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드라마의 키워드
제12강 개요
텔레비전 드라마의 크기와 길이는 단순히 하나의 텍스트가 차지하는 물리 적 단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연극 혹은 영화와 가장 커다란 차이를 유발시키 는 심미적 단위이다. 텔레비전 드라마 텍스트의 시간에 의해 갈래지어지는 단막극․미니시리즈․연속극 등의 제 장르는 통상적으로 연극과 영화에 소급시 키기 어려운 텔레비전 드라마만의 특성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텍스트 외부의 크기와 길이가 곧 텍스트 내부의 구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제12강 텔레비전 드라마의 키워드
다시, 텔레비전 드라마의 장르
텔레비전 드라마의 크기 혹은 길이
텔레비전 드라마는 텍스트 시간, 즉 텍스트 전체가 차지하는 크기 혹은 길이 에 따라 크게 단막극․미니시리즈․연속극으로 삼분된다.
① 단막극은 연극의 그것이 지시하는 현대적 개념과 마찬가지로 평균 60~120분 정도의 방영시간을 지니고 1~2회로 종결되는 텍스트를 말한다.
② 미니시리즈는 단막극과 연속극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것으로 원래 인물과 배경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되 에피소드는 매회 종결되는 짧은 연속극, 즉 미 니시리얼을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에서 비롯된 명명의 오 류 이후 관습적으로 의미가 굳어져 미니시리즈는 통상 시리얼과 시리즈의 구분 없이 단막극보다는 길고 연속극보다는 짧은 텍스트, 즉 총 10~20회 전후의 길이를 지닌 텍스트에 대한 통칭으로 쓰이고 있다.
③ 연속극은 텔레비전 드라마 가운데 가장 긴 내러티브의 연속물로서 방영되 는 시간에 따라 일일과 주간으로 나뉘고 그것은 다시 하루를 기점으로 오전 /오후 또는 아침/저녁/밤 등으로 분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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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지속과 연속
다회/복수의 텍스트
① 텔레비전 드라마가 연극 혹은 영화와 갈라지는 첫 번째 키워드는 지속과 연 속이다. 그것은 텔레비전 드라마가―단막극을 제외하면―기본적으로 다회 (多回)로 구성된 복수의 텍스트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미니시리즈 와 연속극은 일간/주간의 횡적 시간 분할과 오전/오후의 종적 시간 분할을 고려하여 일정한 크기와 길이로 분절된다.
② 예컨대 한국의 경우 주간 단위로 1~2회 편성되는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은 대개 회당 60분 정도로 조정되고, 일간 단위로 방영되는 연속극은 그보다 짧은 회당 30분 내외로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③ 텔레비전 드라마 텍스트의 크기와 길이는 단순히 ‘몇 회’ 혹은 ‘몇 분’이라 는 물리적 시간에 대한 고려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속 과 연속이라는 측면에서 텍스트 내부의 미적 구조에 대단히 긴밀하게 관여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지속과 연속은 단순히 텍스트의 외적 속성을 지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작동되는 텍스트의 내적 원리까지 포괄하 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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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지속과 연속
기억의 지속과 서사의 연속
①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은 일간 혹은 주간 단위로 방영된다. 고로 미니시리즈 나 연속극은 짧게는 십여 회, 길게는 백여 회를 상회하는 분절되고 조각난 텍스트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한 눈에 완상하기 어려 운 크기와 길이이다. 그것은 지속과 연속을 통해 기억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데 허용될 수 있는 시간 단위의 임계점(臨界點)을 보여준다.
② 전체를 통관하는 내러티브가 일간/주간 단위로 방영되는 낱낱의 텍스트를 통해 적실하게 반영되기 위해 공동저자는 독자의 텍스트에 대한 기억의 지 속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어제 혹은 일주일 전에 본 텍스트와 지금 마주 하는 텍스트가 기억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속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독자 에게 지각되는 서사의 단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역으로 일간/주간 단위로 쪼개진 서사가 전체로서의 부분으로 적절히 배치되지 못 하고 편편의 결락 (缺落)이 도드라짐으로써 서사의 연속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그것은 텍스 트에 대해 독자가 구성하고 있는 기억을 훼손시킨다. 지속과 연속은 항상 하나의 체계 속에서 작동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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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틈과 틈입
텔레비전 드라마의 대화적 긴장
① 텔레비전 드라마를 특징짓는 두 번째 키워드는 틈과 틈입이다. 미니시리즈 와 연속극은 낱낱의 텍스트 사이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사이의 시 간적 진공이 발생한다. 텍스트 내부의 시간은 정지되어 있지만 텍스트 외부 의 일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속과 연속은 이러한 시간적 진공 을 메우기 위한 텔레비전 드라마의 미학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틈과 틈 입은 지속과 연속의 ‘사이’에서 발생한다.
② 낱낱의 텍스트 사이에서 생겨나는 시간적 진공은 곧 서사적 틈으로 이어진 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생성시킨다. 그것은 다음 회를 기약하며 저자에 의해 텔레비전 안에 정지되어 있는 텍스트와 다음 회를 상상하며 독 자에 의해 텔레비전 밖에서 움직이는 텍스트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간적 진공으로 인해 생겨나는 서사적 틈에 간섭하려는 욕 망은 텍스트 안팎의 틈입으로 나타난다. 이는 텍스트를 사이에 둔 쌍방향의 소통을 통해 대화적 긴장이라는 대단히 의미 있는 미적 담론 장을 마련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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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틈과 틈입
드라마의 틈과 시청자의 틈입
① 텔레비전 드라마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은 다회로 계속된다. 드라마 전체가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이어지는 동안 낱낱의 텍스트와 텍스 트는 최소한 하루 이상 이격(離隔)되어 있는 것이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 의 시간적 진공은 서사적 틈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어제 ‘본’ 것과 오늘 ‘볼’
것 또는 지난 주에 ‘본’ 것과 이번 주에 ‘볼’ 것 사이에 시청자로 하여금 저 자에 준하는 창작을 시도하게끔 한다.
② 정지되어 있는 서사의 틈을 비집고 시도되는 시청자의 창작은 이어질 내러 티브를 예상하거나 소망하는 소극적인 창작으로부터 내러티브에 관여하거 나 참견하려는 적극적인 창작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난다. 그것은 가족 과 이웃 간의 수다와 같은 소박한 형태로부터 방송사나 제작사에 대한 엽서 나 전화 등의 공식적 입장 표명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으로 표출된다.
③ 인터넷의 범용화는 이러한 틈입의 장에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텔레비전 드 라마의 독자는 가상공간에 마련된 게시판을 통해 방영의 시작과 동시에 텍 스트에 대한 자신의 호불호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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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드라마 공동체, 드라마토피아(Dramatopia)
① 텔레비전 드라마가 지속과 연속의 사이사이에 허락하는 틈과 그에 대한 틈 입은 궁극적으로 텍스트를 둘러싼 대화적 긴장을 형성시킨다. 긴장은 텔레 비전의 안과 밖,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단히 다층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생성된다. 그러나 그러한 긴장은 결코 적대적이지 않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저자-텍스트-독자 사이에서 생산과 소비 혹은 창조와 수용을 둘 러싸고 불거지는 긴장은 보다 나은 드라마적 시공간을 함께 상상하는 우호 적 긴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적 긴장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저 자와 독자 사이에서 행해지는 소통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② 텔레비전 드라마가 지속과 연속 및 틈과 틈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형성하 는 대화적 긴장의 핵심은 수주에서 수개월간 텍스트가 마련해 놓은 허구적 시공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실재적(實在的) 공동체가 구성된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한 편의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이 방영되는 내내 저자- 텍스트-독자 사이에 대단히 다양하고 풍성한 대화가 오고 가는 공동의 창 조적 담론 장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드라마를 매개로 허구 와 실제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드라마적 시민으로 구성된 ‘드 라마토피아(Dramatopia)’의 탄생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