 리 세계에도 못 미치는 천한 신분 출신 배경을 지니고 태어 났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추남형에 들어간다. 그처럼 불리 한 조건 속에서도 그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마침내 세계적인 작가로 성공하기에 이른 것이다.

Moore(1992)는 안데르센 자신의 불우했던 아동기를 상 징적으로 나타낸 작품의 한 예로 [미운 오리새끼]를 들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천한 신분에서 일약 주위의 부러 운 시선을 한몸에 받는 왕자로 변신함은 그 자신의 유아적 환상과 소망을 잘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Wullschlager (2001)는 미운 오리 새끼는 바로 안데르센 자신이며 자신 을 따돌림하는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극적 반전을 통한 해피 엔딩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안데르센 자신 은 비천한 신분 출신에 가난과 모멸에 가득 찬 세월을 보냈 으며 추남에다 소심한 성격으로 여성들로부터도 그 어떤 관 심조차 끌지 못하는 신세였다.

자신의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고픈 그의 욕구는 다른 무엇 보다 큰 과제였다. 그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는 실로 지대 한 지상 명제가 되었다. 주위의 온갖 멸시와 홀대를 무릅쓰 고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 그가 바친 대가는 실로 너무도 컸다. 못생긴 아이 안데르센이 그 자신의 부모 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끝내 그 러한 시련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백조로 날아오르게 됨으로 써 남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기까지의 성공적인 인생행 로가 상징적으로 압축 요약된 이야기가 [미운 오리새끼]인 것이다.

2. 벌거벗은 임금님

벌거벗은 임금님은 위선적인 어른들의 기만적 허구의식을 과감히 폭로한 작품이다. 자신에게 고통만을 안겨준 어른들 의 세계에 대한 적개심이 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 이다.

상호 기만적인 위선으로 묵시적 합의에 도달한 모든 사

람들, 왕과 신하 그리고 모든 백성들이 보여주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목격한 한 순진한 어린이가 진실을 외치는 순간,

모든 어른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거짓되고 어리석었

던가 하는 점을 깨닫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에 빠

지게 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차는 그렇게 망신살이 뻗친

엽기적인 쇼로 일단락된다. 이 부분이야말로 작품의 클라이

맥스요 극적인 반전이다. 독자들은 이 순간 기묘한 카타르시

스를 경험하고 통쾌함을 경험한다. 어른들의 쓸데없는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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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잔소리 그리고 훈계에 진저리치던 아동들은 이 순간 짜릿

한 승리감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불행 했던 아동기 경험 탓도 있었겠지만, 서로 속고 속이는 상호 기만적인 성인들의 세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그의 작품에 서 중요한 배경을 이룬다는 점이 주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 다. 더군다나 자신의 수치스런 가족사는 세상에 대한 불신 으로 일반화되어 모든 성인들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묘사한 것처럼 낙천적이고 경건한 믿음을 지녔던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생의 초반부터 성인들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지닌 채 성장했 던 사람이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조차 참석하 지 않았다. 어머니를 포함한 일가족의 도덕적인 타락과 방 종은 그의 내면에 뿌리 깊은 불신과 혐오감을 심어주었으며, 이러한 현실적인 불만과 실망은 환상적인 세계속에서의 문 제 해결 방식을 선택하는 동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으로 보인 다. 그의 불신은 성장한 이후에도 계속 확인되었다.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하여 그는 이루말할 수 없는 분노와 치욕감을 안으로 새겨야만 되었기 때문이다. 비 천한 신분 출신이라는 약점과 적절한 학식 및 소양의 부재는 항상 열등감에 사로잡힌 안데르센의 자존심을 멍들게 하는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보복은 기만과 위선에 가득 찬 귀족계급과 성인세계의 본질을 폭로시키는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차는 그런 동기에서 나온 작품 이라고 본다.

3. 인어 공주

인어공주의 슬픈 이야기는 자신의 소중한 꿈을 접고 한낱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비극적 설정을 통해서 안 데르센 자신의 처절한 좌절의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안데르 센이 그토록 짝사랑했던 한 여가수는 순박한 청년 안데르센 의 마음에 치유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는데 이처 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처를 그는 인어공주를 대신해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호화스런 배의 갑판에 서 왕자와 다른 여인과의 행복에 가득찬 모습을 지켜보는 인어공주의 심정은 다름 아닌 안데르센 자신의 참담한 심경 을 전치시킨 것이다. 모든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가슴 아픈 사연은 환상적인 동화의 장면으로 재연되면서 구원을 얻는 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신분의 차이 와 능력의 한계를 실감케하는 대목이 잠재되어 있다. 귀족사 회,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선망은 안데르센으로 하여금 거 의 모든 작품마다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를 등장시키도록 부추긴다. 그리고 그들 귀족을 괴롭히는 마녀와 괴물이 양

념처럼 따라 다닌다.

성과 사랑에 의해 빚어진 슬픔과 좌절은 하늘로 승천하는 결말로 인해 구원받게 되지만 안데르센 자신의 현실은 그렇 지 못하였다. 그는 평생을 통해 성을 부인한 채 독신으로 살 아야만 했으며 그러한 욕망 자체를 악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존재야말로 성과 무 관한 유일한 생명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19세기 기독교적 가치관의 세계관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았던 그에게는 당 연한 귀결이었다. 따라서 성에 눈뜬 한 사춘기 소녀가 부와 권력 그리고 미모를 겸비한 남성에 매혹되어 가출을 감행 하고 더군다나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대가 를 지불하면서까지 그의 사랑을 얻으려했지만 결국 좌절한 채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게 된다는 설정은 안데르센 자신 의 성적 욕구와 억압 그리고 그로 인한 자신의 참담한 실패 담과 결코 무관치 않다.

4. 성냥팔이 소녀

가난과 추위에 떨며 죽어가는 가여운 어린 소녀가 한 개피 성냥불에 자신의 온갖 환상을 투사하며 위안을 얻고자 하 는 모습에서 우리는 안데르센 자신의 어릴적 마음의 상처를 만나게된다. 그리고 그렇게 길에서 구걸하는 소녀의 모습은 안데르센 자신의 어머니의 소녀시절 모습과 교차된다. 성 냥불은 어둠을 밝혀주고 따스한 온기를 되찾아주는 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잘못 다루면 화재를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선과 악이 혼재하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이율배반적인 존재다. 그에 따르는 환상 또한 위험할 수 밖에 없다. 극도의 고통 때문에 현실과 환상을 구 분하기 어렵게 된 가여운 소녀는 거위 환상을 통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할머니 환상을 통하여 애정의 굶주림을 채운다.

기묘한 것은 얼마전에 죽었다는 엄마의 환상이 나타나지 않 는다는 점이다. 이는 안데르센 자신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 을 것 같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안데르센은 따스한 모정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 이다.

어린 소녀의 죽음은 곧 어머니의 죽음이다. 이성적으로는

어머니의 불행한 삶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지만 자신을 제

대로 돌보아주지 않았던 어머니에 대해 그는 상당한 원망

과 적개심을 감추어야 했다. 그러한 감정은 결국 어린 소녀

를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상

쇄시키고자 한 시도일 수 있다. 성냥팔이 소녀는 원망과 증

오로 가득 찬 가혹하면서도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애처롭게 죽어간 소녀에 대한 동정심과 죄책

감으로 포장시킨 비극적 동화다. 그리고 안데르센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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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속에 감추어진 가진 자들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감을 은연중에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단번에 불 질러 없애버리고 싶다는 적대감에 대한 반동형성으로서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 을 것이다.

5. 엄지공주

일반인들의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엄지공주 는 귀엽지만 허영에 사로잡힌 존재다. 그녀가 찾아 나선 미 지의 세계는 꿈과 낭만으로 가득 찬 모험의 세계였지만 어 느 한곳에도 안주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불안정한 인격 을 지녔다. 도중에 만난 들쥐와 두더지의 구혼은 비록 안정 된 생활이 보장되는 이점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둡고 칙칙한 땅속에 사는 존재이며 더욱이 추남들이었다. 제비의 도움으 로 아름다운 꽃의 나라에 도달한 엄지공주는 그곳에서 만난 왕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것도 영원한 결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지막 부분의 묘사에서 엄지공주는 왕자와 얼마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은 소문난 추남이었다. 어떤 여성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 다. 결국 그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야 했다. 그가 사랑했던 여성들은 한결 같이 그를 거절했다. 엄 지공주에게 버림받은 들쥐와 두더지, 그리고 제비 모두가 안 데르센의 작은 분신들이다. 두더지는 비천한 신분에 못생겼 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비는 이상을 꿈꾸며 머나먼 세계를 지향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지 못 하고 손쉽게 포기해 버린다는 점에서 안데르센 자신을 닮았 다. 그러나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만이 그를 버린 것은 아니 었다. 그의 방탕한 어머니 역시 난잡한 성생활과 알코올 중 독에 빠져 결국 아들을 버리고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안데 르센은 심리적으로 유기된 아기인 셈이었다. 버림받은 아들 로서 그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묘사했 던 자상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소 위안을 받았 는지도 모른다. 정조관념이 희박했던 어머니의 행태는 엄지 공주의 특징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어머니로 대표되는 믿을 수 없는 여성들에 대한 불신과 의존의 양가적 감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6. 빨간 구두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소녀가 부유한 미망인의 양녀로 들 어가 빨간 구두를 선물로 받는다. 그 구두는 한번 신으면 쉬 지 않고 춤을 추어야만 하는 마법의 신발이었다. 그녀는 양 모가 죽은날에도 무도회에 나가 춤을 춘다. 그만 멈추고 싶 어도 신이 벗겨지지 않아 그녀는 계속해서 춤을 추며 두 발 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사방을 떠돌아다닌다. 결국에는 발목

을 자른 후에야 춤을 멈출 수가 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자신 의 허영심을 뉘우치고 경건한 생활태도로 살아가며 겨우 구 원받게 된다. 이처럼 욕망과 허영에 사로잡힌 소녀의 운명 은 결국 발목을 자르는 잔혹한 형벌로 끝난다. 상당히 종교 적인 설화 같은 내용이지만 자세히 보면 가학-피학적 관 계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동심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영국 감독 마이클 파웰과 에머릭 프레스버거가 공동 연출 한 고전영화 [분홍신]은 바로 이 동화를 토대로 성인용으로 개작하여 만든 명작이지만 결국 폭군적인 단장의 정신적 학 대에 못이겨 여주인공이 자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 러나 동화에서는 발목을 자르는 형벌로 마무리 된다. 발목 을 자른다는 것은 일종의 거세 형벌이다. 그는 자신의 거세 공포를 여성들의 탐욕에 대한 징벌로 변형시켜 놓았다.

또한 춤추는 소녀에 내려진 영원한 형벌은 안데르센 자신 을 거부하고 다른 남자를 선택한 어머니를 포함한 모든 여 성들에 대한 상상속의 가학적 징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안데르센은 자신의 작품속에서 여성들의 성적인 타락을 응 징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대단한 복수심이요, 질투심이 며 적개심의 표출이기도 하다. 이처럼 매우 가학적인 징벌 은 분명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에게 그 어떤 교훈적인 메시지 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 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안데르센은 아동을 상대로 글을 썼 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이 작품을 썼던 것으로 보인 다. 이는 여성들에 대한 엄청난 적개심의 발로이며 어떤 점 에서는 여성들의 피 흘리는 고통스런 발걸음에서 가학적인 만족을 느낀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이다. 그리고 종교적인 구원 방식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을 덜은 것으 로 보인다.

7. 눈의 여왕

신비의 나라, 눈의 나라에는 차가운 미모의 여왕이 자리 잡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착한 소년 케이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추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버리는 마법의 거울 파 편 조각에 맞아 심술쟁이로 변하고 친한 친구 게르다마저 잊어버린 채 눈의 여왕을 따라 머나먼 북국으로 끌려간다.

착한 마음씨를 지닌 소녀 게르다는 친구 케이를 찾아 먼 길 을 떠나고 천신만고 끝에 라플란드에 도달해 케이를 만나서 흘린 사랑의 눈물이 케이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게 된다.

예전의 착한 모습으로 돌아온 케이와 함께 게르다는 고향 으로 돌아온다.

마법의 거울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악마성을 상징한다.

아무리 겉모습이 아름답고 훌륭해도 인간 심성의 깊은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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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炳 郁

215

에는 악의 요소가 자리 잡고 앉아 수시로 우리 자신들을 유

혹하기 때문이다. 눈의 여왕은 차가운 심성의 소유자로 아름 다운 미모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사랑 이 존재하지 않는다. 눈의 여왕은 사랑이 배제된 차가운 성 을 상징한다. Wullschlager(2001)는 이 작품에서 안데르 센 자신의 성과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엿볼 수 있다고 하 였는데, 성적 유혹에 빠져 사랑을 잃어버린 소년 케이는 안 데르센 자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사랑을 되찾 아준 친구 게르다는 모성적 선한 본능을 상징하며, 성을 일 깨우지만 차가운 마음을 심어준 눈의 여왕은 어머니의 또 다른 악한 본능을 상징한다. 한 어머니의 이중적인 분열은 안데르센 자신의 분리 splitting 기제를 엿보게 한다. 게르다 는 생명을 살리는 에로스요, 눈의 여왕은 죽음으로 이끄는 타나토스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동화의 내용에는 주인공 케이의 부모가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안데르센의 마음속에 따스한 사랑과 보살핌의 대명사 이기도한 부모라는 존재가 기억에서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 럼 말이다. 단 한 방울의 눈물만으로도 오랜 마법에서 풀려 나고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환상은 안데르센이 얼마나 오랜 세월 애정에 굶주린 채 살아 갔던가 짐작케 해주는 대 목이다. 애정의 결핍과 스며드는 고독감은 가난보다 더한 고 통을 안데르센에게 안겨주었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자서전 에서 그가 어릴 적 아버지가 했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아 버지는 유리창에 낀 성에를 가리키며, 처녀가 팔을 뻗치고 있는 모양 같다면서“나를 데려가려고 왔나 보다.”라고 농 담처럼 말한 적이 있으며, 실제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그 사람은 얼음 아가씨가 데리고 가버렸다.” 고 말 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회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 는 작품으로는 [얼음공주]가 있다. 루디라는 청년을 집요하 게 쫓아다니는 얼음공주는 욕망의 덩어리로 차가운 빙하세 계를 지배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질투의 화신이기도 하며 병적일 정도의 강한 집념을 보이는 여성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닌 여성으로 어떤 점에서는 눈의 여왕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 인물상이다.

어린 안데르센의 집 지붕에는 어머니가 채소를 심고 가꾸 던 커다란 흙상자가 있었는데 그는 이것을 어머니의 정원이 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쓴 [눈의 여왕]에서도 이 정원이 꽃을 피운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Andersen 2000).

이런 그의 회상을 돌이켜 보건대 눈의 나라는 죽음의 나라 이며 그곳을 지배하는 여왕은 영혼을 사로잡는 존재로 선과 악이 혼재하는 모성의 세계를 상징하는 듯하다. 적어도 안데 르센의 마음속에는 어머니라는 선한 존재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버린 것으로 각인되었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

적으로 문란했던 어머니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 것일 수 있으며 동시에 그 자신의 분리 기제에 의한 선과 악의 이 분법적 심상을 나타낸 것일 수 있다.

고 찰(考察)

동화의 기능은 여러 가지로 대별할 수 있겠지만 河智賢 (2002)이 정리한 내용을 인용하면,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 든 내용을 환상을 통하여 제어하는 기능뿐 아니라 성장단 계에서 겪게 되는 갈등, 불안, 좌절 등을 환상 속에서의 유사 경험을 통해 보다 용이하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만든다는 이점이 있으며, 그러한 반복경험에 의해 성 정체성, 대상관계, 윤리의식의 발달 및 사회화 기능이 촉진된다고 하였다. 동화 의 이러한 순기능적 역할에 대한 강조는 특히 Bettelheim (1977)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그후 뒤를 이은 많은 연구들 을 통하여 재차 확인되었다. 동화에 대한 최초의 분석적 관 심은 이미 Freud(1911)에 의해 시도된 바 있다. 그는 소망 충족이라는 관점에서 꿈과 동화의 기능이 유사함을 말하였 으며, 동화 내용에 나오는 꿈 자료를 해석하는 방법이 환자 의 분석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보았다(Freud 1913). 그러나 아동의 성장과정에 대한 동화 자체의 심리적 효과에 대해서 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Tyson과 Tyson(1990) 은 오이디푸스 이전 단계의 이자관계(二者關係)에서 그 다음 단계인 오이디푸스기의 삼자관계(三者關係)로 이어지는 과정 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였으며, Shapiro와 Katz(1978) 는 각 발달단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 상적 공간내에서 다루는 과정을 통하여 보다 수월하게 그러 한 갈등들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 또한 李符永 (1985)은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원형과 집단무의식의 존재를 입증하는 좋은 실례로서 민담이나 신 화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 작가의 심리가 그의 창작품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다면, 아동들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작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지침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점 에서 李炳郁(2001)은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숨겨진 작가의 이상심리를 이미 논한 바 있지만, 캐롤 역시 자신의 이상심리를 이상한 세계의 모험을 통하여 승화시켜 작가 스스로 자기치유의 해법을 도모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동화작가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각자 내면적 상황을 작품속에 투사, 전치시키기 쉽지만 자아 의 기능은 이러한 과정에 적절히 개입하여 작가 자신의 심리 적 평형을 돕기 마련이다.

동화의 세계는 성인용 작품과는 달리 환상적인 모험의 세

(7)

안데르센의 童話에 대한 분석적(分析的) 논평(論評)

216

계를 그리는 수가 많다. 그런점에서 동화는 차라리 꿈 내용 에 가깝다. 아동들은 성인과 달리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화의 내용은 자연히 어린이들에 게 호소력이 클 수 밖에 없다. 철학적 성인동화로 유명한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역시 작가 자신의 인생관 및 철학적 성찰을 우화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루이스 캐롤은 자신의 도착적인 이상심리를 은밀한 방식으로 승화시켰으 며, 안데르센은 그 자신의 내부에 도사린 악마성을 승화시켜 묘사하고 있다. 독일의 그림 형제도 예외가 아니다. [헨젤 과 그레텔]은 그들 형제의 가장 대표적인 동화로 [신데렐 라]와 더불어 아동이 자신의 발달단계를 극복해가는 과정 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법을 행사하는 존재가 항상 나타나 인간의 착 한 심성을 시험하고 시련을 주듯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다른 악마적 속성을 경계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Fetscher(1973)는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한 인물답게 사회 철학적 관점에서 이들 동화에 주어진 사회적 기능을 재해 석하면서, [늑대와 일곱 마리의 양], [빨간 모자 소녀], [백 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회학적 해석을 가하였다. 주어진 텍스트를 해석하 는 문제에 있어서 그는 정신분석학적 방법만큼 반박하기 어렵고 동시에 손쉬운 방법도 없다고 하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정신분석적 해석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다소의 오해 및 편견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준거 틀에 입각한 어떠한 해석도 손쉽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신분석적 관점도 일체의 반론이나 비 판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는 꿈속 에서 행복을 찾아나선 치르치르와 미치르라는 어린 남매의 이야기를 극화한 내용으로 아무리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행복의 새를 찾아보지만 결국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여기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 게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꿈과 환상을 추구하게 되는 동기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듯하며 어찌 보면 무책임한 낙관주의로 치장된 감이 없지 않다. 인간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과 불행의 근원이 과거에서 비롯된 점이 많 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프 로이트와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메테를링크였지만 그는 정 신분석적 관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당연한 귀결이 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콩쥐팥쥐]의 기본 틀은 기묘하게도 [신데렐라]와 거의 비슷하다. 계모와 의붓딸의 학대와 무력 한 아버지의 존재 및 귀한 신분으로의 상승을 통한 멋진 복

수극이라는 전체적인 구도는 문화적 배경만 다를 뿐 거의 동 일하다. 선악의 대결 구도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 람은 벌을 받는다는 기본적인 설정은 대다수의 전래동화에 서 공통된 양상이지만 외형적인 가치관의 전달 구도 이외 에, Shapiro와 Katz(1978)도 강조하였듯이 보다 원초적인 대상관계에서 비롯된 이분법적 분리 기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柳仁鈞(1998)이 보여준 역동적 차원은 우리 민족에 게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존재한다는 사실 증명에 주력 했으며, 李熹(1991) 역시 [장화홍련전]을 통하여 이러한 점 을 이미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화에 대한 연 구는 주로 작가 미상의 전래동화에 치우쳐 있다(金哲源과 趙斗英 1998, 柳仁鈞 1998, 河智賢 1998, 2001, 2002).

물론 전래동화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동화작가들이 존재해 왔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인지 작가 심리와 연계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래동화에 대한 분석적 연 구로 가장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것으로는 河智賢(2002)의 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안데르센은 동화뿐 아니라 그의 첫 소설 [즉흥시인]을 통 하여 자신의 꿈과 소망, 그리고 실연의 아픔과 좌절, 천한 신 분으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심적 고통을 묘사한 바 있다.

시인으로 성공하겠다는 청운의 뜻을 품고 방랑생활에 접어

든 아름다운 청년이 겪어나갈 운명은 온갖 시련으로 점철되

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의 안데르센 청년은 외모만큼이나

그의 마음도 소설처럼 그렇게 아름답기만한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 그리고 분노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그러

한 나르시시즘적 손상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판에 신경

을 곤두세우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어렵게 성취한 세계적

인 명성에 흠집이 갈까 두려워 자신의 수치스런 가족 배경

을 감추기에 급급하였으며 그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못하여

스스로 자서전을 집필함으로써 자신의 성장배경을 미화시

키는 작업을 통하여 뒷말이 없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의 자

서전은 새롭게 쓴 소설이나 다름없다. 마치 동화 같은 삶을

살았던 것처럼 각색한 그의 자서전은 그런 점에서 기록적인

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이다. 종교적 경건함을 가장한

안데르센은 그런 점에서 더욱 솔직하지 못한 셈이며 그 자신

의 진실 은폐에 또 다른 허구적인 사실들을 가미함으로써 진

실에서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자초하고 말았다. 진실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공

인으로서의 명성 유지에 못지않게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인

정하고 밝히는 작업 또한 중요한 임무이며 또한 그러한 용

기의 발휘야말로 일반 대중들의 사랑 못지않게 존경과 귀감

이 될 수 있는 공인의 태도라 할 것이다.

(8)

李 炳 郁

217

이처럼 안데르센은 그의 자서전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재

구성할 필요가 있었듯이 일생동안 지속된 작품 활동을 통 해서도 스스로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치욕적인 가족사에 대하여 재구성할 필요가 있 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조차 동화와 같은 기법으로 새롭게 쓴 것이다. 그의 자서전에서 어두운 곳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남긴 수많은 동화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대표작들 만 살펴보더라도 그 자신의 고뇌에 찬 삶의 흔적을 찾기가 더욱 손쉬운 일이 될 것 같다. 동화는 일종의 꿈과 같은 기 능을 한다. 성인용 소설과는 달리 동화는 매우 고도로 압축 된 상징적 내용과 소망충족적인 경향, 갈등에 대한 방어 및 이차적인 정교화가 뒤를 잇는 각성된 상태의 꿈의 기록과 비 슷하다. 동화에 내재된 역동적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은 구 체적인 작가의 자유연상과 심층적 자료가 뒷받침되지 못하 기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작가 의 삶에서 드러난 많은 정보 자료를 통하여 제한적이나마 그의 내면적 실상의 일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結 論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은 동화의 아버지로 불리며 전세 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위대한 동화작가이다. 자 신의 어둡고 비참했던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행복 한 가정을 제대로 이루어 보지도 못하고 외로운 생애를 마 쳤지만 그러한 자신의 고통에 가득찬 인생 경험은 오히려 주 옥같은 명작들을 낳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비록 자식을 낳고 키운 경험은 없었지만 전세계 어린이들이 바로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지의 자식들을 상 대로 열심히 쉬지 않고 수많은 작품들을 써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욕망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자신을 상대로 글을 쓴 것이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닐 것이다. 피상적으로만 본다면 아름답기만한 동화 를 통하여 수많은 아동들에게 자신이 못다한 꿈과 희망을 심 어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러한 창작활동을 통하여 그 자신의 심적 고통에서 벗어나 위안을 얻었는지 도 모른다. 그 때문에 안데르센의 많은 동화들에서는 불길 한 징조가 엿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천사와 악마, 성과 죽음, 희망과 불신, 고통 과 쾌락 등이 혼재된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절망과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성인용 동화라 해야 더욱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안데르센은 불우한 일생을 살아야 했던 천 재였으며 나름대로 자기 구원의 길을 모색했던 작가였던 것 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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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 傳來童話‘선녀와 나무꾼’에 대한 精神力動的 考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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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Psychoanalytic Comment on Andersen’s Fairy-Tales

Byung-Wook Lee, M.D.

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 is best known as the father of fairy tales. He wrote many stories for children, but his life was very miserable. I am interested in his tragic and gloomy life history and how he sublimated his own psychopathology in his works. I review several of his works analytically, but it is not quite adaquete in terms of a methodology of approach.

This paper comments on his fairy-tales including “The Ugly Duckling,” “The Emperor’s New Clothes,” “The Little Mermaid,” “The Little Match-Seller,” “Thumbelina.” “The Red Shoes,” and “The Snow Queen”. I perceive his many stories to be his own life history and psychopathology sublimated through fantastic transformation. He is the greatest chidlren’s storyteller ever, and he truly liked all children. Andersen seems to have sought consolation in his fantasy world, which fully compensated for his loneliness and dark past life.

KEY WORDS

: Andersen·Fairy-tales·Psychopathology.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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