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21.06.10 심사기간_2021.07.01-14 게재확정일_2021.07.29 DOI https://doi.org/10.47294/KSBDA.22.4.32
글로벌 K-Art의 새로운 로드맵 : 수신에서 사유의 기호로 나아가는 화합의 언어, 단색조 회화 New Roadmap for Global K-Art : The scalability of korean monochromatic painting (Dansaekhwa) as the language of harmony from cultivating of spirit to symbolizing of thought
최정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Choi Jeong-ju_Doctor of Art History, 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차례 1. 들어가며
2. 한국 현대 모더니즘 미술에 뿌리 내린 수신의 미의식, 단색조 회화 3. 한국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다면성을 공유하는 동시대 단색조 회화 4. 시공을 초월한 사유의 세계, 디지털 미디어 속의 디지털 단색조 회화 5. 나가며
References
글로벌 K-Art의 새로운 로드맵 : 수신에서 사유의 기호로 나아가는 화합의 언어, 단색조 회화 New Roadmap for Global K-Art : The scalability of korean monochromatic painting (Dansaekhwa) as the language of harmony from cultivating of spirit to symbolizing of thought
최정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Choi Jeong-ju_Doctor of Art History, 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요약
중심어 단색조 회화 단색화 케이-아트
디지털 미술 콘텐츠 한국미술의 세계화
세계 문화계에서는 ‘한류’의 바람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가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미술 계를 부각할 수 있는 ‘K-Art’의 글로벌화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미비한 편이다. 본 연구의 목 적은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한국미술사의 궤적 속에서 동시대 미의식과 디지털 기술 환경에 부응하는 한국 현대미술 콘텐츠를 재조명하고 개발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한 국미술 고유의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단색조 회화’의 성장에 주목하고, 단색조 회화의 역사성 과 동시대적 가치, 미래적 가치를 살펴 K-Art의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연구방법은 첫째, 1970-80년대의 한국 현대 모더니즘 미술계에서 한국문화의 고유한 정서와 동양 고전의 정신성을 내 용으로 삼아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계 미술무대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알렸던 단색조 회화 의 집단 개성적 활동과 미술사적 가치를 고찰했다. 둘째, 2010년대 중반부터 단색조 회화가 다시 세 계무대에서 재조명되는 가운데,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미학적 변화 속에서도 그 위세를 키워가고 있 는 2세대 단색조 회화의 다양한 활동상을 살펴보았다. 셋째, 미래 미술의 중요한 기재가 되고 있는 디 지털 미디어의 기능적 특성을 수용하여 1세대와 2세대 단색조 회화를 디지털 단색조 회화로 패키지화 하고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한국 고유의 미술 콘텐츠로서의 단색조 회화가 디지털 환경의 글로벌 네트워크 체계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 공유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글로벌 K-Art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단색조 회화가 모더니즘 미술 안에서 연대기적 가치를 지닌 채 멈춘 것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문화의 다양성에 동참하여 한국미술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 을 조망함으로써 더 많은 고유 콘텐츠의 출현에 좋은 범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ABSTRACT
Keywords
Korean monochromatic painting
Dansaekhwa K-art
digital art content globalization of Korean
art
The globalization of Korean pop culture is realized in the world's cultural world through the
“Korean Wave”. However, the globalization of “K-Art,” which can highlight the Korean art world, still lacks significant results.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re-emphasize and develop Korean contemporary art contents in response to contemporary aesthetic and digital technology environments in the trajectory of Korean art history for globalization and balanced development of Korean contemporary art. To this end, This paper focused on the growth of “monochromatic painting” which is valuable as a content unique to Korean art, and examined the possibility of globalization of K-Art by looking at the historical, contemporary and future values of monochromatic painting. As the first research method This paper considered the collective individual activities and the historical value of 'monochromatic painting', which formed its own identity by using the unique sentiments of Korean culture and the spirit of Asian classics in the 1970s and 1980s. Second, This paper looked at the various activities of the second-generation monochromatic painting, which has been growing in the midst of aesthetic changes to postmodernism while monochromatic painting has been re-emerged on the world stage since the mid-2010s. Third, This paper accommodated the functional characteristics of digital media, which is becoming an important source of future art and simulated by packaging them into digital monochromatic paintings for first- and second-generation monochromatic paintings. As a result, monochromatic painting as Korea's unique art content can be shared to the world art community through the global network system of the digital environment, thereby confirming the possibility of popularizing and globalizing K-Art. This suggests that monochromatic painting does not stop with chronological values in modernist art, but can serve as a good example for the emergence of more unique content by participating in the diversity of contemporary art culture and contributing to the healthy development of Korean art.
1. 들어가며
최근 미술계에서는 1990년대 말 동북아시아권에서 발화되기 시작한 ‘한류(Korean wave)’ 즉,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가 실현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K-culture’의 가능성과 더 직접적으 로는 ‘K-Art’의 글로벌화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다양한 설계가 시도되고 있다. 그 대부분 의 방법론은 지금까지 주로 인터넷 환경을 통해 작가와 작품의 해외 홍보방식에 주안점을 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말하자면, 30년 전에 등장한 웹1.0시대의 인터넷 환경에서의 단순한 정보 제공을 시작으로 하여, 최근에는 웹2.0시대의 환경에서 정보의 상호교환에 이르는 진화된 방식을 통해 세계와의 네트워크 교류 체계가 눈부시게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Jeong, Y., 2019, pp.7-22).
이러한 현실은 최근의 코로나19 감염증이라는 유행병이 발생되면서 보다 극적인 변화를 맞았 다. 즉, 너 나 없이 고립된 생활방식에 내몰리고, 왕래의 차단, 경제적 불황 등에 이르는 전 지구적 위기를 경험하면서, 언텍트(untact) 방식의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문화공유 방식이 더 욱 급부상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실시간으로 다함께 공유 가능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개인의 선택으로부터 지구적 범용화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교류를 보다 쉽게 실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기제이다. 또한, 최근 미술시장에서도 디지털 자산인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체계로의 진입이 담론화 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구조를 세계인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경제 논리 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중대한 변화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한국 미술계의 ‘글로벌 K-Art’의 실현에 대한 열망은 미술계 내부의 자구적 노력 외에도 새로운 교류 체계의 방법론과 자본주의 의 수요가 맞물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일고 있다.
이 글은 위와 같이 세계 미술문화의 공유 현상과 디지털 매체 환경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한국 미술의 세계화 및 한국 작가의 세계적 약진에 대한 기대가 급격하게 높아진 미술계의 사정을 감지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지금까지 미술계의 담론 속에서 무수히 논의되어 왔듯이, 한국 미술의 세계화라는 과제는 결국 한국 미술 고유의 정체성 이 드러나는 콘텐츠를 재고하여 이를 세계무대에서 공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 미술이 시대별, 경향별로 형성해온 독특한 특성들을 동시대의 미의 식과 미감 속에서 환기하고, 이를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하여 디지털 콘텐츠화 하는 동시에 디지 털 교류방식을 통해 세계와의 공유지점을 체계적으로 넓혀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연구자는 한국 고유의 미의식과 정서, 동양고전의 정신적 사유의 세계관을 수렴하여 한국 미술의 정체성 확보에 기여한 통칭, ‘단색조 회화’를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대표적인 주제로 선정하여 그 궤적과 동시대적 의미, 디지털 체계를 통한 미래 비전 등을 재고하고자 한다. 한편, 단색조 회화는 한국적 미의식의 특수성을 발현하는 콘텐츠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장기화 로 물리적 관계의 단절에 따른 고립감과 심리적 불안감 등을 고요한 사유의 예술세계로 유도하 여 치유를 권하는 힐링의 언어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화합을 주도하는 예술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단색조 회화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를 거치며 꾸준히 현대적 예술언어로 진 화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고, 그에 디지털라이징 방식을 대입함으로써 전 세계를 향한 ‘글 로벌 K-Art’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2. 한국 현대 모더니즘 미술에 뿌리 내린 수신의 미의식, 단색조 회화
한국 모더니즘의 역사는 해외로부터 유입된 미술사조들과의 부단한 문화적 접촉 속에서 그 나름의 양식을 만든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단색조 회화는 한국 전통의 자연관과 선비문화의 사의성, 동양철학의 무위자연과 같은 한국문화의 정신적 가치들을 내면화한 점에서 진정한 한 국 현대미술의 출발을 이룬 경향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전후로 단색조 회화가 등장한 배경은 선행연구(Kim, B., 2002; Kim, M., 2003;
Koo, J., 2016; Kwon, Y., 2013; Lee, I., 1978; Lee, K., 1995; Oh, K., 2002; Yun, J., 2000a, 2012b)에서도 밝혀왔듯이, 한국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미술계의 자생적 미학의 필요성에서 비
롯되었다. 한국 사회의 근대화는 1960년대에 산업화를 통해 구조적인 기틀을 마련한 이후, 1970년대에는 삶의 질과 정신문화를 향상시키는 내적 성장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Choi, J., 2018). 이른바 민족주의 열풍이 사회 전반에 가득한 가운데, 미술계에서도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노장사상(老莊思想)과 같은 동양 철학과 화엄경(華嚴經)을 비롯한 불교 교 리, 백색 애호의 한국적 정서 등과 같이, 전승되어온 전통적 미의식이 일종의 교양처럼 미술인 들 사이에 미학적 원류로서 자주 참조되고 있었다.
당시 동양 고전에서 추출한 준거들을 요약하자면, 대체로 범자연주의, 정신적 수양과 수신, 비움, 무기교, 무작위성 등을 맥락으로 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노장사상의 ‘무위(無爲)’의 정 신, 즉 인위와 조작을 버리고 사물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라 소박하고도 원초적인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범자연주의와 비움의 미학에 공명했다. 또한 그것은 불교의 화엄사상, 즉 우주만물 은 서로 연결되어 생과 사, 존재와 사라짐을 순환하며 일심(一心)으로 통한다는 진리를 부단한 수양과 수신으로 따르고자 했고, 그러한 마음의 작용을 위한 실천적 수행법인 선(禪)사상을 통해 ‘무아(無我)’에 이르는 정신성을 부각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백색 애호의식, 즉 청렴과 결백을 상징하는 문인적 취향과 사의성, 무기교 및 무작위성에 닿는 소박한 자연관을 통해 실물에 깃든 깊고도 단아한 사유의 세계와 마주하게 했다.
이처럼 당시 미술인들은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과 고유의 문화적 소양으로부터 스스로의 정신 적 평안을 찾고자 했으며, 그와 같이 수양과 수신을 기저로 한 작가들의 창작활동은 동양 고유 의 자연관과 물질관을 따르는 원초적 환원에 대한 기조와 발상을 드러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의 작품 성향은 대체로 무목적적인 행위와 창작 과정의 수행적 행위를 중시하는 한편, 조형의 원점 으로 돌아가 색의 원형으로, 물질의 고유성으로 환원하여 자연과 정신세계로 회귀하는 무기교 와 무작위적인 순수 미학을 지향했다.
그러한 공통된 의지와는 달리, 단색조 회화의 양식은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예로써, 박서보, 하동철, 최명영, 이우환 등과 같이 행위의 반복을 통해 평면성을 드러내고 그린다는 작위적 표현성을 비워내는 경향, 김창열, 박장년, 김용익 등과 같이 행위의 결과물인 일루전을 지지체 인 캔버스와 일체시키는 경향, 정상화, 정영열, 최창홍 등과 같이 반복되는 패턴과 물성을 극대 화하는 경향, 김기린, 최병소, 이정지 등과 같이 안료를 지워가면서 평면을 회복하고 비물질화 하는 경향, 권영우, 정창섭, 윤형근과 같이 한지를 뚫거나 찢고 수묵화의 침윤 방법을 적용하는 경향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이들의 경향은 하나의 운동처럼 확산되었으나, 그 안에서는 저마다 개별적인 탐색을 통해 다양한 양식으로 전개되었다(Oh, K., 2002, pp.8-10).
<Figure 1> Park, Seo Bo,
<Ecriture(描法) No.10-72> 1972, Pencil and Oil on Canvas, 194×260cm(SEO-BO Collection of Foundation)
<Figure 2> Kim, Tschang Yeul, Waterdrop, Oil on Canvas, 180×230 cm, 1975 (Catalog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Figure 3> Chung, Sang Hwa, Untitled-74-F6-B, Oil on Canvas, 226×181.5cm, 1974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그 중에서 단색조 회화를 일선에서 일궈낸 대표적인 작가, 박서보는 1960년대 말부터 ‘동양정 신, 토착사상’ 등을 화두로 하여 기하학적 형상을 오방색으로 표현한 <유전질> 연작을 통해 전통적인 것의 근대화를 실천한 이후, 1973년 6월에 동경 무라마쓰(村松) 화랑의 개인전에서
<묘법 No.10-72>를 선보이며 단색조 회화의 문을 열었다. 이는 ‘자연과 동일한 정신적 공간 으로서의 백색’이라는 백색 미학을 투영한 것이며, 거기에서 더 나아가 ‘무위순수(無爲純粹)’한
무목적적인 행위의 반복을 통해 탈 이미지 또는 탈 표현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박서보는
<묘법> 연작에서 그리기를 대체하는 ‘쓰기 혹은 선긋기’ 행위의 반복을 통해 이미 쓴 것을 다시 지우는, 즉 그린다는 표현성을 지워가는 회화를 제시했다. 이는 무작위성, 무명성, 수신, 정신성 등을 기저로 한 노장사상의 자연회귀 의식과 전통적인 백색의 미의식을 수렴한 결과였 다(Park, G., 2007, p.54)<Figure 1>.
또한 김창열은 1971년에 물방울의 형태를 정립한 이후, 물방울의 영롱한 일루전을 캔버스에 밀착시키는 극사실적인 표현을 꾸준히 제시했다. 여기에서 그는 매재로서의 물방울이 환영도 실제도 아닌 중성적인 존재라고 지목했는데, 이는 물방울이 맺혀 그 재현성을 드러낸다 해도 곧 사라져 무(無)로 돌아갈 숙명을 바라보게 하는 개념적 존재로서의 현현을 의식한 것으로, 노장 사상과 선사상에서 지향하는 ‘충만한 공(空)’을 함의했다(Kim, C., pp.51-55)<Figure 2>.
정상화는 물감을 캔버스에 바르고 이를 격자 모양으로 균열을 내서 떼어낸 다음, 다시 그 자리 에 물감을 메우는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완성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는 뜯고 메우는 무념무상의 수행적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작가와 물체의 일체화 과정을 수렴하고 있으며, 물감 의 층위가 자연스럽게 덩어리로 쌓여 물성이 극대화되는 효과를 통해 무작위적인 동양적 자연 관과 물질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Figure 3>.
<Figure 4> Kim, Gui Line, <Visible, Invisible>, 1976-77, Oil on Canvas, 250×190cm (Leeum)
<Figure 5> Kwon, Young Woo,
<74-9>, 1974, Korean Paper on Panel, 160×121cm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Figure 6> Ha, In Doo, <Nirvana>, 1979, Oil on Canvas, 116×91cm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김기린은 캔버스를 눕혀 놓고 검정색 스프레이를 반복적으로 뿌리면서 물감의 층위를 쌓아 가는 작품을 제시했다. 관람객은 두터운 물감의 덩어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의 가장 바깥 면에 도포된 색료적 결과물을 보게 되는데, 망망대해의 심연을 이루는 색의 공간을 통해 보는 이는 저마다의 내면에 이르는 명상적 혹은 사유적인 지각체험을 경험하게 된다<Figure 4>.
권영우는 그리는 행위가 아닌 그리지 않는 행위를 통해 미의식을 표출하고자 했는데, 백색의 화선지를 손가락으로 밀거나 구멍을 뚫어서 찢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한 결과를 담아냈다.
이는 자신(我)의 무위적 행위와 한지(物)의 물성을 분리할 수 없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장 으로써 펼쳐낸 것이었다<Figure 5>.
하인두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불교의 선사상에 심취하여 ‘무아와 ‘윤회’의 예술적 표현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피안의 문, 소망의 문’ 등과 같이 종교적인 죽음의 의미를 형상화하고자 했는데, 주로 푸른색을 기조로 한 격자문이나 마름모 형태를 반복적으로 구성하면서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신의 경지를 표현하고자 했다(Kim, K., & Shin, S., 2007)<Figure 6>.
한편, 단색조 회화의 부상 속에서 당시 전위적 작가들 사이에서 급속히 수용되고 있었던 모노하 (物派) 이론과 현상학 원리는 단색조 회화에서 구가했던 인간 내면의 정신적 작용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1969년 9월에 조직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와 1971년에 결성된 「Space Time(ST)」 등의 전위 그룹들의 주도로 수용되었다. 그 주요 원리는 인간과 세계가 주객관계를 초월하여 새로운 차원의 구조 속에서 만나 관계항을 이루는 지점에서 예술 적 의미가 발현된다는 것으로, 예술작품은 작가의 신체를 통해 지각하는 세계의 현현이며, 의식 과 동시에 존재하고 존재함과 동시에 의식하는 순수한 정신적 작용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해, 이는 미술에서의 조형 요소인 물질과 공간이 인간과의 관계, 즉 인간의 눈과 정신의 상호작용을 통해, 단순한 지각의 대상에서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존재한다는 개념 적인 상황을 제시했다. 이건용, 심문섭 등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이 새로운 조형 개념을 통해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조형의 틀에서 벗어나 해프닝, 설치작업 등과 같은 보다 포괄적인 조형예술로 확장해 나갔다(Choi, J., 2018, pp.130-137).
당대 미술계에서 현상학의 개념이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상학의 출발이 인식론이나 존재 론 등과 같이 인간 중심의 표상주의로 가득했던 서구의 근대사상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양의 상대적이고도 주관적인 인식의 구조를 수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장사상, 불교 교리 등의 세계관과 일면 상통하는 자연주의와 신비주의적 시각을 지닌 현상학은 인간의 정신적 작용을 통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예술적 개안과 표현형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당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중핵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당시의 많은 미술인들은 동양의 전통 사상과 한국 특유의 정서로부터 소박한 문인정신, 무위와 무아의 수행적 태도, 근원을 추수하는 정신적 환원의 창작 태도를 통해 스스로의 수신과 수양의 과정에 대한 의미를 축적하면서 저마다의 개별적인 예술 논리를 구가해 나갔다. 단색조 회화를 비롯하여 수신과 정신성을 지향하는 예술 현상은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미술계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고,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외적으로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양상 으로 나아갔다.
3. 한국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다면성을 공유하는 동시대 단색조 회화
단색조 회화와 모노하의 물결은 1980년대의 한국 정치사회의 변화로 인해 커다란 지각변동을 겪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주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는 군부의 장기집권에 이어 재야 정치세력에 대한 탄압, 노동계층의 투쟁 등과 같은 암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실에 대한 올바 른 인식과 대처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급속히 대두되었던 데에서 시작되었다.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단색조 회화와 모노하의 관념적, 사유적, 개념적 유희에 대한 전반 적인 검토와 함께, 그에 대한 반동으로 현실적 삶에 대한 성찰과 실재하는 대상에 대한 형상성 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미학적 기재들이 대두되었다.
1980년대의 새로운 미술지형에서 두드러진 양상은 「현실과 발언」,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아방가르드 미술, 즉 민중미술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제도권 미술로서의 모더니즘미술에 대한 반발과 저항의식을 표출하며 현실 참여 및 사회 계도적인 미술을 표방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추상미술 일변도의 기조 속에서 사려졌던 형상성의 복귀 를 추구한 움직임이 일었다. 이는 1978년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동아미술제>를 필두로 확산 되었는데, 주로 체험적 삶과 현장성을 풍미하면서도 인간의 존재를 둘러싼 상황들과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아우르는 주제를 다루었고, 이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작품 들로 이뤄졌다. 이러한 현상은 당시 국내에 소개되었던 독일의 신표현주의, 프랑스의 자유구상, 이탈리아의 트랜스 아방가르드, 미국의 뉴 페인팅 등과 같은 구상미술의 세계적인 부상에 힘입 은 것이기도 했다(Yun, J., 2000, p.188).
1990년대를 즈음하여 한국 미술계는 해외 미술계의 변화에 발맞춰 모더니즘의 일원론적 존재 양상으로부터 벗어나 해체와 탈 중심화를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들, 즉 지역미술, 구상미술, 페미니즘, 다원주의, 절충주의, 혼성융합 등의 다층적 미술현상이 공존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상으로 나아갔다. 이는 소비와 대중문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시대로 나아가는 급격한 변모 속에서, 오늘날까지 장르와 개념의 경계를 아우르는 미의식의 구조적 지표가 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 미술문화는 더욱 광역하고도 조밀하게 다원적 가치를 구가하는 다층적인 생태를 일궈가고 있다.
이와 같이 미술계가 다변화되는 양상 속에서, 단색조 회화는 2014년 국내외의 미술계에 다시 등장하여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유명 미술관과 화랑, 옥션을 통해 선풍을 일으키며 미술 시장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가치를 회고하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K-Culture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한국 미술계의 성장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단색조 회화에 대한 주목은 모더니즘 시대의 예술 유형이라는 역사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집단 개성’으로 요약되었던 다양한 양식의 가치가 동시대의 미의식 속 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 채 재 조망된 것을 의미한다. 인간 내면의 정신적 작용을 탐색하는 단색조 회화의 미학은 창작자의 개성과 감상자의 심리 사이에 다층적인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고, 보는 이의 심상에 저마다 다른 비정형적인 사유의 흔적들을 남긴다. 이처럼 개인의 내면 에서 자라난 단색조 회화의 다원적 가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미감에 부응하는 현상으로 다가 온다. 실제로 단색조 회화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동시대의 소위 2세대 작가들은 1970-80년 대의 1세대 작가들의 개성적인 미의식과 조형성에 버금가는 다면적인 창작 태도와 성과를 보여 준다.
동시대 미술기획과 평론활동을 이끌어온 윤진섭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단색 화》전을 개최한 이래, 2018년 《한국의 후기 단색화》전을 순차적으로 기획한 바 있다. 그는
‘후기 단색화 작가들이란 70-80년대에 한국 미술의 현장에서 모더니즘 미술을 직접 체험했던 작가 군(群)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재 50-60대의 연령에 도달한 세대’라고 설명하면서, ‘전기 단색화 작가들의 제자 벌에 해당하는 이들은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근현대화의 과정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또한 윤진섭은 이들 세대의 특징에 대해 ‘유교적 생활 윤리보 다는 합리주의적 사고가 몸에 배 있으며 일본어보다는 한글과 영어의 구사가 더욱 자연스럽고 편하고, 유럽과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미술을 전공한 유학세대가 많다’고 하여 세대교체의 현상 이 두드러진 점을 들었다. 즉, 2세대 단색조 회화 작가들은 모더니즘 미학을 학습한 세대이면서 미술계의 환경 변화를 겪으며 개인을 중심축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적 미의식을 수 용해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1980년대 이후부터 미술 매체와 매재의 급속한 발전 속에 서 독자적인 재료의 선택과 창제작 양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 온 세대이다.
이처럼 미술계의 시대적 환경과 구조의 변화에 따라, 단색조 회화 작가들은 대의적인 미학을 공유하면서도 연대기적 기술 속에서 세대 간의 차이를 드러낸다. 1970-80년대의 1세대 작가 들은 은둔자로서의 선비 전통과 문인화 정신, 자연 회귀의 의지, 사회와의 거리감을 두는 ‘무아’
의 지향성을 엿보이며 수신의 의지에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2세대 작가들은 수신의 창작 태도 외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의식의 발현과 그것의 개성적인 표현에 대한 관심으로 더욱 다가서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것은 개인의 사유체계를 더욱 섬세하 게 기호화하는 제작 방식의 문제로 나아가 동시대 미술의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단색조 회화 본연의 가치를 확장하고 그 지평을 넓혀나가는 양상으로 표출되었다(Yun, J., 2018).
<Figure 7> Kim, Keun Tai,
<Discussion>, 2019, Oil on canvas, 60x60cm (Instagram Of Kim, Keun Tai)
<Figure 8> Lee Jin Woo,
<Untitle(19-AC-08)>, 2018-19, Mixed Media on Canvas, 97x130cm (art.chosun.com)
<Figure 9> Kim, Tschoon Su,
<ULTRA-MARINE 1412>, 2014, Oil on canvas, 100x72.7cm
(neolook.com)
2세대 단색조 회화에서 추출되는 대표성은 재료 본연의 속성을 존중하는 자연회귀의 태도와 무구한 수행적 행위를 통한 물아일체의 과정, 그것으로 귀결되는 물성의 비움과 채움, 정신적 사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자율성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김근태는 돌가루를 주재료로 삼아 자연을 구성하는 시원적 의미와 사물의 본질적 형질을 좇는
의식의 장을 펼친다. 그는 돌이 가진 본래의 성질을 재현하기 위해 유화물감에 석분과 접착제를 섞은 뒤, 이를 광목 캔버스에 합쳐서 독자적인 바탕체를 만들고, 그 위에 돌가루 반죽을 자연스 레 흐르게 하면서 물감이 스스로 형태를 자아내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물감의 능동적인 움직임에 따른 물성만을 남긴다. 반복된 행위로 물감이 두텁게 올라갈수 록 층위가 지워지고 다시 채워지면서 분청사기와 같은 질박한 표면이 드러나는데, 이는 사유의 끝을 향해 좇았던 작가의 의도대로 자연의 궁극적인 표정으로 다가온다<Figure 7>.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진우는 한지와 숯을 재료로 하여 경험과 직관에 의한 수행적 행위를 중시하는 회화 창작에 천착해왔다. 그는 기성의 캔버스를 사용하는 대신 한지 자체를 바탕으로 삼아, 그 위에 잘게 부순 숯을 펼쳐 놓고 한지로 덮어 물을 뿌린 뒤, 표면을 쇠 솔로 두드리거나 긁는 행위를 가한다. 이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한 결과 한지 사이사이에 울퉁불퉁한 숯이 입체적인 형상과 표면을 만들면서 두툼한 두께와 불규칙적인 마티에르, 검푸른 무채색을 우려낸다. 이렇게 한지와 숯이 응집된 덩어리로서의 회화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작가 자신의 근원적 정서와 내면에 대한 성찰, 우주와 자연의 변화 및 순환을 수용하는 수행과 묵상의 아우 라를 지닌다<Figure 8>.
김춘수는 담박한 푸른색 물감을 화면 가득히 펼쳐내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이는 손을 붓 삼고 몸을 붓대로 삼아 캔버스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횡단한 결과물이다. 그는 캔버스 바탕을 개념적 공간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차오르는 정신적 작용과 그것에 부응하는 몸의 언어에 스스로를 맡기는 무아의 수행적 과정을 창작의 전제로 한다. 이는 예술 언어 이전에 인간의 원초적 몸짓이 지시하는 근원에 대한 회귀 본능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푸르디푸른 캔버스의 전면성은 유토피아적 이상향과 인간의 욕망이 어우러진 공간이면서 동시에 고요한 정신의 순 화와 말간 감응을 유도한다<Figure 9>.
<Figure 10> Kim, Taek Sang,
<Breathing light-Violet emerald>, 2018~2019, water and acrylic on canvas, 132x123cm (Catalog of Between color and light)
<Figure 11> Cheon, Kwang Yup,
<Omni_no.4>, 2015-16, oil mixed media on canvas, 53x46cm (Catalog of OMNI- 波動)
<Figure 12> Lee, Bae, <Issu Du Feu>, 2003, Charcoal on Canvas,
260x170cm (Parrotin.com)
김택상은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감각적인 색채의 겹을 보여준다. 이는 캔버스 표면을 칠해서 만든 색 층이 아니라, 자신이 조색한 색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방식을 적용하여 캔버스 자체가 자연의 고유색인 것처럼 살아 숨 쉬는 빛을 담아낸 결과이다. 그는 극소량의 아크릴물감을 물에 희석하여 캔버스 천에 붓고, 안료가 침전되기를 기다려 물을 빼낸 뒤 건조시키는 과정을 수십 차례 되풀이하여 색의 자취들을 붙잡아 놓는다. 이는 안료의 색깔과 농도, 물의 양과 깊이, 침전과 건조의 시간, 그날의 기후 환경 등이 변수로 작용하여 매번 다른 색채의 침전물을 수확 하게 한다. 자연의 효과를 수렴하여 스스로 완성되는 그의 회화는 우연한 혼색의 효과가 어우러 져 생기와 빛을 머금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주며, 심연의 관조와 사유, 명상을 통한 내적 평정으로 이끈다<Figure 10>.
천광엽은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인 점을 단위로 하는 평면작업을 선보여 왔다. 1990년부터 시작된 그의 점 작업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고, 형태가 되는 무한한 확장성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 귀결할 수 있는 환원성, 자신을 숨기고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익명성, 무(無)
형상 혹은 비(非)형상의 추상성에 대한 작가의 의지를 표명해온 것이었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 혹은 알루미늄 판에 안료를 여러 차례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에어스프레이 분사로 점을 만들고, 샌드페이퍼로 갈아낸 뒤 다시 물감을 바르는 반복 작업으로 완성된다. 그 중에서
‘Omni-波動(파동)’ 연작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그리하여 특정한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뜻의 ‘Omni’를 주제로 하여 수많은 점들이 ‘전체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전체’를 뜻하는 집단 체로서 재해석되게 하는 의도를 담았다. 이는 본질과 근원적 질서, 존재의 순환 구조에 대한 탐구 의지를 나타낸다<Figure 11>.
1990년 도불한 후 파리와 뉴욕,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배는 숯과 파라핀을 사용한 평면과 오브제 설치작업을 선보여 왔다. 숯은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생활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던 점에서 한국적 정서를 일깨우는 한편, 동북아시아의 수묵 세계의 바탕을 이룬다는 점에서 동양 고유의 문화적 토양과 정체성을 환기하는 매재이다. 또한 숯은 ‘모든 물질의 마지막 모습’이라 는 소멸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삶에 대한 통찰과 죽음에 대한 장엄의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는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 가마에서 나무를 15일 동안 굽고, 다시 15일 동안 식혀서 순수 한 탄소성분의 숯을 만들고, 이를 절단해서 단면이 보이도록 배치하여 변화무쌍한 질감과 다양 한 흑 빛을 발산하게 한다. 이는 자연에서 취한 재료 고유의 물성을 부각하는 한편, 재료가 지니는 깨끗함과 영원성을 통해 삶을 성찰하게 하는 힘을 전달한다<Figure 12>.
이와 같이 저마다 내용과 형식을 달리하는 동시대 단색조 회화의 경향은 동양 전통의 미감이나 정신성의 탐구열을 밀고 나간 1970-80년대 단색조 회화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바탕으 로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집단적 흐름으로 서의 동참이 아닌 지극히 개별적인 예술의지와 미시적 창작 실험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1세대 작가들이 그러했듯이, 2세대 작가들도 재료가 지니는 근원성에 대한 발견으로부 터 내적 사유, 삶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는 창작 과정을 작품 안에 수렴하지만, 스스로의 수양과 수신에 가치를 두었던 1세대 작가들과 달리, 자신들이 개발한 방법론으로 독자적인 예술로서의 표현 의지를 발화하는 데에 더욱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을 뜻한다. 보다 확장된 미의식과 정교해 진 방법론으로 선배세대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2세대의 활동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단색조 회화의 확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의 다변화된 움직임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고 향후 미술 사적 기여도가 쌓여간다면, 그 다음 세대의 출현과 단색조 회화의 또 다른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 시공을 초월한 사유의 세계, 디지털 미디어 속의 디지털 단색조 회화
최근 미술계는 글로벌 K-Art의 실현을 위한 염원과 한국 미술의 세계적 위상 정립을 위한 한국 미술의 콘텐츠 재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가 톱니바 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단색조 회화를 동시대의 눈높이에서 재조명 하는 것은 미술사적 필연성과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논리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의 매개가 변화됨에 따른 패러다임이 변모를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또 다른 모색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 환경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미디어아트의 장르적 발전이라는 범위 외에,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은 타 분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고, 저작권 등의 범용을 위한 규범과 제도적 기준 마련이 요원한 상황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세계무대, 즉 세계적 콘텐츠로 공유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양성화하는 길이 최선일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의 진입은 예술의 존재 방식과 향유 방식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그것은 전자매체를 이용하는 미디어아트의 발전에 대한 변화만이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환경과 기술 체계가 창제작의 여건을 확장시키고, 그 결과물들을 디지털 콘텐츠로 데이터화하여 재현부터 재생산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로 공유하는 양상을 일상화했 다. 예를 들면, 글의 초두에서 언급했듯이, 웹2.0시대가 되면서 작품 창작은 창작자의 일 방향적 인 제공을 넘어서서 관람객 참여 혹은 사용자 중심의 형태로 급격히 변모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용자는 콘텐츠를 재생산하여 자신의 취향과 선택을 통해 감상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말하자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미술 콘텐츠를 창작하고 감상하고 소유하는 방식 전반에 걸쳐 일대의 혁신을 가져온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작품이나 전시와 같은 문화생산물들을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다수의 수용자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특성이 지니고 있어서 미술의 대중화와 미술의 공공재 역할을 양성화하는 데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고립의 상황과 그로 인한 우울감의 치유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디지 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디지털 네트워크 체계와 그것을 통한 콘텐츠 의 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건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정책과 기준이 필요하겠지만, 이와 더불 어 시급히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디지털 환경에 담을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와 ‘스토리텔 링’, 콘텐츠의 특성을 쉽게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디지털 도슨트’ 체계의 제공이 다. 이것은 작품과 관람객(사용자)이 만나는 물리적 환경을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전시 혹은 디지털 아카이브 형태의 프로그램이며, 감상의 방식과 정보 제공의 수위를 사용자가 선택하는 확장된 기능을 통해 개인간 취향의 문제를 수렴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지니는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 그형 전시나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더욱 필요로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한다. 그 이유는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의 감성적 지각은 보편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 오감을 기반으로 하는 지각 영역에 대한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신과 육체의 지각에 대한 균형감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디지털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하고 이해할수록 원본에 대한 감상 욕구는 더해지고, 반대로 아날로그에서의 감각적인 경험이 채워진 후 디지털 콘텐츠 를 대하면 풍요로운 공감각적 체화가 이뤄지는, 말 그대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은 첫째, 원본으로서의 아날로그 콘텐츠의 자연노화와 상실에 대비하여 영구 보관 및 소장의 방법이 될 수 있고, 둘째, 원본 감상시의 가시적 혹은 물리적 한계를 보완 하는 다양한 디지털 정보의 공유를 통해 원본을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보완 수단이 될 수 있고, 셋째, 아카이빙 자료 형태로 반복 감상과 참조가 가능하여 교육적 효과의 배가와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순기능을 발현할 수 있으며, 넷째, 아카이빙 정보의 양을 가변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 연구의 결과를 꾸준히 보완 및 확장할 수 있으며, 다섯째, 실제의 작품을 감상하고자 하는 개인의 감성적 지각 욕구를 더욱 발화시키는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다(Shim, H., 2017).
단색조 회화는 디지털 콘텐츠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단색조 회화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의 한국적 미의식의 변화를 공고히 하며 꾸준히 확장 되면서 명실공히 한국 미술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위상을 세계 미술계에서 공유 하고 더 나아가 세계인이 애호하는 K-Art의 대중적 브랜드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디지털 단색 조 회화의 형식과 방법론을 시급히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단색조 회화를 디지털 도슨트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 콘텐츠로 제시했을 때 미리 헤아릴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관람객 개개인과 친연성을 쌓을 수 있다는 지점이다. 즉, 단색조 회화는 작가마다 다양한 양식적 특수성을 지니 고 있어서 올바른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그 제작 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디지 털 체계를 통한 정보 공유는 대중적 이해를 돕는 데에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단색조 회화는 정신적 작용으로 비가시적 사유체계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을 기조로 하기 때문에 작품마다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지니게 되는데, 이를 디지털 정보로 심화하여 제시했을 때 감상자의 심연이 더욱 유연하게 열릴 수 있다. 또한 명상, 사유, 통찰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단색조 회화의 힘은 코로나시대의 고통을 치유하고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힐링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시의적절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 범위와 대의적인 특성을 살펴보고, 단색조 회화의 디지털
콘텐츠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범용 효과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우선, 디지털 환경에서는 단일 콘텐츠의 역사성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서 관찰할 수 있다. 그동안 미학, 예술학, 미술사학, 사회 학 등의 인문과학의 연구 성과는 디지털 환경에서 물리적 시공간의 연차성을 뛰어넘어 동일한 가치를 부여 받고, 주제어의 호명에 따라 정렬하는 데이터 값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유독 다면 적인 특성을 지니는 단색조 회화는 그동안의 무수한 담론과 연구 성과를 집약하여 집단 개성적 인 특성에서부터 개인의 표현 기호적인 특성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적 흐름과 연구 결과들을
‘물성의 비움과 채움의 양식적 표현’, ‘캔버스 지지체의 다양성’ 등과 같은 특정한 주제어들을 통해 보다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층위의 폴더 형으로 프로그래밍 된 정보체계를 활용함으로써 감상을 위한 인문지식의 폭과 깊이를 넓힐 수 있다. 단색조 회화 작가들의 다양한 창작 태도와 제작 방식을 아우르는 작품 감상은 작가의 개성에 대한 선행연구나 참조 없이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전시 환경에서는 작품의 아우라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보다 심층적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과 깊이 소통하면서 사유에 접속하는 일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 또한 ‘작가의 약력’, ‘재료의 종류’, ‘제작 방식’, ‘작품 소장 이력’, ‘제작 시기의 사회 환경’ 등과 같이, 디지털 정보의 양과 수위를 선택형 정보 형식으로 프로그래밍하고 이를 간단한 조작만으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원하는 정보를 다면적으로 취하되 원치 않는 내용 공유에 따른 피로감은 배제하도록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디지털 환경에서는 4k, 8k 등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어 매체의 보급으로 인간의 오감과 공감각을 충족시키는 감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마이크로 세계를 매체의 힘을 빌려 마주하게 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스펙터클을 경험 하게 하는 새로운 차원의 감상 형태이다. 단색조 회화의 특성 중에서 시각적 촉각성은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의 하나이다. 보는 이는 독자적인 지지체, 행위의 결과로서 드러나는 물감, 안료의 물성과 질감을 시각적으로 감촉한 느낌을 통해 공유하기 때문이다. 재료가 지니는 물질 적 질감을 고해상도 클로즈업 기능을 통해 접했을 때 보는 이의 시각적 자극과 촉각적 자극은 더욱 배가되고 새로운 상상과 사유의 감성적 체험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특정 서사를 시각, 청각 등으로 가시화하는 영화적 기능을 통해 작품의 공감각적인 이해에 도움을 준다. 단색조 회화는 서사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작가가 창작 과정에 서 자아내는 서사로부터 작품에 수록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장치들이 지니는 서사, 보는 이의 감각을 통해 재생산된 서사에 이르기까지 단색조 회화가 던져 놓은 서사와 그 정신적 작용의 범위는 매우 넓고 다층화 되어 나타난다. 그런 이유로 사유적 코드에 대한 공유 지대는 쉽게 마련되기 어렵고 작품 안에서 의도했던 서사와 그것이 매개하는 사유의 세계는 추상적이 고 관념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제작 의도 에 연계되는 시청각적 장치 및 보조 자료, 제작 과정의 퍼포먼스, 인터뷰 동영상 등의 영상 정보를 가용 범위에서 제공하는 것은 작품 감상을 위한 교육적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이처 럼 작품 감상을 위한 디지털 도슨트 체계는 다종다양한 범위와 방식에서 제공이 가능하다.
그동안 단색조 회화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획전시가 개최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앞서 살펴보았던 박서보의 <묘법> 연작을 전시 공간에서 마주한 상황과 디지 털라이징을 통한 디지털 전시 형태로 만난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묘법의 탄생 배경 과 백색의 의미, 제작 과정에서 발현되는 작가의 무목적적인 행위의 반복, 그리기를 쓰기 혹은 선긋기로 정의한 이유, 쓰기로 쓴 것을 지운다는 개념에 대한 이해, 캔버스의 개념적 공간에 서린 무아를 향한 수신과 정신적 사유의 의미, 묘법의 발전과정 등을 각각 어떠한 방식으로 수렴하게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리적 공간에서 처음 만난 <묘법>은 아무런 설명을 제공하 지 않는다. 물론 작품의 아우라에 공명하여 좋은 느낌을 갖거나 투명하게 존재하는 사유의 늪으 로 빠져들 수 있겠지만, 작품의 역사적 의미와 참된 가치를 공유하는 인문학적 교감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을 수도 있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디지털 전시에서 <Figure 1>을 감상하기 위해, 우리는 전체와 부분,
사이드의 이미지를 선택하면서 생김과 색채, 표면 질감, 뒷면의 싸인 등을 인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클로즈업 기능을 통해 세밀한 부분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와 동시 에 둘째 아들의 받아쓰기 흉내를 보고 묘법의 모티프를 얻은 상황을 수록한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클릭할 수 있다. 또 다른 영상에는 박서보의 쓰기 혹은 선긋기의 개념이 회화와 서예 양쪽에 속하지 않는 경계성 언어이자 비서구적인 표현 행위로서 수용된 것을 설명하는 문서가 마련되어 있다(Nakahara, Y., 1978).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궁금하면 첨부된 동영상 파일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또한 작가가 사용하는 물감의 종류가 무엇인지도 금새 알 수 있고, 더 깊게는 한국인의 백색 애호의식의 역사적 의미나 노장사상의 무위 사상의 본뜻을 다른 화면 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묘법의 무작위적 퍼포먼스가 해를 거듭하며 다양한 양식적 발전을 이루다가 색채 묘법에 이른 흐름까지도 한눈에 펼쳐 볼 수 있고, 서구의 미니멀리즘 회화와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 지도 작품을 불러 대조해 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후기 묘법 의 표면에서 드러나는 이랑들의 형태를 고해상도 화면을 통해 깊이 침투해 볼 수도 있다. 이러 한 작동은 정면 투시에서 간취할 수 없는 오묘한 파고와 진동을 눈앞에서 펼쳐내고, 마찰력으로 일어난 종이의 거친 질감들을 포착하여 실제 작품을 보고도 알 수 없었던 비밀의 세계를 전해준 다. 이는 사용자의 오감에 깊이 파고들어 새로운 정신적 작용을 일으키고, 보는 이들을 저마다 의 연상의 바다로, 사유와 환상의 숲으로 나아가게 한다. 묘한 시각적 촉감을 공유한 이와 같은 경험은 다음 번 아날로그형 기획전시를 통해 원본 작품과 더욱 공교로운 교감을 나눌 수 있게 한다.<Figure 13>
김근태의 작품 <Figure 7>이나 이진우의 작품 <Figure 8>, 이배의 작품 <Figure 12> 등도 물리적 공간에서 만났을 때에는 말간 평면 안에 축적된 독특한 제작 방식과 과정, 무아에 이르 는 수행과 노고를 도통 알 수 없다. 디지털 도슨트는 단색조 회화의 독자적 특성과 작품 뒤에 숨어있는 무수한 서사와 사유의 깊이를 사용자의 편의에 맞추어 공유하게 한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고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위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일상에 드리운 코로나 블루 속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치유하기 위한 자가형 예술치 료제로 손쉽게 선택할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은 아날로그적 감상이 주는 아우라가 있듯이, 디지털 감상이 주는 새로운 감성적 충만을 제공한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아우라, 즉 아우라의 현실적, 대중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일상이 바쁜 현대인을 위해 디지털 감상법은 미래 미술의 감상 형태를 개인별 맞춤형 패키지 형식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담아본 단색조 회화는 신비한 비책을 가진 언어처럼 코로나의 시름에 빠진 전 세계인에게 위안 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글로벌 K-Art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여겨진다.
5. 나가며
미술은 시대와 호흡하며 성장한다. 역사적으로 한국 미술과 미술인들의 역량은 꾸준히 진화되 어 왔기에 미래 미술의 세계적 판도 형성에 기여할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이를 증거 하는 것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계에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주의가 문화적 접변을 이룬 이래, 세계 미술 생태계에서 K-Art의 브랜드적 가치는 점진적으로 증대되어왔으며, 세계 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IT기반의 기술력이 뒷받침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눈부신 성장 속에서 한국 미디어 아트는 장르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어왔고, 디지털 콘텐츠는 나날이 일상 속에서 범용되고 있다. 이러한 호황의 분위기는 한국 미술 콘텐츠가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데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 자명하다.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예술적 위상은 무엇으로 형성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세계화와 대중화를 통한 미학적 공유와 그것의 관용어적인 각인이 답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화 와 대중화를 시대적 어법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당대의 신매체를 양산하는 디지털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 그 다음의 답이 될 것이다. 그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패러다임의
<Figure 13> Park, Seo Bo,
<Ecriture(描法) No.070429>
2007, Mixed Media with Korean Paper on Canvas / 97.5cm x 130cm(SEO-BO Collection of Foundation) &
its detail on Bottom image
기울기에 대처하여 미술의 내적 성장을 도모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K-Art의 더 큰 성장을 위해, 디지털 콘텐츠의 예시로 선정한 단색조 회화는 한국전쟁 후 모더니즘 시기의 시대적 과제를 품고 세상에 나와 한국적 정서와 동양 고전의 정신성을 1970-80년대의 세계 미술계에 소개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다시 세계무대에서 단색조 회화가 재조명받는 이유는 모더니즘의 정신과 아우라를 지니면서도, 그 안에 포스트모더니즘 적인 다원성을 내재하고 있는 독특한 미의식과 조형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그 다음 세대인 동시대 단색조 회화의 경향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으로 발화되고 있어, 향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단색조 회화는 가장 뿌리 깊은 한국 미술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측된다.
또한 새롭게 설정한 디지털 단색조 회화는 모더니즘형 단색조 회화와 포스트모더니즘형 단색 조 회화를 각각 개별적 특성을 단위로 하여 대통합함으로써 또 하나의 장르적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원본의 아우라를 폄훼하는 존재 방식이 아니라, 그 자체로써 동시대 세계 미술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공감각적인 미술 감상 방식을 공유하는 범본이 될 수 있을 것이 다. 반세기가 지나 다시 세계무대로 나선 단색조 회화는 디지털 단색조 회화를 동반한 또 하나 의 K-Art 브랜드가 되어 전 세계인에게 따뜻한 힐링 영화와 같은 깊은 감동과 위안을 줄 것으 로 기대된다. 이것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시대의 예술적 아우라이며, 한국 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새로운 로드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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