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되고 싶지 않은 160가지 이유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대기업이 되고 싶지 않은 160가지 이유"

Copied!
5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 때 받던 지원혜택 160개가 사라지고 대기업 규제만 늘 어난다, 누가 중견기업을 하겠느냐"1)

지난 8월 31일, ‘공생발전-건강한 기업생태계 만들기’라는 주제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이 오찬 간담회를 가졌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대기 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상호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의 역할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하고 함께 발전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자는 데, 그 취지에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생 원리 만으로는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소비자의 후생 증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 려가 없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을 막론하고 가격과 품질, 신제품 개발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산업도 발전하고 소비자 후생도 증진되 기 마련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쟁과 소비자의 관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생산자 끼리의 공생을 너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이다. No Pain, No Gain! 고통 스러운 경쟁과정이 없이는 발전의 결실도 없다. 이 정부의 공생발전론은, 경쟁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순기능을 중시하는 시장원리의 틀 안에서 언 급된 것으로 믿고 싶다.

기업생태계의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 대기업 각각 할 일이 따로 있음을 알아야..

그렇다고 해도 또 다른 우려가 있다. 작년 9월 13일에 청와대에 있었던 ‘대기업 대표 간담회’, 그리고 작년 9월 29일의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 이어서 기업생태계 개선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을 주문하는 대통령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우리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어두운 불확실성으로 덮여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확산되는 유로권 국가의 부도 우려는 수출기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를 불안하게 하고 있고, 주식시장의 롤러 코스터 급등락은 투자자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전세를 비롯해서 목표치를 벗 어나 치솟는 물가는 모든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때, 대기업 총 수를 불러 중소기업과의 공생하라며 강조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들은

1) ‘11년 6월 13일,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회 기자간담회 발언 내용 중에서 발췌

대기업이 되고 싶지 않은 160가지 이유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1-09-21

(2)

그 무엇보다도 기업생태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고 또 이 문제는 대기업들이 뭔가 단 단히 잘못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을런지.

우리나라 기업생태계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대기업 도 일부분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정부가 만 든 제도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의 맨 앞에서 인용한 어느 기업인의 하소 연은 과다한 중소기업 지원 및 보호 시책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 인임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생태계의 개선에 진정성을 갖고 임할 양이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게 순서이다. 정부가 할 일이 있 고 대기업이 할 일이 따로 있음이다. 정책과 경제제도에서 비롯된 더 중요한 원인 은 놔두고, 대기업보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라고 하면, 실효성은 없고 또 다른 부작 용만 키우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우리나라 기업생태계의 특징이자 취약점 세 가지

필자의 논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의 특징이자, 취약점을 세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한국의 기업규모 분포는 ‘소과-중약-대희(小過-中弱-大 稀)’의 첨탑형 분포를 보인다. 다시 말하면, 중소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 고, 산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비중은 약하며, 대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희소하다는 의미이다. 아래 <표 1>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소기업에 집중되어 있음을 한 눈에 보여준다. 기준을 달리 해서 인구 1만 명 당 소 기업(종업원 50인 미만 기준)의 수를 계산해보면 한국은 9.7개로, 일본(5.8)과 독 일(7.1)보다 많고, 인구 1만 명 당 대기업(종업원 500인 이상 기준)의 수는 0.07개 로 일본(0.14)의 1/2, 독일(0.21)의 1/3에 불과하다.

<표 1> 주요국 상장기업규모 분포(종업원 기준)2)

2) 황인학, ‘기업규모 분포로 본 한국 기업 생태계의 취약점’, 기자간담회 발표자료, 2008, 6/28

(3)

두 번째 특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 부문에서 경영성과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 코스닥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수익성을 분 석한 오영경 연구(2010)에 의하면3),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3 이상인 우량 중소기업의 비중은 1996년의 24%에서 2008년의 45%로 크게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이 없거나 적자라서 이자보상배율이 0 미만으로 허약한 중소기업의 비중도 동 기간에 7%에서 29%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소기업 부문 내에서도 수익성 차별화가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특징은, 우량 중소기업 의 비중이 늘어도 이들 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의 성장하는 사례가 대단히 희 소하고, 또 거꾸로 허약한 중소기업의 비중이 늘어도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KDI 연구에 의하면 1994년도 중소제조업체 56,472개 중 10년 후인 2003 년 말에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는 75개(0.1%)에 불과했을 정도 이다.4) 이러한 경향은 매경이 IBK 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최근에 조사한 결과에서 도 차이가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다한 지원과 보호가 오히려 성장회피ㆍ은폐의 주요 원인

우리나라 기업생태계 문제의 핵심은 중소기업 밀집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소기업 이 중견기업으로, 그리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 실에 있다. 우량 중소기업이 늘고 있으니 이들 중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종종 관찰될 법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무엇 이 문제인가? 이와 관련 IBK 경제연구소에서 중소기업 졸업단계에 있는 우량업체 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표 2>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 기업인의 55%가 사 업 축소나 외형확대 포기 등의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중소기업의 범주에 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이다. 능력이 있고 성장의 기회가 있어도 기업을 키우지 않겠다 는 응답이 과반을 넘는다. 중소기업의 안주성향 또는 성장기피 현상은 일종의 ‘정형 화된 사실(stylized fact)’로 받아들여야 할 만큼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온다.

예를 들면, 2007년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중소기업 범위를 유지하 기 위해 자회사 설립(17.2%), 아웃소싱 확대(15.3%), 임시근로자 채용확대 (13.6%) 등 인위적으로 규모를 조정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했다.

3) 오영경, ‘한국 기업생태계의 7가지 진실’, 2010

4) 김주훈,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 2005.10

(4)

<표 2> 중소기업 졸업에 대한 대비책 관련 설문조사 결과5)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도 안하겠다는 이유, 적극 적으로 성장을 회피 또는 은폐하는 주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이미 여러 연 구를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소기업에 대한 과다한 지원과 보호 혜택 때문이 다. 중소기업에 머물면 세제상의 우대, 공공구매 우대(판로 지원), 자금 지원 및 각 종 규제의 면제 등 지원과 보호가 넘치지만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면 지원과 보호 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업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정책 의 유인구조가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는 게 유리한 선택이 되도록 작용하고 있는 셈 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총 1,30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가 중앙부처와 지자체 프로그램을 중복 계 산하여 과장되었다고 해도 앞의 기업인이 말했듯이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고 싶 지 않은 최소한 160가지 이유가 우리나라 정책 유인에 내재하고 있음이다.

중견, 대기업은 줄고 중소기업만 양산하는 기업복지정책은 바뀌어야..

경제제도 환경이 이럴진대 대기업이 나서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라면 효과 가 있겠는가. 대기업들이 공생협력의 범위를 2차, 3차 협력업체로 넓히고 이들의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CEO가 열심히 뛴다고 이들 중소기업이 정부의 지 원과 혜택을 포기할 듯싶지는 않다. 더구나 이 정부는 계속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넓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반성장위원 회에서 주도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신설이다. 정부구매시장에서 중소기업들 만이 활동할 수 있는 품목이 이미 195개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민간시장에서도 중소사업자를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심지어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 에 환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어느 기업인이 이 같은 복지혜택을 포기 하고, 규제의 가시밭으로 뒤덮여 있는 대기업의 길을 걸으려 하겠는가.

5) IBK 경제연구소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경제선진화를 위한 제도개혁과제(음선필 외, 2009)에서 재인용

(5)

대기업들이 딱하게 되었다. 정부는 계속해서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도록 유인하 는 정책을 펼치면서 대기업에게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에 앞장서라니, 진퇴양난이 아닌가 싶다. 소를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자꾸 이러다가 중견기업, 대기업들마저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 기 위해 애 쓰기보다는 규모를 줄여서 중소기업의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 는 않을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과-중약-대희(小過-中弱-大稀)’의 기업규 모 분포가 문제인데, 갈수록 중견, 대기업은 줄고 중소기업만 늘어나는 취약성이 심 화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필자의 이런 걱정이 공연한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그 러자면 중소기업 안주성향을 부추기는 기업복지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 다.

참조

관련 문서

스포츠 마케팅을 도구로 이용하는 이유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의

경력 개발 계획

동티모르에 파병된 상록수 부대는 최초 오스트레일리아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으로 파병되어 우리나라가 경비를 부담해 가며, 국경선 근처에 배치되어 치안유지

오클라톡신 A의 대표적인 독성은 신장독성으로 여러동물 실험에서 보고(16)되고 있 고,그 외 발암성,최기형성,면역독성 및 유전독성이 보고되고 있다.발칸지역의 사람

대표적인 예는

기 존의 액션페인팅 작품에 있는 물감패턴을 뿌리기와 흘리기 기법으로 나누고 물감패턴의 길이와 두께를 측정하여 뿌리는 각도 , 붓의 높이, 붓에 가해지는 힘 ,

엄마는 무슨 일 있냐고 물 어보셨지만 나는 아무와도 말을 하고 싶지 않 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내 일기장에 나의

처음 미세먼지 측정기를 제작할 때는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로 설명문을 해석해가며 제작을 해야 해서 걱정도 되고 어려웠다. 하지만 조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