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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트렌드의 한국적 해석 : 정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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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Horizon

글로벌 정치 트렌드를 설명하는 한 단어, ‘위기’

2016년 봄,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다 룬 정치 이슈가 넘쳐났다. 공천 방식, 공약과 정책의 내용, 정 치인과 정당의 형세 변동 등 한국 정치의 변화가 감지된다. 국 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선택한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선거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옴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있으며 얼마나 기대하고 있을까?

글로벌 트렌드에서 정치 부문을 표현하는 단어는 한마디로 ‘위 기’다. 국제기구, 각국 정부를 망라해 전세계적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남미의 최고 지도자로 유명세를 탔던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사건으로 세계인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미국 공화당의 한 대선 후보는 차별주의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많 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비유럽 국가들에 비해 정치 선진국으로 이해되었지만, 지난 3월 벨기에 테러 사건 을 계기로 벨기에 정치가 안고 있는 복잡한 이해 구도와 정부의 무능력이 문제시되었다.

도대체 정치 부문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 나라 를 넘어 많은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정치의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리더십의 위기고, 다른 하나는 관료제의 위기다. 리더십의 위기는 사회와 조직에서 지도 자를 키워내고 다시 그 지도자가 사회와 조직을 이끌어가는 순환 구조의 문제다. 관료제의 위기는 작게는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 는 방식의 문제고, 크게는 한 사회의 정치 문화를 좌우하는 게임 의 규칙, 즉 제도의 문제다.

글로벌 트렌드의 한국적 해석 : 정치편

– 글로벌 정치 트렌드와 한국 정치

글 홍성주(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

이번 호에서는 “글로벌 트렌드 해석:  정치편”을 연재한다.

 사회편  기술  환경편

 경제편  정치편

(2)

한국은 글로벌 정치 트렌드의 두 위기로부터 자유로울까? 한국 에서는 경제 부문의 압축적 성장만큼, 정치 부문도 1980년대 이 후 급격한 민주화를 이루었다. 한국의 리더십은 경제 성장을 이 끈 지도자들과 민주화의 성공을 이끈 지도자들이 주도한다. 또한 국가 성장기였을때 만들어진 한국적 관료제가 각 조직을 규율하 며 한국의 정치문화를 결정한다. 한국의 리더십과 관료제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만들어졌고 불과 10여 년 전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되었지만, 지금은 전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로부터 자유롭 지 못하다.

이 글은 글로벌 정치 트렌드에서 정치인과 정치문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변화를 살폈고, 이를 리더십의 위기와 관료제의 위기로 요약했다. 그 외 국제관계와 관련된 트렌드는 본고에서 다루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1) 리더십의 위기

주요 정치 키워드: 정치가, 지도자, 부패 스캔들, 정치가와 기업가에 대한 신뢰도, 공감 역량, 사회적 지능

2015년 글로벌 의제를 조사하는 한 기구(Survey on the Global Agenda)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리더십에 위기가 있느냐 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86%가 동의를 표명했다. 다음 그림과 같이 리더십의 위기는 아시아, 북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 동 등 세계적 현상이다. 조사 결과 모든 대륙과 국가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리더십 위기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 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 내외에 그쳤다.

세계인들은 왜 공통적으로 리더십의 위기를 진단할까? 그 까닭 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리더의 모습과 현재 리더의 모습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류가 원하는 리더 는 어떠한 사람일까? 앞의 조사기관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꼽은 리더십 요소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글로벌한 시각, 다학 제적 안목,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 태도, 2) 장기적이고 실증적 인 기획 능력, 3) 유능한 소통 역량, 4) 단순히 경제 발전을 넘 어, 사회 정의와 웰빙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는 정치적 의지, 5) 공동체를 이끌 협업적 성향, 6) 용기, 도덕성과 같은 전통적 지 도자의 미덕.

현재의 지도자 중에서 이러한 리더십의 요소를 고루 갖춘 이가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누군가를 꼽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의 리더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직관적 판단은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 전세계의 사람들이 왜 공통적으로 이러한 리더십 요소들을 꼽았는가를 살펴 볼 필요 가 있다. 그것은 20세기 이후 인류의 발전 경로와 관련된다. 세계 의 많은 나라들이 20세기 급격한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을 이루 었다. 전기, 통신, 에너지, 교통, 정보 기술은 각국의 성장을 이끌 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리더십도 변화하게 된다.

20세기 전반기 각국은 얼마나 빠르게 경제 발전의 붐에 진입하느 냐를 높고 경쟁했다. 이 때 중요한 정치적 리더십은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빠른 실행력’이었다. 정치적 지

〔그림 1〕 세계적으로 ‘리더십의 위기라고 보십니까’에 대한 조사 결과

자료: World Economic Forum (2015), Outlook on the Global Agenda 2015, 16쪽에서 인용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 중동, 북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0% 50% 100%

강한 비동의 비동의 동의 강한 동의

16% 14%

14% 14% 8% 8%

61% 55%

57% 44%

57%

65%

22% 30% 27% 41% 35% 27%

Ⅴ. 정치

(3)

28

Future Horizon

에서 지도자가 전략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능 력이 향상되었다. 한국과 같이 후기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들도 선진국과 같은 정책 인텔리전스 역량을 강화해 왔다. 한마디로 글로벌 관점에서 각국의 전략적 판단력이나 기획력이 표준화된 것이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정보 수집과 활용 능력도 높아졌다. 이제 지도자는 과거와 같은 독점적 정보력만 가지고는 우위와 지지를 얻기 어렵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리더에게 주문하지 않는다. 그 러므로 리더는 21세기의 맥락에서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 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 힌트를 캐나다의 철학자 루벤 넬슨 (Ruben Nelson)의 일반성 모델(Generality Model)로부터 유추 해 보자. 넬슨은 인간과 사회의 행동, 판단, 인지를 그림과 같이 세 수준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 모델을 응용하면 20세기 이후 인류가 중시하는 문제 영역은 실행(Doing)에서 경영(Thinking) 으로, 경영에서 공감(Sensing)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 를 해결해 갈 정치적 범위도 변한다. 이를 리더십이 미치는 범위 로 본다면, 그것은 공공 행정의 영역으로부터 경제 전반의 영역 으로,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보다 큰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성장해 온 시대적 변화와 루벤 넬슨의 일반성 모델 을 종합하면, 다음 표와 같이 리더십의 유형 구분이 가능하다. 무 엇보다 다음 표는 한국적 맥락에서 우리가 원하는 리더가 바뀌고 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리 도자들은 대규모의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투

자하여 양적 팽창에 기여해야 했다. 전력 생산을 위한 댐의 건설, 도로의 확장, 철도 건설 등 공공 투자를 늘림으로써 직간접적으 로 민간 부문의 발전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당시에 유능 한 리더십이란 빠른 자원 확보와 공공 투자를 실현하는 ‘행정 역 량’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후반에는 우수한 인프라구조와 기술력을 갖춘 국가들이 늘면서 선진국 간의 경쟁 양상이 달라졌다. 기술적으로는 정보 혁명이 시작되면서 대량의 물량 투입보다는 전략적 판단과 우선 순위, 즉 지도자의 ‘경영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리더는 정보조사와 분석에 기반한 기획력,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판단력 을 높여야 했다. 유능한 정치 지도자일수록 공공 부문의 인텔리 전스 기능을 확대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전략성을 강화했다. 이때

자료: 저자 작성

유형 가치 리더십 요소 실행 방식 성공한 리더 지표

Doing 실행의 리더십 (불도저 리더십)

효율성

•유능한 행정가

•카리스마적 태도

•수직화된 집행 체계 구축 능력

•단중기 계획 –양적 성과 목표 설정 –자원 투입과 배분 –시간과 과정 통제

•양적 목표 도달(예: OO% 향상, OO개 건설)

•계획기간 단축

Thinking 경영의 리더십 (엘리트 리더십)

효과성

•유능한 기획가

•전문성 기반의 역량

•유연한 조직 체계 변화 능력

•중장기 기획과 로드맵 –질적 성과 목표 설정 –조직화와 배분 –개인 성과기반 인센티브

•질적 목표 도달(예: 수준 업그레이드, 개혁)

•높은 전문성과 상대적 우위

Sensing 공감의 리더십 (공동체 리더십)

유의미성

•친근한(불완전한) 비전가

•공동체의 집단지성 도출능력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유도 능력

•비전과 전략 –참여와 소속감 부여 –동기부여 –공동체 기여 인센티브

•성공적 위험관리(예: 대형 사고의 예방과 신속한 사후 대처)

•구성원의 창의성 발휘

〔표 1〕 리더십의 세 가지 유형

자료: Ruben Nelson(2010), Extending foresight: The case for and nature of Foresight 2.0, Futures Vol 42, Issue 4, pp. 282–294.

Doing

맡은 바 열심히!

Thinking

더 좋은 성과는?

행정의 영역

Administration

경영의 영역

Management 효과성

효율성

(4)

더를 동경했다. 잠자고 먹을 시간까지 아끼며 가정과 일상을 포 기하고 오직 업무에 매진하는 지도자를 본받고 싶어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똑똑한 리더에 주목했다. 똑 똑한 리더는 단지 열심히 일하는 리더보다 질적으로 다른 성과를 보여주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리더가 되기 위해 고학력 열풍, MBA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또 다른 리더를 갈망한다. 똑똑하기 보다는 현명한 리더를, 수준 높은 전문적 판단보다는 경청을 통 한 종합적 판단을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국에는 세 유 형의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공존한다. 압축성장기를 이끌 었던 세대는 리더의 실행력과 헌신을 중시하고, 민주화 이후의 세대는 전문가적 능력을 중시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그들의 시대적 문제를 풀어갈 공동체 지도자를 원한다. 결국 한국에서의 리더십 위기는 아래 세 가지 리더십에 대한 집단간 기대의 혼재 에서 발생한다고 진단할 수 있다.

한국의 20대 총선이 끝났다. 리더십의 변화 관점에서 보자면 20 대 총선 결과가 주는 교훈이 명확하다. 그것은 국민들이 실행 중 심의 리더십에 그다지 감동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한국 의 많은 지도자들이 행정에서의 실행력과 헌신을 최고의 덕목으 로 여기지만, 이제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 어가며 그들의 의견을 경청할 리더를 찾고 있다. 요컨대 20대 총 선은 ‘내일의 리더’ 문제를 한국 정치에 던진 것이다.

(2) 관료제의 위기

주요 정치 키워드: 관료제, 정부, 국제 기구, 의사결정 지연, 수직 구조, 위계 질서, 갑을 문화

관료제는 산업화와 국민국가의 발전이 가속화된 19세기 후반의 발명품이다. 관료제의 특징은 명확한 업무 정의와 분장, 구성원 의 행동에 대한 엄밀한 규정, 수직화된 지시와 보고 체계, 위계화 된 의사결정 등으로 요약된다. 관료제는 19세기 거대 기업이 등 장하고 정부 체계가 발전하면서 규모의 조직을 이끌 가장 효율적 인 제도로서 등장했다. 이후 관료제는 기업과 정부를 넘어, 정당, 노동조합, 학교 등 인간의 정치경제 조직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관료제의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1970년 미국의 관료 이자 외교가였던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근대 국가의 악몽으로서 관료제의 비대함을 꼽았다. 그는 비대해진 관료조직

에서 일관성과 기획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키신저 이후 에도 관료제의 문제들이 꾸준하게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 어떠 한 국가도 관료제를 온전히 대체할 대안의 제도를 발명하거나 적 용하지 못했다.

대신 관료제의 수많은 문제들이 노출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도 한 규정과 규제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일이다. 그림은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미국에서 소비자가 신규로 전기를 공급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전기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이 후 정부의 허가를 받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국가마다 다르다.

독일에서 신규로 상업적 전기를 연결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전기 회사와의 계약일로부터 약 2주다. 그에 비해 아일랜드와 이탈리 아의 경우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의 여러 국가들에서는 관료제가 그 위기의 중요한 요인으로 비판 받고 있다.

국가뿐만이 아니다. 국제기구도 관료제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앤서니 밴버리 전 유엔 사무차장보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유엔의 관료제는 사악한 천재 여러 명을 장기 구금한 끝에 짜낸 아이디어가 아닌가 할 만큼 복 잡하기 그지없다. 가입국들로부터 거둬들인 어마어마한 분담금 을 빨아들여 흔적도 없게 만드는 블랙홀이다.” (“[The New York Times] 반기문 진실했지만 유엔은 죽어가고 있다”, 『중앙일보』

2016.3.29 기사에서 재인용)

과거 거대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발명된 관료제는 이제 부 정적인 조직 문화를 일으키는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왜 그럴

〔그림 3〕 주요 국가에서 신규 전기 공급까지의 소요 일수 비교

자료: “Graphic: How bureaucracy is slowing Europe's recovery”, The Telegraph, 21 Nov. 2011

설명: “Regulations and poor administration have held back Portugal, Ireland, Italy, Greece and Spain's economies, illustrated here using Doing Business data.”

독일에서 신규로 상업적 전기를 연결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전기회사와의 계약일로부터 약 2주다. 그에 비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경우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200 days 150 days 100 days 50 days

0 days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Days to get electricity connected

Ⅴ. 정치

(5)

30

Future Horizon

를 증오하기 마련이며, 상부로 올라가기 위한 부정과 비리가 빈 번하다. 어떠한 리더도 이러한 복잡성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어렵 다. 결국 조직 내부에 의심과 감시가 증가하며 구성원의 사기가 저하된다.

한국의 관료제는 어떠한가? 최근 수년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 한 갑질 현상이 바로 관료제와 관련된다. 본래 ‘갑’과 ‘을’은 양자 간 계약 관계에서 다양한 상호 주체들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용 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계약 관계는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 적 ‘갑을’ 관계로 이해된다. 그것은 한국에서의 계약 관계가 관료 제적 질서 속에서 발전해 온 경로 때문이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공무원과 용역업체 간, 상부 기관과 소속 기관 간 수직적 질서 를 전제한 상태에서 계약관계가 마치 ‘명령-이행’ 관계처럼 이해 되었던 것이다. 관료제적 질서는 돈 주는 사람과 돈 받는 사람 사 이에 불평등하고 비합리적 관행을 강제했다. 즉 ‘갑’에 해당하는 사람과 조직이 ‘을’에 대해 계약 범위를 넘는 과도한 간섭과 요구 를 하는 관행이 빈번했던 것이다.

문제는 수직적 위계질서로부터 나온 갑질 문화의 관행이 사회 전 체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갑’의 지위를 과도하게 행사하

에게 단순 지불을 넘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들이 발생하 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갑’의 지위를 누려온 한국의 엘리트 계층이

‘을’의 과도한 봉사를 당연시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제도적으로 강 화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항공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대단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승무원이 탑승객에게 과도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 하는 항공사의 내부 규율이 존재한다. 소비자들에게 ‘갑질’을 누 리게 함으로써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해외 항공사 는 그렇지 않다. 승무원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들은 안전에 최 고의 가치를 두고 안전에 무감한 승객들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승객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여전히 한국에서 관료제가 더 효율적이 라면, 갑질 현상은 관료제의 발전에 필요한 개선 사항에 그칠 것 이다. 하지만 한국 관료제의 더 큰 문제는 그것의 전통적 가치인

‘효율성’이 위태롭다는 데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강홍렬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서 최상위 법정계획에 해당하 는 ‘기본계획’이 약 330개다. 그 외에도 유사한 개념의 ‘종합계획’

이 120여 개에 달한다. 부처의 수를 20개로 잡았을 때, 부처별로 생산하는 기본계획과 종합계획만 20개가 넘는다. 기본계획과 종 합계획 말고도 부처별로 만드는 각종 계획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 하면, 도대체 한국 정부에서 얼마나 많은 계획들이 생산되고 실행 되는 것일까? 이러한 각종 계획들은 상호 연계성과 일관성을 확보 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결국 한국은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관료제의 ‘위기’로부터 자유 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한국적 발전 경로 속에서 형성된 갑질 문 화와 같은 악습도 극복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단기적인 해법은 관료제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개선하는 일이 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해법은 대안의 제도 모델을 개발하고 적 용하는 일이다. 단기적 방법은 정부, 기업 등 해당 조직이 문제를 드러내고 자기 개선을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를 외부에 드 러내기 꺼려하는 한국적 조직문화, 그리고 원인에 대한 처방이 아닌 증상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4〕 관료제 조직 모델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복잡성

자료: Brian Robertson (2015) “Holacracy: A Radical New Approac to Management”, TEDxGrandRapids 강연자료 캡처(2016.3.20일 접속)

PARTNER WHO REALLY CALLS THE SHOTS

SUPPORTSAME FOOTBALL TEAM SECRET GAY

CRUSH

AFRAID OF

EX

RUNS OFFICE LOTTERY (UNFAIRLY) GOLF

KIDS AT

SAME SCHOOL BROTHERS

HATES

SLEEP S WITH

AFFAIR

OLD SCORETOSETTLE KNOWS ABOUT CORRUPTION

SECRETRESENTMENT

BRIBES

$

SECRET DEAL

OWESFAVOR

$

ADMIRES RELIGIOUS CONNECTION

JEALOUS

SELLS

DRUGS TO THREESOME

(6)

그렇다면 새로운 조직의 실험은 어떻게 가능할까? 표는 대안의 조직 모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표는 런던경영대학 줄 리안 버킨쇼 교수가 시대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조직 모델 또 한 바뀌고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버킨쇼는 20세기 전반기까지 는 관료주의가, 20세기 후반 정보혁명 시기에는 실력주의가, 그리고 21세기에는 특별임시조직이 가장 유능한 조직 모델이 라고 보았다.

버킨쇼의 조직 모델을 한국의 정치 문화 해석에 이용해 보자. 직 관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관료주의는 실력주의나 특별임시조직 모델에 비해 압도적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지나친 회피(=

안정적 환경의 추구), 규정과 절차 중심의 행동, 위계질서에서의 승복, 승진을 통산 보상은 한국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게임의 규 칙들(Rules of the Game=제도)이다.

관료주의에 비해 한국에서 실력주의 모델은 취약하다. 실력주의 모델은 대학이나 연구소에 적합하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과 연구 소가 높은 수준의 기술적 진보를 위해 상호 조정, 논쟁과 토론, 아 이디어의 자유로운 이동과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 중심의 조직 문 화를 가졌는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 실력주의 모델이 적합한 조직에서도 관료주의가 지배한다.

특별임시조직은 스타트업, 자발적 결사체, 특정 사건 해결팀 등 에 적합하다. 최근에 부상하는 미국의 기업들은 대개 특별임시조 직 기반으로 성장했다.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이 그 사례다.

이들 기업은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관료제로 회귀하지 않으며,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거대 조직을 수평

적 팀 단위로 관리한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의 성장 환경이 대 기업-하청기업의 수직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에서 특별임시조직의 가치를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 공공부문에 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초대형 화재를 진압한 소방 공무원이나 고위험 질병의 방역에 성공한 보건 공무원이 높 은 보상과 인정을 받기에는, 기존에 고착화된 관료제의 수직 구 조가 너무나 무겁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정치 리더로 부상할 이들이 가장 새로운 조직 모델을 실험하면 어떨 까? 지금까지 한국에서 국회의원은 가장 작고도 압축적인 관료제 모델이자 갑 중의 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새로운 조직 모델을 실험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더욱이 20대 총선 과정은 국회의 관료 제적 속성이 숨겨왔던 최악의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제 한국인이 원하는 리더는 ‘나는 갑이다’가 아닌, ‘나는 어떠한 비전 을 이루고자 하는 실천가다’로 말하는 이다.

결론

많은 리더들이 새로운 정치를 외쳐 왔다. 새정치를 표방하는 정 당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리더들이 무엇이 새로운 정치 인지를 스스로 정의하지 못했다. 그것은 낡은 정치가 무엇인지는 보여도,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가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 로운 정치는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학습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정치는 낡은 정치가 주던 갑의 특권과 향유를 버릴 때에만 가능하다. 이 두 가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새로 운 정치는 구호에 머물 뿐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다.

20대 총선 결과는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미래 한국에 필요 한 리더는 누구일까? 미래 우리가 살아갈 게임의 규칙은 무엇일 까? 새롭게 탄생하고자 하는 리더와 정당은 바로 이 두 가지 문제 를 푸는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조직 모델 관료주의

(Bureaucracy)

실력주의 (Meritocracy)

특별임시조직 (Adhocracy)

조직에서

나는 누구인가? 직위 지식 또는 전문성 행동 또는 실천력

어떤 조건 하에 적합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

높은 수준의 기술적 진보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과 비예측성

어떻게 행동들이

조직화되는가? 규정과 절차 상호 조정 및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이동

문제 또는 기회를 중심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가? 위계질서 논쟁과 토론,

아이디어의 파워 실험과 시행착오

사람들은 어떻게 동기부여 되는가?

승진과 같은 외부적 보상 (자기 동기보다는

외부로부터의 인정)

개인적 숙련(구루, 대가, 명장), 흥미 유발 작업

도전적 목표,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

자료: Julian Birkinshaw의 2015년 강연자료 (https://happymanifesto.com/2015/11/25/julian -birkinshaw-from-london-business-school-beaurocracy-meritocracy-and-adhocracy/

2016년 3월 8일접속)

〔표 2〕 줄리안 버킨쇼의 조직 모델의 세 유형과 특성

* 이번 호를 끝으로 ‘글로벌 트렌드의 재해석’ 시리즈를 마칩니다. 그 동 안 1) 사회편, 2) 기술편, 3) 환경편, 4) 경제편, 5) 정치편이 『FUTURE HORIZON』 과 『IT News』 에 동시에 출판되었습니다. 본래 기획했던 기 간보다 연재가 많이 지연되었던 점에 대해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

Ⅴ. 정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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