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
제10강 개요
드라마의 인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반영이다. 텔레비전 드라 마도 다르지 않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과거․현재․미래의 시공 가 운데 어디에 존재하건 항상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인간의 비유적 형상이다.
그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인물이 플롯과 등가의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화는 항상 프레임 안의 등장인물을 통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텍스트를 통해 창조된 등장인물은 저자와 독자 사이를 중개하는 일종의 통역자라고 할 수 있다.
제10강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
다중적 통역자로서의 등장인물
의역과 오역의 용인
① 드라마는 텍스트를 사이에 두고 저자와 독자가 지금/여기의 인간 삶에 대해 소통하는 대화이다. 그런데 텔레비전 드라마의 저자와 독자는 언제나 프레 임 바깥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화는 항상 프레임 안의 등장인물을 통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저자는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독자 역시 그를 매개로 저자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
② 중요한 점은 등장인물이 그다지 자상하고 친절한 통역자가 아니라는 것이 다. 무엇인가를 ‘매개’한다는 것은 언제나 양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 미상의 굴절과 왜곡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와 독자 사 이에서 텍스트의 인물이 행하는 통역은 단일한 기의로 환원되지 않는다.
③ 인물의 통역은 이어성(異語性, heteroglossia)을 특징으로 한다. 비유하자 면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행해지는 등장인물의 통역은 직역인 경우가 거의 없이 언제나 의역(意譯)과 오역(誤譯)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통역자로 서의 인물이 행하는 의도된 의역과 오역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중요한 의 미를 획득한다.
제10강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
다중적 통역자로서의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중립성
① 인물은 텍스트 속에서 중립적 통역자의 태도를 취한다. 비록 텔레비전 드라 마의 등장인물은 극작가와 연출가의 창조에 의해 3차원으로 형상화되지만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와 대면하는 순간부터 그 자신의 독립된 인격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저자와 독자 어느 쪽에도 귀속되지 않는 중립적 태도를 취한다. 그것은 (저자의) 의도와 (독자의) 수용 사이에 발생하는 해 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등장인물의 통역에 있어서 중요 한 것은 발화자인 저자와 수신자인 독자 사이의 진의(眞意) 파악이라기보 다 그것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각 주체의 주관적 해석에 있다는 것이다.
② 인물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통역의 정확성이 아니라 그 자신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가 된다. 수신자인 독자의 우선적 관심은 통역이 정확하 게 이루어지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역자가 눈 여겨 볼만한 혹은 귀 기 울일만한 인물인가에 있기 때문이다. 즉 한 편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대화적 시선의 생성은 텍스트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고, 그것은 다시 텍 스트를 이끄는 구체로서의 통역자인 인물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는 것이다.
제10강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
절대악의 소멸과 선악의 공존
선과 악의 기계적 도식성
①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은 많은 경우 이분법의 도식에 매몰되어 왔다. 그것 은 주로 독자가 선명한 피아의 식별이 가능하게끔 주인공과 적대인물에게 극단적인 선악의 표식을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특히 멜로드라마는 피 아와 선악의 절대적 구분을 오랜 동안 기계적으로 답습해 오면서 통역자의 기능을 상실한―독자가 신뢰할만한 인물을 창조해내지 못 하는 경우가 다 반사였다. 그것은 텍스트의 현실성에 구멍을 내면서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해 왔다.
② 멜로드라마의 주된 적대인물은 주로 연적(戀敵)의 형태로 등장한다. 주인 공 사이의 사랑을 방해하는 연적의 설정은 멜로드라마에 있어서 긴장과 갈 등을 형성시키는 가장 간이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는 그러한 연적을 주로 악인의 형상으로 제시 한다.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시련과 장애의 담지자 역할을 수행하는 연적이 비열하고 비겁한 인물로 묘사된다. 왜냐하면 연적이 악인으로 분함으로써 선과 악이라는 대결의 구도가 보다 명징하게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제10강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
현실과 환상의 입력, 경험과 정서의 출력
현실과 환상의 넘나듦
①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에 대한 독자의 기대는 대단히 이중적이다. 독자는 등장인물을 향해 현실에 대한 욕망―‘나’와 닮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것 을 능가하는 환상에 대한 욕망―‘나’와 다름―역시 감추지 않는다. 독자는 자신과 동일시가 가능하면서도 무엇인가 그 이상을 소유한 인물과의 조우 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상 체험은 전문가에 준하는 비 평 능력을 독자에게 부여하였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틈과 틈입을 통한 독자의 적극적 개입 의지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다. 화면 속의 인물이 현실성을 상실할 때 독자는 주저하지 않고 비판을 가 하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텍스트로부터 매섭게 이탈한다.
② 독자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극적 체험을 욕망한다. 적어도 텔레비전 드 라마에 투여하는 시간만큼은 비루한 일상의 시공간에서 경험하기 힘든 몽 환적 상상의 시공간에 자신을 의탁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자는 텔레 비전 드라마가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충족시켜주길 기대한다. 텔레비전 드 라마는 그러한 독자의 기대를 문자와 영상의 절합을 통해 구현해낸다.
제10강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
현실과 환상의 입력, 경험과 정서의 출력
경험과 정서의 해석학
① 텔레비전 드라마의 현실성은 크게 모들레스키의 경험적 리얼리즘과 앙의 정서적 리얼리즘으로 설명되어 왔다. 경험적 리얼리즘은 텍스트 내부의 허 구가 텍스트 외부의 사실과 흡사하게 재현됨으로써 확보되는 현실성을 일 컫는 것이고, 정서적 리얼리즘은 그것이 설령 어긋날지라도 극적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행동하는 인물에 대한 정서적 공감으로 인해 형성되는 현 실성을 말한다.
② 텔레비전 드라마의 현실성은 인물과 독자의 거리에 따라 재조정된다. 즉 그 것은 인물과 독자의 대면에 투영되는 경험과 정서의 경사도(傾斜度)에 따 라 혼종적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경험과 정서의 혼종으로서의 거리란 대 별하자면 평범과 비범, 근경(近景)과 원경(遠景), 지와 무지, 낯익음과 낯 섦, 동일시와 경외, 동화와 이화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물은 기본적으로 평균 이상으로 형상화되지만 그것은 다시 인물 창조의 결과로 측정되는 독자와의 거리를 통해 서로 다른 현실성이 주요한 척도로 작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