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균형발전은 종합예술이다
권영섭 |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mail protected])
지역균형발전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영화,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같은 종합예술이 성공하려면 대본, 무대, 의상, 연기, 연주 등 각 부문이 훌륭해야 함과 동시에 화학적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정부 정책에도 종 합부문이 있다. 바로 균형발전정책이다. 복잡다기화 · 분화 · 다양화된 오늘날의 균형발 전정책 담당자들이나 연구자들은 각 부문의 종합 · 통합이 어려운 것은 물론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다. 균형발전은 부문정책의 종합적 성과로 나타나는 결과물인데, 현 장에서는 여론에 민감한 교육이나 부동산 등 특정부문정책의 우선순위가 훨씬 높기 때 문이다.
이 책은 지난 40년간의 지역균형발전정책 성과를 행정중심복합도시나 혁신도시를 제 외하고는 한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 평가하고 있다. 엄청나게 큰 산인 태산이 큰소리를 내고 흔들리는데도(鳴動) 뛰어나온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뿐(鼠一 匹)이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요란하게 벌였으나 결과는 보잘것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향후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다섯 가지 문제가 두드러진다.
첫째는 지역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사용하여 혼돈을 초래했다. 균형발전과 관련 하여 법적 · 정책적 · 학문적으로 국가균형발전, 국토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 지역 간
관행적 지역균형 발전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용웅 지음 국토연구원 펴냄
84
제465호 2020 July
균형발전 개념이 많이 쓰였다. 그러나 정책 당국이나 연구자들이 이들을 구분하지 않 고 사용했다. 지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경제권, 광역시 · 도, 기초시 · 군, 생활권, 읍 · 면 · 동, 도시지역과 농산어촌지역으로 구분하지 않았고 아직까지 균형발전정책 사 업이나 균형발전지표에서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둘째는 중앙정부와 각 위계의 지방자치단체 간의 할일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중앙정 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읍 · 면 · 동 등 각각의 공간과 주체마다 역할과 재원이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어느 정도 기간 내 해결해야 할지 파악되 어야 목표와 지표를 설정할 터인데 주체 간의 역할 구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 도, 광역자치단체도, 기초자치단체도 어떤 규모의 정책 사업을 추진하든지간에 주체나 재원과 관련 없이 대부분의 목표가 지역발전과 주민 삶의 질 개선(향상)으로 동일하다.
각 주체가 할 수 없는 업무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상급 주체가 추진해야 하는데 역할 분담 또한 미흡하다.
셋째는 정부마다 균형발전정책을 천명하고 추진해왔지만 종합정책이 부문정책에 좌 우되다보니 우선순위, 조절기능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 규제정책과 완화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등 균형과 불균형 정책의 혼란 속에서 균형발 전 성과는 늘 부정적이다. 예컨대, 서울주택가격이 폭등하면 서울에 신도시를 조성하거 나 택지개발을 하는 등 주택공급을 늘리므로 결국은 수도권 인구가 증가하고 국토 불균 형을 초래한다. 인적자원이 주로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기업이 수도권에 입지해야 한다 거나, 기업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에 기업을 입지시키 는 선택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균형발전은 악화되고 있다.
넷째는 계획, 모니터링, 집행, 실적, 성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늘 새로운 계획을 수립 하지만 용어만 다를 뿐 유사한 정책과 계획이 반복되고 있다. 진단 · 분석이나 모니터링 에 대한 경시, PBS(Project Base System)에 기반한 잦은 인사교체로 인해 문제점 발굴 및 구체적 · 지속적 연구와 정책 추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황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또한 균형발전정책의 성과 가 미미한 이유 중 하나이다.
다섯째는 대부분의 계획이 재원 투입과 관련이 없다 보니 꿈과 희망을 주는 계획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거대한, 장기적, 추상적 목표에 비해 미비한 수단, 결코 달성 불가능 한 늘 같은 목표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을 세분화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시간이나 가용재원과는 관련 없는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계획은 지역에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에 불과하다. 정권은 5년에 불과한데 계획은 20
∼30년 뒤에 달성될 목표이며 달성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85
새로 나온 책
그러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는 지역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정책을 추진하자. 지역균형발전에서의 지역이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인지, 광역경제권 지역인지, 시 · 도 지역인지, 시 · 군 지역인 지, 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인지 구체적으로 공간 범위를 설정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체(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 간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고 구 체적인 정책목표 설정 후 정책을 수립하자. 각 시 · 군 간의 균형발전은 상위지역 단위, 즉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시 · 도 간의 균형발전은 상위 단위인 광역당 국이, 광역당국이 없다면 국가가 해결하도록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셋째, 종합하는 조직(또는 계획, 정책 등)이 부문 간 유기적 관계를 정립하고 잘 조정 하여 균형발전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교육정책, 부동산정 책, 산업정책이 균형발전정책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상황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균형발전은 달성되기 어렵다.
넷째, 계획, 모니터링, 집행, 실적평가, 성과평가 및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고 달성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계획은 장밋빛인데 재원이 뒤따르지 않고 모니터링되지 않으며, 실적과 성과가 평가되지 않는다면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다섯째, 달성해야 할 계획은 사업과 재원 및 이를 추진할 인력이 동반되도록 해야 한 다. 단기 사업계획이 중기 계획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기 계획이 장기 · 상위 계획 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원과 인력을 지원하여야 한다.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단기, 중기, 장기), 공간(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 · 도, 기초시 · 군 등 계층별), 부문(교육, 부동산, 산업 등) 간 새 틀짜기가 필요 하다.
86
지은이 김용웅
영국 셰필드대학교 도시·지역계획 박사 영국 셰필드대학교 발전계획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 대만 토지개혁연구소(LITI) 외래교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부원장 안양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충남발전연구원장 충남지역혁신발전위원회 의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도시활력특별위원 등 역임
지역개발론(법문사), 신지역발전론(공저, 한울), Globalization and Regional Development in Southeast Asia and Pacific Rim 등 저서 7권 및 Urban & Regional Development Strategies in an Era of Global Competition (공저, Ian Masser), 21세기 공간정책방향과 지역발전전략 등 논문 100여 편이 있음.
주요 저서