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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어와 펀드투자설명서1)

“로마인이야기”를 집필한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가 극찬해 마지않았던 루치 아노 데 크레센초의 “그리스 철학사”에는 “나의 친구 살바토레에게”라는 서 문이 있다. 이 서문에서 크레센초

L. D. Crescenzo

는 전문용어의 미심쩍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까발리고 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간이 다루는 모든 분야에는 전문용어라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었지요. 지금도 ‘모든 분야’라는 말 대신에 ‘인지 체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 어나올 뻔했지만 선생께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거라는 생각이 얼핏 들어 조금 더 쉬운 말을 썼습니다. 사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부터 세상에는 다른 사 람들을 기죽이고 자기네만 아는 말을 주문처럼 읊어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 니다. 5천 년 전 이집트의 사제들부터, 마술쟁이나 점쟁이 그리고 오늘날의 의사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 말할 때도 그냥 “몸에 열이 난다”고 하면 오죽 좋겠습니까마는 굳이 ‘체온’이니 ‘고열’이니 하고 어려운 말을 쓰려고 기를 쓰잖습니까?2) 전문용어를 쓰면 왠지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고 권위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날 자신들의 세 계에서만 쓰이는 전문용어를 갖지 않은 부류나 계층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요. 공항을 예로 들어봅시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늦어진 다는 걸 알릴 때 쓰는 연설문을 들어봅시다. “항공기의 도착 지연으로 인해 AZ 642 항공편이 어쩌구 저쩌구 ...” 그 사람이 자기 아내더러 “여보, 내일 오전 밀라 노행 출발 시 공구 시 오십오분 항공편을 이용할 생각이오” 하고 말을 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그 사람도 자기 아내한테는 ‘비행기’라는 말을 쓸 겁니 다. ‘항공편’이라는 말은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에게나 쓰려고 자기 마누라한테는 쓰지 않을 거다 이런 말씀이지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전문용어를 들으면 우리 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괜히 주눅이 들 거고 그래서 출발 시간이 늦어져도 감히 불평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마치 ‘당신 같은 사람이 도착 지연에 대해 뭘 알겠어. 항공기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 미리 알려주는 것 만도 고마운 줄 알고 찍 소리 말란 말이오!’ 하고 말할 수도 있는데, 친절하게 알 려주니까 까불지 말하는 태도가 숨어 있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나폴리에 콜레라가 돌 때의 일인데, 원인이 조개였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는 조개라는 말 대신에 ‘패류’라는 말로 방송했지요. 패류가 뭔지 모르는 착하디

1) 이 글 중에서 펀드투자설명서에 관한 내용은 필자의 졸고 “호소텍스트의 설득전략에 대한 비판” (수사학 8집) 에서 따왔음.

2) 순수 고유어와 한자가 대립하는 경우, 보통은 한자가 전문어적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이 있다: “봄바람과 춘풍, 여름옷과 하복, 가을밤과 추야, 겨울잠과 동면 ... 이런 유의어 쌍 중에서 고유어 계통의 말들은 대체로 친숙한 느낌을 주고, 한자어 계통의 말들은 공식적[전문어적]인 느낌을 준다. 이것은 영어의 경우와 비견할 만하다. 영어의 어휘도 크게는 게르만 계통의 언휘와 (그리스-)라틴-프랑스 계통의 어휘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 두 계통의 어휘가 무수한 유의어 쌍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에서도 게르만 계통의 어휘는 대개 친숙 한 느낌을 지닌데 비해, 라틴-프랑스어 계통의 어휘는 공식적인 느낌을 준다. 예컨대 영어의 inside와 interior, outside와 exterior, ... 같은 유의어들 사이의 관계는 우리말에서 안과 내부, 바깥과 외부, 태어남과 출생, 등뼈와 척추, 숨쉬기와 호흡, 일과 노동 사이의 관계에 견줄 만하다.” 고종석 (2002: 56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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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나폴리 사람들은 그런 몹쓸 것이 있나 보다 하면서 맛있게 조개를 먹었습니 다. 사베리오 과르다쇼네라는 사람이 하는 단골 양복점에 들렀을 때 일입니다. 마 감 뉴스 시간이라서 나와 사베리오 그리고 파필루초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 었지요. 피필루초는 한 해 전, 아레나차에 지진이 났을 때 주인을 읽고 헤매는 걸 보고 데려온 잡종개였습니다. 아나운서가 “조련견대(調練犬隊)와 공조체제가 이루 어진 지 하루 만에 탈옥수가 체포되었습니다...” 하고 말하자 사베리오가 나한테 물었지요. “교수님 조련견대가 뭡니까?” 나는 되도록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려고

“개라는 말이야”라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사베리오가 이렇게 중얼거리더군요. “제 기랄, 조련견대를 일 년도 더 데리고 있었으면서도 모르고 있었다니!” 파필루초는 우리가 자기 얘기를 한다는 걸 깨닫고는 고맙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어대더군요.

정치인들이야 다시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허세를 부리느라 어려운 말을 쓰는 데 에는 그 사람들을 따를 재간이 없으니까요. 언제가 정치인 한 사람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이탈리아는 수표 발행에 의한 대체 방식도 부 분적인 해결이 될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잔돈 처리용 소액 주와의 결핍 상태 에 빠졌습니다.” 나라 전체에 동전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잔돈 대신 소액 수표를 끊는데 그 방법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었지요. 마음 같으면 발가벗겨 놓고 제대로 말을 할 때까지 채찍질이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 고 하는 사람들은 너무 쉬운 말을 쓰면 무식하게 보일까 봐 겁을 낸다는 점입니 다.3)

크레센초가 이렇게 써야하는 이유는 일단은 “그리스 철학사” 서문의 제목에 나오는 살바토레가 1977년 몬다도리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 “벨라비스타는 이렇게 말하였다”의 주인공 젠나로 벨라비스타 교수가 사는 나폴리 시 페트 라르카 가 58번지의 수위실 부조장 대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서문 은,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대 그리스 철학을 충분히 깨우칠 수 있 음을 일깨워주기 위한 하나의 위안문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전문텍스트에서 전문어나 전문어적 표현의 사용은 필수적이라 하지 만, 전문어의 사용이 독자의 이해를 흐리게 하는 불순한 전략이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대표적인 것이 텍스트종류 ‘펀드투자설명서’이다. 펀드투자설명서 는 광의의 의미에서, 광고텍스트의 한 종류에 속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어 쨌든,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펀드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주 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자산운용회사가 주식 및 채권 또는 유동자산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 운용한 후 그 결과를 돌려주는 간접투자상품”4)이다. 영어로는 ‘fund’5)이며, 한국어로는 ‘투자신탁’ 또는 ‘자산’, 즉

3) 크레센초 (1998: 18이하).

4) 금융감독위원회 (2006: 5).

5) 펀드의 또 다른 사용례로서는, 유니세프 아동기금, 에이즈퇴치기금, 야생동물보호기금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돈을 모아 어려 운 사람들이나 동물들을 위한 곳에 나눠주는 것이다.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펀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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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기금’ 또는 쉬운 말로 ‘뭉칫돈’이다. 그렇지만 그냥 뭉칫돈이 아니라, ‘특정 한 목적을 위해 모인 뭉칫돈’이다. 그래서 펀드운용보고서를 간접투자자산운용보 고서라고도 하고, 펀드운용회사를 자산운용사 또는 투자신탁회사라고도 한다. 따 라서 펀드에 관한 법률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다. 우리나라 펀드의 역사는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투자신탁회사가 펀드영업을 한 것인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펀드가 운영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금전투자신탁, 즉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가증권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펀드 정도만 운영되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 은행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펀드에 대한 열풍이 불 기 시작한 것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007년 초반기에 벌써 펀드투자용 계 좌가 1,239만 개를 넘어서고, 펀드가 개인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이른다. 가구 당 하나 꼴로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형색이 되었기 때문에 펀드투자 가 우리생활에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이제는 ‘펀드권력’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태광산업 굴복시킨 장하성펀드”6)라는 부제가 있 는 “기업 흔드는 펀드권력”이라는 신문기사 제목7)은 엄청난 펀드의 위력을 보여 주고 있다. 드디어 권력은 정치에서 언론으로, 언론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펀드로 이동했다.8) 이러한 펀드에는 수익률을 따지는 숫자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펀드 운용에 대한 법률과 시행령, 대통령령, 약관, 그리고 투자설명서와 펀드운용보고서 라는 다양한 텍스트종류들이 있다. 그중에서 우선적으로 펀드투자설명서의 광고전 략을 살펴보자.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 투자자가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곳이 펀드판매사이다.

펀드판매사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이다. 이러한 펀드판매사는 좀 더 많은 펀드 를 판매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다음 기사를 보면 펀드판 매사의 전략을 단번에 엿볼 수 있다: “한 증권사에서 펀드가 출시되자마자 단 10 분 만에 1500억 원어치가 판매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다음날 신문들은 일제히 이 펀드의 인기를 보도했고, 기사를 읽은 투자자들은 이 펀드가 매우 유망한 투자 상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펀드는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 후 펀드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점을 드러내면서 부진한 운용과 성과를 보였다. 당시 증권사는 이 펀드를 기획하면서 판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판 매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일선 지점 판매직원들이 두 팔

6) 간접투자자산[펀드]운용업법에 의하면 펀드명칭에는 인명을 사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장하성펀드는 하나의 별칭이지 정 식명칭은 아니다. 장하성펀드의 원명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이다.

7) 중앙일보 2006.12.05.

8) 펀드운용의 발전정도가 국민소득수준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국민소득수준이 펀드운용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것인지에 대한 선후관계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을 주장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미국, 스위스,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의 자산운용은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2만 달 러 이상을 기록하고 이는 네덜란드, 영국, 싱가포르 등도 자산운용업이 앞선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송인호 (200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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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걷어 부치고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나섰다. 10분 만에 1500억 원어치가 판 매된 것은 결국 숨겨진 진짜 이유가 있던 셈이다.”9) 당연히 위와 같은 판매회사의 근시안적인 태도는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언론에 등장하는 펀드에 대한 소개글 또한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언론은 펀드에 대한 정보를 판매사에서 얻기 때문이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식으로 투자자들이 속는 이유는 판매자의 흑심에도 있지만 투자설명서를 조목조목 챙겨보지 못한 투자자의 태도에도 있다.10) 투자설명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투자설명서는 “판매회사(은행, 증권회사 등) 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소개서로, 복잡한 약관을 알기 쉬운 말로 풀어 써 놓은 서류”11)이다. 우리들 이 컴퓨터를 구매할 때 사려고 하는 컴퓨터를 유사 타제품과 비교해서 성능을 따 져보고 난 후에 결정한다. 펀드도 이 정도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서 매입해야 한 다. 막연하게 감각적으로 펀드투자를 시작한 뒤 나중에 수익률 하락이 발생할 때 금융기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증권시장은 선의의 피해 자를 보호할 뿐, 무지한 투자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모든 투자 설명서에는 “금융감독위원회는 투자회사 주식의 발행을 승인하 거나 투자설명서 내용의 정확성 및 적정성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또한 투자회사 주식은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 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사항이 박스형식에 넣어져 - 때에 따라서는 적색으로 - 강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깨알 같은 글씨에 수십 쪽이지나 되는 펀드의 약관을 읽어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12) 그래서 과거 일부 펀드매니 저들은 약관을 어기면서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부당한 운용을 했지만 이를 제대 로 감시하기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투자자들을 대신해서 공신력이 높 은 수탁회사들이 감시하므로 과거보다 훨씬 더 믿음성을 가지고 투자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펀드메니저가 약관을 위배해서 불법적인 투자를 하고 이를 제대로

9) 한계레 2006.01.10. 따라서 판매사원은 회사 또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펀 드판매사원은 상품의 장점만 설명하지 단점은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단점은 가입자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융감독원에서 발행된 “알기쉬운 펀드투자” (2006: 20)에 나와 있는 “나에게 맞는 펀드는 어떻게 고르는 것이 좋은가요?

... 3단계: 자산운용회사 및 판매회사 선택 ... 과거의 운용성과 및 평판 등을 고려하여 자산운용회사를 선택”이라는 항 목과 “투자자 스스로 1-4단계를 거쳐 펀드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판매회사 전문상담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라는 항목은 문제 있다. 왜냐하면 결국 모든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10) 펀드 투자시 고객에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투자자들이 혹시나 원금이 깨질 수 있고, 예금보호가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펀드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투자설명서나 펀드운용보 고서에 이해하기 쉽게 명기되어 있는가. 이러한 염려는 과거와는 달리 증권사가 아닌 은행지점, 보험, 홈쇼핑, 인터넷 상품 몰 등에서 펀드를 살 수 있어서 더 걱정스럽다. 요즘 은행원은 예금이나 적금을 유치하는 것보다 인센티브가 많 은 펀드와 보험을 파는데 더 열중이다. 그러다 보니 펀드에 대한 위험고지(손실 가능성)을 소홀히 할 수 있다. 고객을 펀드를 은행에서 살 경우, 안전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결국 최종 책임은 상품을 선택한 투자자 몫이다.

11) 우재룡 (2006: 57).

12) 이런 식의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 고대 수사학에서도 법정연설에서 승리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전략이었 다: “아들: 그렇다면 피고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버지: 피고는 기소인과 전혀 다른 배열방법을 써야 한다.

즉, 피고는 연설의 각 부분에서 다음 일을 해야 한다 ... [핵심본론] 장광설을 늘어놓아, 재판관이 상대방의 논거들을 잊어버리게 한다.” 키케로 (2007: 30). 이를 유추하면, 펀드투자설명서에서 재판관의 역할은 일반 펀드투자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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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하지 못하면 수탁회사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13) 펀드투자설명서는 펀 드를 선택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하는 중요한 문서이다. 투자설명서는 텍스트수용자 를 펀드투자자로 만들기 위해서 작성되는 일종의 설득텍스트의 한 종류이다. 달리 말하면, ‘펀드’라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텍스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 서 여기에는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등장함을 가정할 수 있다. 우선, 투자설명서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문구를 살펴보자.

투자설명서 A: “이 투자설명서는 PCA 업종일등 주식투자신탁 제D-1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 라서 PCA 업종일등 주식투자신탁 제D-1호 수익증권의 인수청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이 투자설명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투자설명서 B: “이 투자설명서는 동야High Plus 채권투자신탁 1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HighPlus채권투자신탁1호 수익증권을 매입하기 전에 반드시 이 투자 설명서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투자설명서 A, B에는 각기 유사한 방식의 모두문이 있다. 약간의 차이점은, A 에 있는 “증권의 인수청약을 하기 전에는”라는 문구가 B에서는 “증권을 매입하기 전에는”으로 바뀌어 있다. 즉, 불필요한 전문용어를 사용한 사례로 간주된다. 펀드 투자보고서에서나 펀드운용보고서에는 전문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그야 말로 ‘전문성’을 암시하는 하나의 숨겨진 기호역할 때문일 것이다. 펀드투자보고서 나 펀드운용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전문어의 사용은, 조빈스키에 기대면, 수신자에 대한 호소차원의 한 전략이다.14) 즉,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을 가능성 도 있다. 계속해서 ‘PCA 업종일등 주식투자신탁 제D-호’ 투자설명서에 등장하는 언어적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주된 투자 권유대상: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로 배당소득보다는 자본소득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전형적 인 성장형 주식간접투자상품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위험에 따른 수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적합합니다.

‘자본소득의 극대화’라는 과장된 용어를 사용하고, ‘성장형 간접투자상품’에서 ‘성 장형’이란 - 일반적으로 - 주식투자 상한선이 70%이상임을 의미함으로 위험부담 이 큰 펀드라는 것이고, ‘간접투자상품’은 펀드의 또 다른 명칭이다. ‘고수익 추구’

라는 표현에서 ‘고수익’만을 사용했던 것이 투자자를 호도할 수가 있다고 해서 얼 마 전부터 법률로서 제제가 가해졌던 부분이다. ‘위험에 따른 수용도가 놓은 고객 에게 적합합니다’라는 표현도 ‘고수익이지만 위험한 펀드입니다’라고 쉽게 풀어쓸 수 있다. ‘미래에셋인디펜던스혼합형투자회사’의 투자설명서 항목에도 모호한 표현 들이나 모호한 통사적 배치들이 눈에 거슬린다: “주투자권유대상: 투자자 본인의 자산이 비교적 안전한 금융자산에 주로 투자되어 있는 투자자들에게 자산포트폴

13) 우재룡 (2006: 34)을 참조할 것.

14) 조빈스키 (2003: 43)를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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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의 수익률제고를 위해 적합한 상품이다. 또한 고수익에 따른 높은 위험부담을 인식하고 있으며 투자하려는 자금이 여유자금의 성격을 띠고 있어 장기로 투자하 려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은행저축 등의 상품과는 달리 주식에 대한 투자는 기대수익증가와 아울러 위험 또한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투자자금이 반드시 원금 보전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투자결정을 제고하여야 한다.” 이러한 감성 광고 적 표현을 요약하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많고 장기적으로 투자 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합니다. 원금에 손실이 가해질 수도 있습니다” 정도 일터인 데, 위와 같은 식의 만연체적 문장을 사용해서 모호함을 증가시킨 전략의 의도는 위와 같은 정보가 펀드회사에게 불리하므로 ‘덜 주목받고’, ‘더 무시되기’ 위하여 시도되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경우를 알고 있기 때문이 다.

명확하고 모호하지 않은 경고문(예를 들면 “담배는 폐암을 야기시킨다”)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경고문(예를 들면

“담배는 건강에 해롭다”)보다 더 잘 주목되며 덜 무시된다(Centre for Behavioral Reserch in Canada)15)

따라서 펀드회사가 펀드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서 구체적 표현법을 사용했다면, 그것은 ‘잘 주목되며 덜 무시되기 위함’일런지도 모른다. (예, 펀드명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주식G1호’)

이것 외에도 투자설명서에 의무적으로 삽입되어야 하는 투자목적에 “이 투자신 탁의 투자목적이 반드시 달성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라는 경고문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중에서 어떤 투자설명서가 투자자들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인가는 자명하다. 채권형투자설명서에는 채권구매가 중심인데, 채권은 다양한 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채권형투자보고서에 ‘BBB- 등급이상 채권’이라는 항목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것은 부실채권은 매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채권에는 신용등급이 매겨지는데, 이 것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미래에 원리금을 잘 갚을 수 있는지를 평가한 등급이 다. 가장 높은 신용등급이 AAA이고 AA, A, BBB, BB, B, CCC, CC, C, D로 내 려간다. 각 등급은 +, 0, -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등급의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채 권펀드는 일반적으로 BBB-이상 등급의 채권에만 투자한다.16) 채권펀드의 경우 환매수수료 수익금의 90%로 너무 큰데, 이것을 강조해서 투자자에게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환매수수료가 이렇게 큰 이유는, 이것이 펀드에 투자한 돈을 일찍 인 출하는 것에 대한 ‘벌칙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환매수수료’는 ‘급매벌칙금’

으로 이해해야 한다. “Wealth Up 가치배당혼합투자신탁 제1호”라는 혼합형펀드의

15) 신윤정 (2006: 50)에서 재인용.

16) 우재룡 (2006: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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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펀드정보 비고

펀드 운용주체 자산운용사명 펀드명칭 제일 앞쪽에 표시

펀드 운용특성 주요 운용전략(원금보존 추구, 지수연동, 고수 익추구, 배당투자 등) 투자지역 등

투자대상 주식, 채권, 혼합, 파생상품, 부동산, 실물자산, 특별자산 등

법적형태 투자신탁(계약형), 투자회사(회사형)

투자자 모집방법 공모형, 사모형 사모펀드인 경우 반드시 ‘사

모’사용

추가설정 여부 추가형, 단위형 추가설정이 금지된 펀드는

‘단위형’이란 용어 사용

투자설명서를 보게 되면, ‘가치배당’이라는 전문용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낱말 도 이해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전문가의 견해에 기대면, “‘가치배당’이 라는 명칭에서 ‘가치’는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낮게 저평가되어 있는 가치 주에 투자한다는 의미이며, ‘배당’은 이렇게 저평가된 주식 중에서 현금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주식에 투자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이 낱말은 어휘의 유연성 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가치’와 ‘배당’의 조합에서 위와 같은 의미가 산출되기는 너무 힘겹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낱말의 조어적 특징은 압축과 간략을 위해서 원래의 내용이 희생당한 경우이다. ‘가치배당’을 다시 쓰기 한다면,

“저평가주식 중에서 많은 현금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유재룡의 주장 “우리나라 펀드들은 이름과 다르게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 문에 너무 이름만 믿지 말고 실제 투자내용을 잘 지켜보아야 한다”라는 것이 사 실이라면, 이러한 경우들은 자산운용협회의 ‘간접투자상품및판매에관한규정 제8장 간접투자상품 명칭의 사용’을 위반한 것이다. ‘펀드명칭 사용에 관한 규정’은 펀드 운용구조와 무관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실적배당상 품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투자자가 펀드를 원금보장상품 으로 오해할 우려 때문에 제정된 것이다. 모든 펀드에는 고유의 명칭이 있다. 펀 드명칭에는 자산운용회사, 펀드 운용특성, 투자대상 및 법적형태 등에 관한 정보 가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보자.17)

자산운용업법에는 펀드명칭에 반드시 포함하여야 할 사항과 사용이 제한된 용어에 관한 기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때, 펀드명칭에 들어있는 여섯 가 지 정보 중에서 ‘투자자 모집방법’과 ‘추가설정 여부’를 보면, 어떤 펀드가 ‘사모’

형과 ‘단위’형인 경우는 이 용어를 펀드명칭에 반드시 넣어야 되는 것이 이채롭 다. 그 반대인 ‘공모’형 또는 ‘추가’형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펀드명에 넣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는 언어학의 ‘무표항’과 ‘유표항’의 개념을 이용하여

17) 금융감독원 (2006: 24).

(8)

설명가능하다. 우리들은 지식을 조직할 때, 조각들을 하나하나 지각하고 습득하 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사물을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고, 주위의 물체 나 사상을 부류로 집단화해서 그들을 정도하고 관계지어 받아들이게 된다. 형태 심리학의 여러 가지 원리들이 이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범주화가 우리들의 인지능력이 된 이유는, 주변 환경의 복잡성에 압도당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인간 본능에 기인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이것을 범주화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범 주화에도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보편성 중의 하나가 복잡성의 원리이 다. 복잡성의 원리란, 언어가 복잡해지면 사고도 복잡해진다는 원리이다. 이 러한 복잡한 사고를 단순화하기 위해 유표항과 무표항의 대립이 설정되는 것이다. 즉, 무표항은 단순하고 유표항은 복잡하다. 우리들의 예에 있어서

‘공모’와 ‘추가’는 무표항이고, ‘사모’와 ‘단위’는 유표항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유표항에 대해서 무표항이 대체로 긍정적, 적극적, 생산적, 지향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펀드명에 ‘사모’나 ‘단위’가 들어가면 대체 적으로 부정적, 소극적, 비생산적, 비지향적 특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 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18)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는 펀드명칭의 사 용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제8장 간접투자상품 명칭의 사용

제8-1조(목적) 이 장은 회사가 신탁약관 또는 정관에서 정하는 간접투자상품의 명칭을 사용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기준을 규정함으로써 투자자가 오해할 수 있는 부적절한 명칭사용을 지양하고 간접투자상품의 성격이 나타날 수 있도록 명칭을 정하여 투자자에게 정확한 투자판단과 상품에 대한 이해가 용이하도록 함에 목적이 있다.

제8-2조(간접투자상품 명칭의 사용) ①회사는 간접투자상품의 명칭을 사용함에 있어 다음 각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간접투자상품의 명칭을 정함에 있어 별지 제1호가 정하는 간접투자상품의 구분기준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며 운용 특성, 투자대상 및 법적형태 순으로 그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다만, 구분기준에 해당되는 운용특성이 다수일 경우 주 요 운용특성을 선별하여 기재할 수 있으며 운용특성이 구분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별도의 운용특성을 기재하거 나 운용특성을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예 : 글로벌 채권형 투자신탁, 경매부동산투자신탁 등)

2. 자산운용회사명을 간접투자상품의 명칭에 포함할 경우 명칭의 앞부분에 표기한다. 다만, 회사명칭이 긴 경우 회사명 칭과 크게 다르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생략, 조정하여 표기할 수 있다.

3. 간접투자상품의 투자대상, 운용전략 등 상품내용과 다른 명칭을 사용함으로서 투자자를 오인케 할 우려가 있는 간 접투자상품의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

4. 타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간접투자상품의 명칭과 동일하거나 유사하여 투자자를 오인케 할 우려가 있는 간접투자상 품의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업계가 공동으로 취급하는 간접투자상품으로 그 주된 내용이 동일한 경우에는 그러하 지 아니하다.(예 : MMF, ELS, 절세형 펀드 등)

5. 실적배당형 상품의 특성과 다르게 수식어를 부가함으로써 투자자의 오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간접투자상품의 명 칭은 사용할 수 없다.(예 : “O억 만들기”, “더드림”, “절대수익”, “앱솔루트리턴”, "Safe-Yield", “세이프리턴“, ”Safe Guard", "세이프플러스“ 등)

6. 사모간접투자상품의 경우 펀드명칭에 “사모”를 포함하여야 한다.

7. 운용전문인력의 실명(實名)을 펀드명칭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②신탁약관 또는 정관상 간접투자재산재산 총액의 70% 이상을 특정 종류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경우 그 사실을 간 접투자상품의 명칭에 포함할 수 있다.(예 : 국공채펀드)

18) 임지룡 (1992: 169이하)를 참조할 것.

(9)

③판매회사는 간접투자상품을 판매(광고선전, 통장인자 등을 포함한다)함에 있어 신탁약관 또는 정관에서 정한 간접투 자상품의 명칭을 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긴 명칭으로 인한 인자곤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간접투자상품 명 칭과 크게 다르지 아니한 범위내에서 생략, 조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④협회는 특정 간접투자상품의 명칭이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회사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하거나 금감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산은 SRI 좋은세상 만들기 주식투자신탁 제1호’나 최초로 적립식 판매 방식을 도입한 적립식펀드의 원조인 ‘랜드마크1억만들기 주식1’, 그리고 ‘미래에셋 우리아이3억만들기주식G1호’는 위의 새로운 규정을 위반했음이 틀림없다. ‘산업은 행’을 ‘산은’으로 줄여 쓴 것은 ‘제8장 간접투자상품 명칭의 사용 제8-2조 2항’에 의해서 용인되지만 투자설명서에는 ‘좋은세상 만들기’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펀드의 얼굴인 펀드명에 아무런 실질적인 정보를 가져다주지 않은 개념을 사용한 것은 문제 있어 보인다. 모호한 용어로 인하여 안개가 배에 미치는 것과 같은 효 과를 투자자에게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를 “재무분석을 통해 기업을 평가하여 투자하는 기존의 투자방식뿐만 아니라 기업의 윤리규정, 법규준수, 리스크 및 사고예방, 사회공헌도, 인적자원개 발, 신환경경영 등 비재무적 요소를 추가적인 평가요소로 하여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개념”19)이라고 정의 했다면, 펀드평가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펀드투자설 명서’나 ‘펀드운용보고서’ 또는 ‘펀드명칭’에 대해서 트집 잡는 행위 또한 펀드평가 의 항목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펀드 ‘Wealth Up 가치배당혼합투자신탁 제1 호’의 ‘투자목적 및 주요 투자대상’ 항목에서도 어휘표현의 문제가 있다.

4. 투자목적 및 주요 투자대상 1) 시장순응적인 채권운용

이 투자신탁은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목적으로 우량채권을 중심을 투자를 하되, 시장 순응적인 채권운용을 추구 하여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적절히 반영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2) 고배당 가치주 운용

... 주가상승 잠재력이 높은 시점에 최대 50%이하를 총 신탁재산의 0.4%씩 분산투자합니다.

이를테면, “시장 순응적인 채권운용”, “채권시장의 변동성”과 “최대 50%이하를 총 신탁재산의 0.4%씩 분산 투자합니다”라는 부분이다. 우재룡에 기대면 “‘시장순 응적’, ‘채권시장의 변동성’ 등의 말은 사실 초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에 좀 어렵 습니다. ‘시장 순응적’이라는 말은 채권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미리 예상하지 않고 그저 시장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서 순응하면서 운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채권을 구입해서 가만히 보유하고 있으면 그저 시장과 함께 오르고 내리겠지요. 결국 우 량한 채권을 매입한 다음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20)

19) ‘산은 SRI 좋은 세상 만들기 주식투자신탁 제1호’ 투자설명서 4쪽.

20) 우재룡 (2006: 71).

(10)

펀드매니저라는 전문가가 이런 식의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투자자에게 투자설 명서의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텍스트종류 ‘펀드 투자설명서’의 텍스트생산자와 텍스트수용자의 목적이 서로 상이함에 의해서 이런 현상들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분산투자’ 개념 또한 조심해야 한다. 분산투자라는 개념은 무작정 여러 가지 펀드나 다른 운용사의 다른 펀드에 투자 한다는 것이 아니고, 유형이 다른 펀드에 투자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같은 유형의 펀드는 동 일한 유형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펀드의 유형을 가능하면 반 듯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분산투자다. 이러한 분산투자가 펀드투자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설명 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표현도 펀드관련 텍스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일 터인데, 위의 투자설명서에서도 ‘안정적인 이자수익’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안정성과 수익성은 순수 어휘적인 차원에서는 느슨한 관련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 겠지만, 언어외적 차원, 즉 투자운용의 대상이 되는 언어외적 사건이나 사태에 대 한 표현의 차원에서는 서로 상반된다. 간단히 말해서,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인 펀 드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PCA 국공채 신종 MMF 투자신탁 제 A-6호’는 투자목적 및 투자설명의 표현법에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투자목적 및 주요 투자대상: 이 투자신탁은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 및 유동자산에 주로 투자하여 신탁재산의 안 정성과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상품입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안정성이 높은 경우는 수 익성이 낮고 수익성이 높은 경우는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다. 사실, 이 펀드의 최 근 1개월간 수익률은 3.04%였고, 최근 1년간 수익률도 3.32%로서, MMF펀드의 특 징인 수익률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영해 준다. 따라서 MMF펀드에

‘수익성’ 개념을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MMF펀드는 거의 초단기 채권에만 투자가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수익률 변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21) 그래 서 아마도 상대적인 조건과 규준에 의해서 이런 식의 표현을 사용했을 지도 모른 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인다’고 했을 경우, ‘높인다’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이 절 대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반적으로 MMF 펀드의 높은 수익성도 주식 펀드의 낮은 수익성보다 낮을 수 있다.22)

21) 안정적 고수익의 허상을 보여주는 간단한 실례가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5.7%하락했던 [2004년] 5월 10일의 시장 종가 를 반영한 성장형의 일일 수익률은 -5.4%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안정성장형은 -2.66%, 안정형은 -1.21%였습니다.

반면 주가가 4.85% 상승했던 19일의 시장 종가를 반영한 성장형의 일일 수익률은 5.15%, 안정성장형 2.5%, 안정형은 1.06%였습니다.” 제로인 (2004: 69).

22) 언어학에서 이러한 개념은 라이시(E. Leisi)의 상대적 사용조건과 관련 있다. 그는 이와 관련되는 4가지 규준에 대해서 언 급하고 있다: 1) 종규범: 어떤 집이 평균적인 집보다 크면 그 집은 ‘크고’, 보다 작으면 ‘작다’. 2) 비례규범: 처마에서 땅으로

(11)

‘고수익채권(High yield bond)’이란 용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기업 의 신용등급이 BB이하로 낮은 채권을 말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은 부도 가능 성이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다. 그래서 고수익채권이다. 따라서 펀드세계에서 고수익과 고위험은 동의어다.

“PCA 국공채 신종 MMF 투자신탁 제A-6호”에서 ‘신종’이라는 개념은 매일 입 출금을 하는 MMF를 의미하는데, ‘클린’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클린’이라는 MMF 는 기관투자가들만 이용하는 MMF이다. 원래 이 두 개념은 반대말을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지만 전문어 분야에서 사용될 때는 그러하다. 이런 경우에 상세한 용어 설명이 필요하다.

투자 특성 난에 ‘원금보장(원금보전)’ 그리고 ‘원금보존’이라는 용어의 표면적 유 사성도 이채롭다. 이 용어들은 펀드투자설명서나 펀드명칭에도 종종 등장하는 용 어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금융상품에서 ‘원금보장’이라는 낱말은 고객이 맡긴 투 자원금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원금보존’이라는 용어에는 원금을 맞추려고 노력할 뿐 의무는 없다. 따라서 은행의 정기예금 같은 것이 대표적인 원금보장상 품이지만, 펀드에는 거의 원금보존 상품만이 있다.23) 그러나 펀드 명에서 무턱대 고 ‘원금보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ELS(Equity Linked Security, 주가연계증 권), ELF(Equity Linked Fund, 주가연계펀드) 등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이라고 할 수 있는 파생상품을 소개할 때 ‘원금보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최근 에는 이러한 용어가 들어있는 펀드명칭이 투자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있다하여 좀 더 뒤로 물러서서 ‘추구’라는 용어를 덧붙이도록 금융감독원이 규정하고 있다. 이 문제가 기사화된 적도 있다. 예를 들어, KB운용사는 국민은행을 통해서 2004년에

‘KB스타 확신3 주가지수연동 주식혼합투자신탁’을 판매했다. 이 상품을 판매하면 서 만기때 주가지수기준일 주가지수를 밑돌 경우 ‘원금을 보존한다’고 밝혔다. 그 러나 만기 때 원금을 건지지 못한 투자자들이 항의했고, 국민은행측은 어떤 일이 있어도 원금을 되돌려주는 ‘원금보장’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원금보장’과 혼동하게 만드는 이것은 법적으로 ‘미필적고의’에 해당되는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절대수익 추구형’ 또한 마찬가지다. 단지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이지 시장의 등락과 상 관없이 투자자들에게 7-12%라는 절대 수익을 돌려준다는 것은 아니다. ‘원금보존 추구형’나 ‘절대수익추구형’은 다른 펀드에 비해서 수익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과

이어져 있는 홈통은 ‘길’지 않고 ‘높다’. 3) 개인적 기대규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3살 된 조차를 보고 ‘너 참 컸구나’라고 할 때, 이 조카는 평균적인 3살 아이보다 큰 것이 아니고, 기대했던 것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유용성규범: 옷 입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옷은 ‘좁’거나 ‘넓’으며, 사람이나 가구의 수에 비하여 어떤 방은 ‘좁’거나 ‘넓’다. 라이시 (1975: 101이하) 를 참조할 것.

23) 아닌 경우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투신업법 제19조2항에 따르면 위탁회사(운용회사)는 원금의 감소를 초래할 경우 또는 미리 정한 최소의 이익을 얻지 못할 경우 그 보전 또는 이익의 부족분을 위탁회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에 관한 상품으로 금 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만 발행이 가능하다. 현재 투신감독규정 제38조에 의한 투기채펀드(하이일드, 후순위채 펀드) 외에는 원금보전형 펀드가 없다.

(12)

진배없다. ‘원금보존추구’나 ‘절대수익추구’는 ‘높은 수익성’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 이다.24)

지금까지 광의의 의미에서 광고텍스트에 속하는 펀드투자설명서라는 전문텍스 트에 출현하는 다양한 전문적 표현 양상과 판매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과 학 텍스트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곤 하는가 보다: 미국의 오리곤 주립대 학 싱만Dyrk Schingman은 오랜기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과학계의 전문용어 를 익혔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말이지, 그의 주장대로라면 너무나도 어려 워 보이는 듯한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신비한 용어들의 이해도 별 것 아니다.

IT HAS LONG BEEN KNOWN = I didn't look up the original reference.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던 대로 = 원전을 찾아보지 않았다.

A DEFINITE TREND IS EVIDENT = These data are practically meaningless.

뚜렷한 경향이 드러나듯이 = 이 데이터는 아무 의미없다.

WHILE IT HAS NOT BEEN POSSIBLE TO PROVIDE DEFINITE ANSWERS TO THE QUESTIONS = An unsuccessful experiment, but I still hope to get it published.

이런 의문점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구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 실험 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논문으로 내야겠다.

THREE OF THE SAMPLES WERE CHOOSEN FOR DETAILED STUDY = The other results didn't make any sense.

샘플 중에서 세 개를 선택하여 분석하였습니다 = 나머지 샘플은 해석이 불가능 했다.

TYPICAL RESULTS ARE SHOWN = This is the prettiest graph.

대표적인 결과값들을 표시하였습니다 = 이 그래프가 제일 이쁘죠.

THESE RESULTS WILL BE IN A SUBSEQUENT REPORT = I might get around to this sometime, if pushed/funded.

그것에 대한 결과는 차후의 논문에서 다루어질 것이며 = 연구비 제대로 받으면 언젠가 쓸 생각입니다.

THE MOST RELIABLE RESULTS ARE OBTAINED BY JONES = He was my graduate student, his grade depended on this.

가장 신뢰할만한 결과는 Jones의 실험에서 얻어진 것으로 = 그는 내 밑에 있는 대학원생이었고, 학점을 받으려면 그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IN MY EXPERINCE = once 제 경험에 따르면 = 한번.

24) 그래서 다음과 같은 ‘도전 재테크 골든 벨’ 문제가 있다면 3)을 답으로 골라야 한다. 장기주택마련 신탁은 원금보전은 되지 않지만 저축에 비해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중 원금보전 신탁 상품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1) 개인연 금신탁 2) 퇴직신탁 3) 장기주택마련신탁 4) 신노후생활연금신탁. (http//www.hankyung.com).

(13)

IN CASE AFTER CASE = Twice 여러 사례를 보면 = 두 번.

IN A SERIES OF CASES = Thrice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 세 번.

IT IS BELIEVED THAT = I think.

…라고 추정되어지며 = 내 생각에는.

IT IS GENERALLY BELIEVED THAT = A couple of other guys think so too.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듯이 = 나 말고도 몇 명 더 그렇게 생각한다.

CORRECT WITHIN AN ORDER OF MAGNITUDE = Wrong.

오차를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참이며 = 틀렸다.

ACCORDING TO STATISTICAL ANALYSIS = Rumorhas it.

통계학적 분석에 따르면 = 소문에 따르면,

A STATISTICALLY ORIENTED PROJETION OF THE SIGNIFICANCE OF THESE FINDINGS = A wild guess.

이 실험결과를 통계학적 관점에 따라 해석해 보면 = 적당히 때려맞춰 보면.

A CAREFUL ANALYSIS OF OBTAINABLE DATA = Three pages of notes were obliterated when I knocked over a glass of beer.

데이터 중에서 입수 가능한 것들을 조심스럽게 분석해 보면 = 맥주를 엎지르는 바람에 데이터를 적은 노트 3장을 날려먹었다.

ITIS CLEAR THAT MUCH ADDITIONAL WORK WILL BE REQUIRED BEFORE A COMPLETE UNDERSTANDING OF THIS PHENOMENON OCCURS = I don't understand it.

이 현상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후속적인 연구 작업이 이루 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이며 = 이해할 수 없었다.

AFTER ADDITIONAL STUDY BY MY COLLEAGUES = They don't understand it either.

동료 학자들에 의한 추가적 연구가 이루어진 다음에 = 그들도 역시 이해하지 못 했다.

THANKS ARE DUE TO JOE BLOTZ FOR ASSISTANCE WITH THE EXPERIMENT AND TO ANDREA SCHAEFFER FOR VALUABLE DISCUSSIONS = Mr. Blotz did the work and Ms. Shaeffer explained to me what it meant.

실험에 도움을 준 Joe Blotz와 의미 있는 토론에 동참해 준 Andrea Schaeffer 에게 감사드립니다 = 실험은 Blotz군이 다 했고, 그 실험이 도대체 뭐하는 건지 Schaeffer 양이 모두 설명해 주었다.

A HIGHLY SIGNIFICANT AREA FOR EXPLORATORY STUDY = A totally useless topic selected by my committee.

탐구할만한 가치를 갖는 매우 의미 있는 분야라고 생각되며 = 학회에서 정해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연구주제.

IT IS HOPED THAT THIS STUDY WILL STIMULATE FURTHER

(14)

INVESTIGATION IN THIS FIELD = I quit.

저의 논문이 이 분야에 있어서의 추가적 연구들에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저 는 그만둘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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