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도시의 한 가운데서‘생태마을’을 만드는 일은 어 떨까? 도시 재개발, 재건축을 기존의 콘크리트 문 화가 아닌 생태마을로 만들어 간다면?
이러한 물음에 물만골 공동체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과제의 일선에 서 있다. 물만골은 우선 도시 지역에서 생태마을 만들기의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 부문에 새로운 도전모델이 되고 있으며, 도시 빈민들과 제대로 접목되지 못해온 환경·생태운 동이 그들의 의지와 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또, 주민자치와 복지의 틀 속에서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만골 공동체는?
물만골 공동체는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2동 산 176번지 일대, 황령산 남서방향 분지 13만 평의 면적에 위치하고 있으며, 430세대, 1,580명이 살 고 있다.
이곳은 1953년 농장(방목장) 설치로 마을이 형 성되기 시작하여 1960년대 초에는 25세대였으나, 1970년대의 초량지역 철거민 유입과 1980년대 초 공업화 진행과정에서의 농촌인구 유입 등으로 급 격하게 인구가 증가하여 280세대에 이르렀으며, 1992년 10일간의 철거투쟁 당시에는 385세대까 지 증가하였다.
물만골은 황령산의 움푹한 분지에 위치한 독립
물만골 공동체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과제의 일선에 서 있다. 물만골은 우선 도시지역에서 생태마을 만들기의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 부문에 새로운 도전모델이 되고 있으며, 도시빈민들과 제대로 접목되지 못해온 환경·생태운동이 도시빈민들의 의지와 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또, 주민자치와 복지의 틀 속에서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시빈민지역의
새로운 희망 나누기
- 부산시 연산2동‘물만골 공동체’
이희찬|도시환경센터 대표
마을이면서도, 시청까지 마을버스로 7분 거리에 있는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이 형 성되기 시작한 초기부터 철거민이 대거 유입되어 행정기관과는 대립할 때가 많았으며, 몇 차례의 철거투쟁 등을 통해 주민들의 결속력은 매우 강하 다. 1987년 마을 안쪽에 폭 3.2m의 도로를 건설하 고 1993년 마을회관 개소, 1994년에는 4개의 지하 수 관정을 개발하여 수도시설 설치를 완료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 내면서 주민자치가 이루어졌다.
1980년 초 철거문제와 마을의 현안문제를 해결 하기 위하여 마을의 1세대를 축으로 마을 협동회 를 구성하여 초보적인 자치가 이루어졌고, 1995년 인근 하마정 지역의 재개발사업 등 재개발 붐을 타고 협동회 체제에서 개발조합을 구성하였다.
1997∼1998년 아파트방식의 대규모 재개발에 반 대하는 사람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환경마 을과 황령산 생태계 복원을 축으로 하는 주거문제 해결방안을 기획하였다. 1999년 2월 14일 마을 주 민총회가 소집되고 이날 총회에서는 마을을 대표 하는 권한과 개발조합의 재정사업 일체를 비상대 책위로 이관할 것을 의결하였다. 이어 19일에는 비상대책위와 자생단체, 통·반 조직을 하나로 묶 어 물만골 공동체가 출범하였으며, 2월 25일에는 주민총회에서 초대 위원장을 선출하고 운영위원 회를 구성하였다.
물만골 공동체는 매월 25일 주민총회를 개최하
고 있으며, 27명으로 구성된 대의원회의는 매월, 6 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수시로 열리고 있다.
마을에는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의 자치조직 이 있으며, 물만골 공동체의 직할부서로서 자활사 업단, 풍물패(솟을오름), 주민학교 청소년 환경 지킴이‘반딧불이’등이 있다. 이외에 지역의 부 산의료원 의사 2명이 결합된 의료복지 상담소도 운영되고 있다. 현재 물만골 공동체는 2000년 12 월 23일 총회에서 선출된 2대 위원장 체제가 지도 부를 형성하고 있다.
물만골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마을행사로 주민 들의 결속을 다지고 있는데 신년하례회, 정월대보 름 산신제 및 마을풍물놀이, 지신밟기 행사, 대동 제, 경로잔치, 추석 무렵의 마을노래자랑과 함께 수련회 등 기타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생태마을 만들기 프로그램
물만골 공동체는 생태마을로의 전환을 위하여 황 령산 생태계 복원과 쓰레기 배출 없는 마을 만들 기, 그리고 자활사업과 부지매입사업 등을 진행하 고 있다.
우선, 황령산 생태계 복원사업은 황령산 임도 와 봉수대주변 순환도로에 버려진 폐가구, 폐자재 수거 및 임도 주변 녹화사업 등을 전개하고, 우리 들꽃 토착식물군 복원과 군락지 조성사업, 자연정 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물만골 마을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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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자원화사업은 배출되는 쓰레기 의 80%에 이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것 이 자원재활용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 였다. 그 방안을 검토하던중 3차 기획단 회의에서 퇴비화와 사료화 방안이 제시되었고, 유정란 생산 과 토끼사육 등 수익성 있는 사업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우선 마을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음식물 찌꺼기 수집이 쉬운 마을회관 채소밭터를 닭과 토 끼 사육장 부지로 선정하고, 음식물 쓰레기로 가 축(칠면조, 거위, 오골계 등)의 시험사육을 실시 하였다.
사료배합에 필요한 황토, 미강, 깻묵, 약찌꺼 기, 채소 발효제 등은 마을사람들과 연산시장의 어물전, 방앗간 중탕집, 채소전 등의 도움으로 구 했고, 발효제는 연제구청의 협조가 이루어질 때까 지 구입하는 등 각계의 협조를 받았다. 그러나 음 식물 쓰레기를 수집하는 수거용기, 사육장 설치·
관리, 가축사육에 대한 전문적 경험부족, 닭과 토 끼의 판매망 확보, 김장철과 여름철에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자원 재활용 사업은 헌옷, 폐지, 고철, 중고가 구 등을 수거하여 분류해 판매하는 것이다. 수집 된 헌옷은 선별하여 쓸 만한 옷가지는 수선하고 세탁하여 알뜰장터와 재활용 매장에서 판매하였 다. 폐지, 고철 등은 분류하여 판매하고, 중고가구 등은 수거 후 수리하여 재활용 센터 등을 통해 판 매하고 있다. 이 사업은 주로 노인들이 공동체에
서 마련한 트럭을 이용하여 운영함으로써 1인당 월 20∼30만 원의 수입을 나누고 있는데 수입보 다는 고령인구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 등을 통하 여 최소한의 품위유지비를 확보하는 고용창출 효 과도 누리고 있다.
의류봉제 사업의 경우, 마을 부녀자의 30% 정 도가 미싱을 가지고 하는 일을 경험해 보았다는 장점을 살린 사업이다. 사업의 운영은 초기에 임 가공업 형태로 출발하여 운영자금을 장비에 재투 자하고 있으며, 주부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마을 놀이방과도 긴밀한 협조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미싱 등 일부 시설에 투자 가 필요한 상태다.
공동부지 매입사업 - 미래를 여는 준비
한편, 공동부지 매입은 공동체의 물적 기반을 구 축하는 사업이다. 물만골 지역은 크게 5필지(산 176-12번지, 산 176-55번지, 산 183-2번지, 산 181-1번지, 산 182번지)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미 산 176-12번지와 산 176-55번지, 산 183-2번지, 산 181-1번지를 공동으로 매입하 였다. 산 182번지의 경우에는 매입에 상당한 어려 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지매입 사업 은 물만골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웃과 함께 공동 으로 땅을 사는 것이다. 한 세대당 월 10만 원의 적립배당액을 새마을금고에 저축하고 모은 돈으
1차 부지매입 사업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축제(사진좌, 우)가 열렸다
로 토지매입 잔금을 치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만골 주민들에게 황령산 서편자락은 모두 내 땅 이자 우리의 땅인 것이다.
부지매입 사업이 진행되던 초기에는 주민 모두 가 땅을 살 수 있다는 것에 반신반의하며 참가를 주저하였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가 불분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균 1가정당 2∼3회 방문하여 호소하였고 이 방법만이 새로운 희망이라고 설득 하였다. 1차 부지매입 사업이 성공한 날 마을 주 민의 축제가 열렸는데 축제하자고 모인 자리가 눈 물의 자리가 되기도 하였다. 이곳 주민들에게 자 기 이름으로 된 최초의 땅이자 재산이었기 때문이 다. 이후 물만골 주민들에게 땅은 삶의 변화를 가 져왔다. 이제까지 소극적인 방식과 행정에 선처를 요청하는 식의 수동적 자세를 벗어나 삶의 주인으 로 적극 나서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 화가 마을을 가꾸는 힘으로 나타나고 이는 형제적 실천과 나눔, 절약을 통한 생태마을 만들기라는 미래지향적 상생의 지속가능성으로 발전하고 있 는 것이다.
물만골 공동체의 미래와 과제
물만골 공동체는 마을을 생태마을로 새로이 가꾸 고 주변지역을 생태공원으로 꾸미려는 꿈을 가지 고 있다. 오늘날 지역운동 혹은 주민운동이라고 표현되는 공동체운동은 자본주의의 예정된 문제
점과 심각한 개인주의, 개발주도형 관치구조에서 나타나는 가족과 이웃의 해체, 환경파괴로 오염에 노출된 도시인들의 삶을 다시 복원하는 생명의 운 동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8~9년 을 주기로 하여 생태마을 만들기 혹은 생태공동체 운동이 시도되고 있다. 이는 1980년 이후 침체기 를 거듭한 주민운동진영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 는 것이며 기존의 이슈중심이던 주민운동의 한계 를 넘어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아 내는 동시에 인 간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공동체 운동의 원칙을 세 워가는 것이다. 현대물질문명이 가지는 자본 의존 성과 종속성에서 탈피하여 단순한 삶을 살고, 인 간다운 생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삶,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물질을 배격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또한 생태공동체 운동은 미래지향 적인 것이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얻기보다는 미 래에 투자하는 것이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서 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물만골 공동체는 이 지역의 부지를 주민공 동명의 개별지분 방식으로 일부 매입했고 진행하 고 있어 2004년 8월이면 13만 평 정도에 이를 것으 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11만여 평 에 산재해 있는 마을을 7∼8만 평으로 축소배치하 고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원함과 아울러 생태환경 에 어울리는 기반시설을 구축하여 자연과 공생하 는 마을 만들기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주부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의류봉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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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2005년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롭게 꾸며질 물만골 지역에는 복지시설 및 회의장으로 사용될 마을회관 1개소, 노인성 질환 을 전문으로 하는 30∼40병상 규모의 공동체병 원, 대안학교, 노인복지시설, 근세 생활사 전시관, 환경생태 체험장, 1세대당 24평 이하의 가옥 건 설, 600kw급 풍력발전기 시범단지 조성 등의 계 획을 세우고 있다.
물만골 공동체는 도시빈민지역의 현안인 주거 문제 해결을 극복한 삶의 공동체를 꿈꾸며, 환경 과 생태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가 어울리는, 도 시빈민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생명이 있는 삶터 공 동체의 모범을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다. 물만골 공동체의 향후 과 제로는 지역에 적합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우 는 일과 인간·자연·문화가 있는 재개발을 이루 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부산지역의 수많은 재개발사업지 구 계획 중 그 어디에도 주변의 자연환경이나 지 역의 경제적 잠재적 자원 혹은 공간활용 여건과 친숙한 설계나 입안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 다. 기껏해야 4년 전 중구청 주최로 도시달동네 환경개선사업을 위한 지구공모전을 연 것이 유일 한 작업이었다. 이러한 여건에서 구릉지 또는 해 안과 접하는 용호지구, 구덕산과 연계되어 있는 꽃마을, 동구 수정동 지역, 안창마을, 대연동의 경
성대 뒤편 지역과 마하사 지역 등은 계획의 입안 부터 전면 수정이 필요한 곳이다. 산악과 연계되 어 있으면서도 완충지역을 지정하지 않고 건물의 높이를 무분별하게 허용하고 있다. 재개발사업 이 후 생태계 변화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없는 방식 으로는 생태마을을 실현할 수 없다.
인간·자연·문화가 있는 재개발과 관련해서 는 기존 도시재개발이 물량 위주의 이익창출을 기 대하는 이상 주민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계 획은 불가능하다. 기존 주민들의 공동체를 바탕으 로 참여가 보장된 계획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 는 부분이다. 이는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할 수도 있으나 외적인 요건을 감안하여 커뮤니티가 추구 하는 새로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의 입안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공동체성 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동행사나 대동제, 축제 등의 형태로 공동체 관계와 의사소통을 유 지·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 나열한 많은 부분들은 나름의 원칙 속에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보존하 는 것이 가장 올바른 환경보존이라는 원칙에는 동 의하나 인간이 그곳에 거주하는 이상 어느 정도의 훼손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훼손을 최 소화하고 이미 파괴된 부분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자연과 공생하는 주거공간은 불가능한 것인가? 우 리는 이러한 의문의 한가운데 서있다.
헌옷, 폐지 등을 수거해 판매하는 자원 재활용 사업 생태마을 조성의 일환으로 가꾸고 있는 마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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