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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협력사업과 위기관리: 아프가니스탄 국토계획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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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협력사업과 위기관리:

아프가니스탄 국토계획 지원사업

정진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mail protected])

머리말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이민족의 침입 및 내전으로 전쟁과 테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평화와 일상이 유지되는 짧은 시기들도 있었다. 2018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카불, 바람에 흔들리는 도시’1)는 매우 가난하고 늘 테러를 걱정하 지만, 평범하고 나른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반 가정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최근 탈레반 재 등장 이후 이슈가 된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들의 모습이나 거리의 여성 모델 사진도 흔한 광경이었다. 2020년 초 국토연구원 연구진이 카불을 방문했을 당시도 유사한 모습이었다 (<그림 1> 참조).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개입하에 약 20여 년간 작은 평화가 유지되

1) Amini, Aboozar. 2018. Kabul, City in the Wind. 2020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그림 1 카불 도로 주변 전경(2020년 2월) 현장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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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이 글은 2019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4개월간 세계 은행의 지원하에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아프가니스탄 ‘국토공간전략 및 계획수립 지원사업’

(이하 NSSP)2)의 추진경위를 요약하고, 이를 통해서 경험했던 외부영향에 의한 개발협력 사업의 위기관리 필요성을 짧은 백서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사업의 배경 및 착수

아프가니스탄의 전후(戰後) 도시재건사업 추진을 위하여 2017년부터 세계은행은 정책 및 시스템 구축, 역량 강화 등을 포함하는 2천만 달러 규모의 도시개발지원 프로젝트(Urban Development Support Project: UDSP)를 추진하였다. 이에 프로젝트 일환으로 아프가 니스탄 도시개발 및 토지부(Ministry of Urban Development & Land)는 개발도상국 발 전의 모범사례인 한국의 참여를 세계은행에 요청하였다. 같은 해 10월 첫 협력사업으 로 국토교통부의 ‘인프라 개발 경험공유 프로그램’(Knowledge & Experience Sharing Program(KESP) of Korean Infrastructure Development) 지원을 통한 국토연구원-세 계은행 공동연수가 아프가니스탄 고위 공무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1주일간 서울과 세종에 서 진행되었다. 한국의 도시 및 인프라 개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관련 강의 및 현장방문 을 실시하였고, 특히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 연수 참가자 중 3인의 차관급 인사와 간담회를 통해 현지 도시재건사업 소개 및 한국 정부에 대한 지원요청이 직접 전달되었다. 귀국 후 연수 참가자 대표들의 보고를 받은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NSSP 사업의 추진을 한국 정부 및 세계은행에 요청하였고, 세계은행은 이를 지원하기 위 하여 국제경쟁입찰(230만 달러)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2019년 10월 국토연구원이 사업자 로 선정되어 11월 사업이 착수되었다.

착수 3개월 후인 2020년 2월, 공식적인 사업 발족을 위하여 부원장을 포함한 국토연구 원 연구진 4명이 카불을 방문하였다. 당초 대통령 보고로 예정되었던 착수 보고회는 현지 사정으로 도시개발 및 토지부 청사에서 개최되었으며, 양 기관 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2) Capacity Building Technical Assistance for the Government of the Islamic Republic of Afghanistanto Formulate the National Spatial Strategy & Plan(N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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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체결식도 개최되었다(<그림 2> 참조). 이 자리에서 자와드 페이카(Jaward Peika) 장관은 국토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6개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아프가니스탄이 어떻게 중앙아시아-파키스탄·인도-유럽을 잇는 가교(bridge)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지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이런 점에서 NSSP 프로젝트는 아프가니스탄 발전사에 새로운 장을 여 는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도시개발·토지부 장·차관 외에도 농업부, 재무부, 교통부, 광 산·석유부, 에너지·수자원부 등 국토개발 관련 핵심 유관부처 고위 인사 및 관련 대통령 자문관들이 참석하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고위급 여성 인사들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 았다는 것이다. 현지 출장에 많은 도움을 준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도 참석하여, 사업이 성공 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대(對) 아프가니스탄 지원사업에 우리나라의 연구기관 및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개발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의 주요 내용 및 추진경위

본 사업의 주목적은 국토연구원이 아프가니스탄 국토계획(안)을 작성하는 것이 아닌, 한국 의 국토계획 수립경험을 아프가니스탄 공무원 및 전문가들에게 전수하여 관련 정책 및 계 획수립 역량을 강화토록 하는 것이다. 사업의 구성은 크게 계획수립 역량 강화를 위한 기 술적 지원(technical assistance), 정책 결정자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역량 강화 연수 (training program, 2년간 4회) 등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총 4단계로 계획되었으며 단계 별 주 내용은, 계획수립을 위한 기초지식 공유, 국토공간전략 및 부문별 계획초안 작성, 지 역별 공간전략 수립, 마지막으로 1~3단계를 종합한 국토공간전략 및 계획(안) 도출 등이 다. 각 단계별 주요 내용은 <표 1>과 같다.

사업 1단계에서는 국토계획이 낯선 연수생들에게 개념과 실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 및 해외사례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양국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한국의 경 제개발이 전후 국토재건 목표와 함께 진행되었음을 강조하였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경제

그림 2 현지 착수 보고회 및 MOU 체결식(2020년 2월)

대사-장관-연구진 면담 착수 보고 MOU 체결식

대사-장관-연구진 면담 착수 보고 MOU 체결식

현장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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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계획 및 국토계획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또한 연구원 내 총괄 및 부문별 연구진 약 20여 명과 학계 및 연구계 외부연구진 10여 명이 개인연구 및 워크숍 등을 통해 아프가니 스탄의 현황 및 이슈를 이해하는 데 노력하였다.

2단계에서는 현지 공간계획 수립체계 및 부문별 현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와 함 께 국토계획의 비전, 목표, 전략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의 지속으로 인하여 한국에서의 대면연수가 계속 연기되어 2021년 초·중반까지 지지부진하게 진행 되었다. 특히 2단계 뒷부분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부문별 계획을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2021년 중반부터는 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탈레반의 세력 확대로 인 한 정국불안으로 사실상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하였고, 따라서 지역별 공간전략수립 (3단계) 및 국토공간전략 및 계획(안) 작성(4단계)도 논의되지 못한 채 계약상 예정 시점 인 11월에 사업이 종료되었다.

위기관리계획의 필요성

1. 위험한 지역으로의 출장

본 사업 추진의 위기는 착수 보고를 위한 출장준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아프가니 스탄은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금지국가 중 하나였다. 비자 발급 및 입국을 위한 조건들 중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사항들(보험가입 불가, 여행 허가의 전제조건인 현지 경호업체 고용 등)에 당면하였다. 약 2개월의 준비와 외교부 및 현지 대사관의 적극적인

(2단계) 국토공간전략 및 부문별

계획초안 작성

•국가 및 국토현황 심층분석

•국토계획의 비전, 목표 및 전략

•부문별 전략 및 계획초안 작성 등

(3단계) 지역별 공간전략수립

•지역·권역별 현황 분석

•지역별 공간전략 및 계획수립의 지침(안) 작성 등

(4단계) 국토공간전략 및

계획(안) 작성

•국토공간전략, 부문별 계획 및 지역별 전략 초안의 통합

•국토공간전략 및 계획(NSSP) 공식화를 위한 운영·관리 지침(안) 작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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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0년 7월 한국교류협력재단(KOICA)이 의뢰한 국민건강보헌공단의 사업(필리핀 의료보험 제도개선(2018~2020년), 3차 연도 지원사업)에서 최초로 온라인 연수 시행.

협조에도 불구하고 출국 직전에서야 비자가 발급되었고, 출장자들은 보험 없이 출국하였 다. 대통령 보고, 세계은행 및 현지 기관들과의 합의된 일정에 대한 걱정 등 지금 다시 생 각해도 아찔한 시간이었다. 특별지역 출장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매뉴얼과 사전준비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는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미국이 개입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탈레반 등과의 오랜 내전으로 도시는 파괴되어 있었다. 특히 공공기관, 호 텔, 병원 등 주요 시설물들은 대부분 높은 장벽으로 둘러싸여 마치 요새와 같았다(<그림 3> 참조). 출장단도 2인당 1대의 방탄차를 대여해야 했으며, 각 차량에 무장경호원 및 기 사가 1명씩 배정되어 비용도 많이 소요되었다. 서울에 비유한다면 사대문 내부와 같은 안 전한 지역(green zone)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현지인 안내 없이 거리를 다니기에는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체류하는 3박 4일 동안 호텔 주변에서 2건의 폭탄테러도 발생하였다. 이를 보면서 훨씬 위험한 지역에서 봉사하는 파병병력과 NGO 등의 노고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귀국길에 아프카니스탄 공무원들에게 선물로 받은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보면서 고마움, 순박함, 안타까움 등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2. 온라인 연수 시행

카불 출장 시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렇게 크게 확산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 다. 현지 연수생들과도 2개월 후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으나 상황이 계속 악화되었다. 한국을 방문한다는 설렘 가득한 연수생들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한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안타깝다. 결국 오랜 기다림과 수차례 협의 끝에 사업 착수 10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1차 연수를 화상강의 및 회의를 포함한 온라인 연수로 진행하였다.3) 개별적

그림 3 카불의 공공기관 입구 전경(2020년 2월) 현장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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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화상회의의 경험은 있었으나, 20여 명을 대상으로 3주간 기획된 연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개발협력 연수의 중요한 부분인 현장방문을 못하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1차 온라인 연수는 진행이 가능하였다. 국토계획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 한국 및 외국의 경험 전수 등은 온라인으로도 어느 정도 전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수월한 진행을 위하여 강의는 녹화강의로 대체하여 연수생들에게 예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이후 Q/A 등 직접 소통이 필요한 부분은 실시간 화상회의로 진행하였다. 녹화강의 준비의 경험이 없었던지 라 과정, 일정, 예산 등을 새로이 기획해야 했다(<그림 4> 참조).4) 예산이 여유로워 가능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에서는 대안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강의가 주 내용인 1단계와는 달리, 2단계는 상호 심도 있는 논의와 계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내용이어서 대면연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의 지속은 연수 개최를 계속 어렵게 하였다. 아프가니스탄 측은 한국 정부의 특혜를 통해 한국 방문이 성사되도 록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정부의 방역지침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였고, 연구진 들이 개인지도 등으로 밀접접촉의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 역시 방지해야 했다. 감독기관 인 세계은행도 무리한 대면연수 진행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연수생들을 설득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1단계 온라인 연수 후 약 6개월 동안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표 2>와 같은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되기도 하였다.

3. 현지 정국의 불안

사업 2단계 진행 및 연수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즈음인 2021년 4월, 바이든 미 국 대통령은 9월까지 미군의 전면 철수를 재확인하였고, 정국의 급격한 악화로 사업의 진행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5월 공식 철수가 시작될 때만 해도 정국이 그토록 빨리 전환

4) 녹화-국문 스트립트 작성(속기)-영문 스트립트 작성(번역)-더빙-영상편집 등의 과정을 수행.

국토연구원 화상강의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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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즈음에 NSSP 수립을 위한 아프가니스탄 정부 부처 간 협의 체가 대통령령으로 발족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6월 이후 탈레반 세력이 급격히 확대되 면서 정부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하였고, 8월에는 세계은행 현지 스텝들이 철수하였다.

미군 철수가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정부 기능은 탈레반 측에 이양되었고 가니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하였다. 불확실한 정국으로 인해 사업 종료를 합의하지 못하고 1년 연장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던 중 사업 종료 2개월 전인 9월에 세계은행이 사업 종료 의사를 통보하 였고, 2개월간 보고서 작성 및 행정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맺음말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측면의 불확실성을 흔히 경험하게 되나, 본 사업을 통하여 특별한 상황에 관한 구체적인 위기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계 약 당시 위기대응방안(contingency plan)을 논의하고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보고서도 제 출하지만, 형식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본 사업에서 경험한 바와 같은 코로나 19 팬데믹, 현지 정국의 급작스런 변화 등에 대한 대비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개발협력사 업에 필요한 보다 구체적인 유형별 위기대응 매뉴얼이 개발된다면 사업 중 대안을 기획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TV를 통해서 본 바와 같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이륙하는 미군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은 개발도상국, 특히 최빈국과의 개발협력사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기관리의 필요 성을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통하여 향후 다양한 유형 의 팬데믹 가능성이 있음을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로운 일상 이 다시 돌아오길 기원한다.

표 2 2단계 연수 개최방식 대안 협의(2021년 1월)

대안 온라인 강의 +

제3국 대면연수 소규모 그룹

과업 중지 대면연수 온라인 강의 +

연기 대면연수 개요 •팬데믹 상황 완화 시까지

연기

•온라인 강의 후, 상황 완 화 시 대면연수

•팬데믹 상황 완화 시까 지 과업중지

•소규모 대면연수(최소 외부 활동)

•온라인 강의 후 제3국 소규모 대면연수 장점 •최대인원 대면연수 참여 •최대인원 대면연수 참여

•최대인원 대면연수 참여

•일정 불확실성 최소

•과업 유예기간 최소화 •과업 유예기간 최소화

유의 사항

•사업 연장 필요 •온라인 강의의 실효성 관련 우려

•재개 시점 불확실로 아 프가니스탄 정부 및 연 수생의 관심 저하

•현지 전문가 고용 중지

•정부 및 연구원 방역방 침 검토

•외부활동 축소

•제3국 상황 불확실

•현장방문 등 외부 활동 불가능

•연구진 참여의사 확인

•온라인 강의의 실효성 관련 우려

현장리포트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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