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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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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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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아트프로젝트’의 현대적 의미

민 주 식*

1)

Ⅰ. 머리말

Ⅱ. 아트프로젝트의 개념

Ⅲ. 아트프로젝트의 전개양상

Ⅳ.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수행과 반향

Ⅴ. 아트프로젝트의 미학예술학적 의미

Ⅵ. 아트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문제점

Ⅶ. 맺음말

Ⅰ. 머리말

예술표현의 영역에서 이따금 ‘아트프로젝트(art project)’

1)

라고 불리는 흥미 로운 움직임을 보게 된다. 그 실질적 내용은 다양하지만, 종래의 예술존재방식을 다시 검토하고, 예술과 인간, 예술과 자연, 예술과 지역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로서 크게 주목되는 현상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 영남대학교 교수

이 논문은 한국미학예술학회 2011년 봄 정기학술대회에서 자유주제로 발표한 원고를 수정보 완하여 게재한 것이며, 2011학년도 영남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에 의해 연구되었음.

1) 이 글에서 ‘art’를 ‘미술’로 번역하지 않고 ‘아트’로 표기하는 이유는, 최근의 새로운 예술적 활동이 기존의 미술 언어라거나 양식, 동향 등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그 개념, 감 상방식, 사회적 역할에 관해 전면적으로 재고해 보고자하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다. 그래서 때로 아티스트, 아트프로젝트 같은 용어를 원어 발음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2)

에서도 아트프로젝트라고 하는 표현형태가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그 움직임은 점차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사회와 어떻게 연계시켜야 아트가 더 한층 생동적인 것일 수 있을까라고 하는 문제의식에서, 예술가(artist) 와 예술기획자(art planner)들이 사회를 향해 열린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했다는데 연유한다.

‘협동의 장(場)’ 조성을 기본으로 삼는 아트프로젝트는, 근대적 자아를 기반 으로 한 개인의 창조와 아이덴티티의 확립이라고 하는 신화를 탈피하려 한다. 나 아가 타자(他者)와 적극적으로 관계함으로써 아트의 새로운 국면을 찾아내려는 의욕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타자란 협업(collaboration)을 함께 진 행하는 아티스트나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관객’의 존재도 아울러 포함한다는 사실 이 특기되어야 할 점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영화관, 극장, 음악 홀 등과 같은 전문시설이 아니라, 생 활권역에 존재하는 학교나 사찰, 병원, 나아가 거리 그 자체도 이제 ‘무대’가 된다.

그런 만큼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거기에서 이루어 지는 활동을 지켜보고 돕는다. 또 나중에는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소위

‘수용자의 진화(進化)’가 일어난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티스트는 결코 표현을 자기 완결시키지 않고, 여러 차례 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행하면서 작업을 진행시킨다.

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표면적인 교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쌍방의 진심’이 맞 부딪치는 감동으로 가득 찬 분위기 속에서 엄청난 열기를 발하게 된다. 그래서 주종(主從) 구도를 탈피하며, ‘상호촉발’되는 교호(交互)적인 수평관계가 성립한다.

이러한 현상이 가져다주는 의의는 무엇인가? 또 향후 어떠한 과제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 현상인 만큼, 이에 대한 파악이 그 리 쉽지는 않다. ‘아트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키는 일은 현대사회에서 예 술의 자리매김과 그 작용, 나아가 장래의 가능성에 관해 고찰하는데도 유익한 일 이라고 생각된다.

아트프로젝트는 다양한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새로운 예술 환경을 생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예술의 서식처를 확장함과 더불어 경직증(硬直症)에 빠진 예술제도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한다. 이 글에서는 예술 영역에서 일어난 하나의 현상으로서 ‘아트프로젝트’의 요체를 파악한 후에, 지표가 될 만한 몇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하여 아트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이것이 제기하는 미학적 예

(3)

술학적 문제 상황을 짚어보고, 거기에서 잉태되고 있는 문제점의 발견에도 주목 하고자 한다. 또 아트프로젝트가 ‘포스트 아트(post art)’, ‘애프터 아트(after art)’,

‘아트리스(artless)’, ‘탈(脫)예술’이라는 흥미로운 호칭을 갖고 잇따라 발생하고 있 는 현상들과 중첩되고 있음을 전제로, 차세대 아트의 존재방식을 모색하는 하나 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Ⅱ. 아트프로젝트의 개념

1. ‘아트프로젝트’라고 하는 용어

우선 아트프로젝트라고 하는 말은 아직 우리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것을

‘아트에 의한 프로젝트’ 또는 ‘아트에 관한 프로젝트’라고 막연하게 이해할지도 모 르지만 틀린 건 아니다. 현시점에서는 그와 같은 일반적인 의미내용으로 이해되 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기에 어느 정도의 한정적인 의미가 들어있는지는 개개 사례에 따라 상이함을 보인다. 아트프로젝트라고 한마디로 말하지만 실로 다양한 타입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 공약(共約)가능한 성립요소를 열거하면서 그 프레임을 명확하게 하고, 그 위에 나름대로의 정의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우선 ‘project’라는 말을 영한사전에서 찾아봄으로써 이 말에 담긴 원의를 분 명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계획하다. 기획하다. 안출하다. 2. 예산하다. 산출하 다. 추정하다. 3. 발사하다. 내던지다. 4. 투영[투사]하다. 비추다. 5. 내밀다. 돌출시 키다. 등이다.

2)

이들 의미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는데, “어떤 특별한 계획을 세 워, 사회에 대하여, 던져 넣는다.”라고 정리해 볼 수 있다.

3)

우선 통속적인 해설로서, 아트프로젝트는 개인의 스케일을 넘어선 미술작품 내지 미술전시회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아트’라고 하는 외래어

2) 두산동아, Dong-A's Prime English-Korean Dictionary, 제5판, 2005, p. 2007.

3) 이와 관련하여 “인간은 더 이상 주어진 객관적 세계의 주체(Subjekt)가 아니라, 대안적 세 계를 창조하는 기획(Projekt)”이라고 하는 빌렘 플루서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하면 기획으로서 인간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존재, 즉 자신의 상상을 앞으로(pro) 던져 (ject) 실현시키는 존재다

.;

Vilem, Flusser, Vom Subjekt zum Projekt. Menschwerdung, Fischer-TB.-Vlg, 200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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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미술뿐만 아니라 더욱 폭넓은 창조적 활동을 포괄하기 위해서이다. 나아가 ‘프로젝트’라는 말은 본시 계획이나 사업이라는 의미인데, 여 기에서는 계획의 입안으로부터 실현에 이르기까지의 프로세스를 포함한 개념이 다.

여기에서 읽어낸 요소들을 기초로 하여, 아트프로젝트의 특성을 한층 더 명 료하게 부각시켜 보고자 한다. 우선 표현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복수(팀으로 편성 된 형태)의 인간이며, 그래서 자연스레 비교적 대규모 형태로 전개되는 일이 많 다. 또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이상, ‘특별한 기도(企圖)’라고 하는 표명으로 받아들 일 수 있으므로, 종래의 아트의 틀에 집어넣을 수 없는 것을 그 이름 아래 실험 적으로 행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따라서 개최 장소에 관해서도 예술 전문시설이 아니라, ‘장(場)’을 일부러 선택하여 오로지 거기에서밖에는 성립할 수 없는 ‘장소 특정적인(site-specific)’ 표현을 추구하기도 한다.

4)

그럴 때 특정한 장과 철저하게 대화를 거듭함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자세’가 더없이 중요하다.

또 결과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세스’ 그 자체가 표현이라고 하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하나의 구상(concept)에 대하여 어떠한 반응(찬동 또는 충돌) 이 있고, 또 그것이 어떠한 수법으로 극복되는지 또는 결렬되는지와 같은 드라마 전체를, 아트프로젝트의 궤적으로서 극명하게 다큐멘트화 하는 일이 중요하다. 왜 냐하면 아트프로젝트가 제기한 물음에 대한 사회의 이해와 마찰의 정도를 분명히 제시하는 데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시에 예술과 사회 간에 이루어지는 파트너십의 정도와 밀도를 드러내는 것과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아트프로젝트는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입해 가는 그 성향으로 인해, 제도에 의해 비호되기도 하고 격리되기도 한다. 그것은 그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표현 형 태가 아니며, 예술의 밀실(密室)적 상황에 대항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흠집 내는 일을 최종목적으로 삼는 안티테제적인 활동이 아니다. 아티스트가 리얼리티 를 추구함으로 인해 오히려 기존의 예술 틀 바깥으로 불거져 나온다고 볼 수 있 다. 설령 표현의 장이 사회로 옮겨간다 할지라도, 예술을 작동시키는 힘은 예술가 자신이 품고 있는 확신이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매우 사적(private)인 영위가 아트 4) Miwon Kwon, One Place after Another: site-specific art and locational identity, MIT Press, 2004, p. 31 참조.; ‘장소특정적’ 예술은 증대되는 예술의 상품화(commodification)와 널리 퍼져있는 예술의 자율성(autonomy)과 보편성(universality)이라는 이념에 반항하여 1960년대 후반에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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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성립시키는 핵심적인 원동력이 된다.

지금까지 아트프로젝트의 체제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을 서술해 보았는데, 그 주요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5)

1) 아트프로젝트란 독자적인 관점에서 획득한 비전이나 생각을 사회(감상 자)를 향해 투영하여 교감하게 하는 기회 그 자체를 창조(creation)․계획 (planing)하는 일이다.

2) 명확한 데이터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동작업체제로 진전시켜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3) 표현활동의 장은, 예술문화 시설보다는 오히려 ‘대안 공간(alternative space)’이나 마을 전체 또는 특정구역과 같은 장대한 규모가 되며 그 다양 성이 풍부하다.

4) 아트프로젝트는 분명한 해답을 도출한다거나 완결시킬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5) 아트라고 하는 수법으로 상상력을 단련하고, 다양한 문제제시를 행하는 프로세스를 소중히 여긴다.

6)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그 작업에 의해 형성된 횡단적인 네트워크가 커다 란 성과가 된다.

2. 아트프로젝트의 유형

지금까지 행해져온 아트프로젝트만 보더라도 그 표현양상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분류(grouping)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가 그 목적, 활동, 조직의 면에서 다양하고, 여러 요소와 조건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일종의 에너지 결합체와 같은 뉘앙스를 강하게 띠기 때문에, 그 분류작 업을 빈틈없이 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아트프로젝트라고 칭하는 기 준에 관해서도 아직 예술계(art world)의 견해가 확정되어져 있지 않고, 그것이 다의적인 이미지로 파악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례들을 동일 한 차원에서 말할 때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이므로, 여전히 검토의 여지는 있지만 정리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표현주체를 기조로 한 나름대 5) 豊原正智, 谷悟, “アートプロジェクト”という名の回路 - 相互触発を生じさせるための構

想と実践 , 大阪芸術大学紀要 25号(2002.12),pp. 89-90.

(6)

로의 분류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퍼블릭 아트(public art)’를 비롯하여, 복합적 스타일로 진전되는 ‘아 트 이벤트(art event)’나 ‘페스티벌(festival)’, 그리고 차세대 아트 신(art scene)을 개척하려는 문화 사업으로서의 ‘아트 컨벤션(art convention)’ 등도 아트프로젝트 로서 파악하려는 입장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배제하기로 한다.

6)

가능한 한 앞 장에서 제시한 정의를 바탕으로 예비적 분류를 시도해 보겠지만,

7)

앞으로 덧 붙여야 할 유형이 출현할 것으로 생각한다.

□ 표현 주체에 입각한 아트프로젝트의 분류

A. ‘아티스트 이니셔티브’적 수법에 의한 것

1) 한 사람의 아티스트에 의해 고안된 플랜을 바탕으로 실현되는 유형 2) 프로젝트 리더인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오프 뮤지엄 형의 ‘그

룹 쇼’적인 유형

B. 아티스트, 큐레이터, 코디네이터 등으로 결성된 조직체(organization)로부 터 제기되고 발신되는 것

C. 큐레이터가 총감독한 것 1) 미술관이 운영 진행하는 유형 2) 지역의 단체가 운영 진행하는 유형

D. 큐레이터(미술관)와 아티스트의 협의에 의해 전개된 것 E. 화랑과 아트프로듀서에 의해 코디네이션된 것

F. 행정부처, 공사(公社), 아티스트의 팀으로 착수되는 것

G. 상이한 영역의 전문가와 아티스트가 함께 행하는 협업(collaboration)적 인 것

H. 학생들의 자율적인 기획, 또는 대학의 트레이닝 메뉴로서 실천된 것

이처럼 아트프로젝트의 용어와 분류 자체에 대한 인식은 아직 산만하다는 6) 흔히 ‘공공(公共)미술’로 번역되는 퍼블릭 아트는 공원이나 시가지 등 공공 공간에 항구적 으로 설치되는 작품 또는 그 설치계획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작품’ 개념을 유지하고 있다 는 점에서, 아트프로젝트와 가장 두드러지게 구별된다. 다시 말해 오브제를 제작하는데 최 대의 가치를 두고 있다. 제작된 작품이 설령 시간의 경과를 중요한 요소로 삼는 프로세스 아트라 할지라도 그것은 처음부터 작품으로서 제작된 것이어서 종래의 작품 개념에 여전 히 의존하고 있다고 본다.

7) 이 분류는 기본적으로 豊原正智, 谷悟의 견해(ibid., pp. 90-91)를 바탕으로 필자가 재작성 한 것이다.

(7)

것이 현 상황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근래 ‘아트프로젝트’라고 하는 말에 한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달리 표현한 다면, 한정적인 의미내용에서의 아트프로젝트라고 하는 용어로밖에 말할 수 없거 나, 또는 그러한 아트프로젝트라는 용어에 적합한 내실을 수반한 예술 활동이 현 저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한정적인 의미에서의 ‘아트프로 젝트’란 대체 어떠한 것일까? 상세한 검증에 앞서 우선 그 사례를 접해봄으로써 대체적인 윤곽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Ⅲ. 아트프로젝트의 전개양상

우선 ‘아트프로젝트’가 행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일찍이 미국에 서는 ‘Federal Art Project(연방미술계획)’라는 사업의 명칭으로 미합중국 연방정 부가 1930년대 착수한 예술가지원계획의 하나로 시행된 바 있다.

8)

세계공황에서 발단된 대불황시대의 제2기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실업자구제 시책의 하나로 시도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의해 5천~1만 명이 고용되고 20만점의 작품이 제작되 었다. 다양한 포스터, 벽화, 호화, 조각이 완성되어 이들 작품은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에 걸렸으며, 2천개 이상의 벽면을 덮고, 또 미국 내 주목을 끌게 되는 ‘퍼 블릭 아트(public art)’를 탄생시켰다.

9)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아트프로젝 트는 이 사례와는 그 동기의 면에서나 성격의 면에서 사뭇 다르다.

아트프로젝트는 선행하는 다양한 움직임으로부터 구획선을 명확하게 긋기가 어렵지만, 대체로 주목을 끈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였 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을 넘어서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하시모 토 도시코(橋本敏子)는 저서 지역의 힘과 아트 에네지에서 ‘각 지역의 아트프로 젝트 사례’로서 24건을 들고 있다.

10)

그 가운데 80년대 후반에 개시된 것이 2건이

8) Victoria, Grieve, The Federal Art Project and the Creation of Middlebrow Culture,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2009, pp. 87-88.

9) 이에 관해서는 Martin R., Kalfatovic, The New Deal fine arts projects, Metuchen, N.J.:

Scarecrow Press, 1994 및 Robert, Atkins, ArtSpoke: A Guide to Modern Ideas, Movements, and Buzzwords, 1848-1944, Abbeville Press, 1993 참조.

10) 橋本敏子, 地域の力とアートエネルギー, 学陽書房, 1997, pp.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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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나머지 22건은 90년대에 실시 또는 개시된 것이다. 이 글에서 보여주고자 하 는 ‘아트프로젝트’의 개념에 적합한 초기 사례로서 아트캠프 학슈(白州) (1988년 개시)를 들 수 있다. 관련된 흥미로운 사항으로서는, 자주 프로젝트라고 하는 용 어를 타이틀에 붙이고 있는 가와마타 타다시(川俣正)의 표현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라는 점이다.

11)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1990년대에 들어서 서 일시에 가속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트프로젝트의 사례에 관해서는 지면 관계상 많은 것을 분석할 여유가 없 다. 여기에서는 이 논문의 주제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유효한 몇 가지 사례를 살 펴보기로 한다.

1. 크리스토의 <엄브렐러 프로젝트>

(The Umbrellas, J apan-U.S.A., 1984-91)

1,340개의 파랑색 우산을 일본(이바라기 현)에 19km, 1,760개의 노랑색 우산 을 미국(캘리포니아 주)에 29km 설치하는 크리스토 나바세프(Christo Javacheff) 의 <엄브렐러 일본-미국 1984-1991>은 실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12)

메이킹 오브 엄브렐러(Making of Umbrella) 로 정리된 다큐멘트를 하나하나 더듬어 보면, 앞 서 행한 분류표 유형A의 전형적인 사례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플랜은 1984년 에 착상되어 1991년에 개최되기 이르기까지 장대한 기간에 걸쳐 준비를 거듭하였 고, 미화 2600만 불(크리스토 부인 잔느 클로드 Jeanne-Claude 여사가 매니지먼 트 함)이라고 하는 장대한 스케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것은 이것이 프로세서를 중시하는 가운데 비로소 성립 가능한 표현 형태라는 점이다.

그것은 아티스트 자신이 프로젝트의 기획 취지를 관계자들(토지 소유권자, 행정기관 등)에게 전하는 일로부터 시작한다. ‘왜 이 장소가 선택되었으며, 여기에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해 가기 위해, 힘을 발휘하는 원천이 다름 아 닌 아트라고 하는 생각을 갖고, 저자 자신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일본에서 아트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전개된 까닭은, 마을과 동네에 삶의 기 반을 두고 지역성을 소중하게 생각해온 일본사회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1) 가와마타의 활동에 관해서는 川俣正, ア-トレス ― マイノリティとしての現代美術 Art Edge, フィルムア-ト社, 2001.

12) Steven, Weisman, “Christo's international Umbrella Project”, in: New York Times, 13 Novemb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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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것이 먼저 이해되지 않으면 협력 따위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토는 우선 캘리포니아와 이바라기 현에서 우선 양쪽 모두 에 공통되는 산간부(山間部)와 계곡의 지형을 우산의 색과 볼륨, 또는 배치 방식 에 의해 생겨나는 리듬감으로 각각의 특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는 자신의 컨셉을 말하고 이해를 구했다. 단순히 불안을 불식시켜 ‘안심’이나 ‘양해’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흥미’로 변환시킬 수가 있었기 때문에, 각종 인가의 획득, 측량 작업, 통풍실험, 그리고 설치 업무로 나아가 목적에 도달할 수 있었다.

13)

하지만 크리스토의 작업은 서론에서 언급했던,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아 트프로젝트의 성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타  마코토가 지적했듯이,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의 경우는 볼런티어를 사용하지 않 고 워크숍도 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많은 참가 자들은 단지 금전으로 고용된 노동력에 불과하며, 참가자의 의지로 인해 프로젝 트가 변경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참가자는 크리스토와 잔느 클로드의 지시에 절대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일이 요구된다. 이렇 게 하여 그의 작품의 질(質)은 보전되는 것이다.”

14)

엄브렐러 프로젝트는 이처럼 프로젝트라고 하는 형태를 취하면서도 표현은 개인에게 귀속되고, 타자에게 작품 의 본질을 맡기는 일은 결코 없다.

2. <대지(大地)의 예술제 -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2000>

일본 열도를 한 때 뜨겁게 달구었던 <대지(大地)의 예술제>는 2000년 7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의 기간에, ‘인간은 자연에 내포된다.’를 기본이념으로 하여, 니이가타현(新潟県) 에치고-츠마리(越後妻有) 지방의 6개 지구(地區)를 회장으로 하여 행한 프로젝트이다.

15)

주최는 도카마치(十日町)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예

13) Jeanne-Claude Christo, The Umbrellas: Japan/USA 1984-91, Taschen GmbH, 1998 참 조. 이것은 지금까지 시도된 것 가운데 가장 의욕적이고 가장 비용이 많이 든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14) 村田真, ‘脱美術館’化するアートプロジェクト , 社会とアートのえんむすび1996-2000,

ドキュメント2000 プロジェクト実行委員会(編), 2001, p. 16.

15) 越後妻有大地の藝術祭 , http://www.echigo-tsumari.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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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제실행위원회가 맡았고, 총괄 디렉터는 기타가와 프람이었다. 32개국으로부터 148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하고, 야산(野山)과 전답(田畓), 상점가 등을 무대로 지역 주민과 협력하면서 작품을 제작․설치하였다.

댐 개발로 인해 그 흐름이 변화된 시나노가와(信濃川)의 과거의 유로(流路) 를, 3.5.km에 걸쳐 약 6백 개의 황색 깃발을 세움으로써 재현한 이소베 유키히사 (磯辺行久)씨의 인스털레이션 <강은 어디에 갔나?>처럼, 이 토지에 근거한 작품 과 환경문제를 언급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또 예술제의 회기 중에는 방문객과 주민에게 ‘다양한 참가의 계기’를 가져다주고, 이 예술제를 기회로 삼아 처음으로 이 지방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지역의 풍부한 매력을 아트 이외의 측면에서도 체 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아, 약 150개의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 그리 고 심포지엄 등이 행해졌다. 이 예술제를 찾아온 사람은 약 16만 명이었다. 전국 각지로부터 모여든 800명을 넘어서는 ‘뱀(蛇) 부대’라고 불리는 볼런티어 스태프 의 활약도 주목을 끌었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이 지방 6개 지구가 니이카타현과 함께 착수하고 있는 지역 활성화사업 ‘에치고-츠마리 아트 넥리스 정비사업’

16)

이 있다. 이것은 아트를 매개로 하여 인간이 지역의 자연이나 다양한 장소와 갖게 되는 관계를 다 시금 돌이켜보고, 그 매력을 높여 세계에 발신하려고 하는 것이며, ‘광역 연대를 통한 지역 활성화’, 아트의 활용에 의한 ‘지역의 매력 재발견’, 계획 단계로부터 지 역주민과 아티스트가 깊이 관여하는 ‘공공사업에 대한 새로운 대처(對處)’,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력’, ‘지구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 등을 특색으로 한다.

현지에서는 지도를 단서로 삼아 사람들은 걸어서 작품을 찾아가게 된다. 회 장이 광대한 만큼 감상에는 어려움이 수반되지만, 작품에 인도되어 미처 알지 못 한 토지의 깊숙한 곳까지 발걸음을 내딛는 경험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예술 감 상’과는 그 정취를 달리하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지역주민과의 관계도 포 함하여, 예술과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를 시사해주는 시도로서도 주목되는 프로젝 트였다.

17)

16) 예술문화의 향기가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에치고-츠마리 마을 만들기 사업인데, 이벤트나 교류거점정비 등을 행하면서 자연․역사․문화․산업 등 지역자원 발신의 수법으로서 아 트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17) 제2회전은 2003년 7월 20일~9월 7일의 회기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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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이후 산발적으로 여러 움직임이 있었지만, 비교적 규모가 큰 아트프로젝트로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를 들 수 있다. 2005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처음 개최한 후, 2007년, 2010년에도 이어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문화와 예술을 도시개발의 발전 중심개념으로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역 구 성원들로 하여금 창조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설립 된 프로젝트이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구성원들의 소통을 시도하고, 지역사회의 자연, 문 화, 역사 등을 환기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공예술 개념을 도시 전체로 확대시키 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비록 그 명칭에서 퍼블릭 아트라는 용어를 달고 있지 만, 도시를 미화하는 작업을 넘어서 지역구성원들로 하여금 지역문화에 대한 적 극적인 관심과 개입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지역문화의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생산 해 내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8)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제1회 때 사업취지를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

1) 안양유원지를 공공예술 개념을 도입한 차별화된 예술 공원으로 조성하여 옛 명성을 되찾아 관광자원화 시킨다. 2)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어 생활 속 에서 예술을 느끼고 품격 있는 아트시티(Art City)를 구현한다. 제2회 때는 제1회 와 차별성을 갖고, 1) 안양 평촌 신도시의 도시맥락을 현대예술을 통해 재발견하 여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고안하며, 2) 지역 구성원에게 공공장소의 예술작품을 자기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나감으로써 예술적 전유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계기를 조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

<APAP2010>은 세 번째인데, 모두 23개 작품을 ‘새 동네’ ‘열린 도시’ ‘유목’

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 학운 공원을 중심으로 안양시 전역에서 선보였다. 초대 작가 30명을 포함해 18개국에서 9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APAP2010>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현대 도시의 특성에 주목하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도시를 18) 안양공공예술재단, 2005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사업개요, 2005.

안양공공예술재단(http://apap.anyang.go.kr/) 참조.

19) 오선영, 지역 결합방식을 통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개선방안 연구 ,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원 문화예술경영전공 석사학위논문, 2009, pp. 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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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새로운 커뮤니티인 ‘새 동네’와 주민 들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열린 도시’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APAP2010>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외 유명작가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예술작품을 만들어 선보였다는 점이다. 1, 2회 프로젝트가 작가들의 일방적인 퍼 포먼스를 통해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3회 프로젝트는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개 발’과 ‘성장’이란 명제 아래 사라져가는 안양시민들의 일상과 풍경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건축과 도시학, 미술 분야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재개발지 역에 거주하거나 지역주민들과 직접 대화하며 그들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을 창출했다. 아울러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작품이라는 성격을 부각시켰다.

4. ‘아트프로젝트’가 갖는 새로운 의미

지면상의 제한도 있고 하여 우리는 이상에서 단지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본데 지나지 않지만, ‘아트프로젝트’는 그 발상과 목적, 사람들의 관계방식과 그 구체적 인 양상 등에 있어서, 제각기 매우 개성적인 전개상을 보이고 있음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우리는 우선 그 다양성에 주목하게 된다. 이와 함께 그 다양성의 근 저에 예술과 사회의 관계, 또는 사회에서의 예술의 존재방식이나 작용에 관하여, 공통되는 새로운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아트프로 젝트를 간단하게 말해,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감상을 위한 전문 문화시설만이 아 니라, 일상적인 장에서 또는 자연 속에서, 아티스트와 다양한 사람이 함께 참가․

협력함으로써 행해지는 열린 표현활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나아가 그 의의에 관해, “아트프로젝트는 아티스트와 감상자 그리고 기획자라고 하는 닫힌 사회 속 에서만 성립하기 쉬웠던 예술 표현활동을 널리 사회에 개방함으로써,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 즉 ‘아트 에너지’를 솟아나게 한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변혁을 가져오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지역이나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중대한 계기를 가져다주 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20)

라고 파악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20) 橋本敏子, 地域の力とアートエネルギー, 学陽書房, 1997,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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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십여 년 사이에 현저해진 이러한 아트프로젝트에는 공통되는 새로운 의미로서, 20세기 예술의 전개과정 가운데서 나타났던 다양한 운동과 사상, 수많 은 표현방법의 대부분이 강하게 유입되고 있음도 특징적이다. ‘어스 아트(earth art)’나 ‘퍼블릭 아트(public art)’, ‘오프 뮤지엄(off museum)’ 같은 말로 나타나는 운동이나 경향은 거의 모든 아트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으며, ‘인스털레이션 (installation)’과 ‘퍼포먼스(performance)’ 같은 표현수법 역시 많은 프로젝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트프로젝트는 20세기 예술의 집대성이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움직임과 요소를 끌어안으면서도, 이제 그 자체가 하나 의 새로운 예술표현으로서 기능해가고 있다.

Ⅳ.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수행과 반향

다음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는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사례를 자세 히 살펴봄으로써 아트프로젝트의 현대적 의미를 다시 한 번 숙고해 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시코쿠(四国)의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에 위치하고 있는 섬 나오 시마(直島)를 무대로 주식회사 베네세 코퍼레이션(Benesse Corporation)이 전개하 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행하는 프로젝트와는 그 성격 을 달리하는 면도 있지만, 특정 기업이 어느 섬에서 착수한다고 하는 일종의 홀 가분함과 일목요연함이 아트프로젝트의 특성을 한층 더 스마트한 형태로 보여주 고 있다.

1. 프로젝트의 발자취

가사하라 료지(笠原良二)의 나오시마 문화촌 소사

21)

에 의하면, 프로젝트의 발단은 1985년 ‘세토나이카이 섬에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함께 모이는 장을 만 들고 싶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창업사장 후쿠타케 테츠히코(福武哲彦)와, 나오시

21) 笠原良二, 直島文化村小史 , (直島コンテンポラリ-ア-トミュ-ジアムコレクションカタ ログ)Remain in Naoshima, 秋元雄史․江原久美子 編, ベネッセコ-ポレ-ション(コ-ポ レ-トコミュニケーション室), 2000, pp. 2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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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남측 일대를 ‘교육적인 문화 엘리트로 지구로 개발하려는 꿈을 품고 있었던’

당시의 나오시마 마을(町) 촌장 미야케 치카츠구(三宅親連) 두 사람이 이 섬에서 회합을 가진 후 서로 의기투합한 데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 후 후쿠타케가 급 서함에 따라 후계자 후쿠타케 소이치로(福武宗一郎)가 선대의 유지를 이어받아, 1987년에 나오시마의 남측 일대 토지를 구입하여 사업에 착수하였다.

마스터플랜 책정을 위한 실험적인 시도가 수차례 거듭된 후, 1988년에 ‘나오 시마 남부 일대를 인간과 문화를 육성하는 권역(area)으로서 창생(創生)한다’는 것 을 목표로 나오시마 문화촌 구상 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시설 건설이 시작되었 다. 이듬해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의 감수를 받은 나오시마 국제캠프장이 오픈되었고, 1992년에는 안도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나오시마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이 개관된다.

22)

이후 이 뮤지엄을 거점으로 하여 ‘자연과 아트’, ‘역사와 아 트’를 키워드로 하여, 현대미술을 축으로 하는 특별전을 개최하였고, 나오시마를 위한 작품제작을 의뢰하는 ‘커미션 워크’를 통해 컬렉션 조성, 워크숍, 심포지엄, 강연회 실시, 뉴스레터 발행 등의 활동을 해왔다.

이 프로젝트의 추이 가운데에서 특히 중요한 사건으로 지목되는 것은, 1994 년 가을의 기획전 ‘Open Air '94 Out of Bounds - 바다 풍경속의 현대미술전’ 개 최이다. 이것은 ‘더욱 미술적이고 건축적인 매력을 높이려는 방침’에 의해, 야외전 형태로 행해졌다. 이때의 출품작 대부분이 그 후 그대로 상설작품이 되었고, 그래 서 나오시마 문화촌이 갖는 자연과 아트의 공존이라고 하는 테마를 한층 더 명확 하게 나타내게 되었다. 동시에 이 기획전은 아티스트가 나오시마를 방문하여 현 지에서 제작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러한 일은 그 후 커미션워크 중심의 작품 수장에 대한 선구가 되었으며, 나아가 ‘역사와 지역생활’이라고 하는 키워드 를 덧붙이면서 1997년부터 시작되는 <나오시마․가옥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흐 름을 유도하게 되었다.

<나오시마․가옥 프로젝트>는 나오시마 문화촌 부지 내에서가 아니라, 혼 무라(本村)라고 하는 예부터 이 섬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집단 촌락에서 실 시되었다. 의뢰를 받은 아티스트들은 집단 촌락내의 네 곳에서, 축조된 후 200년 22) ‘베네세 하우스 나오시마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은 미술관과 호텔이 일체가 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술관에 숙박한다고 하는 유니크한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시설이다. 숙박객 은 체재기간 중 몇 번이라도 전시실을 찾아가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친밀 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또 1995년에는 별관도 오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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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역사를 갖는 민가 등을 소재로 하여 각자 계획에 따라 작품을 제작하였다. 섬 의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가운데에서 진행되어온 이 프로젝트는 나오시마라고 하 는 ‘장’과의 관계성을 한층 더 강하게 보여주며, 앞서 말한 ‘커미션 워크’가 한층 깊숙이 개입된 형태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2. ‘베네세 하우스 나오시마 컨템퍼러리 뮤지엄’과 그 주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 있는 ‘베네세 하우스 나오시마 컨템퍼러리 뮤지엄’은 그 자체가 ‘자연과 아트와 건축의 공생’이라고 하는 이념 아래 창출된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건축은 주변 환경을 ‘바탕(地)’으로 하여 그 가운데 건물만이 눈에 띄는 존재감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짓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이 뮤지엄은 지형 그 자체는 물론 바다, 숲, 하늘, 빛과 같은 주위 자연을 함께 중요한 소재로서 채택하고, 그것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개성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내부공간도 많은 미술관 건축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가능한 한 다양한 작품에 대응 가능하게끔 설계된 예정조화적인 것이 아니라, 넓이, 높이, 형, 채광, 재질 등에서 각각의 개성적인 전시실의 집합체가 되고 있다.

작품의 선택과 설치라고 하는 점에서 보자면, 그러한 전시 스페이스의 ‘개성’

은 어려운 과제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 스페이스에 어울리고 또 그 스페이스를 살리는 작품이란 실로 어떤 것일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제는 미술관 측에도, 그 의뢰를 받은 아티스트에게도, ‘장’과의 강한 관계를 의식시키고, 해결책 을 구하는 많은 궁리와 노력을 강요하게 된다. 각각의 입장에서 곤란함이 예상되 는데, 여기에서 생겨나는 긴장감이 도리어 더욱 훌륭한 결실을 거두는 예가 적지 않다.

23)

공간과 작품이 서로 의식하고 협력하여 공간을 포함한 한결 장대한 작품

23) 전시공간과의 관계에서 볼 때 인상 깊은 한 예로서,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백 번 살고 죽는다>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백개의 네온관을 사용한 빛에 의한 작품이며, 각각 의 네온관은 ‘SING AND DIE’, ‘SING AND LIVE’, ‘LOVE AND DIE’, ‘LOVE AND LIVE’ 등 ‘LIVE’와 ‘DIE’를 다양한 동사와 조합시킨 말을 나타내고 있다. 조합되는 동사는

‘SPEAK’, ‘SMILE’, ‘HEAR’, ‘HATE’, ‘TOUCH’, ‘KNOW’, ‘THINK’ 등 인간의 기본적인 동작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 많다. 이들 용어는 각 조(組)마다 파랑, 초록, 빨강, 노랑, 하양, 오렌지, 핑크 등 선명한 색을 띄고 있으며, 잠시 동안 일정한 스피드로 점멸을 되풀 이 한 뒤에 한꺼번에 전부가 점등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전체 사이즈는 299.7x335.6x53.3cm 이며, 네온관은 정연하게 위에서 아래로 25개씩 4열로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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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인상으로 인해 일종의 통풍의 즐거움 같은 것을 느끼 게 해준다. 즉 감상자로 하여금 그 장에 서 있다고 하는 사실을 고요한 충족감과 함께 실감시켜주는 기분 좋은 만족감이다.

야스다 칸(安田侃)의 <천비(天秘)>는 위에서 말한 공간과 작품의 관계를 보 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24)

이 작품은 하얀 커다란 대리석 조각 두 덩어리로 이루 어지는데, 미술관 지하 1층의 테라스에 놓여있다. 바둑돌을 닮은 평편하고 둥근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두 덩어리 가운데 한 덩어리는 잡아 늘린 듯이 생김새가 다소 삐뚤어진 타원형이다. 윗면은 모두 완만하게 움푹이 패인 형태를 취하고 있 어서, 작품이 갖는 둥글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다. 사이즈는 각각 279x230x60cm, 295x230x69cm이다.

이곳의 전시 스페이스는 정방형이며 폭, 깊이, 높이가 각각 9미터이다. 한쪽 면은 실내 갤러리와 경계를 이루는 커다란 유리면이지만, 다른 세 면은 콘크리트 벽이어서, 언뜻 보면 무기질(無機質)의 매우 폐쇄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상부에는 지붕이 없고, 외부 공간과 직접 닿아있다. 외부와 내부의 공간이 군데군데 연결되어 있는 이 뮤지엄 건물 가운데서도 매우 눈에 띄는 독특한 장소 이다. ‘깊은 구멍의 바닥에 있는 듯한, 바깥 같기도 하며 안쪽 같기도 한, 이상야 릇한 감각’을 체험하게 하는 이 스페이스에, 어떠한 작품을 놓으면 좋을까, 미술관 측은 당초 고심하였다고 한다. 작품 제작 다큐멘트 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만큼 공간에 개성이 있다고 한다면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여기에 가 져오더라도, 그렇게 간단하게 자신의 스페이스로 되지 않는다. 만일 억지로 커다 란 작품으로 그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면, 안도의 건축과 아티스트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공간이 서로 부딪혀 도저히 관객은 그 공간에 들어갈 수가 없 다.” 그래서 좋겠다고 예상되는 복수의 아티스트에게 작품 플랜을 만들어내라고

이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곳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10미터를 넘는 원통형 갤러리이 다. 채광은 천창(天窓)에서 내려오는데 낮에도 어두컴컴하다. 그 가운데 이 작품 단지 한 점만이 전시되어 있다. 아키모토는 자연과 아트를 발견하는 건축-베네세 하우스- ,  Remain in Naoshima, pp. 76-81 가운데에서, 이 공간은 ‘구멍이나 동굴 안에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부여하며, 미술관 가운데에서도 가장 내성적(內省的)이며 자신의 존재를 느끼 게 하는 장소’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 공간 가운데에서 감상자는 의자에 걸터앉아 작품과 대치한다. 작품의 메시지 성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공간연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24) 야스다 칸( 安田侃)의 <천비(天飛)>에 관한 참고자료는 전개서 Remain in Naoshima에 수록된 작품제작 다큐멘트 (p. 120)와 작품해설(p. 1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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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는데, 지나치게 거대한 작품뿐이어서, ‘어느 누구도 훌륭하게 공간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 안도가 야스다의 이름을 거명하기에 작품을 보러 갔는데, 야스다의 작품은 ‘주위의 공간과 공생’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를 계기로 제작의뢰 가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1994년 의뢰를 받은 야스다는 예비조사를 위해 나오시마를 방문한다. 그는 이후 여러 번 이 섬을 방문하였다. 이때 미술관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것은 ‘이 스 페이스에 당신이 넣고 싶은 것’이라고 하는, 말하자면 조건 없는 주문이었다. 이듬 해 1995년 이탈리아에 있는 야스다의 아틀리에에서 정식으로 작품 제작의뢰가 행 해진다. 이 무렵 작가의 작품 이미지는, ‘물방울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으로, 세 개의 돌로 구성한 것’이었다. 그 후 아틀리에에서 제작이 개시되는데, 1996년 9월 에 미술관으로 보내온 사진에서는, 전년도에 보여준 이미지와는 달리 돌이 두 개 로 되었고 평평하였다. 그 때문에 미술관 측 담당자인 아키모토 유지(秋元雄史)는

‘수직감(垂直感)이 강한 콘크리트 공간보다 잔디와 같은 자연 속에 놓는 편이 좋 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에 야스다가 내관하여, “돌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위의 공간을 느끼게 하고, 하늘과 연결되게 한다.”라고 하는 컨셉을 분명히 하였으며, 미술관 측도 이에 합의하게 된다. 1997 년 2월 이탈리아로부터 고베 항에 도착한 작품이 미술관에 들어오고, 야스다 씨 의 지시와 세심한 체크를 받아가면서, 위치와 방향의 미묘한 조정을 거쳐 최종적 인 설치가 완료된다.

이 작품의 해설에는, 야스다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이것을 콘크리트로 된 높은 벽으로 닫혀져있는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수직으로 하늘과 연결된 공간으로 서 파악하고, 두 개의 손바닥과 같이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형태의 조각 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조각은 ‘돌 위에 존재하는 공간을 의 식시키는 것’이 되며, “두 개의 둥근 대리석은, 각각 위쪽으로부터 내려온 공기를 받아들이고, 또 위쪽으로 향해 공기를 되돌려 보내고 있다”고 쓰여 있다. 감상자 는 이 스페이스에 들어가, 작품에 접촉하기도 하고 걸터앉기도 하면서, 네모진 모 양으로 구획 지워진 하늘을 쳐다볼 수가 있다. 앞에서 ‘공간을 포함한 한결 장대 한 ‘작품’의 창출’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여기에서는 감상자가 단순한 감상자로 그 치지 않고 스스로 그 작품화에 참가하게 된다. 그것은 건축과 아트와 자연의 생 생한 협력을 실감하고, 자신도 그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실감하는 기회가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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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임에 틀림없다.

또 옥외에도 많은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숲과 해변 중간 지점에 펼쳐진 녹 지에 설치된, 채국강(蔡國強)의 <문화 대혼욕(大混浴)-나오시마를 위한 프로젝 트>(실제로 입욕이 가능하다)와 부두의 돌출부 쑥 내민 끝자락에 의젓하게 앉아 있는 느낌을 주는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거대한 호박 오브제(타이틀은 <南 瓜>) 등, ‘장(場)’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유니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예가 적지 않 다.

3. <나오시마․가옥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의 무대가 되고 있는 혼무라(本村) 지구(地區)는 ‘작으면서도 과 거에는 성(城)이 있던 마을로서 번창한 지구’였다고 한다.

25)

전국(戰國)시대에 이 지역을 다스린 다카하라(高原)씨가 고대(高臺)에 해성(海城)을 쌓고, 그 허락 아래 조성된 것이 지금의 혼무라가 된 집단 촌락이었다. 지구 내를 걸으면, 흰 벽과 검 은 나무판으로 된 외벽을 보여주는 집들이 많아, 생활 현장감을 떠돌게 하면서도 마을 거리에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수수한 색을 띤 기와 와 표면을 검게 구운 삼나무 판을 사용한 집들은 대부분이 예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는 400년의 역사를 거쳐 지금까지 현존하는 것도 있다. 한편으로는 거 주민이 점차 없어짐에 따라 노후한 집들이 생겨났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집을 살리려고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2년 10월 지구 내의 네 번째 지 점에서 작품화가 종료되어, ‘가옥 프로젝트’는 일단 완결되었다.

네 개의 지점은 ‘카도야(角屋)’, ‘미나미데라(南寺)’, ‘긴자’, ‘호왕신사(護王神 社)’이다. ‘카도야’는 축조된 후 200년이 된 품격 있는 민가이며, ‘긴자’도 200년 역 사를 갖는 본시 ‘어부의 작은 집(漁師小屋)’이라고 불리던 가옥이다. 제작을 의뢰 받은 아티스트는, 전자의 경우 미야지마 다츠오, 후자의 경우 나이토 레이(內藤礼) 였다. ‘미나미데라’라는 본래 절이 있었던 장소에 안도 타다오와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 두 사람의 협업 작품이 만들어졌다. ‘호왕신사’는 에도시대부터 있 던 신사를 개축함과 동시에, 스키모토 히로시(杉本博司)가 본전(本殿), 배전(拜殿), 25) 秋元雄史, ‘直島․家プロジェクト’が目指すもの-製作の立場から- , 秋元雄史․江原久美子

編, ibid.,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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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지하의 석실을 설계하여 지은 것이다. 옛 건물을 살릴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4채 가운데 2채가 새롭게 지어진 것인데, 예를 들면 ‘미나미데라’가 구운 삼나무 판을 발라 만들어지었듯이, 호왕신사라는 ‘장’의 특성이나 역사적 문맥을 바닥에 깔고 재창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26)

최초의 프로젝트가 행해진 ‘카도야’에서는,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시간 의 바다(Sea of Time) ‘98>, <Naoshima's Counter Window>, <다츠오의 담(達 男垣)>, <변화하는 풍경>의 네 작품이 제작되었다. ‘카도야’는 안채, 창고, 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프로젝트가 개시된 당초는, 천정이나 벽이 붕괴되어 있는 등 매 우 황폐화 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미야지마에게 제작 의뢰하기에 앞서, 세토나이 지방의 전통적인 건축에 밝은 다카마츠시(高松市)의 건축가 야마모토 타다시(山本 忠司)가 조사를 해서 개수(改修)공사를 하였다. 야마모토의 제의에 따라, 기본적으 로는 예부터 있던 형태를 남기면서 부분적으로는 현대인의 신체 사이즈에 부합하 게끔 개수하기도 하였다. 그 후 미야지마가 섬에 와서 수복 중인 ‘카도야’를 방문 하여, 야마모토를 비롯하여 현지 스텝들과 기술적인 논의와 실험을 거듭 하면서, 제작을 진전시켜 나가게 된다.

27)

<시간의 바다 '98>는 발광 다이오드에 의한 디지털 카운터를 사용한다고 하는 미야지마 특유의 수법으로 제작된 것이다. 1998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시간의 바다>의 컨셉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나오시마에서 소생시킨 것이다.

‘카도야’에서의 4점의 작품 가운데 가장 크다. 안채에 들어서면 곧 왼쪽 편에, 본 래 4개의 일본식 방 화실(和室)이 있었다고 하는 스페이스에 설치 되어있다. 미야 지마는 이 거실 공간으로부터 장과 다다미를 떼어 내고 천정 일부도 없앤 다음, 평평한 마루 부분의 스페이스에 물을 부어 8x9m의 풀(pool) 형상을 만들었다. 그 리고 그 가운데 빨강, 노랑, 초록으로 발광하는 125개의 디지털카운터를 흩어 놓 았다. 실내는 낮이라도 어두컴컴하여, 카운터가 각각의 스피드로 숫자를 계속 표 시하고 있는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는 대도시의 야경처럼 보이기도 하고 성좌처럼 보이기도 하여, 고요하고 신비적이라고 조차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감돌게 한다.

26) <나오시마 가옥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美術手帖(美術出版社)2003년 2월호에 게재된 아래 기사를 참조. 直島․家プロジェクトの完結 -杉本博司の護王神社 , pp. 14-17, 中沢 新一, 島からの挑戦 , pp. 18-22.

27) 카도야(角屋)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角屋 -建築解説- 와 ‘直島․家プロジェクト1’ 角屋  -建築および作品制作ドキュメント- , Remain in Naoshima, pp. 44-4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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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 각자가 거기에서 사회의 모습이나 인간의 삶의 영위에 관한 자신의 상 념을 되새겨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각 디지털카운 터의 스피드 조절을 나오시마 주민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주민 들이 직접 그 제작에 참가하는 형태를 취한다. 미야지마가 작품제작 프로세스에 타자의 개입을 허용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또 작품 완성 후에는 ‘베네 세 하우스 나오시마 컨템퍼러리 뮤지엄’의 원통형 갤러리에서, 지역민 70명이 참 가하여 그들 스스로가 카운터가 되는 <카운트다운 퍼포먼스>도 개최되었다. 이것 도 타자와의 관계를 포함하는, 한층 더 열린 미야지마의 예술 활동의 일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나오시마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참가’ 체험은 그 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킴과 동시에, 그러한 작품이 나오시마에 있다고 하 는 의미를 사람들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다른 세 점의 작품도 실제로 카운트하는지 하지 않는지의 차이는 있지만, 디지털 카운터로 표시되는 숫자를 모티프로 한 것이다. <‘시간의 소생(蘇生)’ 감나 무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그것은 계속 변화한다’, ‘그것은 모든 것과 관계를 맺는 다’, ‘그것은 영원히 계속된다’라고 하는 그의 기본 컨셉을 실현한 것이다.

나오시마 컨템퍼러리 뮤지엄의 수석큐레이터인 아키모토 유지는 나오시마 에 있다는 것․장소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커미션워크 라는 제목의 글 가운데에서, <나오시마․가옥 프로젝트>의 목표를 “커뮤니티의 문화와 풍습에 새 로운 해석을 덧붙여, 아트를 축으로 하여 마을을 재생해 가는 것”이라 하였다. 나 아가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커미션워크’는 ‘어떤 무명(無名)의 장소’를

‘특정(特定)한 장소’로 변화시키는 ‘실험’이며,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는 결과만을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까지를 작품 또는 작품의 의미의 확장으로서 파악하고, 그것을 거기에 관계한 인간의 공동체험으로 만들어가면서, 해석이나 거 기에서 생겨난 언설을 그 지역 가운데 공유하며 장소와 풍토, 지역성에 대해서까 지 언급해 가려는 것”, 또 “무명의 장소 또는 잊어버린 지역에 이름과 의미를 부 여하는 작업”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28)

어떠한 장소에도 고유한 형상(形狀)이 있고 역사가 있다. 그러나 가까이 있 으면 그럴수록 더 사람들은 그러한 ‘장’의 의미에 무심해질 것이다. 일상생활이 바 28) 秋元雄史, 直島にいたること․場所をつくる-方法としてのコミッションワーク- , 秋元雄

史․江原久美子 編, ibid., 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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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그러한 것이다. 나날의 연속은 일종의 감각적인 마비나 삶의 정체감(停滯感)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아트프로젝트는 ‘장’의 고유성에 무게를 둔다. 그것이 현대의 예술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충격을 수반하며, 갇힌 일상(日常)에 바람이 통할 수 있게끔 구멍을 열어준다. 아트프로젝트는 사람들을 각성(覺醒)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 자신이 존재하는 시공간을 정중한 마음가짐과 신선한 지성 을 갖고 다시 바라볼 것을 촉구하며, 개개인의 삶의 활성화에 심저(心底)에서 관 여하는 근원적인 에너지의 작용이 있다고 여겨진다.

4. <나오시마 스탠더드 2>

2006-2007년에 시행된 <나오시마 스탠더드 2>에서는 ‘아트의 일상화’를 추 구하려 했다.

29)

아트를 미술관이라고 하는 틀 속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 가운데에 두고 그것이 불가결한 것이라고 실감할 때, 작품은 단순한 장식품 이 아니라, ‘자신은 그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묻 게 되는 존재가 된다. <나오시마 스탠더드 2>의 주 무대는 혼무라 지구인데, 여 기에는 일본의 원풍경(原風景)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을거리에 인간의 생활이 숨 쉬고 있다. 선조 대대로 전해 내려온 가옥에 살고, 정원에 심은 사철 각양각색의 초화(草花)의 모습을 즐기며, 가족과 이웃들을 생각하고 서로 정답게 인사를 나누 는 생활 자태는 우리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인간 정신성의 아름다움이다. 그러한 전통가옥 속에 살아가면서, 아트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의미가 있 는 것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인가, 보는 사람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생각 하게 할 것인가, 아티스트들과 총괄프로듀서는 이 점에 관해 여러 가지로 의견을 교환하였다. 그 결과가 바로 이 프로젝트였다. 각각의 작품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 는 나오시마라고 하는 장소가, 찾아온 사람들의 가슴에 무엇인가를 남기게 하고 또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고자 했다. 그래서 아트가 ‘지역을 활기 있게’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를 기대하였다. 일본의 많은 지방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와 고 령화라고 하는 사회문제가 나오시마에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의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를 존중해 가면서, 게다가 현대미술이 지역에 들어옴으로써 지역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29) Naoshima Fukutake Art Museum Foundation, Naoshima Standard 2, 2007,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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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스탠더드>는 이런 의미에서 세계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러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와는 분명히 다르다.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는 정기적으로 조직된 아트의 페스티벌이다. 그래서 그 때마다 이벤트의 방향성과 의미부여가 상이하다. 나오시마에서는 <나오시마 스탠더드>라고 하는 전람회가, 아니 나오시 마 그 자체가 ‘진화(evolution)’한다. 주어(主語)는 나오시마이며 그 풍경과 공동체 이다. 진화를 위해서는 연속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에워쌓는 환경, 나아가 그 변화하는 환경과의 부단한 상호접촉(interface)이 불가결하다. 그러므로 도시로부터 모처럼 찾아와 이 작품 저 작품 분주하게 둘러보고, 그것으로써 무언 가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깨닫게 된다. 혼무 라의 오후, 인기척 없는 좁은 골목에서 잠시 길을 잃고, 바람이 따스하게 스쳐가 는 소리만을 듣고 있다. 아이들이 부두 가에서 고기잡이 그물을 가지고 놀고 있 는 모습에다 자신의 유년 시절을 중첩시켜 본다. 사찰과 신사의 가파른 돌계단에 서 서로 마주치는 노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와 같은 섬의 무명(無名)의 일상과 풍경이야말로 실은 이 프로젝트에 숨어있는 주역이다. 그러므로 ‘작품’을 보고 있을 때보다는, 이 작품으로부터 저 작품으로 향하는 가운데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걸어가고 있을 때야 말로 실은 직접 참가하고 있는 셈이 된다.

마을이 공동화(空洞化)되고 고령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공동체의 그물코가 군데군데 빠지게 되고,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집들이 출현한다. 한 채 두 채 늘어가는 빈 가옥은 공동체의 기억 그 자체가 거기에서 사라져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공동의 기억을 잃는다면 대체 어디에 공동체의 근거가 있겠는가?

어떻게 해야 인간은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이것이 나오시마가 제기하는 물음이다. 나오시마는 지금까지 이러한 보편적인 물음에 하나의 답을 얻으려고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 해답은 바로 아트에 있다. 아트야 말로 공동체적인 뿌 리의 회복으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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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아트프로젝트의 미학예술학적 의미

1. ‘장(場)’ 및 ‘사람’과의 관계성

나오시마의 경우를 비롯하여 다양한 ‘아트프로젝트’에 대한 조사연구를 행하 는 가운데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장’과의 관계, ‘사람’

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고 하는 사실이다. 작가가 전시회장이 되는 지역을 직접 방문하거나 또는 거기에 살면서, 토지에 뿌리를 내린 작품을 제작하고, 그 지역 주민들과 각지에서 모여든 볼런티어들이 그 제작이나 설치에 참가한다. 이와 같은 형태가 눈에 띄며, ‘참가’, ‘협력’, ‘커뮤니케이션’, ‘결과보다는 프로세스’라고 하는 구호가 많은 프로젝트로부터 들려온다. 그 미학예술학적 의미 는, 아트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핵심에 사물로서의 ‘작품’이라는 존재가 확 실하게 있는 것도 중요할지 모르나, 기성의 명품을 전시해 놓고 사람들은 단지 한 때의 감상자로서 그 앞에 다가간다는 식의 지금까지 일반적이었던 인간과 예 술의 관계방식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만남의 형태가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다. 요 컨대 여기에 이르러서는 예술 표현이 ‘장’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강 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작품은 근대 이후 그것이 본래 존재하고 있었던 ‘장’과의 관계나 역사적 문맥으로부터 분리되어 ‘미술관(museum)’이라고 하는 제도 속에 갇혀있었다. 미 술관은 편리하고 효율적인 제도여서 힘차게 그 수를 늘리고 기능을 강화하였고, 그것이 예술의 존재방식을 규정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이 제 도는 미술관이라는 틀 내에 그치지 않고, 미술계 전체에 침투해갔다. 그래서 미술 관을 지향하는 작품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예술을 만나기 위하여 미술관에 찾아갔 다. 그러나 예술이란 본시 그 원초적인, 인간 내부로부터의 강력하게 맹아(萌芽) 한 에너지의 발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걸쳐 활발하게 전개된 ‘어스 워크(earth work)’는 그러한 예술 본래의 에너지가 미술관 의 속박을 벗어나려고 하는 본능적인 충동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에너지 는 20세기 말부터 아트프로젝트 속에 흘러 들어와, 사람들에게 더욱 친근한 형태 로 마을이나 자연을 무대로 하여 새로운 전개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잠시 1990년대 이후 성행하게 된 아트프로젝트가 1980년대까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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