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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주거: 우리가 집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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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인간이 접하는 최초의 외부환경이다. 태어나면서 접하는 첫 번째 외부환경이고, 성 장과정에 많은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장소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때에도 가장 기 초가 되는 장소이고, 생로병사를 거치면서 힘들고 아플 때 나를 지켜주는 가장 근간이 되는 곳이다.

주거(住居)의 사전적 의미는 ‘머물러 산다. 또는 그런 곳’이다. 우리나라 말에 보금자리 라는 말이 있는데, 새의 ‘둥지’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지내기에 포 근하고 아늑한 곳이라는 의미다. 영어에서 하우징(housing)은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 서 보듬어 싸는 일 또는 그러한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 다. 예를 들어, 기계나 기구를 싸서 보호하는 일이나 그러한 상자도 하우징이라고 부른 다. 주거와 관련해서 하우징은 ‘사람’을 감싸서 보호하여 담는 일 또는 그러한 것을 의미 한다.

한자나 국어에서의 ‘주거’는 사람이 산다는 점에 초점을 두었다면, 영어에서의 ‘하우징’

은 어떻게 사람을 감싸서 보호하여 담을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묘하지만 큰 차이점을 갖는다. 이 글에서의 주거는 영어의 하우징에 좀 더 가까운 의미로서, 어떻게 해야 사람을 잘 보듬어 담을 것이며 그 담는 물건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사람은 집을 지으면서 비로소 진정한 한 인간으로 거듭났다. 산업사회 이 전의 농경사회나 그 이전의 선사시대에는 사람이 아이를 낳으면서 자신의 아이와 가족 들을 위한 집을 지어야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가족을 꾸리는 권리이자 의무였다.

새롭게 태어난 아이는 그 집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가족을 꾸리면서 부모의 집을 떠나 자신만의 집을 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면 서, 가족을 꾸리면서, 새로운 아기를 낳으면서 이 새로운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 ‘집’을 짓 는다는 것은 큰일이었고, 그 의미 또한 매우 컸다. 그리고 이 집은 자신이 늙었을 때도 자 신의 삶을 유지하는 기초공간이 된다. 자유로운 한 인간으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시

미래 주거: 우리가 집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강명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주거의 의미

special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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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하고 그 사람의 삶을 담는 집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렇게 나와 일생을 함께한다.

우리는 집에서 사생활과 나다움을 기대한다. 우리는 집이 나를 오롯이 받아주기를 바 란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쉬고 자고 먹고 씻고, 나만의 색깔과 모양으로 공간을 꾸미는 등 개인의 사사로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이 집 이다. 씻지 않은 나의 모습이나 나도 볼 수 없는 나만의 잠버릇에 대해서 누구도 신경 쓰 지 않고 격식도 순서도 상관없이 나로서 살아가는 곳이다.

우리는 집에서 안락함을 기대한다. 이 안락함은 갑작스러운 폭우가 와도 비 내리는 것 을 바라보며 즐겁게 사색할 수 있는 안락함일 수도 있고, 혹시 모를 누군가의 위협으로 부터 불안하지 않고 평안하게 있을 수 있는 안전함일 수도 있다. 허허벌판에 덩그렇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방해할 수 있는 많은 것들로부터의 보호를 기대한 다. 때로는 바깥세상이나 타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하고 떨어져서 나 혼자만의 온전 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은신처가 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우리는 집 안에서 유대와 친밀감을 기대한다. 조건 없이 나를 반겨주는 가족들이나 친 구들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따질 필요도 없는 사람들 간 의 관계를 기대한다. 배고픈 나에게 따뜻한 밥을 건네주기를 기대하고, 나의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해 줄 사람을 기대하며, 나의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해 줄 사람을 기대한다. 나와 감정을 같이하며 공감하는, 나의 존재를 응원해줄 그 무엇이나 사람을 우리는 집에서 기 대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집에 들어온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에 대해서 나름의 방식으로 개인화하려 하고, 집 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재량권을 갖고 싶어 한다. 나의 공간이기 때문에 나의 색깔과 나 의 방식대로 만들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비어 있는 흰 벽을 선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벽에 화려한 색감의 그림을 많이 걸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나무가 깔린 바닥으로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돌이 깔린 바닥을 갖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조명이나 등 기구에 대해 서도 내가 하고 싶은 방식과 모양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계절에 따라 가구 배치 를 바꾸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식구가 늘어나면 더 넓은 공간과 더 많은 방을 갖고 싶어 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거나 생로병사에 따라 공간을 바꾸고 싶어 하기도 한다. 즉, 나의 삶이 변하는 것에 맞추어 내 집을 만들어 가고 가꾸고 싶어 한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즉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대로, 주어진 대로만 살아야 한다면 사람들은 집이 없는 상태와 같다고 느끼게 된 다. 비록 그 집이 화려하거나 비싸다 하더라도 그러하다. 누군가가 잘 차려놓은 집이 좋 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집’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뉴만(Newman 1972)의 말을 빌자면, 예를 들어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가 몰락 한 이유 중 하나는 세입자였던 거주민들이 주거환경을 개인화하여 운용하지 못했고, 따 라서 그 장소에 대한 애착을 충분히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프루이트아이고는 1951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건축가협회(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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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주관한 국제현상설계로 건설된 아파트이다. 뉴욕 무역센터를 설계했던 건축가 야 마자키 미노루(山崎實)의 설계로 1954년에 완성되었으며,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건축 5원칙이 모두 적용되는 등 건축적 관점에서는 건축가들이 높이 칭송 하는 건축 ‘작품’이었다. 약 2700세대 1만 2000명, 23ha 부지에 11층 건물, 33개 동으 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프루이트아이고는 입주 다음 해부터 바로 범죄의 피해지이자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하였다. 결국 사람들은 프루이트아이고를 떠나게 되었고, 1976년에 완전히 철거되 었다. 프루이트아이고는 제대로 된 도시적 관점, 즉 인간의 실질적 내면을 이해하지 못 하고 ‘사람’의 관점에서 주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인재(人災)였다. 집을 사람 과 사회라는 도시적 관점을 결여한 채 주택건축사업만으로 접근하여 잘못된 결과로 이 어진 것이다.1)

옛날에는 집을 짓는 것(공급)과 집을 사용하는 것(소비)이 일치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 이 스스로 집을 지었고, 자신이 만든 집에서 살아갔다. 집은 자신의 선호와 자신의 여건 에 따라 지어졌으며, 그 집은 자신의 가족들을 담고 보호하면서 오래도록 살아가는 기초 가 되었다. 이 시기에는 집의 공급과 소비가 일치했다.

또한, 과거에는 사람들이 집을 일터로서도 사용하였다. 즉, 집은 생활의 중심장소이 기도 하였지만 생산 활동의 중심장소이기도 했다.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있어서 집은 곡식을 기르고 가공하는 장소의 일부였으며, 대장장이에게 집은 여러 기구를 만드는 일터이기도 했다. 의사가 사는 곳은 곧 병원의 역할을 했고, 선생님이 사는 곳이 곧 학 교의 역할을 했다.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부터 삶과 일은 분리되었다. 집의 공급과 소비 또한 분리되었 는데, 오늘날 집은 건축업자가 건설하고 사람들은 건설된 집을 구매 또는 임대하는 방 식으로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집은 더 커

1)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택 유형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1%임.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시로 75.4%, 그다음으로 높은 곳은 경기도로 58.0%임(자료: 국가통계포털). 우리나라 아파트는 위의 프루이트아이고 경우와 똑 같 지는 않은데, 프루이트아이고는 세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대부분 개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임.

자료: commons.wikimedia.org

주거의 공급과 소비: 집을 누가 만들고, 누가 소유·점유하며, 어떻게

사용하는가

그림 1 프루이트아이고의 건설과 몰락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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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고 튼튼해졌고 화려해졌고 저렴해졌다.2) 또한, 집에 많은 편리함이 더해졌다. 추울 때 는 따뜻하게, 더울 때는 시원하게, 언제나 따뜻한 물이 나오고, 집안에 냉장고가 있어 음 식을 오랜 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고 대량생산이 보편화되면서 주택은 집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주택건축사업’이 되었다. 획 일화된 모습의 주택을 대량으로 만들면서 집의 개성과 다양성도 사라졌다. 집이 사람의

‘삶’을 보듬어 담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퇴색한 것이다.

오늘날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집을 짓거나 선택한다기보다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집을 소비한다. 그래서 집이 우리에게 떠안겨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 를 들어, 르완다의 한 주거개선사업을 살펴보자. 불법 정착지인 슬럼에 있는 주택을 개 선하는 사업인데(<그림 2> 참조), 건축물은 그럴듯해 보이나 이 사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 두 가지를 오히려 야기하고 있다.

<그림 2>를 다시 보자. 허름하고 초라한 작은 주택들이 헐리고 대신 크고 번듯한 주택 이 들어섰다. 하지만 주거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것 중에서 번듯한 외관의 중요성은 매우 미미하다. 물론,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정치가와 건축업자들은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 여주기에 좋은 번듯한 외관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갈 사람들은 안전이나 위생과 같이 보이지 않는 집의 건강함을 더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깨끗한 물이 나오는 수도가 공급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 되는 화장실이 깨끗하며,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등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받쳐줄 공공 서비스가 제공되는

2) 가격은 표면가격, 실질가격, 그리고 가치를 고려한 가격이 있음. 표면가격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게 되는 가격을 말함. 예를 들어 20여 년 전 컴퓨터가격이 100만 원이었는데 요즘은 150만 원이라고 할 경우 표면가격으로는 100만 원이었던 것이 150만 원이 되었으니 50% 상승한 것임. 실질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함. 즉, 20여 년 전 100만 원이면 4인 가족이 충분히 살아갈 만한 의식주생활비였는데 지금 4인 가족이 20여 년 전과 비슷한 수준의 의식주 생활비로 200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 다면, 컴퓨터가격은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저렴해진 것이라 할 수 있음. 나아가 20여 년 전 컴퓨터는 속도도 느리고 화면도 작고 흐릿했으며 많은 문서와 사진들을 저장할 수 없었지만, 지금 컴퓨터는 속도도 빠르고 화면도 커졌고 선명해졌으며 매 많은 문서, 사진, 동영상까지 저장하고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내재적 가치 변화까지 고려하면 컴퓨터는 훨씬 더 저렴해졌다고 할 수 있음. 컴퓨터의 사례를 보면, 숫자로 표시되는 표면가격은 올랐지만 실질적인 가격은 하락하였고, 나아 가 내용적 가치를 고려한 가격은 더욱 저렴해졌음. 참고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극소수의 큰 부자들만 살았던 전형적인 주택 의 전용면적이 60㎡ 정도였는데, 그 가격 또한 보통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조선 시대 소수의 큰 부자들이 살던 집 규모 이상에서 살게 되었고, 오늘날의 소득과 물가 그리고 주택이 제공하는 개선된 서비스 를 고려하면 주택가격은 매우 저렴해진 것임.

그림 2 주거개선과 주택개량은 구분되어야 한다

자료: https://altairltd.co.uk/2021/08/12/women-in-the-housing-fatou-dieye-on-housing-and-sustainability- in-rwanda/ (2021년 12월 28일 검색).

BEFORE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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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에 더 큰 관심을 둔다.3)

오늘날의 주거 서비스는 상하수도뿐만 아니라 가로(街路), 교통, 쓰레기, 에너지, 통 신, 공공공간, 녹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안전과 배달 편의성 등까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주택이라는 건물 바깥의 도시에서 제공하는 도시 서비스이다. 주택에 서 충분하고 적절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그 주택이 가진 번지르르한 겉모 습이 그 주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의미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하나 더 새삼 상기해야 할 사안은 사람에게 있어 집의 의미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집은 개개인의 삶을 꾸려나가는 첫 공간이자 나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이다. 집에 대하 여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 것은 중요하며, 아이를 낳고 아 이가 자라고 늙어가는 전 과정에서 각자의 삶의 필요에 따라 조정하여 살아갈 수 있어야 함이 중요하다. 주택이 허름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을 짓고 고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집은 스스로 지었다. 아이가 늘 어나면 방을 추가하기도 하고, 살면서 필요한 공간은 더 지어 보태기도 한다. 자기의 필 요에 따라 집을 지을 수도, 개선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 르완다 사례는 주거개선사업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주택개량건축에만 매 몰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자기 집에 대한 재량권을 뺏어갔다. 나의 필요가 바뀌는 것에 맞 추어 내가 내 집을 바꿀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적지 않은 경우, 집에 대한 소유권이 주어 지기보다는 ‘임대주택’ 형태의 ‘세입자’가 되면서, 이 집의 거주자들은 집에 대한 개인화 와 재량권을 잃는다. 건축물 외관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주택에 대한 나의 애착과 재량권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르완다의 주거개선사업은 제2의 프루 이트아이고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주거개선사업이 주택건축사업이 아닌 도시발전사업 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비록 조금 허름하더라도 내가 짓고 바꿀 수 있는 집이 더 좋을까, 아니면 내가 무엇을 할 수는 없더라도 잘 꾸며진 집이 주어지는 것이 더 좋을까? 이 두 가지 모두 답이 될 수 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주거는 더 좋아져야 할 것이며, 집에 대한 나의 재량권 또한 더욱 커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주택의 질은 더 좋아져야 하겠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의 필요에 따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의 개성을 담아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래서 나와 내 가족을 온전히 담아줄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집에 대하여 우리는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첫째로, 우리는 우리의 집에 대하여 재량권 을 갖고 싶어 한다. 집에 대한 사람의 재량권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집에 대한 애착을 증 가시킨다. 미래의 주거에 대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여전히 사생활, 안락함, 안전함, 그

3)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이를 대처하고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는 깨끗한 물의 공급임. 번지르르한 외관보다는 깨끗한 물 로 씻을 수 있어야 질병을 막고 건강을 지킬 수 있음. 또한 화장실 배변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 썩고 악취가 나며 설사병 이나 전염병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져 건강을 위협받게 됨.

미래의 주거:

우리가 집에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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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친밀감과 수용이 될 것이다. 우리의 주거가 이런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 록 만들어야 한다.

엘러드(Ellard 2015)에 따르면, 집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면서 좋아하는 것과 우리가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에 괴리가 있다고 한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양한 형 태의 집 중에서 좋아하는 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사람들이 소유하기를 원하는 주택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집이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할 때는 좋고 나쁨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원하는 집은 시장(市場)에 현재 존재하고 구매 또는 임대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가 내재적으로 끌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집을 선택한다기보다는, 시장에서 구득가 능한 것들 중에서 선택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가장 선호하는 특별한 상 황을 이해하는 데도 일정 정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라는 형태의 주택이 과반 을 넘었다. 엘러드의 실험에서 유추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은 그들이 시 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가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본질적으로 아파트라는 형 태를 좋아해서가 아니고, 심지어 내재적으로는 아파트를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가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갖고 싶은 주택은 아파트가 된다는 의미다. 감흥이 오고 내적 으로 끌리는 다른 유형의 집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자주 접해보지 못했 던 유형의 주택을 ‘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는 획일성보다는 다양성과 창조성이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다. 또한 폐쇄성 보다는 개방성을, 배타성보다는 포용성이 더 중시될 것이다. 대부분의 주택이 비슷비슷 한 모습을 하고 있는 획일적인 사회에서 다양성, 창조성, 개방성, 그리고 포용성을 기대하 기는 어려울 것이다. 획일화된 공간에서는 나와 같지 않은 사람, 나와 다른 생각과 선호를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을 어려워 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 개연성이 커진다.

미래의 주거에 대한 두 번째 함의는, 각자의 집을 각자 나름의 필요에 따라 짓고 늘리 고 줄이고 변경하는 등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재량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미래에 우리가 원하는 집은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나의 필요에 따라 만 들고 바꾸고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집이다. 지금과 같은 아파트 위주의 주택들은 개인적 인 삶에 맞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급격한 인구감소와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더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4)

4) 우리나라의 인구사회 변화와 지속가능할 발전을 고려할 때, 1990년대까지는 아파트라는 형태가 적절한 방법이었음. 2000 년이 되기 전까지 한국의 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고 더욱이 도시인구는 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임.

예를 들어, 1960년에서 1990년까지 서울의 인구는 매년 약 30만 명씩 증가하였음. 일산 신시가지의 계획인구가 27만 명이 므로, 서울은 위 30년 동안 매년 서울 안에 일산 신시가지 하나씩을 만들었어야만 사람들의 집을 해결할 수 있었음. 하지만 21세기 한국은 20세기와 너무도 달라져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그 감소 속도 또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 또 한, 인구구성은 초고령사회로 진행하고 있어 인구 대부분이 노인인 사회로 진행되고 있음. 21세기는 지난 20세기와 인구사 회 특성이 완전히 달라졌고 경제도 크게 성장하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방식인 아파트를 단순 반복한다는 것은 수요 에도 부합하지 않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이며 부적절한 일임.

(7)

오늘날 내가 나의 집을 짓 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예를 들어, 집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허가신청을 해 야 하는데, 신청하기 위한 서 류가 10여 가지이고 협의가 필 요할 수 있는 부서 또한 10여 곳이 넘는다. 집을 짓기 위해 서는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를 받기 위한 신청서 작성과 함께 현장조사서(건축심의), 건축허가조사 및 검사조서 (건축허가), 건축설계도서(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등), 대지 범위, 권리증명 서류, 정화 조 설치신고서, 배수설비 설치신고서(배치도 1부 첨부), 급수공사 신청서, 구내통신 선 로설비 설계검토신청서, 도로점용허가 신청서(도로점용 시), 건축구조 안전확인서, 소방 시설 설치계획서 등 매우 많은 서류가 요구된다.

위 모든 것은 필요하다. 다만, 오늘날의 복잡한 행정과 절차는 내가 나의 집을 짓는다 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람들이 집을 지으려면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버렸다. 미래에는 이러한 서류와 절차들을 쉽게 만 들어서, 필요한 사항들을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라도 자신의 집을 짓고 바 꾸는 것이 쉽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미래의 주택은 개인 삶의 변화에 적응가능해야 한다. 유연하고 확장 또는 축 소가 가능한 주택들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가족구조(아이의 탄생 등), 보다 편안한 공간 (개인공간이나 가족오락실 등)에 대한 욕구, 또는 일시적인 변경(친구 및 가족 방문 등) 에 대한 장단기적 변화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필요에 따라 집에 공간을 추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능 에 가까워졌다. 시골과 달리 도시에서는 한정된 공간에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예 를 들어, 오늘날 아파트에서 내 집에 방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옆집 사람의 방을 가져와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의 욕구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통해 충족된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찾았고 집에서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오늘날 도시에서는 집 밖으로 확장되었다. 이제 카페는 쉬는 공간이나 일하는 공간도 된다. 강 의실도 되고 사무실도 된다.

또 다른 예는, 최근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주 택의 빈 시간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빌려줌으로써 사람들의 주거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하나의 보조적 수단 역할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 증가와 같 은 업무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집과 직장을 오가며 주어진 시간에 일을 했다 면, 업무 패턴이 변한 코로나19 이후에는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일하고, 집과 직장 밖에

자료: news.airbnb.com

그림 3 ‘주택’에서 ‘주거’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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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업무의 시간과 장소에 있어 유연성의 증가는 주거 지 근처의 비도시지역에 가 있는 시간을 증가시켰다. 또한, 1주일 이상 또는 한 달 살 기 등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지내는 능동적 단기 주거도 증가한다. 이 경우에는 주거뿐 만 아니라 업무공간이기도 하다. 예전의 단기 주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어서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대부분이었다면, 위 경우에는 내 삶의 과정에서 특정 순간에 내 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능동적 선택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에 대하여 더 큰 선택권 을 갖고 싶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집에 대한 바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집에서 사생활과 나다움, 안락 함, 보호와 안전, 그리고 친밀감을 기대한다. 우리는 집이 나를 오롯이 받아주기를 바란 다. 집을 갖고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를 희망한다. 나이가 들어도 내 집에서 편안하게 살 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많이 변했다. 새로운 생활방식, 개성과 다양성의 증 가, 인구 고령화, 삶의 가변성과 유목민 같은 이동성의 증가 등은 사람들이 갖는 집에 대 한 생각과 사용방식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의 삶과 일은 일생을 지나면서 변한다. 수명 이 늘어나면서 그 변화는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집은 사람들이 쉽게 지을 수 있도록 행정을 개선해야 하며, 살아가면서 생기는 다양한 집에 대한 욕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그 선택권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옛날 집은 개인과 가족의 삶, 일, 그리고 놀이가 벌어지는 공간이었다. 이때는 삶, 일, 그리고 놀이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였다. 하지만, 대량생산의 시대에 이들은 분리 되었고 장소도 분리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이 절대 부족하던 시대에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가리지 않고 양적으로 주택을 늘려왔다. 이는 과거 굶어죽는 일이 다반사였던 1960~1970년대 가난했던 시절에,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많이 먹어야만 했 던 것과 같다. 이 습관이 남아서 지금도 예전처럼 먹는다면 우리는 비만에 빠지고 각종 성인병에 고생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의 주택공급이 미래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주거는 비만과 성인병으로 고생을 할 것이다.

오늘날 주택은 많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현재 주거비만과 주거영양실조의 시대 를 살고 있다. 양적으로 커졌지만,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담을 수 있는 주거는 빈곤하고 건강하지 못하다. 집은 가족을 꾸리고 새 생명을 담는 첫 번째 보금자리인데, 집이 건강 하지 않으니 새 생명을 담기 어렵고,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꺼릴 수밖 에 없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감사원(2021)에 따 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50년 뒤에 3000만 명대로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100년 뒤에는 1000만 명대로 줄어들어 민족이 소멸할 수 있다. 주택을 주택산업이 아니라 ‘집’이라는 관점에서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집이 건강하게 자리 잡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맺음말

(9)

집을 짓고 구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 다. 집에 대한 논의에서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 측면에 대한 논의가 많이 간과되고 있는 데,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 그림의 떡일 뿐 사람들에게 아무런 가치 를 제공하지 못한다. 집값이 높으면 오히려 사람들은 불안과 절망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가능성을 높여 집을 구하는 데 대한 경제적 부담을 없애야 한다. 주거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가능성 제고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집은 삶-일-놀이가 다시 하나가 되는 곳일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은 예전과 다를 것이다. 나만이 소유한 하나의 집에 모든 것이 있기보다는, 집-동네-도시-국토가 어우러져 함께 구성될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슬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슬리퍼’와 ‘~세권’이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슬리퍼를 신고 나가서 생활할 수 있는 공 간적 범위를 일컫는다. 즉, 쉴 곳, 일할 곳, 공부할 곳 등을 특별한 이동이 아닌,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가까운 주변에서 일상의 일부로서 누리는 것이다. 이는 집의 공간 적 확장이라고 볼 수 있고, 주거를 새롭게 바라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집의 공간 적 확장은 사회적으로도 권장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과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느슨하 게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는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 나 안전망이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아파트 중심의 주택을 지양하고 새로운 주거에 대하여 진지하 게 고민해야 한다. 개별의 집을 건설하는 것은 주택건축사업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들 의 삶을 담는 주거개선이나 주택정책을 더는 대규모 주택건축사업으로 보아서는 안 된 다. 사람들이 집을 짓고 고치고 구하는 일이 쉬워지고, 경제적 부담이 덜하도록 만들어 야 한다. 과거와 달리 앞으로의 주거정책은 사람-집-동네-도시-국토로 이어지는 국토 도시계획하에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살피면서 세심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참고문헌 감사원. 2021.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서울: 감사원.

강명구. 2021a. 도시계획학 1 역사: 도시의 자격. 서울: 서울연구원.

_____. 2021b. 도시계획학 2 기초: 도시의 비움. 서울: 서울연구원.

Ellard, C. 2015. Places of the Heart: The Psychogeography of Everyday Life. New York: Bellevue Literar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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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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