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angon University of Foreign Languages, Korean Department, Myanmar, Korean Linguistics, [email protected]
나의 한국 유학 생활
먓 띠다 우*
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나는 현재 약 700명의 미얀마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미얀마 양곤 외국어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부터 약 8년 가까이 한국에서 생활한 나의 유학 경험 담을 토대로 한국의 유학생 정책 및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제언을 몇 가지 해 보 고자 한다. 이 글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의 친한 지인 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것들이기 때문에 모든 유학생의 경우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학생 정책이 한국 사회뿐 아니라 유학생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게끔 나와 같은 유학생의 경험담을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 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특히 요즘 한국 드라마와 K-pop 의 영향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외국 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학생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구 체적인 유학 프로그램 개발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으로의 첫 발걸음
최근에는 한국 정부나 한국 대학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 의 장학금 제도를 신설하고 있고 외국에서 직접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유학 박람 회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미얀마에서도 2013년부터 개최
된 ‘Korean Week’에는 한국의 몇몇 사립 대학들이 참여하여 한국 대학에서 공부 하고자 하는 미얀마 학생들을 유치, 현재 약 70여 명 이상의 미얀마 학생들이 한 국에서 유학 중에 있다. 하지만 내가 처음 한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때는 2008년 으로 지금처럼 미얀마 내에서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던 시 절이었고 지금처럼 다양한 유학생 관련 프로그램이나 제도도 없던 때였다.
미얀마 양곤 외국어대학교에서 우연한 기회에 한국어를 전공하게 된 나는 지 금처럼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게 될 지 예상하지는 못했다. 당시 우리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영어과, 중국어 과와 일본어과였고 한국어과는 인기 학과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나는 한국어가 가진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한국어는 미얀마어와 어순이 같아 다른 언어권에 비해 미얀마인인 나에게는 배우기에 다 소 유리한 점이 있었고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도 쉽게 접하게 되면서 한국 문 화에 대해서도 더 배우고 싶은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던 차에 알게 된 한국 정부가 마련한 정부초청장학생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 합격하 여 2008년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되었다.
정부초청장학생 프로그램은 학비가 면제되고, 왕복 비행기 티켓과 생활비로 한달에 90만 원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상당히 혜택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당시 정부초청장학생 프로그램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4 급이상을 받더라도 일년 정도 반드시 한국의 대학에서 언어연수프로그램을 수 료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고 5급 이상을 받으면 매달 10만 원의 장학금을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었다. 물론 장학생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소득이 높은 국가에서 온 학생들 중 일부는 서울의 물가에 비 해 생활비가 적다고 불평하거나 많은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것인데 왜 한국어를 잘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국어가 내 전공이었기 때 문에 나로서는 이런 조건들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 때 당시에 어학연수를 받을 대학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초청장 학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국립국제교육원이 지정해주는 곳이었고 나는 경희대학 교에 배정되어 일 년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 연수를 받았다. 이듬
해인 2009년 9월 같은 대학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한국어학 전공으로 석 사에 입학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일 년간 어학연수를 하면서 경희대학교에 편안 함을 느끼게 되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석사과정을 하는 동안 나와 같은 미얀 마 출신의 정부초청장학생이 총 4명이 있었는데 이 4명의 친구들이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다른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있었 지만 타향에서의 외로움을 나누고 고향에의 그리움을 나눌 수 있어 서로 의지가 되어 주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정부초청장학생으로 들어온 다른 국가 출신의 유학생들도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지만 유학생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일본 출신 유학생들은 주로 그들만의 유학생 커뮤니티가 활발히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친해지지는 못했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한국인들, 특히 같은 대학원 에서 공부하는 한국 대학원생들과 친해지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그 분들은 한국 어 수업도 하고 동시에 대학원 수업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서로 친하게 지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석사 취득 후 박사 취득까지
2012년 2월 석사를 취득하여 미얀마로 돌아갔고 그 해 9월 미얀마에서 3년에 한 번씩 치르는 대학교원 선발시험에 응시하여 합격, 양곤외대 한국어과 교수로 취직하게 되었다. 당시 양곤외대 한국어과 교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석사를 취득 한 사람들이었고 박사를 취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박사 출신자들이 교수를 해서 수업의 질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는 점을 항상 생각해왔었다. 내가 전공하고 있는 한국어 분야도 석사 공부 정도 만으로는 질 높은 한국어 수업을 실시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양곤외대에서 1년간 교원으로 일하다가 2013년 다시 한 번 한국정부초 청장학금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운이 좋게 다시 한 번 선발되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양곤외대 한국어과 역사상 이처럼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학 교를 잠시 휴직하고 떠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
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어 과감히 박사학위에 도전하게 되었다. 2013년 9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박 사과정에 입학하였고 내 소속인 양곤외대 한국어과에 교수 인원수가 적기 때문 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본국에 돌아가서 복직해야 된다는 생각에 3년 안에 학위 과정을 끝내기로 결심하였다. 이 때문에 석사 학위 논문을 연결, 심화시켜 박사 논문을 작성하여 3년 안에 마칠 수 있었다. 또한 매 학기 최대 4과목을 수학하면 서 박사학위 과정을 최단 기간 안에 마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 지금 돌 이켜 보면 내 인생에 가장 바쁘지만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그리고 2016년 8월,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양곤외대로 복직하였지만 이후에도 한국과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을 기회가 생겼다. 예를 들면 2017년 한국국제협력 단(KOICA)이 지원하는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80일간 한림대학교에서 교육 을 받는다든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아시아문화연구소의 방문연구원 프로그 램에 지원하여 6개월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와 미얀마어의 속담 비교연구를 한 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마련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연구자로서의 삶을 경험하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어 교육 분야 또는 한국과 미얀 마의 언어문화를 연구하여 양국 언어 간 교류를 비롯하여 국가 간의 이해 및 우 호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한국 유학생들의 진로
사실 내가 박사학위 취득 이후 양곤외대로 복직하게 된 데에는 뒷이야기가 있 다.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한 미얀마의 사정을 감안할 때 미얀마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것 보다는 한국의 기업, 특히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한 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미얀마로 복직하기 전에 한국의 모 대기업 에 입사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최근 미얀마로의 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어 미얀마에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이미 많이 진출해 있다. 그리고 미얀마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미얀마 사람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나처럼 한국어를 전공한 사람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
도 많은 편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나는 모 대기업의 입사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최종 인터뷰에서 낙방하였다. 인터뷰 담당자가 “우리 회사가 당신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어보았는데 나는 그 대답에 “상관없다. 나는 우리나 라로 돌아가서 다른 일 하면 된다.”라고 너무 호기롭게 답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 던 것 같다. 한국 기업에서 원하는 대답은 “다시 더 준비해서 꼭 합격할 수 있게 또 도전하겠다.” 정도였을 것인데 당시에는 한국의 기업문화, 취업준비문화를 전 혀 몰랐기 때문에 정답이 아닌 답을 말했던 것이다. 한국의 경제위상이 높아지고 세계 각지로 한국 대기업이 진출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는 유학생 출신 자들이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의 기업문화를 비롯하여 취업을 위한 인 터뷰 가이드라인 같은 것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곤외대로 복직하여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나처럼 진로를 결정한 경우는 많지 않다. 주변에 나와 같이 한국 유학을 선택한 다른 동남아시아 출신, 특히 미얀마 출신 유학생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한국 회사에 취직하여 한국에 남 거나 본국으로 돌아가 통/번역 일을 하거나, 한국어교육을 하는 학원을 운영하게 된다. 이 가운데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고 대개는 통/번역일과 학원 일을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한국어를 잘하면 한국 기업에 취직할 가능성 이 매우 높고 한국 기업에서 한국어 통/번역 업무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 진로를 선택한 유학생들은 괜찮은 보수를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어 학원의 경우,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한국 어능력시험을 쳐야 하므로 한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한국 유학생들이 경험하는 애로사항 및 프로그램 제안
돌이켜보면, 나는 한국어가 전공인 사람이었고 혜택이 많은 정부초청장학생이 었기 때문에 다른 유학생들에 비해 조금 수월하게 유학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 렇기 때문에 내가 경험한 어려움을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많이 지
켜봐온 동료 유학생들이 경험한 어려움을 통해 한국 유학생 정책 및 프로그램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몇 가지 어려움들을 적어본다.
우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생활 내내 한국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 회가 많이 없었다. 한국인 학생들은 무척 바빴기 때문에 조별과제로 엮이지 않는 이상 이야기를 나눌 기회조차 얻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나의 경우는 운 좋게도 한국인 교수님들이 큰 힘이 되어 주었고 학교생활과 관련된 도움도 주로 교수님 께 받을 수 있었지만 모든 유학생들이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요즘 일부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위해 한국인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버디(buddy)’ 프로그램 같은 것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운영방 식은 대학마다 다를 것이지만 이런 한국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서 한국 문화를 익혀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유학생들의 현 지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유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어다. 미얀마 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같고 나는 학부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다른 유학생들에 비해 어려움이 덜했지만 여타 유학생들, 특히 서양에서 온 유학생들 에게 한국어는 완전히 미지의 언어이기 때문에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대개 이런 유학생들은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학점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 어를 공부해야 하는 동기도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더욱 한국어 능력이 늘기 어 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에서 유학을 했다면 어느 정도 한국어에 대한 이해 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나 대학에서는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전공 공부에서 어려움이 크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어를 전공했기 때 문에 좀 덜했지만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 전공 수업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특히 영어권 국가 에서 온 경우, 한국의 어려운 용어가 거의 한자에서 온 것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공부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전공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가이드라인이나 작은 사전 같은 것이 있다면 무척 좋을 것 같 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러 언어로 만들면 좋겠지만 예산적으로 부담스럽다
면 전공 용어를 알기 쉬운 한국어로 풀어쓰기만 해 주어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전공하고자 하는 전공에 대해 자기 나라 언어로 먼저 학습할 필요가 있 다. 즉 기본적인 전공 지식이 쌓이고 난 뒤 유학생활을 하면 학업에 성취감을 높 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 한국에서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할랄 음식을 찾기가 어렵기 때 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들은 주로 자신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 을 선호하는데 유학생의 경우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조차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뿐 아니라 돼지고기나 소고기 섭취 를 제한하는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 기숙 사 등에서 식사를 할 때 조금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학생의 신분이 학생이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진 로 걱정이 가장 크다. 진로, 취업 상담실 등 학교의 시설을 유학생이 사용하는 경 우는 많지 않다. 한국어가 어려워서 뿐만 아니라 상담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유학생들은 주로 유학생들 끼리, 특히 같은 나라 출신의 유학생들끼리 친한 경우가 많고 많은 정보 역시 이 유학생들끼리의 네트워크에서 공유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학생들과 비교 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보통의 한국인 학생들이 어디에 서 어떻게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친절하게 유학생들 을 위해 취업을 위한 여러 정보들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