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장의 조건 - 소비자 주권
시장이 건강하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 한 것은 소비자의 현명한 의사결정 즉, 선택이다. 시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밀당’을 하면서 자신의 효용(만족,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말 그대로 하나의 場이다.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생산자의 선택을 결정하는데, 이를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생산자는 끊임없이 소비자의 ‘눈치’를 본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혹은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물론 생산 자가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것은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생산자 자신을 위해서 이다. 시장에서는 눈치를 잘 보고 소비자의 요구나 수요에 잘 맞추는 생산자만이 선택되고 살아남는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생산자는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부터 퇴출된다. 시장은 이렇듯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받기 위한 생산자의 노력에 의해 건강하게 진화한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어느 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에 갔는데 가지고 있는 예산에 맞는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때 소비자로서 나는 크게 두 가지 조건 하에서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이 없어도 지 금 당장의 생활에 별 무리가 없는 것이라면 나는 구매를 포기할 것이다. 급하지도 않은데 굳이 조급하게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물건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구매행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만일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이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인 경 우이다. 일단 원하는 수준의 상품이 없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은 할 수 없다. 그렇지 만 당장 꼭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구매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에는 내게
투표의 조건
김성준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2012-12-10
꼭 맘에 드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선택 가능한 물건 중에 그나마 괜찮은, 즉 차선의 상품을 구매할 것이다.
경제논리와 유사할 수 있는 정치시장의 조건
이 같은 상황은 선거가 이루어지는 정치시장도 비슷하게 발생한다. 정치시장에서 정당은 일종의 생산자처럼 정치후보를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인 유권자의 선택을 기 다린다. 생각있는(!) 정당이라면 선거에 내놓을 후보를 선출할 때 정당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한다. 이는 마치 생산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과 같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은 경쟁력 없는 정당을 의미하 며, 그 정당은 당연히 정치시장에서 퇴출된다.
경제시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시장에서 유권자가 가장 행복한 상황은 내가 정말 좋 아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선거에 나오고 그 또는 그녀에게 투표를 하 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정치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후보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 가. 경제시장에서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다.
우선, 특정 후보의 선택이 누가 되든 내 생활에 큰 변화(편익)를 주지 못할 것이 라고 판단하면 나는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왜냐하면 투표행위는 기 본적으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좋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 수집 비용이 있을 것이고, 또 실제 투표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투표장에 가야하 는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 경우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 데 만일 꼭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는 나는 차선의 선택을 고려하게 된다. 즉, 꼭 내가 원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후보들 가운데 그나 마 내가 원하는 생각과 비슷한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유권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가능하게 해줘야하는 정치권이 되어야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정당이 어떤 후보를 내었으며, 유권자들은 이 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최선을 선택할 수도 투표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 다. 아니면 차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당신에게 어떤 선택을 하게 하는가.
투표는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투표는 어떤 강요와 설득에 의해 강제 될 수 없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며,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정치시장이 건 강하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받기 위한 정치 권의 끊임없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유권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 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우리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 필자의 생각에 도움을 주신 경북대학교 김윤상 교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